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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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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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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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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피냄새[2]

DUMMY

“끄어어어어어.”


새벽바람을 타고 코끝을 자극하는 향긋한 냄새가 그들을 자극했다. 수면 상태에 있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 고개를 들고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에 집중했다. 곧 그들은 침을 흘리며 달콤한 향기의 근원을 향해 다리를 움직였다.


“끄윽···.”


기절했던 더듬이가 눈을 뜨고 나무 동굴을 안을 살피며 사라진 이결과 여수현을 찾았다.


“어, 어, 어디 갔어! 어, 어, 어디 갔어!”


등가가 축축하다. 화상 입은 것 같은 뜨거운 고통이 아직도 그의 등을 괴롭혔다.


내가 꼭 이 두 X놈들을 잡아서 고문하고 죽여버리리라.


분노에 가득 찬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복수를 다짐하는 그때. 밖에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킁. 킁.”


짐승인 것일까? 나무 주변 땅의 냄새를 맡아가며 다가오는 걸음걸이. 문제는 그 걸음의 숫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뭐, 뭐야.”

“끄어어어어어!”

“히익. 조, 조, 좀비?!”


놀란 그가 소리를 내자 소리를 들은 짐승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좀비가 나무 동굴 주변으로 둘러싸고 있는 것일까?

밖의 상황을 알 수 없는 더듬이의 귀에는 뛰어다니는 그것들의 발자국 소리가 울리고 숨소리와 울음소리가 나무 동굴까지 울리며 그를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아, 안 돼. 안 돼!”


뒤에는 통로가 없었다.


“끄어어어어어어!”


다시 한번 소리를 확인한 좀비들이 밑에서 나는 소리와 향긋한 냄새를 쫓아 몸을 숙이고 나무 동굴로 들어오는 입구를 향해 얼굴과 팔을 구겨 넣었다.


“오, 오, 오지 마! 오지 마!”

“키야야야야야야!!”


마지막 반항으로 그가 두꺼운 발로 나무 동굴로 들어오려는 좀비의 면상을 찼지만, 좀비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물량과 힘으로 밀고 들어오며 그의 앞까지 다가왔다.


“아, 안 돼!!! 안 돼!!!!!!!!!!!”

“끄어어어어어어어!”

“키야야야야!”


좁은 굴 안에 더듬이 한 명과 뒤엉킨 좀비 5마리 그리고 또 6마리. 벗어날 수 없는 그곳에서 더듬이들 그것들에게 자신의 살을 내주기 시작했다.


“아, 아파! 커억! 아니, 살려··· 컥!”

“끄어억!”


허벅지랑 아랫배가 뜨겁다. 보이는 것일까, 안 보이는 것일까? 이들은 자신의 어디든 상관없이 물어뜯고 내 살을 취한다. 팔뚝이 뜯겨 나가고 얼굴이 뜯겨 나간다. 이곳에서 느끼는 고통을 또 느낄 새도 없이 또 다른 좀비가 물며 다른 곳에 고통을 준다.


“끄···끄악!!!”

“쿠어어억!”

“끄억!”

“키야야야!!”


그가 마지막으로 소리치며 발버둥 쳤지만, 작은 나무 동굴 안 허용 인원을 가득 채우고도 이미 넘은 그곳에서 더듬이는 수 마리의 좀비에게 동시에 생살이 뜯기고 곧 밖에서 밀고 들어오는 좀비의 압력을 버티지 못해 깔려 죽었다.

그의 피가 땅에 스며들고 그를 지켜주던 나무는 그의 피를 양분 삼아 삼켰다.


*****


더듬이가 죽기 전.

달빛이 스며들어오는 풀숲.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벌써 맡았나?!”

“어디로 가요?”


다급한 여수현이 소리치고 이결은 서둘러 주변을 살피며 무엇을 찾고 있었다.


“분명 여기쯤이었던 거 같은데.”

“뭐해요! 도망 안 가요?”


‘도망? 사방이 어둠이다. 지리적으로도 알지 못하고 또 갈 곳도 없는 우리가 도망? 어디로?’


밤을 알리던 밤새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고요했던 숲에 알 수 없는 짐승의 숨소리로 가득 채워지며 가까워져 갔다.

