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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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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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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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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냄새

DUMMY

그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따스한 햇볕 아래 도는 고요함이 그들의 마음에 긴장감이 들 게 만들었다.

감시대 안에서 모든 것을 챙기고 나온 두 남녀.

등에는 가방을 메고, 허리춤에 일본도를 꽂은 이결과 그 옆에 알 수 없는 장치 더맵, 그리고 식칼을 손에 쥔 여수현의 모습이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들은 어느새 메말라버린 땅을 밟으며 좀비들이 부수고 지나간 타워 정문 입구 앞에 섰다.

단단하고 무거운 철문이 무너져 있고 그 옆에는 오랫동안 비워진 관리실과 앞으로는 좀비들이 들어갔을 검은 숲. 그리고 보급로가 보였다.


“···.”


무거운 공기가 그를 휩쓸었다. 무너진 철문 위에 서서 숲 사이로 길이 나 있는 보급로를 보자니, 탈출로보다는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로 느껴졌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나고 또 카메라를 통해 보았던 숲이었는데, 해괴하게 자란 숲의 풀과 나무들이 그의 마음에 공포를 심었다.


“가자.”


그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하고 여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걸음. 그들을 무너진 철문에서 내려와 타워 밖으로 나왔다.

계속해서 돌고 있는 더맵의 화면을 보고 있는 여수현과 이결은 보급로가 아닌, 왼쪽 숲으로 들어가며 그들도 진정한 미다스 입안으로 들어왔다.


*****


안으로 들어온 숲은 생각보다 더 검고 어두웠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풀들이 강하게 내리쬐던 빛을 막아 주며, 나무 틈새로 들어오는 작은 햇빛만 의지한 채 그들은 천천히 숲을 헤치며 걸어갔다.


“조, 조금만 쉬면 안 될까요?”

“힘들어?”

“아, 사실 그것 보다···.”

“왜?”


숲에 들어와 걷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수현이 제자리에 멈춰 앞서가던 이결을 불러 세웠다.


“왜 그러는데?”

“사실···.”


그녀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이결의 눈을 계속해서 피했다.

얼굴이 붉어지고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는 그녀를 보며, 이결은 어디 몸이 안 좋다고 생각해 먼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힘들면 말해 쉬면 되니까.”

“아, 힘들지는 않은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앉아 있는 이결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사실···저 화, 화, 화장실이 급해서.”

“어? 화장실?”

“탕비실에서부터 한 번도 못 갔다고요!”


그녀는 부끄러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당황한 것은 그녀뿐 아니었다. 이결 또한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봤다.


“어? 화장실? 잠깐.”


아무리 고개를 이리저리 저어도 온통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숲이었다.


‘여기서 화장실?’


“그, 그냥 아무 곳에 가서 싸, 싸면 안 되겠지?”

“부, 부끄럽고··· 무서우니까······.”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여, 여기 있어요.”


이결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그녀는 그가 앉아 있던 그 자리에 그를 내버려 두고, 풀숲이 무성한 안쪽으로 홀로 들어갔다.


“그···제가 소리 지르면 달려와야 해요!”

“알았어.”

“대신 지금은 오면 안 돼요!”

“오라는 거야 오지 말라는 거야.”


이결이 혼자 궁시렁거렸다. 곧 고요하던 숲속에 맑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

“···.”


곧 물소리가 멈추고 옷을 입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들어갔던 풀숲에서 고개를 숙인 그녀가 나왔다.


“그···.”

“아무 말도 하지 마요.”

“그래.”


그녀의 얼굴이 붉게 타고 있었다.


“아니, 나도 다녀와도 될까? 나도 화장실이 급한 것 같아.”

“···네.”

“여기로 가면···.”

“아! 다른 데로 가요!”


이결이 일어나 자신이 썼던 풀숲을 이용하려 하자 그녀가 온몸으로 막으며 다른 곳으로 그를 보냈다.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던 이결의 표정에 잠시 웃음꽃이 폈다.


