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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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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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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그들만의 로맨스

DUMMY

-덜걱.


“흐읍!”


놀란 이사원과 여사원. 둘은 굳은 몸 위에 고개를 천천히 돌려 바로 옆 좀비를 쳐다봤다. 혹시라도 소리를 들은 저것이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보고 있지 않을까?


“···.”


다행히 이번에는 하늘이 그들을 도왔다. 바로 옆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냥감이 넘어지며 소리를 냈음에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좀비의 모습. 이사원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며 더욱 긴장을 다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지름길 따위 선택하지 않는다. 최대한 그것들과 멀어지며 천천히 연병장 바깥을 돌며 정문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갔다.

귀를 때리는 폭우 속. 그 둘은 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 땀과 함께 흐르는 빗물을 닦으며 그들은 질퍽한 자신들의 발만 쳐다보며 아까와 같은 실수가 나오지 않게 조심히 걸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사원이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이제 절반. 아직 한참이나 남은 거리에 그는 뒤를 돌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바라봤다.

제법 멀어진 좀비들을 보니 마음이 급해진 이사원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두 사원이 원하는 곳은 높은 담벼락 사이에 있는 미다스 정문. 외부 숲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었다.


‘저기만 통과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어.’


밖에는 참가자들이 득실거리겠지만, 좀비보다 나쁠까. 그들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발걸음에 힘을 주었다. 그때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얇아지며, 소리가 잦아들었다.


‘비가···.’


시끄럽게 주변을 울리던 빗소리가 잦아들자 들리지 않던 그들의 짐승 같은 괴성이 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사원 뒤를 따라가던 여사원이 먼저 불길한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좀비들을 확인했다.


“저, 저기요. 저 괴물들 지금 정신 차리는 것 같은데···.”

“뭐?”


그녀의 말을 들은 이사원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좀비들을 바라봤다.

시끄럽던 세상이 고요해졌다. 그들은 깊은 잠에서 깬 듯 괴성을 부르짖으며 서로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행동반경이 점점 넓어지는 그것들을 보며, 이사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저것들과 거리는 대충 30M. 지금 달리면···.’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목적지를 바라봤다.

위로 5M는 넘어 보이는 담벼락. 마치 감옥과 같은 담벼락 사이에서 그보다 우뚝 선 초소. 그리고 그 밑으로 보이는 정문.

저기까지만 들키지 않고 갈 수 있다면 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갈 수 있을까?’


땅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들을 지켜주던 하늘도 침묵하고, 회사에서 버림받은 것 같이 세상에 버림받은 기분이 몰려왔다.


‘젠장 조금만 더 갔으면 됐는데. 그랬으면! 그랬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무너진 계획안에서 새로운 계획은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들키지 않게 기도하며 무사히 이 위기를 지나가는 것. 또는 무작정 달려 좀비들에게 잡히기 전에 빠르게 도착하는 것.

이사원의 머릿속에서 답은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야, 너 달리기 잘하냐?”

“네? 그냥 어느 정도.”

“그래···.”


확신이 서지 않는 답. 다시 바닥을 보며 땅 상태를 확인했다.


‘땅도 땅이지만 체력도 문제다. 특히 얘가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그는 가만히 멈춰 있는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여사원을 쳐다봤다.


“왜요?”

“후···.”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자신의 목적지를 바라봤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정문. 사실 그들은 스스로 저 커다란 정문을 열고 나가본 적이 없다. 매 시즌 직원들과 함께 움직이며, 먼저 온 용병들이 열어주는 문을 지나쳐 들어온 기억밖에 없었다.

그는 애꿎은 자신의 사원증을 만지작거리면 또 고민의 꼬리를 물었다.


‘제발 열려야 하는데.’


모든 것이 도박인 상황. 이곳에는 그들을 지켜줄 탕비실 문 따위는 없었다. 더 이상 기회가 없다.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 그렇다고 너무 고민하며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뒤에 있는 좀비들의 밥이 되는 시간제한까지. 난제였다.


