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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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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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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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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분기점

DUMMY

새벽의 스산함에서 자유가 느껴진다.


홀로 젖어있는 땅을 맨발로 밟으며 산을 내려가는 4786. 안개 낀 새벽 산기슭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보인다, 그리고 들린다.’


구름이 달빛을 가리고, 적막한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는 깊은 새벽 속에서 그는 대낮에 활동하는 것보다 더 자유롭게 달리고 있었다.

가죽옷을 걸쳐 입은 4786. 자신의 발을 항상 지켜주던 구두도 답답하여 벗어던지고 맨발로 이 땅을 밟았을 때. 그는 동굴뿐 아니라 세상에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자유 함을 느꼈다.


“···.”


답답했던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홀가분한 느낌.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몸이 가볍다. 힘이 넘친다.

알 수 없는 힘이 넘치는 그가 나무 위를 올려다봤다. 지금이라면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가벼워진 몸을 띄우며 가깝게 붙어 있는 나무들의 기둥을 발로 차 3번의 도약을 끝으로 너무 쉽게 나무 위에 안착했다.

자신만 밝게 보이는 밤하늘 아래에서 그는 자신의 손을 펼치고 내려다보며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역시 나는 사람이 아닌 걸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가질 수 없는 탄력과 힘 그리고 시거리.


“그어어어어어.”


자신의 모습을 그리던 그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전방을 내려다봤다.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녘 밑에 갈 곳을 잃어 울고 있는 좀비들이 보급 상자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


이미 그때, 모든 것들을 유인하고 아무도 없을 거라고 확신한 보급 상자 앞에는 수많은 시체와 좀비로 변한 시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욕심이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탐을 내어 가져온 다른 참가자들의 최후의 모습이었다.

좀비들의 숫자는 그때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지만, 4786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그의 기준. 근자감이 그의 마음속에서 자리 잡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보급 상자 앞에 자리 잡은 4마리의 좀비들을 향해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검은 구름 밑에서 빠르게 나무를 옮겨가는 그의 모습은 사냥감을 발견한 검은 부엉이, 밤새와 같았다.

날지 못하는 그가 나는 것과 같이 빠르게 달려갔다. 들리지 않는 그의 발소리에 쉽게 흔들리던 나뭇잎도 떨림을 멈추고, 흔들림이 잦아들었다.


눈을 감고 달려도 느껴지는 나뭇가지의 움직임. 숲과 하나가 된 듯 그는 모든 것을 느끼며 보급 상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어어어어.”

“···.”


어느새 바로 위까지 다가온 4786이 밑에서 울고 있는 좀비들의 뒤로 뛰어내렸다. 소리에 예민한 그것들의 귀를 속일 정도로 소리 없이 내려온 그가 좀비의 뒤에 섰다.


*****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밤하늘 아래에서 그저 울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허기짐이 고통처럼 다가오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울며 서성이는 것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등 뒤에서 느껴오는 서늘한 기운과 동시에 내가 보고 있던 세상이 거꾸로 뒤집혔다.


-으드득.


좀비의 등 뒤로 다가간 4786이 그것의 목을 잡고 꺾어 버렸다. 너무나 쉽게 목이 부러지고 좀비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진정한 죽음으로 돌아갔다.

좀비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4786의 존재를 확인한 다른 좀비들이 하나같이 울부짖었다.

그리고 또 한 마리. 그것들이 먼저 달려들기 전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좀비의 바로 앞까지 순식간에 다가가, 그것의 명치를 주먹으로 지르고 팔꿈치로 턱을 올려 쳤다.


“쿠에에!!”


4786의 공격에 고개가 위로 꺾인 좀비가 울부짖자 4786은 좀비의 얇은 무릎을 발로 차 자세를 무너뜨리고 주저앉은 그 녀석의 고개를 잡고 방금과 같이 꺾어 버렸다.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한 두 마리가 그대로 죽음으로 돌아가고 남아 있던 좀비들이 동시에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


맨손으로 2마리를 상대하기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 4786은 먼저 다가오는 좀비의 명치를 오른발로 후려치고, 그대로 검은 숲 안으로 들어갔다.

넘어진 좀비를 제외한 좀비들이 흥분하여 그의 뒤를 쫓아갔다.


“끄어어어어어우.”