“아, 알았어. 난 절로 갈게 됐지?”

“웃지 말고 얼른 가요.”

“그래.”


그 후 이결은 여수현이 들어갔던 반대 방향의 풀숲에 들어갔다.

곧 그녀와 마찬가지로 물소리가 들려오고 여수현은 괜히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며 더맵을 멍때리며 바라봤다.


“어라?”

“왜?”


아직 풀숲 건너편에 있는 이결이 그녀의 소리를 듣고 말을 걸었다.


“이거 이상한데요?”

“뭐가?”

“레이더요.”

“그게 왜?”

“점 3개가 생겼어요.”

“뭐?”


그녀의 말을 듣고 이결이 서둘러 풀숲을 헤쳐나와 그녀 손에 들고 있는 더맵을 뺏고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 속 실선이 시계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화면에 표시된 점이 점점 중앙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X 됐다.”

“왜요? 왜 그래요?”


그동안 아무 표시도 없던 더맵. 이결 또한 아무 표시 없어 고장 났다고 생각한 레이더가 지금 숲에 나온 시점에 3개의 점이 표시되며 자신들 위치로 판단되는 중앙 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들. 좀비.

그들은 보지 못하는 대신 발달 된 능력들이 있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청각.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여, 소리를 듣고 사냥감을 찾는 녀석들은 누가 봐도 청력이 발달 돼 있었지만, 개중 몇 개체는 다른 것도 발달 돼 있었다.

숲을 가로지르며 울린 총성에 자극을 받고 모인 좀비들 사이에서 몇 녀석들이 코를 들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좋아하는 냄새. 어디서 은은하게 퍼지는 암모니아 냄새가 그들의 코를 간지럽히며 인도했다.

수많이 모인 좀비들 가운데 그 냄새를 좋아하는 좀비는 단 3마리뿐. 그것들은 서로 말을 짜 맞추기라도 한 듯 냄새가 나는 한 방향을 향해 걷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아··· 하아···.”

“끄어어어어어어!”


뒤에서 쫓아오는 좀비를 피해 이결과 여수현은 달리고 또 달렸다.


‘여기가 어디지?’


오랜만에 만난 사냥감에 더욱 흥분한 녀석들은 신이라도 난 듯 침을 흘리며, 웃는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높게 솟은 나무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가리며, 가야 할 곳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그들은 달리면 달릴수록 깊은 숲으로 빨려 들어갔다.

점점 빠져나가는 체력 속에서 가볍게 생각했던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X발 진짜!”


달리던 이결이 멈추며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일본도를 꺼내 들었다.


“이결씨!”

“고작 3마리야 여기서 처리하자!”


그의 말에 그녀 역시 자신의 식칼을 들어 올렸다. 그들이 레이더라 부르는 더맵은 여전히 3개의 점을 보여주며 중앙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흐읍!”


적당한 거리까지 다가온 좀비를 보며, 있는 힘껏 칼을 휘두르는 이결.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좀비의 왼쪽 승모근을 눌러 찍으며 깊게 파고들었지만, 고통을 모르는 좀비는 멈출 줄 모르고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끄윽!!!”

“키야아아아아아!!!”


자신의 살이 파이고 피가 쏟아져 나와도 끝없이 밀며 이를 내미는 좀비.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이결도 힘으로 최대한 버티며 녀석을 막았지만, 문제 뒤에 보이는 두 마리의 좀비였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


서둘러 생각한 이결은 발로 좀비의 명치를 차며 일본도를 뽑아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휘두를 때 그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난생처음 써본 일본도. 그리고 빼곡히 올라선 숲의 나무들. 좁은 지형에서 그의 칼은 쓸데없이 길고 거추장스러웠다. 그가 사선으로 베는 검로가 나무 기둥에 막히고 일본도는 그 기둥에 박혀 빠지지 않았다. 달려드는 좀비들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져 갔다.


“이 X발!! 진짜!”

“이결씨!”


