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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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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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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그는[2]

DUMMY

앞서 나간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그는 조용히 계단 방화문으로 다가갔다. 작은 문틈 너머에는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고요한 복도에 안심했던 것인지, 안일하게 다가가 문을 연 그의 눈앞에는 조용히 서서 잠이 들었던 그들의 얼굴을 마주했다.


-쾅!


“X발. X됐다.”


놀란 마음에 그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닫았다. 복도에 울리는 굉음과 뒤에 들려오는 이사원의 욕설. 사색이 된 그의 표정 속 동공은 크게 흔들렸고 손잡이를 꼭 부여잡은 손은 떨고 있었다.


“이사원, 지금···.”


그의 굳은 행동에 불길함을 느낀 강대리가 그에게 손을 뻗었다.


“대, 대리님.”


떨리는 목소리가 강대리의 불안함에 더욱 기름을 부었고, 그 마음은 곧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끄어어어어어어억!!!!!”


-쿵쿵쿵!

-쿵쿵!


문 뒤에서 들려오는 그것들의 괴성, 잠에서 깬 좀비들이 문을 부술 듯이 치며 세 명을 굳게 만들었다.


“크윽!”

“이사원!”

“뭐, 뭐예요? 좀비가 있어요?”


들썩거리며 열리려는 문에 놀란 이사원이 손잡이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방화문을 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대리도 서둘러 문에 붙어 이사원에게 힘을 실었다.


“이게 왜 열려! 저것들 어떻게 여는 거야!”

“으윽!”


지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문을 열고 박차 나오려는 모습에 당황한 이사원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온 힘으로 문을 밀었다. 앞에서 문이 열리지 못하게 막고 있는 강대리와 이사원의 모습을 보던 여사원이 당황하며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식칼을 양손으로 쥐고 방화문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야! 뭐해! 그냥 너도 붙어!”

“아이씨!”


흔들거리는 문을 등으로 밀고 있던 이사원이 엉성하게 칼을 잡으며 떨고 있는 여사원을 향해 소리쳤다. 곧 그녀는 자세를 내리고 그들에게 붙어 자신의 작은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X발, 저것들 어떻게 여는 거야.”

“여, 여기! 여기 건물 패닉바예요!”

“패닉바? 크윽!”

“그 병원. 꺅! 병원에 있는 누르고 미는 문이요! 끄윽!”

“캬아아악!!”


그들의 소통에 좀비들이 더욱 날카롭게 울어댔다.


“크윽! 됐고, 그래서 이 문 못 잠궈?”

“열쇠 있어야 해요! 못 잠궈요!”

“진짜 X같네! 크윽!!”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여사원!”

“네!”


3명이 붙어도 문은 들썩거리며, 그들의 힘을 천천히 앗아갔다. 이대로는 곧 힘이 빠져 괴물 밥이 될 것을 예상한 강대리가 여사원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가서 자동문 열어요. 다시 탕비실로 들어가자고!”

“그렇지만, 제가 지금 빠지면 이 문은.”

“야, 그냥 빨리 가. 이대로면 힘 빠져서 다 죽어!”

“끄윽!!! 그, 그렇지만.”


-쿵!

-쿵!


“끄어어어억!!”

“키약!!!”


먹잇감에 재촉하는 그것들의 힘은 예상보다 더욱 강렬했다. 이대로 계속 대치만 한다면, 이사원의 말대로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얼른!”

“네, 네!!”

“서둘러!”


임무를 받은 여사원이 먼저 달려나가자, 문은 더욱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사원 그리고 강대리는 쥐가 날 것 같은 종아리와 허벅지로 지면을 최대한 밀며 문을 막았다.


“얼른!!!!”


강대리의 외침에 그녀는 더욱 속도를 냈고, 곧 그들은 무너졌다.


“끄악!!!”

“크윽!”


그들의 신음에 그녀가 자리에 멈추며 뒤를 돌아봤다. 힘에 이끌려 문 너머에서 튀어나온 세 마리의 좀비 그리고 두 명의 인간이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대리님!”


여사원의 소리에 반응한 강대리와 좀비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크윽!”

“캬아아악!!!”


우선 이빨부터 들이미는 녀석들에게 강대리는 서둘러 자신의 서류 가방으로 앞에 있는 좀비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가!”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다시 뛰기 시작한 그녀. 그 뒤로 서류 가방에 맞은 좀비가 뒤로 나자빠지고 뒤이어 이사원도 자신이 만든 물통으로 다른 좀비의 정수리를 내려쳤지만, 끄떡없는 모습과 더욱 화난 얼굴로 이사원을 노려보았다.


“젠장!”


자신이 만든 무기가 별로인 것을 깨달은 이사원이 물통을 좀비 얼굴에 집어 던지고 일어난 좀비의 명치를 발로 차며 넘어뜨렸다.


“가자!”


이사원의 어깨를 잡고 끌어당기며 재촉하는 강대리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왔던 그 길 그대로 모퉁이를 지나 짧은 복도가 보이고 이미 열려있던 자동문에 쉽게 몸을 먼저 넣으며 들어가는 여사원의 모습이 보였다.


“야! 닫을 준비해!”


