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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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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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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보급[3]

DUMMY

“좀비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4786의 말에 대답했다.


“좀 많은디? 어뗘? 함 가볼텨?”


털보가 의미심장한 표정 속에서 비장함을 내비쳤다. 그 말을 듣고 고민하던 4786이 입을 열었다.


“얼마나 있는데요?”

“흠. 대충 요정도?”


오른손에는 2개의 손가락, 왼손에는 아무것도 피지 않는 주먹을 보여주며, 털보가 좀비의 숫자를 가리켰다.


“네? 20마리요?”

“대충이라는 거지. 자세히는 나도 잘 물러, 그냥 딱 보니 그 정도로 보였다~ 이거지.”

“그래도 너무 많은데요?”“끌끌끌, 내가 많다고 했자녀.”


4786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방금 2마리를 죽인 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0마리?’


사실 아직 불안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한 존재를 죽였다는 것은 일반인이었던 그에게 벅찬 경험이었다.


“20마리라···.”

“47···.”


한참 민준이에게 시달리던 한나가 4786에게 다가왔다.


“어, 한나.”

“그만, 이제 그만이다.”


민준이의 관심으로 좀비와 싸울 때보다 더 진이 빠진 모습으로 도망쳐 온 한나. 그 뒤로 환하게 웃고 있는 민준이의 모습이 모였다.


“어이구, 안색이··· 어이 꼴통! 그만혀라. 괴물새끼들 보기 전에 먼저 가것다.”

“그냥 질문 몇 개 한 게 전분데···.”

“으···.”


민준에게서 도망 온 한나의 표정이 꼭 사촌 동생을 피해 집사에게 도망 온 고양이 표정과 비슷했다.


“하하···.”

“그보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한나가 말했다.


“아, 저기 보급 주변에 좀비가 20마리 있다고 해서, 고민하고 있었어.”

“대략이지 대략! 대략 20마리.”

“20마리? 마리는 동물 그거 아냐?”

“어어 그렇지. 그렇다고 저 괴물들을 사람으로 치기 좀 그래서.”

“흐음··· 알겠어. 저것들은 마리야.”

“그래. 고마워.”

“근데, 말하는 게 쬐끔 특이하구먼.”


옆에서 듣던 털보가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듯.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지며, 한나를 내려봤다.


“···.”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한나는 눈을 부릅뜨며, 4786 뒤로 몸을 숨겼다.


“끌끌끌. 아직 내가 어려운가벼.”

“하하, 한국계 러시아인이래요. 아직 한국인이 낯선가봐요.”

“그냥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이? 지금 내 얼굴 말하는 겨? 참네, 그래도 소싯적에는 여자 많이 울린 얼굴인디. 재미있는 아가씨구먼.”

“아··· 네.”


털보 특유의 붙임성에 분위기는 다시 올랐지만, 4786은 여전히 고민을 놓지 않고 심각한 얼굴로 되돌렸다.


“아! 저기, 혹시 한나.”

“응?”

“보급 안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어?”

“보급 안에?”

“응.”


보급품,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보통이면 그 안의 가치를 모르기에 포기라는 선택이 우선이었지만···.


4786은 앞에서 자신을 말똥하게 쳐다보고 있는 한나를 바라봤다. 참가자의 신분이 아닌 주최자에 가까운 신분. 혹시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던 털보 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음··· 뭐 정확히는 모르는데. 무기나, 먹을 거 그리고 옷? 아! 지도도 가끔 넣어준다고 했다.”

“지도?”

“응. 미다스, 여기 섬 지도.”


지도라는 말에 털보와 4786의 표정이 바뀌었다. 무기, 먹을 것, 옷. 모두가 예상하는 부분이었지만, 그게 20마리의 좀비를 뚫고 가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도?

이곳에서 지도는 큰 정보다. 어떤 것이 그려져 있어도 길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생존과 집계된다.


‘그 작은 차이로 오늘, 내일 하는 여기 사람들의 생존확률도 올라가 수 있어. 하지만.’


“지도는 욕심이 너무 나는디?”

“없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자너, 있을 ‘지도’. 끌끌끌.”

“···.”


