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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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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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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냄새[2]

DUMMY

빈손으로 이결의 사투를 지켜보고 있던 여수현은 불안했다. 좀 전에 이결에게 명치를 맞고 넘어진 좀비가 다시 일어나며 정확히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결씨.”


그를 불러 보지만, 그는 다른 좀비 머리를 가격하며 혈투를 벌이기 바빠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끈적이는 침을 흘리며 여수현을 주시하는 좀비. 아직 그녀를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그것은 여수현에게 풍겨오는 냄새는 맡으며 코만 킁킁거렸다.

당장에 달려들지는 않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좀비를 대치하며 그녀는 이결이 던져놓고 간 가방을 내려봤다.


“···.”


저깟 가방으로 좀비를 이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손에 무언가를 쥐었을 때 오는 안정감 그리고 다가올 좀비의 공격에서 맨손보다는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밑에 있는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얼굴로는 좀비를 바라보고 시선만 밑에 있는 가방과 좀비를 번갈아 보며 가방을 집으려는 찰나.


“캬아아아아아!!!”

“꺄악!”


그것이 괴성을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그녀는 재빨리 가방을 집어 들어 달려드는 좀비의 얼굴을 막았지만, 그 녀석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함께 넘어졌다.

그녀의 위에 올라타 열심히 턱을 움직이는 좀비를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가방으로 밀며 막았지만, 가방에 가려진 시야 건너편에서 녀석의 딱딱거리는 이빨 소리가 들려왔다.


“끄윽!!!!”

“쿠에에에야어!”


괴상한 소리를 내며 팔을 휘두르는 좀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난동 부리는 좀비의 행동에 속에서 두려움과 상반된 분노가 올라왔지만, 그녀의 얇은 팔로는 분노 된 마음을 실행으로 옮기기에 역부족이었다.

단 몇 초 만에 젓가락 같던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이용해 걷어차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점점 내려오는 가방에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퍽!


강하고 둔탁한 소리가 가방 위에서 들려왔다.


*****


한 녀석을 처리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나 후려쳤을까? 정확히 세지는 않았지만, 10번은 휘둘렀던 것 같다. 칼집을 통해 느껴지는 두개골이 부서지는 느낌. 확실히 이겼다고 생각되던 그 찰나에 여수현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며 그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니. 가방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엎어져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X발.”


그녀를 물겠다고 턱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좀비의 모습.

이결이 상대하고 있던 좀비의 행동이 둔해지고 팔이 내려갔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조급해진 이결의 팔이 더욱 빨라졌다.

10대를 그렇게 후려 맞고도 죽지 않는 좀비에게 이결은 칼을 바닥에 버리고 양손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뒤져! 뒤져! 뒤져!!!!!”

“끄···끄어···.”


쓰러진 좀비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결은 여수현을 덮치고 있는 좀비에게 즉시 달려가 그 녀석의 머리통을 향해 칼집을 휘둘렀다.

야구 타자와 같은 자세로 정확한 곡선을 그리며 휘두른 칼집은 녀석의 오른쪽 관자에 정확히 맞으며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퍽!


“허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결 가벼워진 가방의 무게에 깊은숨을 들이마신 여사원이 가방을 치우며 상황을 파악했다.


“이결씨.”


그가 그녀를 지나치고, 넘어져 있는 좀비에게 다가갔다.


‘먼저 좀비는?’


고개를 돌려보니 죽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 살아있는 것인지. 머리가 땅으로 고꾸라진 좀비가 몸을 꿈틀거리면서 엎어져 있었다.

이결은 여수현을 공격했던 좀비에게 다가갔다. 머리를 얻어맞은 좀비가 일어나 화를 내며 그에게 포효했지만, 앞에서 몇 마리 좀비를 죽여 자신감을 얻은 이결에게는 그것의 포효가 딱히 위협적이지 않았다.


“···.”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좀비에게 다가간 그가 양손에 힘을 주고 다시 칼집을 휘둘렀다.


“흐읍!!”


한 손으로 후려칠 때보다 더 큰 소리가 두 사람 앞에 울리고 두개골이 부서지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비틀거리는 좀비에게 다시 한번 후려치고, 다시 내려치며 같은 곳 같은 위치만 2번, 3···5번에 걸쳐 가격하자 그 좀비 역시 머리에서 썩은 피를 흘리며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아··· 하아···.”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이결은 자신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고 거친 호흡을 남발했다.

얼굴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니 그 안에서 땀인지 녀석들의 피인지 구분되지 않는 붉은 물이 묻어 나왔다.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내려 본 이결.

얼굴과 옷 가릴 것 없이 그것들의 피가 사방에 튀어 묻어 있었고, 그가 무기로 사용했던 칼집에도 검붉은 피와 엉겨 붙은 머리카락들이 눌러 붙어있었다.


“이결씨!”


여수현이 달려왔다. 엉망이 된 자신의 모습에 뒷걸음질 치는 이결을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 껴안으며 눈물을 보였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어, 난 괜찮은데 지금 좀 더러워서.”


여수현이 고개를 들며 이결에게 말하자 자신의 더러워진 상태를 알고 있던 이결이 그녀를 밀어냈다.

이결의 거부에 그녀의 표정이 굳고, 한걸음 물러서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좀비들의 피로 붉어진 옷과 피를 열심히 닦으며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는 그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이결이 자신을 밀어내는 자신이 더럽다고 생각해서라면, 자신도 그와 같아지리라.


“잠시만요.”

“···어? 잠깐.”


