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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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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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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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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치 혀는 쓰기 나름이다

DUMMY

세치 혀는 쓰기 나름이다


“우리 조선의 바다에 이양선이 침범을 해 통상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조선은 대청의 제후국이기에 통상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지요”


실제로 조선 후기에 이양선들이 조선에 방문했고 통상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조선은 대청의 제후국이란 명분으로 통상 요청을 거절했다. 이는 이후 국경을 접하게 된 러시아의 통상 요청에도 그렇게 통보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남에 양이들의 폭력성은 극도로 커져만 가고 이에 대청을 침범하는 천인공노의 짓까지 벌였습니다. 때문에 저희 조선은 매우 두려웠습니다. 양이들이 조선에까지 침범하는 것이 아닌지. 하지만! 이와 같은 대청의 승전에 양이들이 중화의 강력함을 보았으니 다시는 조선과 대청을 위헙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내 혀에서 나오는 아부에 사신은 기분이 매우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신은 알고 있다. 이 조선의 실세가 나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실세에게 청나라의 업적을 칭송하는 걸 들으니 지금까지 조선 관리에게 들은 아부보다 훨씬 듣기 좋았다


“조선은 상국의 완전한 승리에 자그마한 보탬이 되고자 조총 3,000정을 진상하고자 하니 대청께서 받아주시지요”


“허허! 폐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조선은 활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반대로 조총의 나라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 당시 조선에 있던 조총의 숫자가 15만 정이나 있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조선의 조총은 그 질이 뛰어나며 내구성이 좋으니 조선의 조총 3,000정이면 능히 일반 조총 1만 정의 가치를 할 것입니다”


청나라 이전의 명나라는 화약 무기에 아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명청교체기 이후 청나라가 중국을 지배하자 자신들의 주력군인 기병에 위협적인 화약무기를 엄금하는 분위기였고 이는 에도 막부의 일본도 비슷했다.


또한 원 역사의 조선에서는 쿠데타로 즉위한 세조가 화약무기의 발전을 저해했지만 이 세계의 조선에서는 세조가 즉위하지 않았기에 조선의 화약 무기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물론 지금 들어서는 서양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스윽)


이산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 한 편에 있는 상자를 가져왔다


“제 개인적인 선물이고요”


“...”


사신은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았다


[안녕? 나는 은괴라고 해!]


“...허허, 조선이 형에 대한 우애가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어이구, 군주가 아니라 형? 이거 참 기분이 좋은가 보다


“대청은 대군의 조선 집권을 기꺼이 인정하며 또한...”


사신이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책봉할 여지도 있습니다”


“...”


얼씨구?


“대청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

.

.

.

.

.


“뭐, 청국이 지지한 것만으로도 좋은 성과군요”


“조총 3,000정에 은괴 조금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어차피 조총은 교체될 무기이다. 서양에서 들여온 퍼커션 캡 소총으로 내 근위대를 무장시키고 있으며 향후 조선군 전체의 무기로 교체될 것이다.


현재 후장식 소총이 존재하지만 그 안정성이 불안전하다. 또한 그 종이탄피를 제조하고 보급하기도 힘들었으며 드라이제 소총을 수리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아직 세계는 퍼커션 캡 소총의 시대이다. 조금 늦게 천천히 바꾸어도 나쁘지 않다. 스팀펑크 기계는 변수지만 말이다.


“...은괴는 조금 아쉽군”


“어차피 많으시지 않습니까”


“내가 뭐 나 혼자 호의호식하기 위해 재산을 모은 것 같소? 다 조선을 위해-”


“최근에 별장을 하나 지으신다고”


“...다 조선을 위한 거고 겸사겸사 나도 좀 편하게 살고”


“...”


“...”


“...”


내 말에 통리아문 관리들이 전부 나를 쳐다보았다.


“...뭘 보십니까. 다들 야근 하고 싶습니까?”


‘악덕지주’


이산을 보며 관리들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


“청국에서 사신이 와 자신들의 승리를 알리지 않았습니까. 양이들의 위협이 있어야 개혁과 개화가 가능할 터인데 청국이 이리 승리를 해버리면...”


“못합니다”


청나라가 승리? 그럴 리가, 아무리 이 세계의 역사가 달라져도 바뀌지 않는 건 있다.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쥐어뜯기는 중국

착취당하는 아프리카

인종차별


이런 거 말이다.


