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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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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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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이이제이

DUMMY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보급 탈환하기 전.


“···쉽게 마음이 안 서네요. 이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가자.”

“?”


4786이 고민을 털어놓는 찰나, 한나가 그의 말을 자르며 앞으로 나왔다.


“좀비라면, 내가 유인할게.”

“뭐? 한나 너가 유인하겠다고?”

“응. 나 빨라 괜찮아.”

“아니, 지금 빠른 게 문제가 아냐.”

“그럼 뭐가 문제야?”

“그건···.”


정말 무슨 생각일까? 한나를 바라보는 4786의 얼굴에 그의 생각이 다 드러났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사람 자체가 조금 특이하다? 이게 맞는 것 같았다.

순수한 어린이처럼 정말 모르겠다는 한나의 표정에 4786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아니, 아냐. 차라리 내가 유인할게. 저것들 소리에 민감하니까. 내가 최대한 멀어지고, 소리 질러 유인하면 그때 보급품 찾고 신호를 줘.”

“허허, 진짜 자네가 할 겨? 우리 꼴통도 있는데.”

“아 싫어요. 전 달리기 못 해요.”

“가장 젊은 놈이.”

“아 진짜 못 해요.”


티격태격하는 둘 사이로 4786이 앞서 나왔다.


“됐어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거지, 제가 하려고 했어요. 대신 시간이 좀 필요해요.”

“시간?”

“네, 시간이요.”


4786이 말한 시간은 많이도 필요 없었다. 고작 나무 하나에 자신이 올라갈 밧줄 하나 설치할 시간. 그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겁이 나는 것은 당연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4786 본인도 몰랐다.


‘그냥, 소리를 질러 좀비들을 유인하고 적당히 도망가서 미리 설계해놓은 나무에 오르면 끝. 그래 그럼 끝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변수. 아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

.

.

“X된거 같은디?”

“끄어어어어.”


예상치 못한 털보의 행동에 4786은 당황을 넘어 당혹스러웠다.


‘갑자기 왜!’

‘그런 게 있어! 상황이 꼬여서 그려!’


둘은 입 모양으로 서로의 답답한 상황을 전달했지만, 전달이 가능할 일이 없었다.

짧은 시간 자신의 억울함을 보여주고 재빠르게 풀숲에 숨은 털보 앞으로 이미 몇몇 좀비가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서둘러 선택해야 했다. 아니, 사실 선택은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강조된 선택. 도망을 선택해야 했다.

도망칠 곳이 있는 4786은 선택의 폭이 넓었다.


‘저들을 미끼로 하고, 내가 보급을 탈환할까? 아니면···.’


미리 구축해 놓은 장소는 다른 일행들도 알고 있었지만, 저들의 인원수가 그가 만들어 놓은 밧줄보다 많았다.


‘아냐, 그러면 다 죽을 거야. 어떡하지.’


지금 상황을 보고 계획을 바꾼다 해도 일행들이 도망가다 잡혀 죽든, 싸우다 죽든 누구 하나는 죽어 나갈 것이 확실했다.


‘젠장, 어차피 하려고 했잖아.’


또 누군가 자신의 앞에서 죽는 것이 꺼려진 4786은 길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과정이 어떻든 자신의 역할은 미끼. 순서가 약간 틀어진 것뿐,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았다.

그가 숨어있던 풀숲에서 일어나, 좀비들 앞으로 한발 걸어 나갔다.


“키야야야야악!!”


한 좀비가 4786의 존재를 확인하고 울부짖었다.


“뭐야 저거 왜 저려.”

“47!”


그 순간 그가 한 발 더 내디디며 좀비를 향해 뛰쳐나갔다. 그의 목표는 바로 앞 수면 상태의 좀비. 4786은 정신이 넋 나가 있는 좀비 명치를 구둣발로 걷어차며 넘어뜨렸다.


-퍽!


“야이 미X새끼들아! 내가 여기 있다!! 나를 봐라!! 날!!”

“쿠에에에에에엑!”

“끄어어어어!!”


털보 덕에 일어난 좀비가 셋. 그 후 4786의 구둣발에 넘어진 좀비와 그 뒤에서 도미노처럼 함께 넘어진 좀비까지 다섯. 그리고 귀를 흔든 그의 포효로 일어난 좀비들까지 하면 총 열둘.

하나, 둘 수면에서 정신이 깬 녀석들이 4786의 존재를 확인했다.


“···X나 무섭게 생겼네···.”

“키야아아아아아악!!”


좀비들이 입을 벌리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4786은 달려드는 좀비들로부터 서둘러 방향을 틀고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사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내린 막대한 비가 그가 딛고 차고 나가려 했던 땅을 물컹하게 만들어 놨다.


“크윽!”


젖은 땅 위로 지나든 좀비의 발자국들로 인해 무너진 지형이 그의 발을 미끄러뜨렸다. 몸의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4786.


