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테스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2 22: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88
추천수 :
1
글자수 :
178,604

작성
24.08.23 22:00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14.그들만의 로맨스[2]

DUMMY

죽은 시체 무리가 두 남녀를 쫓아 왔다.

무거워진 그의 발소리를 들으며 침 흘리는 괴물들이 더욱 이성을 잃고 빠르게 뒤쫓아 왔다.


“키야야야야야야!!!”

“진짜 바로 앞이야! 마지막이라고! 얼른 날 버려!”


초조함이 묻어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입을 다물고 앞길을 찾았다.


‘저기다!’


눈앞에 들어온 감시대 입구. 열려 있을지 모를 그곳을 향해 이사원은 도박을 시도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아주 조금만 더···.


멀게만 느껴지던 초소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 이사원은 주저하지 않았다.


‘제발 열려 있어라. 제발!!!’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는 손을 뻗었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두 눈을 감고, 차갑게 젖은 초소 문손잡이를 돌렸을 때.


-철컥!


“!”


안쪽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잠겼어요? 진짜 시간 없어!! 얼른 말해!! 어떻게 된 거야.”


소리를 듣지 못한 여사원만이 가까워져 가는 좀비 떼에 불안해하며 소리쳤다.


-끼익.


그는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손잡이를 돌려 문을 당겼다. 쾌쾌하고 습한 곰팡이 냄새가 그들의 코를 자극하고 안에 쌓인 먼지 그들을 반기자 감시대 안으로 들어왔다는 실감이 확 느껴졌다.


‘됐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문틈 사이로 사라지는 사냥감을 향해 그것들이 자신의 팔을 뻗어 끼워 넣었다.


“꺄악!!”


서둘러 안으로 들어온 이사원은 어깨에 들쳐 메고 있던 여사원을 바닥에 던지며 좀비들이 비집고 따라 들어오려는 출입구를 향해 팔을 뻗었다.

바닥에 엉덩이를 찍고 널브러진 그녀 눈에 작고 습한 빛이 일렁거렸다. 그녀가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자신이 들어온 출입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싸우고 있는 이사원과 좀비들이 보였다.

문틈에 끼인 수많은 팔. 그것들은 이사원을 잡기 위해 갓 잡은 물고기처럼 파닥거렸다.


“크윽···끄즈라고, 이 그믈스끄들아아아악!!”


이를 악물며 온 힘을 다해 당기는 이사원. 다행히도 좀비들은 문을 당기는 법을 알지 못했지만, 숫자 싸움에서 밀리는 이사원이 혼자 버티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불편한 자세와 어깨에서 아린 통증까지 느껴지고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찢어질 듯한 통증을 잊기 위해 좀비들보다 더 큰 목청으로 기합까지 넣는 이사원. 그 순간. 여사원이 일어나 끝까지 가지고 다녔던 식칼을 들어 올렸다.


“놔! 놔! 놔! 놔! 놔!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광기에 어른 살인마처럼 눈을 밝히는 그녀가 비집고 들어오려는 좀비들의 손을 향해 망설임 없이 찌르고 베기 시작했다.


“끄어어어어어.”


그녀의 칼질 한 번 한 번에 좀비들의 살점이 나가고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고통을 모르는 그것들에게는 전혀 타격이 되지 않았다.

너덜거리는 팔에도 지치지 않고 몸을 밀어 넣는 좀비 떼에 이사원의 체력은 눈에 보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공격만 해봤자 소용이 없다. 안색이 안 좋아지는 이사원의 얼굴에 여사원은 방향을 틀어 문틈 사이로 자신들을 보고 있는 좀비들의 얼굴과 눈을 찌르기 시작했다.


“이래도! 안 빼? 어? 이래도! 이래도!!!”

“끄어어어어!”


여리여리한 손목으로 그들을 찌르고 빼기를 반복했지만, 오히려 그것들의 분노를 부추겨, 힘과 괴성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짧은 시간, 그것들을 베고 찌르던 식칼이 떨려온다. 힘 하나 없는 그녀의 얇은 팔로는 사람이었던 그것들의 뼈와 살을 장시간 공격하는 것에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손목이 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야. 나 손끝에 감각이 없어.”


지쳐 멈춘 그녀 옆에서 이사원이 말했다.

얼마나 힘을 주며 버티고 있는 것인지 이사원의 터질 것 같은 얼굴 속에서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있었다. 빨갛게 오른 그의 눈을 보며 여사원은 빠르게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어, 어떡하지. 얼른 저 거지 같은 손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잘라 버릴 수도···잘라? 그래!’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여사원은 식칼을 돌려 양손으로 잡고 바쁘게 움직이는 좀비들의 손목을 찍고, 또 찍고 다시 한번 찍으며 그들의 뼈와 살을 약하게 만들었다.


“야, 나와!”