‘와, 이중에 전부 다 영국이 껴있네? 역시 혐성’


“대군 자가, 전하께서 부르십니다”


“...날?”


“예”


“바로 가겠네”


중국 사신이 찾아온 지 며칠 지난 시점, 아바마마가 날 불렀다


“공무에 많이 힘들어 보이는 구나”


내 얼굴을 보며 내 친부, 국왕 이순이 말했다.


“아닙니다. 다 조선과 전하를 위한 일이온데 어찌 힘듦이 있겠습니까”


“얼마 전 중국 사신이 찾아온 이후 대신들이 말이 많다”


나 한테는 말할 용기가 없으니깐 아바마마께 달라 붙은 거 같다


“청이 영국과의 전쟁에서 이긴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그럴일은 없습니다”


“어찌 단언하느냐”


“청국이 천운이 따라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으나 결국 전쟁은 영국이 승리할 것입니다. 물론 그 승리가 제 예상보다 작은 승리일 수 있으나 결국 패배는 패배이옵니다”


“지금이야 잠자코 있지만 결국 저들 모두 언젠가 일어설 것이다”

“소자 그것을 고대하옵니다”


“......”


이산의 담담한 대답에 이순은 그저 자신의 아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견부호자구나 견부호자”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호부호자이지요”


내 친부, 국왕 이순은 다채로운 사람이다. 이순이란 사람을 좋게 말하면 착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약한 사람이다.


자신이 태어났을 당시 이미 권력은 세도가문이 쥐고 있었으며 자신이 사랑하여 결혼한 배필은 아들을 낳고 죽었다. 이후 다른 세도가와 결혼하게 되었고 장자는 외척을 피해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렇기에 그는 그저 최선을 다해 조선을 위해 백성을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는 권력이 없었다. 아니 권력을 가질 의지가 없었다. 자신이 권력을 잡으려 하면 본인과 주위 사람들이 다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자식을 매우 아낀다. 내가 유학을 가고자 결정했을 때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꺼내 나에게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성정은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좋지 않았다


“......세자가 되고 싶으냐?”


“...”


아바마마는 자식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자식에는 내 자리를 뺏은 내 이복동생, 이윤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다


“아뇨”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면 나는 세자가 될 생각이 없다.


“전 국본이 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우리 밖에 없다. 네가 원한다면 내 힘써보마, 윤이 또한 세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싶어 할 것이다”


글쎄요. 내 이복동생의 마음은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그렇다고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윤 그러니깐 세자는 현재 안동 조씨에게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동아줄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자까지 바뀌는 것은 죽는 한이 있어도 막을 것이다.


즉 세자는 지금 안동 조씨의 방패란 거다


“아바마마, 전 진실로 세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어찌 그러느냐? 애초에 너의 자리가 아니느냐”


“아바마마, 전 구라파에 적지 않은 시간동안 지냈습니다. 때문에 궁궐에서의 구속된 삶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조선의 국왕과 세자의 삶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평생 대학원생으로 사는 것’


딱 이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평생, 매일 공부를 해야한다. 또한 주위에서 궁인들과 관료들의 시선에 치이며 궁의 법도는 엄하며 모든 삶을 감시받는다


난 절대로 그런 삶을 살 수 없다. 특히나 대학원생으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하!!”


내 솔직한 대답에 아바마마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사내라면 응당 그런 삶을 좋아하지! 암!!”


“하하...”


무언가 오해한 것 같은 아바마마였지만 난 웃으며 넘겼다


“너가 이리 세자의 자리에 욕심이 없으니 이 아비는 마음이 한결 편하구나”


아마 이거 때문에 골머리를 썩은 거 같다.


두 아들이 자리를 가지고 싸우고 한 사람(높은 확률로 이윤)이 폐위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거다.


마치 조선 초기, 태종 이방원이 자신의 정당한 자리를 되찾기 위해 난을 일으킨 것 같이 말이다. 아비의 입장에서 19세기 버전 왕자의 난을 볼 수는 없었을 거다.


“내 세자에게도 너의 뜻을 알려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형제가 되기를 바라마”


그렇게 기뻐하는 아바마마를 두고 난 퇴청했다.


“...참 순진하신 아버지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형제


나도 바라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 동생은 그럴까?


내 이복동생 이윤에게는 아니 세자 저하께서는 내 존재가 심히 불편하실 거다. 정확히는 두려울 거다


사실상 자신은 내 자리를 빼앗은 것이니 불편한 자리일 것이고 심지어 자리의 원 주인은 권력과 힘이 강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저하께서는 진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을 것이다


“뭐, 어쩌냐. 난 왕이 되기 싫은 걸”


내려오고 싶더라도 안 된다. 내가 막을 거다.


