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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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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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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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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파도[2]

DUMMY

“야! X새끼!”


여사원이 목놓아 소리쳤다. 갑자기 이름이 개X끼가 돼 버린 이사원은 빗물에 중심을 잃고 밑으로 떨어지던 중이었다.


-찌이익!


살고 싶은 마음에 뻗은 손에서 지푸라기와 같은 여사원의 겉옷이 잡혔다. 무게에 이기지 못하고 같이 휘말려 떠내려오는 옷이 창틀에 남은 유리 조각에 걸리며 그를 간신히 멈춰 세웠다.


“허억, 허억!”

“괜찮아요?!”


간신히 4층 끝에서 매달린 이사원을 보며 여사원이 소리쳤다. 다 찢어진 옷에 걸쳐 내려보는 땅은 굉장히 멀고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심장은 쪼그라들고 저릿하며 어깨에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안심할 틈도 없이 여사원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위, 위에. 위에!!”


배수관에 매달려있던 그녀가 손에 든 식칼을 뻗으며 이사원의 위를 가리켰다. 서둘러 옷에서 벗어나 외벽에 난간에 오르던 이사원 위로 수많은 좀비가 깨진 창문을 통해 손을 뻗으며 그를 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크윽!”


썩은 동태눈깔과 얼굴, 팔 어느 한 곳 성한 곳 이 없는 외형의 좀비들이 창틀에 상처가 나고, 피부가 찢어져도 침을 흘리고 이빨을 딱딱거리며 이사원을 노려봤다.

욕심이 많은 몇 좀비들이 그를 향해 창틀을 넘고 그것을 피해 외벽 난간에서 다시 여사원의 옷에 매달린 채 피하는 이사원. 그의 눈앞 외벽을 따라 빗물이 흘렀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빗물에는 붉은 핏물이 섞여 흐르고 비 비린내와 피비린내가 섞여 그의 코를 괴롭혔다.


“끄어어어어!!”


이사원의 시야에만 보이는 것도 어림잡아도 20마리. 밑으로 떨어지는 녀석들과 뒤에 보이지 않는 좀비들까지 합하면, 쉽게 40마리는 넘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들의 숫자가 아닌 자신의 위치였다. 다시 의지하게 된 옷자락은 언제 찢어져 밑으로 떨어질지 모를 상황이었다.


-쩌저적.


“?”


그때 세차게 들리는 빗소리를 뚫고 불길한 소리가 이사원의 귀에 들려왔다.


“뭐해요! 얼른 이리 와!!”


온몸이 비에 젖은 그녀가 불안하게 매달려있는 이사원을 보고 답답함에 소리쳤다.


‘나도 알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그도 얼른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상황을 알았지만, 상황이 그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방금 그 소리는 뭐지?’


그는 방금 들은 불길한 소리로 그녀가 아닌 좀비가 있는 위를 주목했다.


“크어어어.”

“케에에엒.”


아직도 손을 뻗으며 닿지 않는 이사원을 노리는 좀비들. 그 가운데에서 그들을 올려다보는 이사원의 눈이 세차게 내리는 비로 괴로워 잘못 보고 있는 것일까? 창틀 전체가 흔들거리며 울렁이는 모습이 보였다.


-쩌적. 쩌저적.


그리고 다시 들려 오는 불길한 소리.


“아.”


얼굴에 흐르는 빗물을 닦아가며 위를 본 그때 그는 깨달았다. 이 소리의 원인은 저것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창틀 소리였다는 것을···.


“X발.”


-쩌적! 쩌저적. 쩌적!


창틀 주변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외벽에 작은 파편들이 이사원을 피해 아래로 떨어지고, 모래 섞인 빗물이 그의 얼굴을 덮으며 그가 생각하는 징조는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젠장 이대로 가면···.’


이대로 창틀과 함께 외벽이 무너진다면, 자신도 무사할 수 없는 상황. 이사원은 서둘러 밑을 바라봤다. 높게 느껴지는 4층의 높이는 그의 생각을 굳게 만들었다.

밑은 안된다. 도저히 뛰어내릴 용기가··· 이사원은 빠르게 생각을 이어갔다.