분명 바로 따라 들어왔다고 생각한 좀비가 사라진 4786의 존재를 찾지 못하고, 숲 안에서 고개만 돌리고 있었다. 그때 데자뷰와 같이 등 뒤에서 서늘함이 느껴지고 순식간에 좀비가 보던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을 끝으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죽었다.


“쿠에···.”


뒤따라온 나머지 좀비. 그것은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기다리고 있던 4786의 손에 목덜미가 잡혀 나무에 등이 막혔다. 닿지 않는 발과 손톱을 세우며 그에게 반항하지만, 전보다 탄탄해진 그의 잿빛 피부에는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


그대로 좀비의 목을 꺾어 버리고 싶었지만, 목을 졸라 호흡을 없애는 게 좀비들에게 효과가 있나 궁금해진 4786이 좀비의 저항을 받아주며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10초, 20초··· 30초.’


시간이 지나고 보랏빛과 초록빛이 겉돌던 좀비의 얼굴색이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저항하며 휘젓던 팔이 느려졌다. 그렇게 또 50초를 넘기고 1분이 됐을 때, 좀비의 팔이 맥없이 툭 떨어지며 아무런 움직임도 내지 않았다.

목을 놓고 바닥에 던져도 다시 일어나지 않는 좀비. 일반 사람보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효과는 있는 게 확실했다.


‘이제···.’


어둠 속에 헤쳐나오는 4786의 모습. 그는 고개를 돌려 보급 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상자에 달려 있는 손잡이를 잡아당겨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


내용물을 확인한 4786은 천천히 그것을 꺼내 손에 쥐었다.


*****


“으따따따따따.”


이른 새벽. 아침에 해가 뜨고 미다스에 빛이 내려앉았다. 동굴 안쪽에서 모여 자고 있는 그들 가운데 엄청난 소리를 내며 그가 자신의 기상을 알렸다.


“어이구, 딱딱한 곳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다덜 인나. 뭐혀.”


가장 먼저 기상하여 요란을 떠는 것은 털보였다.


“어이! 동생! 간밤에 잘 잔 겨?”


그는 일어나 모닥불 주변에서 자고 있던 일행들을 대충 깨운 뒤 곧바로 4786이 자고 있던 천막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 천막 안에 4786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털보는 당황하며 급하게 천막 밖으로 나와 일행들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어이! 꼴통. 동생 못 봤어?”

“으에?”


민준이가 졸린 눈을 비벼가며, 털보를 바라봤다.


“흐암~ 47 아저씨요? 천막에 없어요?”

“없으니까 묻지!”

“왜, 왜 화를 내요. 몰라요. 잘 찾아봐요.”

“아니, 눈도 안 좋은 놈이 어딜 간 겨! 어이 한나, 너도 못 봤어?”


털보의 소란스러움에 천천히 일어난 그녀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땅만 바라봤다. 이상함을 감지한 털보가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숨기려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이! 동생 못 봤···.”


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

“···.”


여전히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곤 털보의 시선을 피해 다시 땅을 내려봤다.


“이런 씨X럴! 왜 말을 안 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그가 서둘러 동굴 입구에 있는 줄 사다리를 타고 절벽 위로 올라갔다.

가장 가깝고 두꺼운 나무에 묶여 동굴 입구까지 내려온 줄사다리. 흔들거리는 사다리는 조심히 밟으며 위로 올라가자 탁 트인 하늘과 가까운 산 중턱 절벽이 그를 맞이했다.


“하아··· 하아···.”


절벽 위에 올라온 털보가 눈앞에 보이는 검은 미다스의 숲속을 바라봤다. 바로 30M 앞도 보이지 않는 숲 안에서 그는 열심히 눈을 굴렸다.


“소변을 보러 갔으면 주변에 있것지 동생! 그치!? 있으면 대답해봐!”


그는 보이지 않는 숲 안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혹시 있을지 모를 4786을 생각하며···.


“동생!!!! 사칠 동생!!!! 있으면 대답해보라고!!!”


그가 다시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와 같은 메아리뿐이었다.


“이런 씨X럴!!!! 왜 너도 말이 없는 겨!!! 왜! 왜!! 동생!!!”


그의 분노 섞인 외침이 산을 울리고 메아리치며 미다스의 있는 두 개의 산맥 곳곳에 퍼져갔다.