난 왕이 되기 싫거든


.

.

.

.


“문안 인사드리옵니다. 평안하신지요”


“예, 대군 덕분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중전, 즉 호적상 내 어머니가 날 불렀다


“부원군께서 대군이 준 시집 덕에 하루가 즐겁다 하십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저 말뜻은 ‘내 아버지는 네 말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어미가 되어 아들과 시간을 너무 보내지 않은 것 같아 내 이리 자리를 내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나와 중전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궁인들이 다과상을 내왔다.


“드시지요. 좋은 찻잎이 들어왔습니다”


“...”


난 중전이 내놓은 차를 가만히 보았다


“왜요. 독이라도 탓을 성싶습니까?”


“하하, 그럴리가요”


중전의 말에 난 웃으며 차를 들어 마셨다


“음, 확실히 좋은 차군요”


“대군께선 정말로 대담하십니다”


내가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중전이 말했다


“제 목숨줄에 제 목숨만 걸려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중전은 내 말뜻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죽어도 나 혼자 죽는 게 아니다’


“중전 마마, 세자 저하께서 드셨습니다”


“어서 들라하게”


세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세자 저하”


세자가 들어오자 난 자리에 일어나 예를 표했다

“형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예를 표하자 세자는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앉으시죠. 형님”


그렇게 세자와 이산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 오늘 두 형제간 우의를 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


‘흐음, 아들을 살리려는 어미의 마음인가?’


이거 아무래도 내 인식이 최악인 거 같다. 하긴 몇 년 간 같은 밥 먹던 원산 김씨를 숙청했으니


“이 어미는 자리를 비켜드리죠”


그렇게 중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중전이 방을 나가자 세자와 나 둘의 어색한 시간이 기다렸다.


“흠흠,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하”


“형님,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아닙니다. 어찌 이 나라의 국본을”


“......형님!”


갑자기 무릎을 꿇는 세자였다


“저하?”


“형님! 제발 이 자리를 가져가 주십시요!”


“...”


“본디 형님의 자리가 아니었습니까. 본래 세자는 형님이 되셨어야 합니다”


“...”


이거 풀어야 될 게 많이 남은 거 같다. 자, 움직여라 내 세치 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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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준비의 막바지(1) 24.08.24 410 8 10쪽
35 조선의 외교(2) 24.08.24 429 7 11쪽
34 조선의 외교(1) +1 24.08.23 451 5 11쪽
33 상국의 외교(2) 24.08.22 440 7 11쪽
32 상국의 외교(1) +2 24.08.21 445 5 11쪽
31 프랑스 제2 제국(2) +1 24.08.20 449 6 11쪽
30 프랑스 제2 제국(1) 24.08.19 454 5 10쪽
29 뜻 밖의 협조(3) +1 24.08.18 471 8 11쪽
28 뜻 밖의 협조(2) 24.08.18 465 8 11쪽
27 뜻 밖의 협조(1) +1 24.08.17 469 6 11쪽
26 근대화의 혈관(3) 24.08.17 481 7 10쪽
25 근대화의 혈관(2) 24.08.16 493 7 11쪽
24 근대화의 혈관(1) 24.08.15 510 7 11쪽
23 조미수호통상조약 +1 24.08.14 509 10 12쪽
22 흑선 내항(4) +1 24.08.13 514 10 13쪽
21 흑선 내항(3) 24.08.12 500 7 12쪽
20 흑선 내항(2) +1 24.08.11 513 8 10쪽
19 흑선 내항(1) 24.08.11 527 9 11쪽
18 조선통신사 +1 24.08.11 531 11 11쪽
17 개항을 위한 준비 +1 24.08.10 581 10 12쪽
16 역모 정리 24.08.10 620 11 10쪽
15 실패했으니 역모 +1 24.08.10 62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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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성공하면 반정 실패하면 역모 24.08.09 603 11 11쪽
12 역모(2) 24.08.09 578 9 12쪽
11 역모(1) 24.08.08 580 9 11쪽
10 평안도 민란 24.08.08 614 10 11쪽
9 방 빼 24.08.07 654 9 11쪽
» 세치 혀는 쓰기 나름이다 24.08.07 666 10 12쪽
7 청나라 사신 24.08.06 69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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