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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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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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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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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보급[2]

DUMMY

큰 굉음이 주변에서 퍼져 들렸다. 숲이 흔들리고 나뭇잎에서 자던 새가 하늘로 오르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고요한 숲속을 뚫으며 소리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두 남녀가 자세를 낮추고 긴장한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키야야야야!”


때마침 등장한 좀비가 여자의 뒤를 따라가던 4786을 공격했다.


“크윽!”

“어이, 남자!”


소리를 듣고 반응한 여자가 4786이라는 부르기 어색한 이름을 버리고, 성별로 급하게 그를 지칭했다.

달려드는 좀비의 공격을 옆으로 구르며 몸을 피한 4786이 다시 고개를 들어 다시 덤벼들 좀비를 대비했다.


“[젠장!]”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욕을 뱉은 한나가 4786에게 달려드는 좀비 등에 올라타 그것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한나!”

“[뒤져!!!]”“키야야야약!”


허우적거리며 반항하는 좀비에 한나는 조끼에서 대검(칼)을 뽑아 들고 좀비의 목 깊숙이 대검을 찔러 넣었다.


“크윽!”


처음 보는 잔인한 풍경에 4786은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자신을 위해 홀로 싸우는 한나를 걱정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목에 칼이 박힌 좀비는 끄떡없다는 듯이 팔을 휘두르며 등 뒤에 있는 그녀를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한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목에 꽂은 칼을 뽑아 그 녀석의 어깨를 찌르고 힘줄을 찢어버렸다. 축 늘어져 말을 듣지 않은 오른팔에 당황하는 좀비가 주변을 돌며 나무에 자신의 몸을 박아대기 시작했다. 충격에 신음을 토하는 한나였지만, 그녀는 더욱 허벅지에 힘을 주어 좀비의 허리를 조이고 어깨에 박은 칼을 뽑아 다시 목 찌르기를 반복했다.


“한나!”

“[죽어! 돼지새끼야!]”

계속되는 씨름에 4786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서로 엉키고 피 튀기며 싸우는 상황에 그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방해만 되지 않게 떨어져서 의미 없이 주먹만 강하게 쥘 뿐··· 그런 그때 4786 앞으로 중심을 잃은 좀비가 넘어지며 그녀가 밑에 깔렸다.


“한나!!”

“괜찮아.”


좀비에게 깔려 바닥에 박힌 한나가 자신은 괜찮다는 듯 4786에게 소리치며 그의 발밑을 향해 칼을 던졌다.


“?”


발밑으로 날아온 칼을 조심스럽게 집어 든 4786이 다시 한나를 바라봤다.

순식간이었다. 칼을 쥐던 손이 자유가 되자, 그녀가 허우적거리는 좀비의 나머지 팔을 잡고 꺾으며 몸을 회전시켰다. 얼굴이 땅에 박힌 좀비가 괴성을 지르며 반항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여유롭게 오른손으로 좀비의 머리를 짓누르고 무릎으로 목을 압박하며 발버둥 치는 녀석을 제압했다.


“키야야야야오!!! 카오!!!”


흙을 먹으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좀비에 그녀는 남아 있는 왼팔을 잡고 꺾으며 어깨관절을 뽑아버렸다.

물에서 갓 잡은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좀비를 주시하며 한나는 4786에게 손을 뻗었다.


“[대검.]”

“어? 어. 여기.”


알 수 없는 단어를 눈치껏 알아챈 4786이 들고 있는 칼을 그녀에게 건네줬다.

피를 헐떡이는 와중에도 이빨을 딱딱거리는 소리가 땅속에서 울리며 들렸다. 고통을 모르는 좀비가 자신의 목이 찔리든, 어깨가 찢기고 관절이 뽑히든 상관없이 자신 위에 있는 그녀를 씹는 상상 하며 내는 소리였다.

표정이 사라진 그녀가 다시 오른손에 칼을 집어 들며 좀비의 목을 썰어 자르기 시작했다.


“우, 우웁!”

“퀙···쿠에···퀘······.”


목이 잘리는 와중에 지르는 괴성이 목에 난 구멍을 통해 새어 나오고 머리가 잘려나간 몸통이 한동안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4786은 나무 뒤에 돌아가 속에 얼마 있지도 않은 것들을 게워냈다.


“하아, 하아.”


분리된 머리를 들어 뒤로 던지는 한나. 곧 완전히 멈춘 좀비의 몸을 확인한 그녀가 참아왔던 숨을 몰아쉬며 지친 체력을 회복시켰다. 겨우 한 마리. 살아있는 인간이었으면 이렇게 체력이 깎일 일도 없이 진작 죽었을 상황인데, 그나마 한나였기에 제압이 가능했던 것이지. 다른 참가였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괜찮아?”


나무 뒤에서 돌아온 4786이 그녀에게 다가와 걱정 섞인 말을 보냈다.