감시대 위에서 봤던 풍경. 모든 나무가 흔들리며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좀비들이 한 번에 이동하던 그 모습. 그 재앙 속에서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 이결이 알기로는 일단 이 땅에서는 도망갈 곳은 없었다.


“기다려봐! 분명 여기쯤이었어!”


다급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고 이결의 행동은 더욱 빨라졌다. 답답함을 안고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여수현. 손에 들고 있는 더맵의 화면을 보며 그녀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이, 이결씨! 이거! 이거 좀 봐요!!!”

“!!”


고요하던 더맵의 화면에 빼곡히 생겨난 점들. 숫자도 셀 수 없을 정도 겹쳐있는 점들이 더맵 중앙 화면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이러다가는 선착장의 배는 물론 내일의 해도 보지 못하고 죽을 위기였다.


“이결씨! 이결씨!!!”


계속해서 도망을 가지 않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그를 보며 뒤에서 여수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찾았다!!”


그가 찾은 것은 낮에 봤던 나무 위에 걸려있던 넝쿨이었다.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던 넝쿨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그의 눈에 떡하니 보였다.


“야! 이리 와! 얼른!”

“그게 뭔데요.”


‘나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이게 우리 생명줄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넝쿨. 이 또한 어떠한 참가자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 생각한 이결은 많은 생각 할 필요도 없이 서둘러 모든 짐을 챙기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이결씨!”


곧 그가 손을 뻗어 나뭇가지를 잡고 그 위에 자리 잡았다. 먼저 올라갔던 그의 모습이 빠르게 안 보이자 밑에서 여수현이 그를 불렀다.


“야! 밧줄 잡아!”


나뭇가지에 가려진 시야 넘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네? 네!”

“꽉 잡아!”

“꺄악!”


그녀의 얇은 팔로 밧줄을 오를 힘이 없을 거라 판단한 이결이 먼저 나무에 올라 그녀를 끌어 올렸다. 다만 문제는 그의 힘뿐만 아닌, 밧줄을 버티는 것도 그녀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잠깐이면 됐다. 조금만 참고 붙잡고 있으면 이결이 올려 줄 수 있었다.


“끄어어어어!!”


그때 수만 대군과 같은 좀비떼의 그림자들이 그녀의 눈앞에 보였다.


“이결씨!”

“조용!”

“흐읍!”


뒤늦게 그녀가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좀비들은 그녀을 인식했다.


“끄어어어어어!”

“꺄악!!”


밑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비명.

매섭게 달려드는 좀비들의 모습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다시 비명을 질렀다. 흔들리는 밧줄을 강하게 부여잡고 이결은 서둘러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


좀비들이 이빨을 들이밀며 그녀에게 뛰어왔다. 나뭇잎에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반사되는 수많은 안광과 이빨이 새하얗게 보이며, 그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방금까지 지르던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얼굴이 사색이 된 그녀는 사후 경직이 된 시체처럼 모든 근육이 굳으며 밧줄을 강하게 붙잡았다.


“끄어어어어어어!”


그녀의 비명이 사라지자 이결은 밧줄을 올리는 속도를 높였다. 빠르게 올라가는 여수현 앞으로 좀비가 도약을 했지만, 그의 이빨은 닿지 않고 애꿎은 팔만 휘두르며 그녀의 허벅다리만 한 대 때렸다.


“읍!”


그녀의 소리가 들려오고 곧 가려져 있던 나뭇잎 사이로 그녀의 머리가 나타났다.


“야! 괜찮아?”


이결이 말했다.


“···.”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이결. 여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결이 있는 가지 아래까지 왔음에도 그녀는 밧줄을 놓지 않았다.


“야, 야. 괜찮아?”

“···이, 이결씨?”


굳어 버린 그녀를 이결이 안아 올리고 끝까지 밧줄을 놓지 않는 그녀의 손을 이결이 부여잡고 말을 걸자, 넋 나갔던 그녀의 초점이 돌아오며 이결을 알아봤다.


“왜··· 왜! 이! 이!”

“아. 잠깐, 조용. 아.”

“무서웠다고요! 무서웠어!”


이결의 품에 안긴 그녀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치고 품에 안기며 더 많은 눈물을 쏟았다.