“아, 얼른 가요!”


독자들 마음을 대변하듯 답답한 그녀가 뒤에서 낮은 호통을 쳤다.


“야! 뛰···.”


그가 드디어 결심하고 뛰려고 마음먹은 그때. 멀리서 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는 점점 커지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그들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귀를 때리는 또 다른 소리. 이사원은 소리가 들려오는 타워 뒤편을 바라봤다.


“서, 설마, 보급?!”

“네? 보급이요?”


보급헬기. VIP들의 후원으로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헬기 소리였다.


“키약!!!”

“끄어어어어얶!”

“콰오오오오!”


마침 빗소리도 그쳤겠다. 헬기 소리에 흥분한 좀비 떼가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보급 헬기라니.’


이미 자신들이 버림받은 시점에 게임 자체가 맛이 간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이사원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헬기의 등장에 그는 손을 뻗어 구출을 요청해야 할지, 분노로 그들을 노려보며 돌이라도 던져야 할지 생각이 복잡했다.


“지금이에요!”


그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소리의 정체를 파악한 여사원이 그의 손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뭐야?”

“봐요! 저것들!!”


그녀의 손에 이끌리어 뛰기 시작할 때,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모습을 드러낸 헬기에 좀비들의 관심이 모두 헬기에 꽂혀 들리지 않는 괴성들을 지르고 있었다.


“얼른 우릴 눈치채기 전에 가야 해요!”

“젠장.”


조금이라도 시선이 헬기에 빠져있을 때 거리를 벌려야 했다. 어차피 헬기는 금방 사라질 것이다.

이사원과 여사원은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쿵!


그리고 그들의 예상처럼 낮게 날던 헬기가 연병장 한가운데에 보급 상자 하나를 떨구고 숲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짧은 순간, 헬기에서 떨어진 상자에 몇 마리가 깔려 죽는 상황에도 끝까지 쫓아가던 좀비들이 곧 정문으로 뛰어가고 있는 두 남녀의 존재를 인식했다.


“크아아아아!!!!”

“들켰다.”

“젠장!!”


두 사원을 인식한 좀비들의 눈에 붉은 안광이 빛나고 살기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질퍽거리는 땅이 그들의 다리를 잡고, 생전 입고 있던 옷을 빗물이 무겁게 만들었지만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체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없었다. 이미 사냥감을 인식한 녀석들이 침을 흘리며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체력적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 건강한 상태도 아닌, 새벽부터 긴장 속에 갇혀 있던 두 사원의 체력은 이미 깎일 대로 깎인 상태였다.


“하아···하아···.”


함께 달리고 있는 여사원도 체력이 없는지, 숨소리가 금방 거칠어졌다.


‘이대로 가면 잡힌다.’


버리고 가야 할까? 지금 이 여자를 좀비들에게 던지면 조금은 틈이 생기지 않을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거친 호흡을 뱉으며, 앞서 달리고 있는 그녀의 등을 바라봤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여사원. 뒤에는 익숙하지 않은 진흙땅에 발이 빠지고 넘어져도 곧 다시 일어나 달려오는 좀비들.

그에게 의리 따윈 없었다. 아니, 있어도 여사원에게 지킬 의리는 없었다. 자신의 사수를 죽인 여자. 그의 시체를 유린하며 좀비에게 던진 여자.


‘이런 여자에게 의리?’


고민이 점점 확정되고 마음먹으려는 그때 여사원이 먼저 그의 손을 끌어당기고 등을 밀었다.


“가요.”

“뭐?”

“저는···더···못가니까···혼자 가라고. 하아, 하아···.”


이사원은 이미 눈까지 풀린 그녀의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좀비와 그녀를 번갈아 봤다.


“뭘 고민해! 난 네 사수까지 죽인 년이야. 가라고! 너라도 살라고!! 가!!!”