“!!!!”

“동생!!!”


간신히 중심을 잡았지만, 문제는 그 뒤로 빠르게 달려드는 좀비들이었다. 이 작전은 단순하게 말하면 빠르게 거리를 벌리고 무사히 도망가는 게 핵심인 작전이었다.

잠깐의 실수로 도망갈 타이밍 놓친 그 앞에 좀비 떼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47!!”

“젠장!”


-!!


가장 먼저 그를 보고 달려든 좀비는 방금 명치를 맞은 좀비였다.

잔뜩 화가 난 모습을 보이며 4786에게 달려들었지만, 팔을 곧게 뻗으며 달려오는 좀비의 모습에 4786은 손쉽게 그 팔을 잡고 땅에 꽂아버렸다.


“크에에엑.”


진흙 속에 얼굴이 박힌 좀비가 당황하듯 온몸을 휘두르고 몸부림쳤지만, 그에게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뒤이어 달려드는 좀비들에 4786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퀘에에에에에!!!”


‘젠장!’


다시 자세를 잡기 전 다른 좀비가 달려들었다. 피할 시간도 없이 그것과 함께 넘어지고 좀비의 얼굴을 손으로 힘겹게 밀 때 다른 좀비들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47!!!”


그 모습을 본 한나가 일어나 그를 향해 소리치자, 그에 반응한 몇 마리가 관심을 그녀로 돌려 달려들었지만, 4786은 여전히 홀로 씨름하고 다른 좀비도 역시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저리 꺼져!!”


한나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한나가 고개를 숙여 피하며 그것의 발목 힘줄을 잘라 넘어뜨렸지만, 뒤이어 달려드는 좀비에 그녀 역시 위기가 닥치고 있었다.


“젠장! 꼴통. 너라도 얼른 ‘영감’에게 가!”

“아니에요! 저도 도울게요!”

“얼른!!!”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털보도 일어나 한나에게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한나의 얼굴보다 큰 주먹이 눈앞에서 바람을 가르고 좀비의 아구창을 후려치자, 맞은 좀비가 바닥에 미끄러지며 날아갔다.


“젠장!!”

“47!!!”


털보가 끼어든 덕에 생긴 약간의 틈으로 그녀는 4786을 향해 뛰었다.

그 시간 좀비와 넘어진 4786은 자신에게 모이는 좀비를 신경 쓰지도 못하고 허리를 비틀어 틈을 만들고, 씨름 중인 좀비의 면상을 팔꿈치로 후려치며 옆으로 치우고 있었다.


“끄윽!!”


팔꿈치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자신에게 깔려 있는 좀비를 바라보니, 그 녀석이 기괴하게 웃으며 자신의 전완근을 물고 있었다.


“47!!!”


그 모습을 본 한나가 목놓아 4786의 이름을 불렀다.


‘지X 하지 마. 내가 이대로 곱게 죽을 것 같아?’


그것이 물자 4786 또한 물고 있는 녀석의 고개를 젖히고 목을 물어뜯었다. 탄력을 잃은 살점이 뜯겨 나오고 좀비의 얼마 없는 피가 같이 뿜어져 나왔다.


“끄에에에!!”


고통을 모르는 좀비가 고통에 소리친다. 그 잠깐의 틈으로 팔이 자유가 된 4786이 주먹으로 좀비의 면상에 꽂으며 이빨을 으스러뜨렸다.


“퉤!”


입안에 고여있던 좀비의 살점과 피를 뱉어냈지만, 아직도 입에서 역한 맛이 느껴졌다. 팔에서는 뜨거운 고통이 느껴지고, 주먹에는 부러지던 이빨로 인해 작은 피가 고여있었다.

짧은 시간 그는 수많은 생각을 하며, 아수라장이 된 보급 앞 상황을 올려다봤다.

느리게 다가오는 좀비들. 그 뒤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달려오는 한나와 좀비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털보까지. 모두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


“47!!”


부산스러운 분위기에 어느덧 모든 좀비가 깨어나고 제각각 소리를 지르며, 사냥감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4786에게 2마리하고 또, 2마리. 털보가 3마리. 그리고 한나가 4마리.


‘괜찮아. 공격이 단순해. 할 수 있어. 얼른, 얼른 47에게 가야 해. 얼른!’


한나는 좀비들의 공격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구르고, 피하고, 베고, 찌르기를 온몸과 정신을 집중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모두 제압할 필요 없어. 그냥 가기만 가기만 하면 되는데···.’


상처를 입고 넘어져도 좀비들은 다시 일어나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털보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4786 앞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죽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좀비들에게 체력만 소비하고 있었다.


그 시각 4786. 거칠어진 호흡 사이로 그녀와 털보를 보고 있었다.


호흡이 거칠다. 방금 난전으로 인해 체력이 나간 것일까? 아니면 이들처럼 변하려고 호흡이 가빠진 것일까?


