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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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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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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여수현[2]

DUMMY

세간에는 이런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정신병이라 치부하며, 배제했다.

그들은 사랑이라 했고 남들은 집착이라 말하였다. 그렇다. 남들과 다른 사랑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또 말하였다. 그들도 똑같이 당하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란 것을 알 것이라고, 그들도 또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그런 사랑(집착)을 받고 싶어.’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 자신이 맡았던 환자에게···.

그는 오로지 그녀를 고집했고, 집착했다. 그녀만이 오로지 그를 감당할 수 있었고, 처방을 도와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섭고 피곤이 쌓여 기피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집착이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별해지는 순간, 그 순간들이 쌓여 찌들어 있던 그녀의 세상 속에 그 남자는 따스한 빛과 같은 존재가 됐다.

화창한 날 뒤에는 흐린 날이 오는 것 같이 가끔은 그녀를 못 알아본 그가 달려들어 그녀를 눕히고 목을 조르며 무섭게 다가왔지만 상관없다. 손끝에서 오는 그의 사랑이 그녀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괜찮아.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어. 괜찮아. 아픈 거지? 괜찮아 이리와···.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싸 안으며 위로하곤 했다. 어린아이처럼 그의 품에 안긴 그에게 그녀는 더 큰 사랑을 느꼈다.


‘내가 다 해줄게. 나한테만 의지해.’


남들은 그를 기피 했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래, 우린 서로 사랑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병동에 새로운 간호사 왔다. 피부가 몹시 하얗고 고운 여자였다. 그녀 또한 아름답고 예뻤지만, 이목구비가 확실하고 청순한 새로운 간호사의 모습이 주변을 밝게 만들어주었다.


밝고 싹싹한 여자의 모습.


상관없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그 여자를 좋아해도 단 한 사람, 그이만 자신을 사랑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여느 때와 같은 날. 그를 위해 병실로 들어가기 전 그 여자와 함께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병실 안쪽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마음에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안 돼. 그이만은···그이만은 이렇게 뺏길 수 없어.


그녀는 병원의 비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방되지 않은 약을 그에게 스스로 처방하고 정신이 어지러운 그에게 항상 속삭였다.


“나 사랑하지? 나만 사랑하지? 나만 사랑 할거지?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 그렇지? 나만 바라볼 거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점점 피폐해져 가는 내 남자의 모습 속에서 나를 노려보는 그X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X이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 들킨 건가?


비번이 겹친 밤. 그X을 밖으로 꼬드겨냈다. 마치 자기가 나를 부른 것 마냥, 강하게 경계하며 당당한 그X의 모습.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고 나를 협박한다. 내 남자를 그만 괴롭히고 자수하라고.


씨X년. 뭐 괴롭혀? 자수? 이건 내 사랑이야. 내 거라고! 내가 만만하지?


그X의 얼굴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렸다. 눈 시린 고통에 몸부림치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그X의 머리를 벽돌로 후려쳤다. 기절한 것인지 움직이지 않는 그X을 챙겨 집으로 데려갔다.


아···. 아직도 생생하다. 나를 보며 시건방을 떨던 그 얼굴. 그X 얼굴을 도륙하니, 건방지고 당당하던 표정이 바들바들 떨리 시작했다. 온몸을 부들거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 내 남자를 꼬드긴 그 예쁜 허벅지를 찌르고 잘라 버리려 했지만, 내 힘이 부족하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X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슬슬 지겨워질 때 즈음 끝내려고 하니, 자기 부모님을 찾는다. ‘엄마···엄마···.’ 풉! 그런다고 네 엄마가 너를 살려줄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시끄럽게 울며 징징대던 여자의 모습.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것인가? 그도 이런 모습에 그렇게 웃어 준 것일까?


“아, 아. 음! 음! 사···살려주세요! 제, 제발요···제발···. 어머, 좋은 아침이에요 오쌤! 김쌤도 안녕하세요!”


이렇게 하는 건가?

울며 죽어있는 그년의 얼굴을 보니, 나보다 조금은 이쁜 것 같다.