혼자 친 개그에 웃는 털보에 셋은 싸늘하게 그를 쳐다봤다.

4786은 아직 마음을 굳게 다지지 못했다. 이 섬에 온 이후로 부정한 생각과 잡생각만 늘고 있는 자신이었다. 신중해야 했다. 미다스에 발을 디딘 지 겨우 3일. 그 안에 눈앞에서 죽은 사람. 양아치, 꽃뱀, 스토커 그리고 사채녀 벌써 4명. 생존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전보다 더 신중해야 했다.


“나만 웃긴가벼. 끌끌끌. 그려, 이번에도 거절하면 뭐 어쩔 수 없구먼. 할 겨, 말 겨.”

“···쉽게 마음이 안 서네요. 이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가자.”

“?”


고민을 털어놓는 찰나, 한나가 4786의 말을 자르며 앞으로 나왔다.


“좀비라면, 내가 유인할게.”

“뭐?”

.

.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하늘은 밝았지만, 숲은 어두웠다. 어둠 속에서 비친 4명의 사람이 조용히 숨을 죽이며, 풀숲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비됐는가?”

“하··· 진짜 개 같네요.”

“끌끌끌. 욕이 찰지구먼.”

“어휴···.”


한탄을 내뱉은 4786이 옆에 있던 털보를 지나 민준 그리고 한나 옆으로 다가갔다.


“최대한 버텨볼게. 신호 줘.”

“응.”

“아, 이것 좀.”


그는 자신의 겉옷을 한나에게 맡기고, 셔츠 팔을 걷어 올리며 구두끈을 짙게 묶었다.


“후···.”


한 번의 깊은 심호흡. 그는 자세를 낮춰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최대한 일행들과 멀어졌다. 시야에서 그가 사라지자, 털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갔구먼. 슬슬 우리도 준비허자고. 아가씨.”

“···.”

“잉? 왜 그런 겨? 막상 할라니까 떨리는 겨?”


한나는 군용조끼에 꽂혀 있던 대검을 뽑으며 털보를 강하게 노려봤다. 그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은 4786을 바라보던 맑은 밤하늘이 아닌 차갑게 언 겨울 속 밤하늘과 같았다.


“너, 사람 죽인 적 있지?”

“잉?”

“넌 47이랑 달라. 나랑 비슷한 냄새가 나.”

“냄새?”

“[사람 죽인 냄새.]”

“···.”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 그럼에도 털보는 그 뜻을 알아들은 것인지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한나를 쳐다봤다.


“왜 47이 널 믿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배신하면···.”

“배신?”


배신이라는 단어의 차갑던 털보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의 표정을 본 민준이가 겁에 질린 당혹감을 최대한 숨기며, 둘의 사이를 말리기 시작했다.


“에··· 에이. 아, 아니에요. 누나가 아직 저희랑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우리 아니, 털보 아저씨 그런 사람 절대···.”

“됐어야. 나도 궁금하구먼. 그려, 배신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겨?”

“[···그 모가지를 찢어서 돼지 밥으로 던져버리겠어.]”


민준이가 듣기에도 분명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 듯 살벌한 한나의 어조가 털보를 향해 쏘았다.

털보의 눈빛이 변하며 살기가 가득했다. 일반인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눈빛에 한나 역시 더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살기를 내뿜었다. 싸늘한 공기가 둘을 가르고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민준이만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둘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끌끌끌 이거 무섭구먼, 걱정 마러. 난 죽으면 죽었지. 배신 따윈 안하니께. 자네나 배신하지 마러. 나한테는 모르것지만, 착한 사칠 동생한테 말여.”

“···.”


한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4786이 사라진 풀숲을 바라봤다.


“아저씨···.”

“괜찬혀 걱정 마러. 나 그렇게 속 좁은 놈 아녀. 앞이나 보자.”

“네···.”


민준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털보의 얼굴을 바라보곤 풀숲 건너편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떨어진 보급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진 나무 파편이 사방에 퍼져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무 위에 걸리지 않고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온 보급품은 가장 상처가 많은 나무의 기둥에 걸쳐 앉아, 구멍 난 하늘에 따스한 빛을 받으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 앞에 보이는 좀비. 정확히 12마리의 좀비가 보물을 지키는 용과 같이 그 앞에 진을 쳐 행동 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20마리가 아니었구먼.”

