스탯 찍는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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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장인
그림/삽화
휴재장인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1
최근연재일 :
2024.09.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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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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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회

DUMMY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지난 한 달 동안 내 생활 패턴은 항상 똑같았다.


낮에는 월세를 내기 위한 최소한의 아르바이트.


퇴근하고 나면 새벽까지 솔로 랭크 연습.


그렇게 매일 10시간이 넘는 연습을 해왔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태창.’


-----------------


김유성(20세)


라인전 : 27(-6) / 100 

한타 : 18(-6) / 100 

운영 : 29 / 100 

집중력 : 23 / 100 


잔여 포인트 : 10500


- 상태 이상 : 손목 부상. 라인전과 한타 수치가 일시적으로 6씩 감소합니다.


-----------------


10시간 넘게 연습을 한다 해도, 큐를 돌리는 시간이나 닷지 시간 등을 포함하면 내가 하루에 돌릴 수 있는 게임은 최대 열다섯 게임 정도. 승률이 50%라고 했을 때, 하루에 700~800포인트를 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 달 동안 벌어들인 포인트는 2만 포인트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내가 팀을 나가기 전날 ‘하루’만에 1만 4천 포인트를 벌었던 걸 생각해보면 실망스러운 성과였다.


거기에다 포인트를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무리하게 솔랭 판수를 늘리다 보니, 손목 상태가 악화되어 페널티 수치가 2나 늘어나 버렸다. 실질적으로 한 달 전에 비해 스탯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기 힘든 셈이다. 




물론 내가 그동안 무턱대고 솔로 랭크 게임만 돌린 건 아니었다. 주말마다 아는 인맥을 동원해서 다른 팀들의 테스트도 여러 번 받아 보고, 팀을 꾸려 꾸준히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갔다.


‘심지어 테스트 결과도 준수했고.’


하지만 막상 다시 연락을 주는 팀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쌓여온 내 실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그리고 많은 나이 때문에 다들 꺼리는 모양이었다.


‘이젠 진짜 시간이 없는데...’


벌써 날짜는 12월 말. 새 시즌이 시작되기까지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대회 시작 2주 전까지는 로스터를 확정지어야 하니, 늦어도 2주, 사실상 1주일 안에 팀을 구해야 한다.


만약 그 안에 팀을 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최소 내년 하반기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혹은 내후년 상반기 시즌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시즌 도중에 멤버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으니 당연했다.


‘휴...’


이제 곧 21살이 되는 내 나이를 고려하면 1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다. 만약 다음 시즌을 통으로 날리게 되면 그때는 22살의 나이로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셈이 된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반응속도가 중요한 프로게이머의 입장에서 1살 차이는 상당히 크다. 


거기다 나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군대.


일반적인 프로게이머들은 최대한 병역을 미루며 게이머 생활을 하다가, 기량이 떨어질 때쯤 은퇴하면서 곧바로 군대에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역연기에도 엄연히 한계가 있기에, 아무리 미룬다 해도 20대 후반에는 군대 문제 때문에 반강제로 은퇴를 하게 된다. 


즉, 올해 팀을 구하지 못한다면··· 내년에 곧바로 새 팀에 들어간다 해도 22살에 입단해 20대 후반에 은퇴를 하게 된다.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6~7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았다. 대신 딱 한 가지, 도박에 가까운 방법이 있기는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그동안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C등급 룰렛을 열었다.


‘진짜 이 방법밖에 없나?’


마침 이럴 때를 대비해 1만 포인트를 아껴놓긴 했다. 운이 좋다면 지금의 상황을 바꿀 만한 특성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꽝인 특성을 뽑는다면, 상황을 타개하기는커녕 기껏 모아놓은 포인트만 날리는 셈이 될 것이다. 1만 포인트면 무려 스탯 3~4개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보니 더욱 망설여졌다.


그렇게 룰렛을 앞에 두고 고민하던 와중,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바로 전 소속팀 썬더스톰 루키즈의 코치 정동빈이었다.


“여보세요?”


“어, 유성아. 나다. 요즘 뭐 하고 지내냐?”


“예? 그냥 뭐··· 알바나 하면서 지내고 있죠.”


아마 코치도 내가 여기저기 테스트를 보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급하는 것 자체가 괜히 부담을 주는 것 같았기에 일부러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


다행히 코치는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


“그래? 아무튼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전화했다. 밥 사줄 테니까 나와.”


가난한 처지에 공짜 밥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복잡해진 머리도 식힐 겸 냉큼 옷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코치가 나를 불러낸 곳은 팀에서 자주 회식을 하던 무한 리필 고깃집이었다.


“어, 배부르다.”


처음에는 정말 식사만 하러 왔다는 듯 밥만 열심히 먹던 코치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고 나니, 역시나 코치가 먼저 얘기를 꺼내왔다.


“요즘 테스트 보러 다닌다고 바쁘다며?”