“눈이랑 코만 좀 만질까?”


안 되겠다. 연차를 내고, 병원부터 가봐야겠다. 조금 더 예쁜 모습으로 그를 찾아가야겠다.


사라진 간호사의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연차를 내고 병원에 있는 동안, 수사망은 점점 그녀를 향해 좁혀 오고 있었다.

잔 붓기가 남았지만, 얼른 그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이른 출근을 했다. 하지만 그녀를 반기는 것은 그 남자가 아닌 직장 동료들과 경찰.


‘아 안 되는데, 얼른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경찰이 그녀를 잡고 마스크를 벗겨 얼굴을 확인했다.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은 그녀의 얼굴에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놀라게.’


그들이 확인한 그녀의 얼굴에서 죽은 간호사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녀는 놀란 그들을 뒤로하고 남자를 한 번만 보겠다며 애원했지만, 그들에게는 자비란 없었다···.


거울이 하나 없는 추운 감옥에 갇히고 하루, 이틀 그이를 못 보며 지내고 있을 때. 검은 회사라고 하는 알 수 없는 회사의 직원이 그의 소식과 함께 내 앞에 왔다. 그의 소식이라는 반가운 마음에 그들을 맞이 했지만, 그때 난 내 빛을 잃고 말았다.


그가 죽었다. 병실 안에서 스스로 목을 걸고···.

죽었다. 내 햇살이. 내가 죽였다. 내가 죽인 거다. 내가 그 곁에 있었으면··· 내가 계속 있었으면··· 난 그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 내가 죽인 거다. 내가···.


갑자기 나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박미현씨. 당신을 저희 검은 회사에서 스카웃 하려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있는 이 교도관도 이 나라의 법도 모든 것이 회사 아래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하시면 당신도 그들 위에 있는 것입니다.”


그이 소식을 들고 온 직원이란 사람이 말한다.


‘그래, 나는 오늘 그와 함께 죽었다. 그와 함께 나도 죽은 거야···.’


“어떡하시겠습니까? 박미현씨.”

“···에요.”

“네?”

“박미현이 아니라, ‘여수현’이에요. 제 이름.”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 그녀가 죽은 간호사의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 대답을 들은 검은 회사 직원. 그는 대답에 만족한 듯 소름 돋게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여수현’이 당당하게 교도관을 도움을 받으며 그곳에서 나갔다.

.

.

.

비 내리는 건물 안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당신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못된 짓은 내가 하는 거야.”


여사원의 말이 이사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녀는 한 발자국 더 다가와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면 돼. 내가 알아서 할게. 난 당신을 이해할 수 있어.”


그녀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나와.”


이사원이 그녀의 품을 힘겹게 뿌리치고 강대리의 시체를 다시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찬성하듯 강대리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좋아요.”


그녀가 웃었다. 속에서 거북함이 올라왔지만, 더 이상 욕이 나오지 않았다.

여사원은 그런 그를 뒤로하고 강대리에게 다가갔다. 이미 여기저기 부러지고, 처참한 몰골이 된 강대리 앞에 선 그녀가 팔을 걷어 올리고 굳어버린 강대리의 팔을 잡았다.


“흐읍!”


그녀는 자신보다 무거운 시체를 땅에 질질 끌며, 무너진 탕비실 외벽으로 가져갔다.

그 광경에 마음이 불편한 이사원은 눈을 돌리고 있었다. 방금까지 역정같이 화내며 따지던 그와 다른 모습의 이중성이었다. 받은 적 없는 위로와 온기. 달콤하게 느껴지는 여사원의 호의에 그는 스스로 위안하고 타협하며 강대리를 보내주었다.


어차피 죽은 자. 그로 인해 살 수 있다며, 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이건 강대리가 나에게 주는 기회일 것이다. 강대리도 이렇게 하길 원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항상 나를 잘 챙겨주셨잖아.’