길게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이제는 버틸 힘과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그가, 문틀과 문설주에 자신의 다리를 올려 그 위에 올라타고 몸을 뒤로 젖히며 무게를 실었다.


뒤로 뿐 아니라, 밑으로 끌어당기며 중력까지 이용한다. 마지막 힘까지 마지막 호흡까지. 팔, 어깨, 배, 다리 어떤 것도 상관없다 모든 것을 끌어모아 당긴다.


“흐읍!!!”

“끄어어어어.”

“흐으으으으으으읍!!!”

“끄어어어어.”

“끄아아아아악!!!”


문틈에 낀 살이 찢어지고 쏟아지는 그들의 피와 괴성 속에서 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섞여 들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흐읍! 흐읍. 흡.”


···아, 토할 것 같다. 눈앞이 점점 까맣게 변한다. 이대로 기절할까? 기절하며 편할까? 기절해서 먹히면 좀 덜 아프지 않을까?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제 그만··· 그만··· 좀 편해지고 싶다.


끝에 다 온 싸움 속에서 그의 눈이 점점 감기기 시작하고 문틈에 눌려있던 그들의 살점이 점점 펴지며 손잡이를 쥐던 손끝에서 힘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더 이상은 안 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손을 놓으려는 그때.


“정신 차려요!”


여사원이 다가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문손잡이를 당겼다.


“조금만 더 하면 돼요. 조금만··· 더!”


그녀는 자기 몸처럼 지니고 다녔던 칼을 바닥에 던지고 그의 손과 손잡이를 함께 잡아 몸을 뒤로 젖혔다. 작고 얇은 몸으로 힘을 주는 모습에 이사원은 정신을 차리고 손끝에 다시 힘을 주었다.


“셋 하면 당겨요!”


마지막이다. 그녀의 말에 대답할 체력도, 호흡도 남아 있지 않다. 그는 묵묵히 그녀가 말한 신호를 기다렸다.


“두울···.”


느려지는 사고 속 그녀의 말과 펄떡이는 좀비들의 팔도 느리게 보였다.


‘신이여. 정말 있다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세엣!!!!!!”


그녀의 신호와 함께 이사원의 호흡을 멈추고 다시 온 힘을 다해 몸을 뒤로 젖혔다.


“흐읍!!!!!!!!!!!!”

“끄아아아아아아아앆!!!!!”


여사원의 비명 섞인 기합이 감시대 내부를 울렸다. 길게 늘어지는 그녀의 호흡처럼 길게 느껴지는 이 씨름 속에서 그들의 뼛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드득.


“끄어어어어.”

“꺼어, 꺼어어억.”


협소 된 공간 속 그것들의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채워지고 전보다 더 많은 피가 폭포처럼 땅에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쾅, 쾅, 콰, ㅇ.


“끄윽!!”

“꺄악!!”


초소 안으로 굉음이 메아리쳤다. 힘을 주체못했던 두 남녀는 뒤로 고꾸라지고,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회색빛 어둠이 그들을 반겼다.


“크윽!”

“아오···.”


서로 아픈 곳을 각자 어루만지며, 눈을 떴을 때. 그들의 눈앞에는 굳게 닫힌 문과 그 밑에 그것들의 잘린 신체가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분노 섞인 괴성.


-쾅!

-쾅!


바로 앞에서 사냥감을 놓친 좀비들이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저, 저것들 문 못 여는 거 맞겠지?”

“그, 그렇지 않을까요?”

“···.”


끝나지 않는 긴장감에 둘은 숨을 죽이고, 천천히 문에서 뒷걸음질 치며 불안함을 내비쳤다. 사납게 울리는 출입문이 느닷없이 열려 좀비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살아있는 자신들의 살과 피를 물어뜯는 쓸데없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부정적인 생각에 머리를 흔든 이사원이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있는 식칼을 들어 방화문을 경계했다.


“키야오!”


불안하게 흔들리는 문 앞으로 다가가 문에 달린 잠금장치를 잠그고 싶었지만, 사납게 울리는 그 문이 손과 다리를 묶으며 다가갈 엄두도 못내 게 만들었다.

공포. 여사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더 큰 공포로 몸을 굳게 만들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 뒤에 보이는 계단을 타고 초소 위를 올라간다 해도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절벽이나 다름없었다. 둘은 조용히 탕비실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숨을 죽이고 존재감을 지우기 시작했다.


“캬오!!!”

“끄어어어어어어!”


-쿵! 쿵! 쿵!


“캬아아아오!”


-쿵! 쿵!


“···.”

“크르르르. 카오.”


얼마나 숨을 죽였을까? 긴 공포 속에 사납게 울던 그것들의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고 짐승과 같은 울음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숨죽이며 칼을 세우던 이사원이 조용해진 그것들을 확인하고 천천히 방화문 앞으로 다가갔다.