역시나 직설적인 성격답게 바로 본론이었다. 나도 딱히 숨길 이유는 없었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예. 근데 불러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슬프지만 그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코치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네가 갈 수 있는 팀이 하나 있다.”


“예?”


순간 당황한 나는 코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아··· 혹시 원래 팀으로 돌아오라는 말씀이면 괜찮습니다.”


아마 코치가 감독을 설득해 내 자리를 하나 만들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미 내 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선수가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당연히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실력 또한 나보다 좋다. 이런 상황에서 팀에 돌아가 봤자 서브 선수로 밀려날 게 뻔했다. 게다가 코치와 감독의 사이도 불편해질 테고.


하지만 코치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너 로켓츠라는 팀에 대해 아냐?”


“로켓츠 루키즈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우리 팀과 달리 거기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이 후원하는 팀이니까.


후원금이 워낙 많으니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고액 연봉으로 선수들을 데려오기 때문에 선수진이 화려하다. 지금은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명문 팀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팀이었다. 


거기다 육성에도 신경을 쓰는지 최근 3군 팀인 로켓츠 루키즈도 꽤나 잘 나가고 있었다. 우리 팀은 시즌 내내 로켓츠에게 세트승 한 번도 따내지 못했을 정도였다.


“알죠. 로켓츠 루키즈가 이번 리그에서 4등 정도 하지 않았나요?”


“맞다. 그런데 이번에 그 팀 탑 라이너한테 문제가 좀 생겼어.”


“무슨 문제요?”


“나도 정확히는 몰라. 얼핏 들은 바로는 친구 계정으로 대리 게임을 했다나 봐. 선수 본인은 그런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아...”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친구들끼리 내전을 하거나 다인랭을 하다 보면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부캐를 친구한테 빌려주거나, 아예 계정이 공유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닷지 시간 때문에, MMR을 낮추기 위해서, 또는 뉴비인 친구에게 챔피언이 많은 계정을 빌려주려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예전이었다면 별문제 되지 않았겠지만, 대리 문제에 대해 엄격해진 요즘에는 꽤 심각한 사안이 될 수 있었다. 


“어쨌든 조사 결과가 이제 나왔는데, 목적이야 어쨌든 대리를 한 건 맞고, 초범인 걸 감안해서 간단하게나마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야. 중요한 건 그 선수가 징계 때문에 당장 열릴 1월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거지.”


“!”


“그래서 그 팀 코치님한테 쓸 만한 사람이 없냐고 전화가 왔었는데, 마침 네가 쉬고 있어서 추천했다.”


하긴 지금 3부 리그에 뛰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모두 1월 대회에 나가야 하니, 마땅한 대체 자원을 찾기 힘들 법도 했다.


하지만 로켓츠 정도 되는 팀이라면, 3부 리그 밑으로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아카데미가 있다. 성적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경험을 시켜주는 셈 치고 거기서 학생을 데려왔어도 됐을 텐데··· 굳이 나를 데려오기로 한 건 정말 행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머리를 테이블에 박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진짜로...”


“안 고마워해도 되니까, 가서 잘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


“네. 말씀하세요.”


그동안 약간은 장난기가 섞여 있던 코치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해졌다.


“유성아, 너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거 알지?”


“...네.”


아마 코치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지금 내 나이에 1년을 쉰다는 것은 선수로서는 치명적이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내로라하는 선수들조차 휴식기를 가지고 난 후에는 폼이 떨어져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번에 너한테 내가 왜 은퇴했는지 얘기했었지? 처음에는 빨리 잘 은퇴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좀 추하더라도 발버둥 쳐서 오래 살아남는 게 어땠을까 하고 후회가 되더라.”



정동빈은 눈앞의 제자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자신 역시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이내 재능의 벽을 느꼈고, 코치로 전향하라는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빠른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게 3군 코치로 데뷔한 후 만난 제자가 바로 김유성이었다.


김유성은 많은 면에서 자신과 닮아 있었다. 특히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그래서 자신이 그랬듯이 버티지 못하고 금세 은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유성은 자신과 다른 선택을 내렸다. 부족한 출전 기회, 감독과 팀원들의 구박 등을 모두 이겨내고 그동안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대체 왜?’


솔직히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무작정 버틴다고 해서 황금빛 미래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사람의 재능은 바뀌지 않으니까. 아마 김유성이 2부 리그, 1부 리그로 승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유성을 응원하는 마음도 컸다. 김유성은 그때의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자신은 꿈 대신 현실을 선택했다. 김유성은 자신처럼 포기하지 말고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이번에 몇 번이고 로켓츠의 감독을 찾아가 부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그동안 김유성이 해온 노력을 생각하면, 스승으로서 이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너무 길었나.’


정동빈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어쨌든, 마지막은 항상 기억에 남더라. 너도 후회 남지 않도록 준비 잘해라.”


어찌 되었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끝났다. 이제 남은 일은 모두 김유성에게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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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 24.08.18 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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