“···.”


숫자를 다시 센 털보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보다, 저것들 지금 수면 상태네.”

“···? 수면?”

“아, 저희가 몇 번 봤는데, 가끔 관심이 끌리는 게 없으면, 저렇게 서서 잠을 자는 모습을 보여줘요. 저희는 그걸 수면 상태라고 지었어요.”


아직 둘의 냉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 민준이가 먼저 말을 치며 대답했다.


“지금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야?”

“그건 아녀.”

“저 상태가 되면, 웬만한 관심 아니고서는 잘 안 일어나요.”

“그럼?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또 언제 일어날지 몰라서, 위험하다는 말이에요. ‘위험하지 않다’ 생각하고 앞을 지나가다 바로 일어나면 다 죽을 수 있잖아요.”

“···그렇지.”

“털보 아저씨가 지금 걱정하는 건 47 아저씨가 저것들 관심을 끌게 할 수 있냐는 거에요.”

“한, 두 마리만 끌리면 오히려 47 동생만 목숨 걸고 뻘짓하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지금 작전 취소하고 자고 있다는 저 괴물을 죽일까?”“그냥 바로 죽이자고 허네, 그러다 다 깨면 감당할 수 있는 겨?”

“해봐야지.”

“굉장한 아낙네구먼. 백번 양보해서 너야 그렇다 쳐도, 요 꼴통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겨?”


털보가 옆에 있는 민준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안전하게 가야뎌. 안전하게.”

“그럼 뭐 어쩌자고.”

“흐음··· 딱 하나. 저놈들 소리보다 더 예민해 보이던 게 있었어.”

“뭔데?”

“피여.”


그 시각 4786은 왼쪽으로 크게 돌며, 그들과 다른 장소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좀비들을 보며, 의문을 품었지만. 어차피 그가 할 일은 좀비들의 관심을 끄는 것. 소리만 지르고 도망가면 될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한 번 내뱉었다. 뒤를 돌아 자신이 도망갈 방향을 확인하고, 떨려오는 다리를 주먹으로 치며 마음의 준비를 다졌다.


“좋아···.”


그는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소리를 지르기 전, 일행들을 확인하고 작전을 실행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이상하게 한나가 그를 향해 양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뭐지? 혹시 걱정해주는 건가?’


그는 자신을 향해 연신 팔을 흔들며 인사하는 한나는 보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줍게 같이 손을 흔들어줬다.


“저거 지금 뭐하는 겨? 지금 인사하는 겨?”

“그런 거 같은데요?”

“아가씨 좀 다르게 혀봐. 저 봐, 헤벌쭉 인사하자너.”

“···그럼 너가 해보던가.”


뒤에서 보이는 그녀의 귀는 새빨갛게 달궈져 있었다.


“이건 또 왜 귀가 빨개져 있어? 드라마여 드라마. 아휴, 됐어. 앉어. 내가 할게.”

“쳇.”

“뭐여? 뭐가 문제여.”


혀를 차며 앉는 그녀를 뒤로, 이번에는 털보가 일어났다.


‘뭐지?’


4786쪽에 보는 털보는 팔을 위아래 크게 올렸다 내리며, 자신을 응원하고 있었다. 제법 먼 거리. 무언가 입 모양으로 자신에게 무어라 떠들고 있지만,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하는 거지? 하···이···탕? 화이팅 사투리인가?’


그는 주먹 진 양손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며 털보의 응원에 답을 보냈다.


“하. 지. 마. 하. 지. 말고. 앉.아. 하지 말라고. 야.”

“하···.”


4786의 응원 답에 털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를 지켜보던 한나는 얼굴을 숙였고, 한참 웃음이 많은 민준이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상황을 지켜보니, 4786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나의 걱정? 그리고 털보의 응원?을 받은 그가 다시 심호흡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아! 하지 말라고 빙딱아!”


결국, 참지 못하고 터뜨린 털보의 소리가 좀비들 귓가에 울리고 잠에서 깬 좀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

“크르르르.”

“이거 X된거 같은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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