끙끙거리며 혼자 힘으로 강대리를 끌고 간 그녀가 탕비실 외벽 앞에 섰다. 빗물에 미끄러운 외벽에 자칫 방심하면 함께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상황 속에 긴장한 그녀가 마른침을 삼키며, 밑을 한 번 내려다봤다.


“후···.”


세수할 때와 다르다. 괜히 멀어 보이는 좀비 무리를 향해 강대리 시체를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다리와 손끝에 긴장감을 몰고 갔다.

한 번의 깊은 심호흡을 한 여사원이 마음을 다잡고 자세를 취하려는 그때. 이사원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야.”

“?”


자세를 풀고 뒤를 돌아보자 이미 앞까지 다가온 이사원이 결심을 다진 표정과 함께 그녀의 손에서 강대리를 풀었다. 거짓 없는 그녀의 호의가 이사원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와.”

“네?”

“내가 할 테니까 나오라고.”

“···.”

그는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손에서 뺏은 강대리를 들어 어깨에 짊어맸다.


“착하네요?”

“지랄하지 마.”

“흐음.”


고민하고 고뇌하던 그가 강대리를 밑으로 떨어뜨렸다. 떨어진 강대리는 정확히 살아있던 좀비들 사이에 떨어졌고 여사원은 그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반응 없어요.”

“···.”


저릿한 어깨가 다시 아파 왔지만, 그는 신음을 삼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떨어진 강대리를 바라만 봤다.


“반응 없다니까요?”

“···그래, 가자.”


‘죄송합니다. 대리님. 감사합니다.’


그의 얼굴이 다시 슬픔을 머금고 그 표정을 본 여사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떨어져 나간 강대리의 시체를 노려봤다.


“···.”

“안 와?”

“가요.”


곧 그녀는 갑자기 강대리를 향해 몰려오는 짜증을 삼키며 이사원의 뒤를 따랐다.

.

.

.

사방에 피와 살점이 그들의 얼굴에 튀고 다시 빗물이 금세 씻겨줬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터지는 소리에도 좀비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피와 살점에도 그것들이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사원과 여사원은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여 부서진 탕비실 벽을 나가 다시 벌레처럼 난간에 바짝 붙어 배수관으로 이동했다.

그칠 줄 모르게 내리는 비는 계속해서 그들의 몸을 무겁게 만들고 발을 미끄럽게 만들었다. 떨리는 다리를 끌며 천천히 옆으로 향하던 그들은 배수관 앞에 도착하고, 배수관을 고정하기 위해 박은 나사를 하나하나 조심히 밟으며 밑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가장 말이 없고 신중한 시간. 느리지만 가까워지는 땅을 보며 부지런히 움직이던 그들이 드디어 땅을 밟았다.


“흐읍···.”


땅은 그들에게 작은 한숨도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앞. 고개만 돌리면 들킬 것 같은 거리에 좀비 하나가 멍하니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고 있었다.

최대한 소리를 숨기기 위해 뒤따라 내려오던 여사원을 이사원이 몸으로 받아주고 소리를 숨기기 시작했다.


“쉿!”


만약 저 좀비들이 자신들을 발각하고 소리를 지르면 모든 게 끝인 상황. 이사원은 빗물에 온몸이 젖은 상태임에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는 것 느껴졌다.

가야 할 곳은 멀었다. 위에서 내려볼 때랑 다르게 좀비가 득실거리는 밑에 내려오니, 정문으로 가는 길이 굉장히 멀고, 험난하게 느껴졌다. 넓은 연병장 끝자락 그리고 건물 화단 앞에 모여있는 좀비들. 그들을 가로질러 갈 미친 생각 따윈 없었다.


‘크게 돌아간다.’


이사원은 여사원을 쳐다보고 그녀에게 가자는 손짓을 보냈다. 그의 사인을 알아들은 여사원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덜걱.


그때. 먼저 움직이던 이사원이 발밑의 건물 파편을 발이 걸리며 그 자리에서 힘없이 넘어졌다.


“크흡!”

“!!”


놀란 이사원과 여사원은 굳은 몸 위에 고개만 천천히 돌려 옆에 있는 좀비를 쳐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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