“하아, 하아······.”

“큭!”


그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함이 가득했다. 어린 나이에 전장에서 사람을 죽여온 그녀가 사람과 닮은 좀비를 살해함으로 살기가 바짝 오르며 다가오는 4786을 순식간에 땅에 꽂고 그의 목에 칼을 겨눴다.


“커억, 하, 한나. 나야, 큭 나··· 나라고···.”

“···.”

“컥, 커억. 한나!”

“!”


4786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그녀의 눈이 돌아왔다.


“남자?”

“컥, 이, 일단 이것 좀.”

“응? 으, 응.”


그녀가 칼을 거두며, 어색하게 뒷걸음질 치자. 4786은 서늘하게 막힌 목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일어났다.


“후우···괘, 괜찮은 거야?”


그가 말했다.


“어? 응, 미안해. 너는 괜찮아?”

“나야 괜찮지. 다친 곳은 없어?”

“으, 응.”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주는 4786의 모습에 그녀는 더욱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미안한 건 나야. 도와주지도 못했는데.”

“아니야.”

“···.”


넘치는 피를 흘리며 죽은 좀비 사이에서 어색함이 맴돌았다.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응? 응···아니야.”

“키야아아아아!”


그때 또 다른 좀비 하나가 일전에 싸우던 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4786 뒤에서 달려오는 좀비를 먼저 확인한 그녀가 칼을 다시 높이 들어 올렸다.


“남자!”

“크윽!”


팔을 뻗으며 다가오는 좀비. 그 순간 한나 옆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지는 좀비의 모습이 보였다.


- 쿵!


“키야야야!”

“흐읍!”


바닥에 꽂힌 좀비의 얼굴을 아니, 정확히는 좀비의 입을 4786이 구둣발로 밟으며 이빨을 으스러뜨렸다.


“한나!”

“어? 응!”


그의 부름에 한나가 빠르게 반응하여 엎어진 좀비의 몸 위에 올라타고, 4786은 이빨이 망가진 좀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녀는 아까보다 수월해진 채로 좀비의 목을 자르며, 오늘만 두 번째 좀비의 머리를 수급했다.


“후우, 후우. 또, 갑자기 튀어 나와서 놀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4786. 아까와 다르게 한나는 이성을 유지하며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4786이 멋쩍게 웃으며 말을 했다.


“아. 밖에서 운동 이것저것 좀 했었어. 그, 목 자르는 것도 한 번 보니까 괜찮은 거 같기도··· 우웁 아니다, 또 올라올 거 같아. 좀 저기로 치워줘.”

“···.”

“왜, 왜?”

“싸움 맞구나?”

“하···하하.”

“···운동 뭐 했는데?”

“이, 이것저것? 유도, 복싱, 태권도?”

“오 태권도 나도 알아.”

“한나도 배웠었어?”

“아니? 그냥 알아.”

“아, 그래.”


약간 서툰 것 같은 그녀의 한국어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두 마리의 좀비를 죽인 것에 대해 둘은 알게 모르게 흡족해하는 것인지. 또 다른 좀비가 나타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둘은 아까와 같은 경계가 사라지고 실없는 얘기로 어색함을 풀고 있었다.


-슈웅!

-캉!


‘캉?’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돌 하나를 한나가 칼로 걷어냈다.


“!”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소리에 놀란 4786 앞을 한나가 가로서며 돌이 날아온 방향을 경계했다.


‘역시 군인인가? 어떻게 반응했지?’


새삼 그녀가 용병이라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자연스럽게 한나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허, 참나. 그걸 막어? 너 제대로 한 거 맞어?”

“아저씨도 봤잖아요! 제대로 했는데 저 여자가 이상한 거라고요!”

“그니께, 굉장허네.”


익숙한 목소리가 풀숲 저편에서 들어오며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니들도 저거 노리고 온 겨? 헬기가 떨구고 간 상자.”

“!!!!”


풀숲에 등장하며 나온 거대한 덩치에 4786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잉? 니는?”

“털보 아저씨?”

“뭐야, 장례 아저씨네.”


풀숲 저편에서 나온 사람은 미다스 바다에서 처음 만난 털보와 학생이었다. 둘은 익숙한 듯 함께 걸어 나오며, 4786의 얼굴을 보고 반가움을 표했다.


“아직 살아있었구먼. 살아있었어.”


경계하며 칼을 내리지 않는 한나. 그리고 그 밑에 보이는 머리 잘린 시체 2구.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에 붉은 피가 뿌려져 있었고, 한나와 4786이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반가움에 다가가던 그가 살벌한 현장을 보고 발걸음을 천천히 줄이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게 뭐여. 이걸 저 청년이 했을 것 같지는 않고. 저 여자 작품인겨?’