같은 시각. 어딘가에서 있는 4786 귀에 그의 메아리가 닿았다. 자신을 애타게 부르며 찾는 털보의 목소리가 두 번, 세 번 들려오고 눈을 들어 소리가 퍼진 산 중턱을 바라봤지만, 곧 다시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다.

그렇게 그는 타워로 가기 위해 자신들의 일행을 버리고 숲 나무 위에서 자신만의 어두운 밤, 아침을 피하고 있었다. 오직 타워의 지하로 가기 위해···.


“하아··· 하아··· 동생.”


털보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와 혼자 궁상을 떨고 있는 한나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인나.”

“···.”

“인나라고!!”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니 알고 있었지? 간밤에 동생이 나간 거. 알고도 안 말렸지?”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떨구고 있는 한나에 화가 난 털보가 그녀의 멱살을 부여잡고 강제로 일으켰다.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주변 일행들이 그에게 달라붙어 말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왜 그래요.”

“놔요! 미쳤어요?”

“익! 익!”


털보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당기는 민준이와 양팔을 잡고 내리려는 신 자매. 그럼에도 털보는 꿈쩍하지 않고 한나를 들어 올려 무섭게 노려봤다.


“미안···.”

“미안? 지금 미안이란 말이 나와!!! 이런 씨x럴 진짜!”


그녀의 표정을 본 후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온 털보가 그녀의 멱살 쥐던 주먹을 풀며 그녀를 바닥에 떨궜다.


“왜! 안 말린 겨! 가뜩이나 눈도 안 좋은 동생을 왜! 말 좀 해봐! 말 좀!”


그의 험악한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말리던 민준이와 신 자매도 자연스레 숙연해졌다. 이미 털보가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한나의 분위기와 털보의 절규로 4786의 실종을 눈치채고 있던 그들도 한나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있을까?···.”

“뭐? 뭐라는 겨! 크게 말 혀!!”

“우리가··· 내가··· 47을 말릴 자격이 있을까?”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땅으로 떨어졌다.


“뭐?! 자격? 뭔 자격? 동생 말리는 것도 자격증이 필요한 겨?”

“나 때문에··· 처음 만남 때부터 나 때문에 죽을 뻔했어. 그러다 또 죽을 뻔하고 눈도 안 보이게 되고 몸도 변해버리고, 내가··· 옆에 내가 있어서 항상 망가지는데 어떻게 잡냐고!!! 어떻게! 어떻게!!!”


그녀는 자신도 알지 못하고, 정리 안 된 마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녀의 절규가 동굴을 울리고 그 말은 들은 일행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털보를 제외하곤.


“염병 첨병 싸고 있네.”

“뭐?”

“넌 지금 네가 사칠 동생 생각하고 있는 줄 알지? 착각하지 마러. 닌 그냥 니 생각뿐이여. 진짜 사칠 동생 생각한다면 잡았겠지. 욕을 처먹던, 자신을 미워하던 간에 말여.”

“너가 뭘 알아.”

“알다마다. 솔직하게 말해 이X아. 그냥 무서운 거잖아. 주인한테 미움 받을까봐, 버림받을까 봐. 지금 니 꼬라지 봐봐. 그냥 주인 잃은 개X끼구먼. 뭔 자격 타령을 하고 있어.”

“···.”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나 그녀도 알고 있었다. 새벽이 짙은 그 밤에 영감과 대화 후 홀로 떠나려는 4786을 봤음에도 그를 말리지 않은 것은 그녀가 자신이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또,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못 하는 한나를 바라보며 털보는 이어서 말했다.


“나는 배신이 곧 죽어도 싫어. 내가 여기 왜 들어 왔는디. 배신당해서 들어온 겨. 지금 니가 한 것도 배신이여. 알어? 됐고, 이제 말 혀. 나 혼자라도 동생 찾으러 갈려니께. 어디로 갔어?”

“······정말 47이 널 밀어내고 욕해도 넌 혼자 갈 거야?”

“이. 갈겨. 죽인다 해도 따라가야지.”


그녀는 고민을 표정에 그리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까와 달리 그녀에게 시간을 주며 털보는 한나의 고민을 기다려줬다.


“···노인.”

“뭐?”

“저 노인이랑 대화 후 4786은 타워로 갔어.”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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