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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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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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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것[2]

DUMMY

왜 이렇게 됐을까? 아무리 우리가 나쁜 짓을 하였다 해도, 그동안 회사를 위해 한 몸 썩혀가며 일을 했던 우리인데···.


온 주변 사방에서 붉은 경고등과 경고음들이 울려 퍼졌다. 살려달라는 그들의 애원 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정체 모를 괴물들의 목쉰 포효까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대리님··· 대리님··· 대리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정신줄을 놓고 있던 강대리 귀에 이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정신 차리세요!!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어떡하다니? 뭘?’


복도 중간에 있는 탕비실. 정신없이 도망친 곳이 탕비실이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입·출구 모두 카드로 인식하여 여는 탕비실이라면 저것들 또한 쉽게 들어오기 힘들 것이다.

불투명한 강화 유리 출입문 밖에 보이는 그림자, 그것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하나의 괴물이 이 사태로 만들었다.


그래 그 하나가···.


게임을 기다리는 시간. 가장 지루한 시간이었다. 싸이렌은 무슨 싸이렌인지, 평소와 다른 룰을 가져와 새벽까지 지루한 모니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시간과 정신을 빼놓는지 이사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교대로 돌아오는 일에 피곤이 몰려오고, 모니터 속에 그들의 지루한 행색들은 졸음을 가지고 오기 충분했다. 아무런 이슈도 없이 그저 숨기만을 발버둥 치는 벌레들, 다른 팀원들 역시 지루한 것인지 서로 잡담을 나누며 모니터실은 부산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사원은 이런 지루한 상황에도 열심히 모니터링하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강대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


그때 모니터실 뒤편에 있는 자동문이 열리며 다른 파트 ‘편대리’가 들어왔다. 평소같이 담배를 태우며 안면이 있던 얼굴인 터라, 먼 거리에도 한눈에 들어왔다.


“담배 피고 왔나 보네, 나도 지금 갈까?”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며 편대리를 바라보던 이사원의 눈에 이상한 점이 보였다. 점잖게 빼입은 정장 속 하얀 와이셔츠가 붉은색 피로 가득 물들어 있었고, 그 피는 편대리의 목에서부터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어···어?”


당황한 이사원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다. 달려가서 부축해야 할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야 할까? 강대리에게 말을 해야 할까? 피의 양으로 봤을 때 결코 작은 상처로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챈 것인지 편대리 주변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그에게 달려가 그의 상처를 확인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잠깐의 안도가 몰려오는 그때 모니터실에 비명이 꽉 차게 들려왔다.


“!!”


어수선함이 가득한 그들 사이로 비치는 두 사람. 편대리가 자신의 상처를 가장 먼저 확인해준 사람의 목을 물어뜯고 있었다. 당황한 사람들이 서둘러 떼어놓으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목의 살점이 뜯겨나가고, 편대리의 어깨를 잡고 뜯어말리던 또 한 명의 남자 직원의 손등 또한 그가 물어 상처를 입게 됐다.


“뭐야 미친!“


소란스러움에 강대리 또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편대리를 바라봤다. 걱정에 모여있던 인파 속 여직원들은 비명을 지르고 여기저기서 편대리를 제압함과 동시에 욕설이 오가고 있었다.


“저··· 저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그때 다른 여직원 하나가 소리쳤다. 가장 먼저 목을 뜯긴 남자 직원이 바닥에 누워 피거품을 물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 가쁜 호흡 속에 터질 듯 커진 눈과 피가 용솟음치는 목을 버려두고 자신의 손톱으로 얼굴과 목을 찢으며 허리를 비틀었다.


“다··· 다리 잡고 마사지 해!”

“다··· 다리?”

“얼른!!! 내가 옷 단추를 풀 테니까!”


단순 쇼크라고 생각한 과장 한 명이 명령을 내리고, 경기를 일으키던 남직원에게 붙어 옷 단추를 풀고, 목을 지압하며 피를 막기 시작했다. 명령을 들은 직원들이 발광하는 그의 다리와 팔을 잡고 힘으로 누르며 연신 주무르기 시작하자 효과가 있는 것인지 방금까지 발광하며 경기를 일으키던 직원이 차분해지며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구, 구급상자!”


이제 한시름 놓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과장이 서둘러 구급상자를 찾으러 일어나려는 순간, 죽은 듯 누워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과장의 얼굴을 물어뜯었다. 순식간이었다.