그의 외침에 여사원이 그들을 바라봤다. 두 명의 남자가 서둘러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달려오는 또 하나의 존재. 뒤늦게 일어났던 좀비가 그들을 바짝 쫓아 오고 그 뒤로 강대리와 이사원에게 당한 좀비들이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뒤, 뒤에, 대리님 뒤에!!”

“어?”


이사원이 돌아보자 자신을 뒤따라 오던 강대리 바로 뒤에서 바짝 쫓아오며 손을 뻗고 있는 좀비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만 더. 1cm만 더. 닿을 듯 안 닿는 아쉬운 거리에 좀비는 더욱 가까워져 갔고 강대리의 느려터진 달리기로는 그를 따돌리기 힘들어 보였다.


“대리님!”


그 순간 다 따라잡은 좀비가 강대리를 덮치며 그를 넘어뜨렸다.


“크윽!”


이사원에 외침 덕에 반응한 강대리가 재빨리 좀비의 주둥이에 서류 가방을 욱여넣으며 방어했지만, 중심을 잃고 피 바닥에 함께 넘어졌다.


“대리님!”

“끄악!!!!!!!”


피가 범벅인 바닥에 함께 미끄러지는 와중에도 긴 팔로 난동 부리는 좀비 하나와 뒤따라오는 좀비 두 마리.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강대리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자신을 공격하던 좀비를 발로 걷어차 옆으로 밀고 가방을 물고 안 놔주는 그것의 머리를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머리에 충격이 온 것인지 입이 풀린 좀비에 강대리는 가방을 서둘러 챙겨 일어났지만, 뒤이어 따라오던 좀비 둘이 강대리를 쉽게 보내줄 생각이 없는 듯 이빨을 들이밀며 그에게 뛰어들었다.

강대리 눈앞에서 보이던 그것의 이빨.


‘이렇게 끝나는 건가?’


순간 시간이 느려진 듯 그의 앞에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행복했던 그때와 후회되는 그 날. 빠르게 지나가는 주마등에 눈을 감고 최후를 받으려는ㄴ 그 순간.


“대리님!”

“이, 이사원···.”


그를 도우러 나타난 이사원이 발로 좀비의 면상을 걷어차며 옆으로 날려 보냈다. 강대리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자신에게 손 내미는 이사원을 잡고 재빨리 일어나 나머지 좀비 하나의 면상을 다시 가방으로 후려쳤다.

이제는 정말 끝이다. 두 사원은 다시 일어나는 좀비들을 뒤로하고 여사원이 기다리고 있는 탕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탕비실 문을 닫고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며 안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푹!


“?”


그 순간 강대리의 배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


칼을 들고 있던 여사원이 강대리의 복부를 깊게 찌르고 당황스럽게 올라오는 뜨거운 고통에 강대리가 벽에 기대며 쓰러졌다.


“쿨럭!”

“야, 야아아아아아아아!!!!!!”

“꺅!”


붉은 피가 그의 복부를 타고 땅에 흐른다. 역류하며 올라는 피를 강대리가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피토를 쏟아냈다. 어이없는 상황에 격분한 이사원이 여사원을 얼굴을 후려치고 강대리에게 다가갔다.


“대···대리님.”

“쿨럭! 쿨럭! 커···어억···이,이사원.”


이미 늦은 것인지 강대리 눈에 초점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야 이 X발년아! 왜! 도대체 왜!!”


흥분한 그가 손을 떨고 있는 그녀를 향해 따져 물었다.


“너···넘어졌잖아! 너, 너도 봤잖아. 복도의 그 피··· 그래 그 피!! 강대리가 거기에 넘어지면서 뒤집어썼잖아!!! 부, 분명 감염됐을 거야. 봐봐. 곧 저, 저, 저 좀비새끼들 처럼 변할 거야, 변할 거라고!!”

“뭐?”


여사원의 말에 이사원은 죽어가고 있는 강대리의 모습을 바라봤다. 다리부터 손 그리고 얼굴 밑 목까지 복도에서 넘어지며 주인 잃은 피가 한가득 묻어있었다.


“보라고 묻었잖아! 영화에서는 피로 감염되잖아! 보라고 보라고!!!!!”

“이 정신병 걸린 X이! 그건 영화잖아!!! 확인도 안된 걸로 이렇게···이렇게···.”

“쿨럭···.”

“대, 대리님.”


‘피? 무슨 피? 내 피를 말한 건가? 아니면···.’


그들의 싸우는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앞이 흐려지고, 고통도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다려···봐···봐···.”

“놔···이···미친···아.”


1분, 2분 그리고 4분 28초. 핏물에 넘어지고 칼에 찔려 죽기 전까지 그가 살아있던 시간. 몇 분 몇 초가 지나도 강대리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아, 겨우···겨우···그것 때문에···겨우···겨···우···.’


“대리···괜찮···대···리님. ···정신···리님···.”


사라지는 시야 속에서 이사원이 소리치지만, 닿지 않는다. 희미해져 가는 그의 목소리와 얕아지는 강대리의 숨소리. 어느덧 토하듯 나오던 피와 기침이 잦아들며 그는 눈에 생기를 잃었다.


“대리님! 대리님!”

“···.”


그렇게 강대리 그는 여사원의 손에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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