털보가 경계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방금까지 흥분했던 눈을 숨기지 못하고 경계하며 그를 노려봤다.


‘저 눈깔. 어디서 봤는디··· 그려!’


사람을 죽인 눈. 털보가 이전 생활에서 많이 봐왔던 사람들의 눈이 그녀의 눈 속에서 보였다. 많은 자를 죽임으로 자신의 마음도 죽이고, 허함이 가득한 눈. 죽은 자의 눈이었다.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의 조끼와 바지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고 있는 군용 대검. 모든 것이 그녀가 군인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가자가 아닌겨?’


심상치 않은 그녀의 복장에 털보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시 4786에게 다가갔다.


“어이구, 그냥 살벌하네.”

“와, 뭐야. 이거 아저씨가 한 거예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인지. 털보 옆에 붙어 있던 남학생은 상기된 얼굴을 하며, 둘이 만든 현장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누구?”

“아!”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한나가 의문을 던졌다. 반가운 마음에 중요한 순서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4786은 서둘러 한나 앞으로 나가며 털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그, 뭐라고 해야 하지? 동기? 라고 해야 이해하기 쉬울까?”

“뭐여? 동기? 전우지 전우. 같은 상황에서 싸우는 전우.”

“네?”


전우라는 말에 4786이 당황했지만, 오히려 한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며 칼을 내렸다.


“···어, 그래 전우야. 인사해 이쪽은···.”

“와 안녕하세요 누나. 저는 ‘가민준’, 이쪽은 그냥 ‘털보’ 아저씨라고 불러주세요. 폐륜 아저씨랑은 어쩌다가 알게 된 사람이에요.”

“어, 어? 응.”


고맙게도, 남학생 민준이가 먼저 나서며 자신과 털보를 소개했다.

그보다···.


‘폐륜 아저씨···.’


아마 팔에서 때지 않는 상주 완장과 첫인상이 그런 이름을 만든 것 같았다.


“이거 누나가 한 거예요? 아니면 폐륜 아저씨?”

“아, 아니···저기, 남자···.”

“이쪽은 한나라고 하고, 한나가 이렇게 만든 거야.”

“아, 아니···.”

“와 진짜요? 개 쩐다!! 어떻게 한 거예요? 그 칼로?”

“어···? 어?”


어쩌면, 처음. 자신보다 어린 존재가 이렇게 거리감 없이 다가오니 한나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표정으로 다 들어냈다.


“저, 저기 남자···47!”


‘47이 그나마 듣기 좋네. 화이팅!’


4786은 도움을 요청하는 한나에게 화이팅 사인을 보내고 민준이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쟤는 이런 상황이 무섭지도 않나?’


머리 없는 시체와 피로 붉게 물든 현장 한가운데. 4786도 거북한 이 현장 속에서 더 어린 민준이 저렇게 밝고 활발하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4786은 의문이었다.


“군인이여?”


그때. 등 뒤에서 털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깜짝아··· 네. 용병이래요.”

“어떻게 만난겨?”

“뭐 어쩌다 만났는데, 아저씨는 어쩌다 쟤랑 같이 다니고 있어요.”

“끌끌끌. 말도 마러. 내가 아주 보모여 보모.”

“네···?”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웃는 털보가 4786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까는 미안했어. 풀숲에서 얼핏 봤는데, 사람을 죽인 놈들이 웃고 있자너! 그래서 나쁜 놈들인 줄 알았지 뭐여.”

“아.”

“아는 무슨. 그나저나 대단하구만. 좀비를 두 마리나.”

“그러니까요.”

“나도 눈치 좀 봐야것어.”

“네?”


키가 2m 가까이 되는 거구와 험상궂게 생긴 얼굴을 가진 털보가 여자의 눈치를 본다고 하니, 4786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한나가 대단해도, 그건 좀···.’


“끌끌끌. 그보다, 사칠 동생 자네도 저기 있는 보급 노리고 온겨?”

“사칠? 이요?”

“아까 저 아가씨가 그러더만 47이라고. 그 원래 이름 뭐였지? 그 죄수번호.”

“4786이요.”

“그려! 그거는 너무 길어 중2병도 아니고, 거기에 저 아가씨처럼 사십칠은 뭔가 욕 같단 말여. 아니면 폐륜으로 할껴?”

“아닙니다. 사칠로 하시죠.”


그는 폐륜이 정말 싫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끌끌끌끌. 그려, 그보다 저기 있는 거 노리고 온 거 맞지?”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엄지로 자신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아직 노리고 온 건 맞는데, 아직 못 찾아서···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는데, 그게 좀 곤란혀.”

“왜요?”

“그게··· 그 근처에 저것들이 장악했어.”

“네?”


방금까지 웃던 그가 정말 곤란한지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신의 검지로 한나와 4786이 죽인 좀비의 시체를 가리켰다.


“좀비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4786의 말에 대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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