‘안 돼. 만약 무사히 땅에 착지한다 해도 뒤떨어져 내릴 창틀을 피할 틈이 없어. 그대로 깔려 뒤지는 거야. 젠장. 어떡해야 하지?’


-쩌저저적!!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느껴진 지금. 정말 무엇이든 선택하여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이런 젠장!!!”


그는 더 이상 길게 생각하지 않고 재빠르게 오른쪽 난간으로 몸을 던지며 팔을 뻗었다. 그 모습을 본 좀비들이 흥분하여 더 날뛰기 시작하자 미세한 진동이 이사원의 손에서 느껴지고 그 순간.


-쿠구구구궁!

-쾅!!!!!!!!


건물 외벽과 함께 수많은 좀비들이 해일처럼 밑으로 떨어져 나갔다.


“크윽!!!”

“꺄악!!”


엄청난 굉음이 둘을 덮치고 흙먼지와 함께 온 이명이 이사원을 괴롭혔다.

소리가 잦아들자 서둘러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상황을 파악하는 이사원. 궂은 날씨에도 올라온 엄청난 흙먼지는 다시 빠르게 가라앉고 시야도 빠르게 맑아지기 시작했다.


“끄어어어어!”

“키에에에에에에엑!”


바닥을 보니 외벽과 함께 떨어져 나간 좀비들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 잔해물에 깔린 좀비들은 정말 죽은 것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그 외 더 많은 좀비들이 멀쩡히 일어나 자신들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젠장.”


차라리 다 죽길 바랐지만, 쉽게 죽지 않는 좀비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너져 버린 건물 외벽을 바라봤다.

시원하게 뻥 뚫린 외벽 밖으로 탕비실의 내부가 보였다.


‘···.’


그는 다시 밑을 보고 천천히 난간 위로 올라 떨어지는 체력과 비를 피하기 위해 탕비실로 몸을 움직였다.

벌레처럼 외벽에 붙어 조심스럽게 탕비실로 다가간 이사원이 고개를 먼저 들이밀며 내부를 확인했다.


“이 X발! 깜짝아.”

“키에에에에에!!!”


바로 앞에 남아있던 좀비를 보고 놀란 이사원을 향해 좀비가 울부짖었다.


“아 좀!!!”


잠깐의 쉴 틈도 없는 것일까. 한 마리가 울부짖자 주변에 있던 나머지 좀비들도 그에게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좀비를 보며 그는 서둘러 다시 외벽으로 몸을 피하고 사라진 사냥감에 어리석은 좀비들은 그대로 외벽 밖으로 몸을 던지며, 몸이 터지는 소리를 들려줬다.


-쿵!

-쿠구구궁.


“···.”


이대로 가면 좀비한테 물려 죽는 게 아닌 심장마비로 먼저 죽을 것 같았다.

떨어져 나간 좀비를 확인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다시 탕비실 안으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고개를 집어넣었다.

또 다른 잔류 좀비가 남아있을까 걱정 섞인 긴장감과 달리 날씨로 가라앉은 적막함만이 그를 맞이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탕비실. 안에는 그가 세웠던 탁자와 깨진 자동문 파편 그리고 그들이 물어뜯다가 남기고 간 강대리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


그가 조심스럽게 강대리 앞으로 다가갔다. 천장을 보며 눈도 못 감은 채 죽은 그의 모습. 내장과 살점이 뜯겨 나간 모습 속에서 누가 밟아 으스러트린 것인가. 부러진 뼈 마디마디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고 심하게는 신체 일부도 사라지거나 떨어져 나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좀비들과 달리 완전히 죽은 채로 변해있는 강대리의 모습. 심하게 훼손된 시신에 강대리가 맞나 의심이 들 수 있었지만, 목에 차고 있던 그의 피 묻은 사원증이 강대리 본인임을 나타내줬다.

파도가 지나간 적막함 속에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누군가는 역겨워 토를 하고 손을 떨며 그 자리를 피하겠지만, 이사원은 아무 거리낌 없이 조심히 그를 들어 벽에 기대고 눈을 뜬 채 죽어 있는 그의 눈을 감겨주며 합장으로 작은 애도를 표했다.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 밑으로 물이 떨어졌다. 그것은 빗물인지 눈물인지 이사원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끄윽. 아 다 젖었네.”