겨우 문 하나. 죽음과의 거리.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지능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서 그는 문고리에 달린 잠금장치를 돌려야 했다.


-철컥!


“끄어어어어!!”


-쿵! 쿵!


“후···.”


다시 그것들의 분노가 소리쳤지만,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한 여사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이사원 역시 불편했던 호흡을 가쁘게 내쉬며 함께 고생한 그녀의 어깨를 치고 계단 위에 앉았다.


습한 곰팡이 냄새와 좀비들의 썩은 피 냄새가 진동하며 코를 찌른다. 상관없다. 어떻게든 살았다는 게 중요하니까. 당장 이 모든 불편함을 피해 위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질 않는다.


‘하··· 그냥 지금은 조금, 그냥 조금 쉬고 싶다···.’


그는 계단 끝에 주저앉아 벽에 자신의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고생했어요.”

“어. 너도, 너도 고생했다.”


힘이 없는 그의 대답. 초소 꼭대기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을 따라 여사원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사원 앞으로 다가갔다.

지친 몸에 한숨 돌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끝까지 자신을 버리지 않았던 모습을 회상했다.


‘아, 역시 사랑이었구나.’


그의 지친 모습 속에서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의 힘에 눌렸을 때 느꼈던 떨림, 죽은 강대리를 보며 느꼈던 짜증. 그리고···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았던 그 마음. 남들은 그게 무슨? 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 하겠지만 그녀에게는 그게 사랑이었다.


‘갖고 싶다. 이 남자를 갖고 싶다.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날 버리지 않고 나만··· 나만··· 계속.’


어리숙하고 눈물이 많던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풀리기 시작했다. 차분하던 숨이 뜨거워지고 아무 생각 없었던 혀가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야, 너도 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하는 그 앞에 따뜻한 입술이 그의 입술과 맞닿았다. 먼지 가득한 시야 속에서 여사원이 바로 앞에서 눈을 감고 있다.

붉어진 그녀의 얼굴. 딱, 40분. 그전까지만 해도 이사원은 그녀를 밀치고 욕을 뱉으며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겠지만, 자신을 희생하려는 그녀의 진심을 본 그가 눈을 감으며 그녀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차갑게 식은 그녀의 손이 이사원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피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여사원은 점점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얇은 다리로 그의 허리를 안았다. 얼굴을 감싸던 손은 그의 목과 머리를 감싸며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안기고 귀를 간지럽히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져 다시 그의 얼굴을 들어 입술을 탐했다. 식었던 그녀의 손에서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사원 역시 그녀의 품을 거절하지 않고 젖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가 주는 온기를 받아들였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좀비들이 문 하나 사이에서 아우성치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 세상에 둘만 있다는 듯이 둘의 손길이 빨라지고, 대담해지며 점점 서로를 밀착시켜 모든 것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둘의 시간은 깊어갔다.


작가의말

코로나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알파테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 24.09.12 11 0 -
32 31.피냄새[시즌1완결] 24.09.12 8 0 14쪽
31 30.피냄새[4] 24.09.11 7 0 14쪽
30 29.피냄새[3] 24.09.10 8 0 16쪽
29 28.피냄새[2] 24.09.09 7 0 12쪽
28 27.피냄새 24.09.07 9 0 14쪽
27 26.냄새[2] 24.09.06 7 0 11쪽
26 25.냄새 24.09.05 10 0 11쪽
25 24.분기점[2] 24.09.04 9 0 14쪽
24 23.분기점 24.09.03 9 0 13쪽
23 22.부엉이[3] 24.09.02 7 0 13쪽
22 21.부엉이[2] 24.08.31 9 0 15쪽
21 20.부엉이 24.08.30 9 0 15쪽
20 19.이이제이[2] 24.08.29 7 0 13쪽
19 18.이이제이 24.08.28 7 0 13쪽
18 17.보급[3] 24.08.27 9 0 12쪽
17 16.보급[2] 24.08.26 7 0 14쪽
16 15.보급 24.08.24 8 0 11쪽
» 14.그들만의 로맨스[2] 24.08.23 8 0 12쪽
14 13.그들만의 로맨스 24.08.22 8 0 12쪽
13 12.여수현[2] 24.08.21 8 0 12쪽
12 11.여수현 24.08.20 10 0 13쪽
11 10.파도[2] 24.08.19 9 0 12쪽
10 9.파도 24.08.17 10 0 10쪽
9 8.그는[2] 24.08.16 9 0 9쪽
8 7.그는 24.08.15 9 0 14쪽
7 6.그녀[2] 24.08.14 11 0 14쪽
6 5.그녀 24.08.13 13 0 14쪽
5 4.그것[3] 24.08.12 8 0 10쪽
4 3.그것[2] 24.08.12 9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