그녀가 마지막 호흡까지 짜내며 있는 힘껏 소리를 쳤다.

“야···너.”

“가, 제발 가라고. 나 버리고 가라고.”


무슨 심정인지 모르겠다. 살기를 포기한 것인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그의 등을 다시 한번 미는 여사원. 뒤따라 오는 좀비는 더 가까워지며 시간이 얼마 없었다.

등을 미는 그녀의 손에는 슬픔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떨리는 어깨 밑으로 이사원을 밀치는 여사원의 모습. 그 모습을 본 그가 양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이 씨X 진짜!!!!”

“끄악!”


그는 남은 체력을 모조리 쏟으며 그녀를 들고 어깨에 짐처럼 들쳐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뭐에요! 이러다 같이 죽어요. 죽는다고! 야 얼른 내려줘. 내려달라고!”

“가만히 있어. 이미 죽을 것 같으니까.”

“난, 난 네 사수까지 죽인X인데. 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왜.”

“···.”


그녀가 울며 그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게 왜 그럴까.’


이사원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자기 자신보다, 이사원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강대리를 따랐던 기억이 올라왔다.


언제부터였을까? 강대리를 따르며 진짜 가족처럼 대했던 게. 나를 아끼며, 희생하고 챙겨줬던 강대리의 모습. 입사 후 의지할 곳도 없고 휴가 기간 사회로 나가도 만날 사람 없던 나를 강대리는 계속해서 부르고 챙기며 회포를 나눴던 추억이 생각난다. 한 번도 받은 적 없던 관심과 걱정. 왜 지금 그 기억이 올라오는 것일까?


물론 여사원이 그를 죽였지만, 좀비에게 쫓기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이사원을 먼저 챙겼던 강대리. 그런 강대리가 죽고 이제 다시는 그런 감정을 못 받을 거라, 생각했던 이사원 앞에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 자신을 희생하며, 눈물을 보였다. 메말랐던 감정이 또, 다시 그녀를 통해 올라왔다.


“나도 몰라! 그냥 너랑 같은 이유라고 하자!”

“···나, 나랑?”

“그래! 너가 나 살리고 싶은 이유! 그거랑 같다고 하자! 그니까 좀 닥쳐봐!!”


그녀의 목소리가 급격히 작아졌다. 그녀가 난동 피우지 않을 이때 빨리 더 거리를 벌려야 한다.


“끄읍!!!!”


그는 다리에 힘을 주고 더 빠르게 움직였다.


‘크윽.’


달리는 충격에 다시 어깨의 통증이 몰려온다. 상관없다. 지금은 어깨보다 사는 게 먼저다.

호기롭게 그녀를 들고 달렸지만, 생각보다 체력은 급격하게 저하되고 다리에서 근육에서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안 돼, 조금만, 조금만 더. 제발!’


“끄어어어어!”

“캭! 캬아아악!”


거리를 벌렸던 괴성이 다시 가까워진다. 뒤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이사원은 빠르게 생각했다.


‘정문은 안돼. 빨리 다른 더 가까운 곳으로. 가까운 곳!’


“저, 저기 뒤에 거의 다 왔어요!! 아직 안늦었어요. 저 버려요!!”

“···.”


여사원이 소리쳤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답할 호흡도 아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이사원이 빠르게 눈과 머리를 굴리며 현 상황의 회피를 모색했다.


‘정문, 뒤에 좀비. 다리는 무겁고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도망. 어디로. 정문, 아냐 멀어. 그럼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지? 생각해. 빨리, 빨리 생각하라고. 정문, 뒤에 좀비···.’


그때. 정문 옆에 작은 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높은 담벼락 위로 더 우뚝 올라선 초소, 혹은 감시대. 그곳에 올라가기 위한 방화문.


‘저기다.’


잠겨 있을지 모를 그곳. 이것 역시 도박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사원은 풀릴 것 같은 다리를 더욱 쥐어짜며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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