그때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원이 소리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하얀 셔츠 속에 드러난 몸매와 찢어진 치마 사이로 보이는 허벅지. 착시를 일으키기 쉬운 베이지색 속옷 밑으로 얇은 허리라인을 강조하는 여사원이 입에 식칼을 물고 빗물에 젖은 머리와 옷을 털고 있었다.


“므 므르그 읍으으?”

“뭐?”

“퉤, 뭐 말릴 거 없냐고요.”


식칼을 뱉으며 반말과 존댓말을 자기 멋대로 내뱉는 그녀에게 익숙해진 이사원이 고개를 돌려 복도를 바라봤다.


“저기요. 지금 무시해요?”

“조용히 해. 아직 더 있으면 어떡하려고.”


일리 있는 그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그녀를 뒤로하고 이사원은 조용히 일어나 복도로 다가갔다.

그런 그를 뒤에서 보던 여사원이 식칼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그의 등을 노려봤다.


‘죽여야 하나? 지금 죽일까? 죽이면 나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사원은 죽어 있는 강대리를 내려다봤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강대리를 보며 애도하던 이사원의 모습. 혹시 복수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먼저 죽여야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에 손이 떨려왔지만, 그 다음이라는 고민이 그녀를 막았다.

일부러 자신의 몸을 보여주며 환심을 사려 했지만, 관심도 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여사원은 괜히 자존심 깎인 화도 났다.


“걱정하지 마. 복수할 거였으면 진작에 했어.”

“?”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이사원이 말을 던졌다.


“복수 따위는 안 해. 의미 없더라고.”

“이미 해봤던 것처럼 말하네요?”

“···.”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여전히 적막한 복도를 바라봤다.


“···뭐, 당신이 과거에 복수를 했든 안 했든. 지금은 제가 어떻게 믿어요?”

“···?”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뭐, 뭐. 왜요?”


알 수 없는 그의 시선에 여자는 식칼을 양손으로 쥐며 그를 향해 겨눴다. 이사원은 그런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 오지 마요.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했어.”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네가 날 믿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널 믿어야 할 상황이야. 네가 날 설득해야 한다고 넌 칼도 있고, 그리고···이미 전과도 있잖아.”


그녀 앞에 선 그가 죽은 강대리를 내려보며 말했다.


“···그, 그래도.”

“야.”

“!!”


그는 순식간에 여사원의 칼 든 양 손목을 잡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컥!”


순식간에 당한 상황 속에 이사원이 여사원 위에 올라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양팔을 위로 잡아 올리고 또, 그의 나머지 한 손이 그녀의 목을 조르며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잘 봐. 죽일 거였으면 넌 이미 나한테 죽었어.”


목을 조르던 손이 뱀처럼 올라오더니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살려준다고 할 때 알아서 기어. 샹X아.”


놀란 마음에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흐르지 않게 애써 참는 그녀가 그를 노려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이사원은 그녀를 풀어주고 다시 일어나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하아. 하아.”


그가 멀어지자, 여사원은 막혔던 숨을 몰아쉬고 떨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며 방금 일을 회상했다.

정말로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는 이사원. 칼도 뺏지 않고 가볍게 자신을 제압하던 그의 능력과 억누르던 허벅지, 핏대선 팔뚝, 그리고 젖은 머리 사이에 보이는 그의 우수 젖은 눈이 생각났다.

여사원은 붉어진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숨이 막혀서였을까? 그녀는 홍조 띤 얼굴에 옅은 미소를 내뱉으며 사타구니가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


자신도 모르게 나온 미소와 감정에 그녀는 복도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 이사원의 등을 바라봤다.


‘······.’


곧 그녀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고 빗물에 정신이라도 차릴 겸 무너진 탕비실 외벽으로 다가갔다.

위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받아 열 오른 얼굴을 식히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진정시켰다.


“후···.”


어느 정도 진정된 그녀의 시선이 외벽 밑. 좀비들을 바라봤다.


‘저것들만 없었으면 강대리님도, 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하···.’


괜한 탓을 좀비에게 돌리며 한탄하던 그때. 그녀의 눈에 의문점이 들어왔다.


“응? 뭐지?”


그녀는 의문점을 확인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밑에 서성이는 좀비들을 내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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