아무리 힘을 주고 빼려고 해도 나무 기둥에서 빠지지 않는 칼에 이결은 빠르게 칼을 포기하는 판단을 내렸다.


“가자!”

“네!”


칼에 대한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뒤따라오는 좀비 3마리. 방금 목이 반 이상 베인 좀비 역시 그들의 뒤를 쫓아 왔지만, 곧 쓰러질 것처럼 걸음이 느려지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어찌저찌하여 한 마리는 처리한 것 같았지만. 칼을 포기한 상황이 씁쓸하고 아쉬워 계속 뒤를 신경 쓰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는 달리는 와중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칼집을 어루만졌다. 손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이 칼을 대신한 둔기로 사용해도 적당할 것 같았다.


“어디로 가요!”


그때 여수현이 소리쳤다.


‘어디로?’


위를 보고 옆을 봐도 온통 똑같은 나무와 숲이 가득했다. 그녀의 물음에 이결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일단 무작정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쫓아오는 녀석은 단 두 마리. 자신들과 인원이 똑같았다.


‘할 만하지 않을까?’


아직은 괜찮지만, 체력은 곧 떨어질 것이다.


‘칼은 없지만, 칼집만 있으면··· 아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인원수가 같아도,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여수현의 몸을 보면 0.5인분도 간신히 할 것 같은 팔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방금과 같은 실수가 또 나와서는 안 됐다. 적어도 칼집을 휘두르기 넓은 장소를 찾아야 했다. 나무가 없는 곳···.

그는 달리는 와중 자신들이 달려왔던 길을 생각했다. 무너진 철문에서 나와, 숲 왼쪽으로 돌고 쭉 걷다 저것들을 만났다. 그리고는 같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이결씨!”


여수현 그녀가 호흡이 다 찼는지. 그를 소리치며 불렀다.


“이쪽으로.”


그는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미로에서 탈출하려면, 한쪽 벽면을 끝까지 잡고 가라는 말이 있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미로와 같은 숲이었지만, 진짜 미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벽은 있다.’


이결은 그 벽을 바라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더 이상 말도 못 하고 쫓아오는 여수현의 손목을 잡고 달리는 이결. 곧 그 앞에 울창했던 숲속 틈에서 익숙한 하얀색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왔다! 수현! 나 칼!”

“네··· 네···.”


이미 체력이 다 빠진 그녀는 앞에 보이는 벽을 짚고 그에게 자신의 식칼을 건네줬다.

이결은 그런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기고 가방을 풀어 그녀 앞에 던졌다.


“끄어어어어!”


곧 숲에서 빠져나와 두 남녀 앞에 선 좀비들.

이결은 오른손에 칼집을 그리고 왼손에는 식칼을 들며 그들과 대치했다.


“끄어어어어어어!”


그때 둘을 인식한 한 놈이 먼저 달려들고 이어서 다른 한 녀석도 달려들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그것들의 공격. 이만큼 반격하기 좋은 공격도 없었다. 그는 다시 발로 명치를 차 한 녀석을 넘어뜨리고 뒤에서 오는 좀비의 대가리를 칼집으로 있는 힘껏 후려쳤다.


“흡!”


역시나 끄떡없는 모습을 보이는 좀비의 모습에 이결은 당황하지 않았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그래도 안 되면 세 번. 맞으면서 앞으로 걸어오는 그 녀석과 거리를 유지하며 똑같은 머리 부분만 계속해서 가격했다.


‘고통을 모른다고 해도, 뼈까지 튼튼한 건 아니잖아.’


그의 생각처럼 맞으며 다가오던 녀석의 머리가 찌그러지기 시작하고 칼집에 피와 머리카락이 엉겨 붙기 시작했다.

새어 나오던 피가 점점 많아지고, 녀석의 머리를 가격하던 칼집의 손끝에서 다른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끄어어어···.”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이결을 향해 뻗고 있던 손이 내려갔다.


“됐다!”

“꺄악!!”


그 순간 뒤에서 여수현의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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