오후에 좀비와 함께 엎어지며 씨름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굳어 우는 모습을 본 이결은 밑의 심각성을 그려내고 일단, 그녀를 진정시켰다.


“아, 잠깐 일단 진정해봐. 밑에 좀비들 올라오면 어떡할 거야.”

“······흡.”


좀비가 올라온다는 말에 어린아이처럼 조용해지는 여수현.


“진정됐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좋아. 그래도 일단 살았잖아.”

“···.”


그녀는 또 아무 말 없이 그를 노려봤다.


“···.”


이결은 그런 그녀에게 대꾸하지 않고 밑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급하게 가방에 욱여넣은 더맵을 다시 꺼내 밑의 상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표정은 사색이 되며 굳어졌다.


“왜 그래요.”


그의 표정을 본 여사원이 더맵의 화면을 바라봤다.


“허억!”


화면의 모든 것이 초록색 점으로 가득했다. 아니, 점이 맞을까? 겹치고 겹쳐 이미 화면 전체가 좀비의 존재를 알리는 초록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둘은 화면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여기서 떨어지면, 그대로 좀비의 밥이었다.

여수현이 다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방금 전 보았던 수많은 좀비 떼들. 그들에게 산 채로 먹히는 끔찍한 상상이 머리에 드니 몸이 자연스럽게 떨려왔다.

지금껏 최대한 강한 척을 하며 버텨 온 이결도 겁이 나는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나무 위에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제부터다.’


이제부터였다. 지금껏 위기 뒤에 위기가 계속 찾아왔지만, 방법을 찾았던 그가 또 생각했다. 너무 울창해 해괴하다고 생각했던 숲. 오히려 이 상황이 되니, 서로 뒤엉켜 있는 나뭇가지들이 반갑게 보였다.


“야.”

“네, 네?”

“지금부터 나뭇가지 타고 이동할 건데 너 따라올 수 있지?”


이결의 말에 그녀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너무 어두워서 지금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땅 밑을 걸을 땐 어둡다는 조건이 같아도, 나무 위에서 어두운 것은 굉장히 위험했다. 떨어질 일 없던 땅. 하지만 여기는 떨어질 위험도 많다. 거기다 한번 떨어지면 그대로 끝. 다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


그녀의 말에 이결은 생각했다.


‘그럼에도 가야 한다. 지금 이대로 낮까지 버티는 건 체력적인 소모가 너무 심하고 자칫 저것들이 나무 위를 올라올 수 있지 않나.’


주변을 둘러보던 이결은 자신들이 방금 잡고 올라온 넝쿨 밧줄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여수현의 식칼을 꺼내 나무에 질끈 묶여있던 부분을 잘라내고, 자신의 허리와 여수현의 허리를 묶었다.


“난 안 떨어질 자신 있거든? 이렇게 하면 네가 떨어져도 내가 다시 집어 올릴 수 있어. 가자.”

“···.”


그녀는 자신의 허리와 이결의 허리에 묶여 연결된 넝쿨을 내려봤다.


“내가 먼저 앞장설게.”

“···.”


다시 앞을 보니 역시나 어두운 숲 안쪽. 빼곡한 가지 위로 나 있는 나뭇잎들. 당장 5m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네.”


그녀는 그를 믿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가자.”


사실 이결도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는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끄어어어어!”


그들을 놓친 좀비들이 밑에서 나무를 흔들며 포효했다. 두꺼운 나무가 흔들리고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끄윽!!”


가지 위에서 느끼는 흔들림은 땅이 갈라지는 지진처럼 느껴지고, 간신히 잡은 중심은 계속 흐트러졌다.

그 순간.


“어, 어디 갔어!!! 내가 주, 죽여버릴 거야!!!!!”


기절했다 일어난 더듬이의 소리가 숲을 울렸다. 바로 위에 사냥감을 위해 나무를 흔들던 좀비들도 보이지 않는 사냥감보다 방금 울린 소리에 집중하며 고개를 돌렸다.


“끄어어어어어어.”


그들이 소리가 난 나무 동굴로 달려갔다.


“지금이다. 가자!”

“네.”


둘은 작게 소리치며,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좀비들이 가득한 숲에 더듬이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좀비들의 숨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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