욱신거리는 팔과 자신을 위해 목숨 걸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그는 마음을 다졌다.


시간이 없다. 이미 죽은 목숨이라면, 내가 저들을 살리겠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향해 뛰어갔다.

4786은 서둘러 그 자리에서 이러나, 망설임을 버리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좀비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끄악!”


비명과 같은 한나의 기합이 그녀의 체력이 빠지고 있음을 알렸다.


‘한나.’


그녀를 확인한 4786은 달려드는 마지막 좀비를 향해 다시 팔을 들었다. 팔을 올려 가드 자세를 취한 그가 올곧게 달려오는 그것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뇌가 흔들렸는지, 정신을 못 차리며 주저앉는 좀비의 이빨을 그가 무릎으로 후려치며 반항하지 못하는 좀비의 이빨을 부서뜨렸다.


‘크읍!’


팔뚝에서 오는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좀비가 문 상처 주위로 보랏빛 핏줄이 솟아오르며 중독 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젠장.”


시간이 없다. 서둘러 저들을 구해야 한다. 4786은 더 바쁘게 움직이며 바로 앞에서 난전을 펼치고 있는 한나에게 달려갔다.


“허억. 허억! 흐읍!!!”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구르고 칼을 휘둘렀다. 짧은 시간 빠르게 사라지는 체력과 달리 상처 입은 좀비들은 더욱 그녀를 몰아세우며, 그녀의 행동을 둔해지게 만들었다. 호흡하는 가빠지고, 대검을 든 팔이 점점 내려갔다.


‘안돼, 아직 47을···47을 구하지 못했어. 비켜.’


“비키라고!!”


화난 좀비들이 동시에 달려들고 그들의 이빨이 그녀의 코앞까지 날아든다. 반쯤 감긴 눈을 힘들게 치켜뜨며,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그 순간.


“한나!”

-퍽 퍼버버벅!


4786이 몸으로 한나 앞에 있는 좀비 하나를 밀어 넘어뜨리고.


“흐읍!”


속도의 탄력을 이용해 그녀의 조끼를 잡고 50kg이 넘는 그녀를 전장 외각을 향해 던져버렸다.


“끄윽!”


그녀가 떨어진 곳은 처음 그녀가 있던 풀숲 앞이었다.


“누나!”

“허억! 4···47!!”


부족한 호흡으로 4786부터 찾는 그녀. 한나는 서둘러 자신이 방금 있던 곳을 바라봤다.

좀비에게 둘러싸인 4786의 모습에 심장이 크게 뛰며 소리가 귀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안 돼. 또 동료를 잃는다. 또 나만···나만 살아남아···안돼, 안돼!’


“47!!!!”


불안과 부정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목소리를 통해 나가는 그때. 좀비 떼 사이에서 그가 몸으로 뚫고 나오며 털보에게 달려갔다.


“아저씨!!”

“동생!”


그는 좀비에게 입을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 스스럼없이 털보가 막고 있던 좀비의 머리를 잡고 뒤로 던지며 다른 하나의 좀비 무릎 바깥을 발바닥으로 밀어 차며 중심을 무너뜨렸다.


“가요! 얼른!”

“동생, 자네.”

“서둘러요. 얼른!”

“으, 응. 그래···어이! 꼴통! 얼른 여자 일으켜!”

“네, 네에!!! 누나, 얼른요.”“47!!”


털보가 먼저 전장을 벗어나 한나를 부축하고 있는 민준이에게 뛰어가고 4786도 달려든 좀비 하나를 더 후려치며 그들에게 달려갔다.


“가자!!”

“괘, 괜찮아?”


한나가 자신 앞에 온 4786의 얼굴을 보며 걱정 섞인 말을 보냈다.


“어! 가자 서둘러. 이럴 시간 없어.”

“어, 어디로 가요.”

“뭘 물어! 일단 달려!”


민준의 물음에 털보는 호통치며 먼저 앞장서 달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민준이가 달리고, 아직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 한나가 머뭇거리며 4786을 쳐다봤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4786이 그녀의 등을 밀며 먼저 달린 두 사람의 등 뒤를 쫓게 했다.


“47.”

“말 할 체력 아껴. 얼른 따돌려야 해!”

“···으, 응.”


그는 분명 물렸다. 괜찮은 것일까? 일부러 숨기는 것일까? 묻고 싶은 게 많다.


달리는 와중. 그녀는 생각이 많았다. 동료를 잃어 그런 건지 아니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밤낮으로 등을 지켜 생활해서 그런 것인지.

멀리서 봐서 기억이 왜곡되는 것 같다. 물린 게 확실한가? 지금 몸은 괜찮은 것인가? 4786에 대한 불안함이 가라앉지 않고 심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요동쳤다.


“얼른 오너!!”


속도를 내지 않는 한나를 향해 앞 열에서 털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따 확인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한나가 4786의 말에 따라 지금은 도망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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