광대가 뜯겨나간 과장이 드러누우며 신음을 토했고,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서 다시 여직원의 비명이 들렸다. 고개를 돌린 직원들 눈에는 손등을 물렸던 직원이 여직원을 덮쳐 목을 뜯어 먹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공기가 내려앉으며 너도나도 잘못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까와 달리 목을 물린 채 발버둥 치며 우는 여직원이 살려달라 손을 뻗어도, 그 자리에 그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제일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김사원이었다. 그는 나서기를 좋아하면서 눈치가 빠른 인간이었다. 상황 파악을 끝내기도 전, 여직원이 물리는 동시에 잘못됨을 깨달은 그는 뒤돌아 도망을 치려 했지만 김사원의 눈앞에 편대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보랏빛 피부와 잿빛으로 덮어져 있는 눈이 꼭 시체와 같았다.


“어?”


-콰직!


그는 순식간에 김사원의 코를 물어뜯었다.


“끄악!!!!!!!”


뜯겨나간 코를 부여잡고 김사원이 쓰러지자 그제야 얼어붙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출입문 쪽은 아비규환이 되며 처음부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사원은 얼어붙은 채 현재 상황을 부정하고 있었다.


“이사원!!”


그때 강대리가 그를 흔들며 부르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야!”


-짝!


정신 못 차리는 그의 뺨을 강대리가 후려쳤다. 뺨이 얼얼해지자 그는 정신을 차리며 뜨거운 뺨을 어루만졌다.


“아···.”

“정신 차려. 뭔지 모르지만 도망가려면 지금이야. 봐봐.”


그는 손을 뻗어 출입문을 가리켰다. 하나뿐인 모니터실 출입문 주변으로 잔뜩 모여있던 그것들. 꼭 광견병 걸린 것 같은 그것들이 밑으로 도망간 사람들을 쫓아 흩어진 상황이며 몇몇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얼른!”


먼저 서류 가방을 챙기고 앞서 나가던 그가 손짓으로 재촉하자, 주변에 상황에 또 넋을 놓던 이사원이 정신없이 그 뒤를 따라 출입문으로 뛰어갔다.

카드를 찍으니 자동문이 열리며, 환한 복도가 나왔다. 무사히 도망쳤다는 안도감도 없이 평소와 다른 복도 분위기에 이사원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여기저기 얼룩져 있는 핏자국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우측 복도를 보니 먼저 나갔던 직원들을 쫓으며 덮치는 미친 인간의 모습. 편대리의 모습과 흡사하며 더 잔인한 풍경이었다.


“젠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강대리가 괴물이 보이는 반대편 방향으로 이사원을 밀었다.


“뛰어!“

“아, 네!”


-위잉


“끄아아악!”


그 순간 방금까지 모니터실 안에 있던 편대리가 도망가려는 직원 등에 매달려 그의 얼굴을 물고 모니터실에서 빠져나왔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의 모습에 강대리와 이사원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제··· 젠장!”


강대리를 본 편대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간신히 자신의 가방으로 그의 얼굴을 막고 있는 강대리를 보며 이사원은 얼 타기 시작했다.


꿈인가? 꿈일 것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사원!!!!”


그의 정신을 다시 깨운 것은 선임의 호통이었다.


“네, 네!”

“정신 차려!”

“네!”


‘X발. X신아! 정신 좀 차려라.’


그는 자신의 뺨과 굳어 버린 다리를 때리며 움직일 것을 재촉했다. 선택해야 했다. 선임을 버리고 혼자 도망갈 것인지, 지금 그를 도와서 함께 도망갈 것인지. 이사원은 뒤를 돌아 도망갈 곳을 물색했다. 30M 앞 복도 모퉁이를 돌면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나오지만, 모퉁이 저편에서 공격당하며 나오는 사람 하나가 그의 생각을 바꿨다.


“으아!!! 이 X발놈아!!!!”


그는 강대리와 씨름하고 있는 편대리의 옆구리를 발로 차며, 강대리를 도왔다.


“대리님 이쪽!”


순간의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이사원을 따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간 곳은 멀지 않은 곳. 모니터실 바로 옆 탕비실이었다. 이사원은 서둘러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사원증으로 카드 인식을 하고 탕비실의 자동문을 열었다.

하지만 잘 열리지 않는 자동문. 탕비실 안에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그 그림자는 안간힘을 쓰며 자동문이 열리는 것을 막고 있었다.


“X발 뭐야!!”

“꺅!”


흥분한 이사원이 자동문을 발로 차며 힘으로 밀자 안쪽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곧 문이 열리고 혼자 넘어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사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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