여수현은 이결이 들고 있던 칼집을 뺏고 방금까지 맞고 있던 좀비에게 다가갔다. 역시 이 녀석도 아직은 죽지는 않았는지 꿈틀거리며, 일어나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것의 머리를 그녀가 칼집으로 내려쳤다.


-퍽!

-후욱. 퍽!

-퍽! 퍽!


더 이상이 움직임이 없는 좀비. 작은 꿈틀거림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죽은 것으로 보이는 좀비 앞으로 그녀가 뒤돌아 활짝 웃으며 이결을 바라봤다.

그녀의 모습은 그와 같이 피로 뒤집어쓴 더러워진 상태였지만, 좀비의 더러운 피도 그녀의 미소와 하얀 피부에 맞닿으니 강한 붉은색을 띄우는 꽃과 같았다.

자신도 이결과 같아졌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시 이결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무슨 생각인지, 어떤 마음으로 좀비를 죽이고 피를 뒤집어쓰며 자신의 품에 다시 안긴 것인지 이결은 알지 못했지만···.

자신을 위해서 똑같이 더러워질 수 있다는 그녀의 마음을 확인한 이결은 그녀를 밀치지 않고, 그녀를 강하게 껴안았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상하게 흥분되는 붉은색과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를 죽였다는 배덕감에 그녀는 고개를 들고 이결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푸른 풀밭과 하얀 벽 사이에 난무된 빨간 피. 그 풍경을 바라보던 이결도 눈을 감으며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


피에서 나는 냄새보다 시체에서 나는 냄새는 참을 수 없었다. 죽은 좀비들을 피해 자리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타워 벽에서 멀어지지 않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자리 잡고 한숨 돌리고 있었다.

흙 묻은 식칼을 닦고 피 묻은 칼집을 대충 나뭇잎으로 닦아낸 이결은 계속해서 돌고 있는 더맵을 내려다봤다.


‘어쩌면 이건 좀비만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여전히 두 사람은 레이더에 나오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말이 안 되는 내용이었지만, 조금 전 상황 속에서 더맵은 분명하게 좀비 3마리만 표시되며 빠르게 위치 정보를 보여줬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들의 생존 확률을 월등하게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어쩌면 검은 회사에서 배신당해 갇혀버린 이 미다스에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게 해줄 가장 실용적인 물건이었다.


“어때요?”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네 말대로 좀비들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어.”

“그렇죠?”


그녀는 기쁘다는 듯 웃으며, 그의 손에 들고 있는 더맵을 챙겨 높이 들고 올려 봤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결. 가끔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지만, 은근히 잘 맞는 여수현을 신기한 눈을 바라봤다.


“···.”


‘후.’


하지만 이제부터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좀비일까. 이결은 모든 상황을 돌아보며 상기했다.


‘저 레이더가 좀비들만 나타내는 거라면, 주변에는 분명 없었어. 레이더의 반경이 100m라고 했지만, 그것들이 자극할 만한 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쫓아 온거지? 혹시···.’


그는 여수현을 한 번 바라보고 자신의 하반신을 바라봤다.


‘냄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될 만한 것은 화장실밖에 없었다.


‘이 생각이 맞다면···.’


이결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3마리밖에 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좀비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좀비들 사이에서 후각이 예민한 녀석들이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왔다.

소리는 참을 수 있지만, 생리현상은 참을 수가 없다.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모를 이 숲을 단 한 번의 생리현상 없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결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수현.”

“네?”

“너 화장실 참을 수 있어?”

“화장실이요?”

“응, 뭐 쉬나, 똥 마려운 거 아니지?”

“으, 무슨 단어를··· 소변이랑 대변이라고 해줘요.”

“여튼, 참을 수 있어?”

“···.”


여수현은 천상여자였다. 아니 천상여자로 변해 살았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호감 가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생리현상을 말하는 것이 껄끄러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알기에 그녀는 쭈뼛거리며 대답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 뭐 저 변ㅂ··· 아니, 한 이···이틀은 참을 ···수 있어요.”


그녀는 말꼬리를 흐리며 주눅 든 아이처럼 대답했다.


“이틀··· 내가 문제네.”

“근데 왜요?”

“···아까 그 좀비들 냄새를 맡고 쫓아 온 것 같아서.”

“냄새? 엑? 설마? 아까 화장실?!”

“쉿! 목소리가 너무 커!”


놀란 그녀가 언성을 높이고 이결은 그의 입을 막으며 더맵을 확인했다. 다행히 화면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건 아냐. 의심이지. 의심.”

“그, 그래도 뭔가 앞뒤가 맞네요. 저희가 소리 지르고 한 건 아니었잖아요. 그 괴물들이 우릴 찾아오게 한 의심 가는 행동은 화장실밖에 없고···.”

“그렇지···.”


그녀 역시 소리보다 생리현상을 참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듯 표정을 구겼다.


“그래도 이틀이면 가능할 것 같아. 나만 오, 아니 소변 참으면 될 거야.”

“그렇죠? 이틀이면··· 어라?”

“?”


그러다 문득. 그녀가 무엇이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표정을 더욱 구겼다.


“오늘 며칠이죠?”

“오늘? 글쎄 대충 20일 좀 넘지 않았을까?”


정신없이 도망치는 와중에 날짜의 개념을 잊은 이결이 그걸 알 리 없었다. 다만 20일이라는 대략적인 숫자를 들은 여사원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어, 어떡하죠?”

“왜, 왜 그래. 무섭게.”

“아 어쩐지 별것도 아닌 거에 흥분되더라.”

“뭐?”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그녀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키며 이결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떡하죠? ···저 곧 생리 주기에요···.”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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