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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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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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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DUMMY

이호균 중령의 말에 황동수 중령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민재 장군이 누구야?”

“육본 정보 참모장이었다가 한 달 전에 1군 사령관으로 가신 분. 몰라?”

“아! 이름은 모르고 정보 참모장이라니까 알겠네. 그분은 존재감이 없는 분이지 않아?”

“맞아. 그동안 존재감이 없었지만 이번에 1군 사령관이 되셨으니 군내에서 입김이 셀 수밖에 없어.

더구나 그분은 광복군 출신에 청렴결백하시고 여태 문제를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분이야.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에 딱 맞는 분이라고 생각해. 너희들 생각은 어때?”

“좋기는 하지만 그분은 조용한 스타일이라 나서기를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를 위해 나서줄까?”

“그건 모르는 거지.

419 때 나서지 않을 것 같았던 대학교수들이 나섰잖아. 내일 지휘관 회의라 참모인 김태승도 올 거야.

내가 김태승에게 물어볼게.”

“일단은 의향을 타진해봐. 근데 난 박종회 장군이 더 괜찮은 것 같아. 호탕하고 우리하고 거리낌 없이 잘 어울리잖아.

서로 거리감이 없는 게 가까워지기 편하거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박 장군 주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리가 나중에 낄 자리가 있을까? 지금을 생각하지 말고 먼 나중을 생각해봐.”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점이 있었네.

될 수 있으면 진 장군하고 자리를 마련했으면 해. 그래야 우리가 진 장군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야.”

“알았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볼게.”



***



지프에서 내려 육본 건물과 주변을 둘러보니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달 만에 온 거면서 뭘 기대한 거야? 남들이 보면 꽤 오랜만에 온 것처럼 보이겠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50여 명의 장성이 모여 있었다. 다들 일찍 왔네.

날 본 최용희 참모총장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진 장군 오랜만이야.”

“그러게. 취임식 때 못 와서 미안하네. 어려울 때 힘든 자리에 앉아 고생 많지?”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뭘 고생은? 어느 자리나 다 똑같지. 1군 사령관은 할 만한가?”

“할 만하네. 진작에 야전으로 나올 걸 그랬어. 항상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게.”

“고맙네.”

“동기 사랑은 동기 아닌가?”

“나중에 송유찬하고 같이 술 한잔하세.”

“그러지.”


인사를 끝내자 이번에는 여러 명의 장성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각하.”


예전에는 내 존재감도 인기도 하나도 없었는데. 내가 아이돌도 아니고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것을 실감하였다.

이게 다 1군 사령관의 위엄인가?


“반갑네.”


여러 장성들하고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려고 가는데 누군가가 날 불렀다.


“각하!”


뒤를 돌아보니 박종회였다. 헐! 박종회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다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몸 기억으로는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


“오 박 장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무탈하셨습니까?”

“그렇소. 박 장군도 무탈했소?”

“네. 그렇습니다. 각하는 중견 장교들이 벌이고 있는 정군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보자마자 직설적으로 질문해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연판장 명단에 없어서 물어보는 건가?


“내가 판단할 만한 사항이 아니오.”

“지금 중견 장교들이 용기 내어 행동하는데 선배로서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입니다. 솔직한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뭘 듣고 싶어서 그러는데?

내가 지지라도 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난 태풍 속에 휩쓸리고 싶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왜 날 끌어들이려는 거지?


“난 누가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고 싶지 않소.

중견 장교들 입장도 있고 장성들의 입장도 있을 것이오.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오.

원만하게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오.”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는지 얼굴이 굳어지는 박종회였다.


“각하! 다음에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술 먹자는 인간들이 왜 이리 많아? 난 그리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럽시다. 곧 회의가 시작될 것 같으니 앉읍시다.”

“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답게 내로라하는 군부의 실력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1군 사령관인 내가 가장 실력자이기는 하지.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중찬 국방 장관의 훈시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외부의 침략자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군은 이 어려운 시기에 내부적으로 군의 기강을 확립하여.......... 이제 막 출범하려는 2공화국이 제대로 탄생할 수 있도록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국방 장관의 훈시가 끝나자 이번에는 최용희 참모총장의 훈시가 시작되었다.


(저의 생각도 장관님과 같습니다.

지휘관 여러분께서는 국토방위와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위해 상하 관계를 돈독히 하여 군이 제 임무를 다 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훈시가 끝나고 다음 순서인 브리핑이 시작되려는 찰나 박종회가 갑자기 일어났다.


“장관님과 총장님, 선후배 지휘관 앞에서 제가 한 말씀 올리고 싶어 일어났습니다.

먼저 저는 국가와 민족, 군을 사랑하는 충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여기 앉아 계시는 지휘관님들은 60만 장병들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아십니까? 우리 그런 장병들의 기대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중견 장교로부터 시작된 정군 운동입니다. 그럼 왜 정군 운동을 해야만 하는지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우린 자유당 시절 부정 선거를 비롯해 많은 불법과 비리가 군에서 자행된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결국, 419로 인해 이송만 대통령은 하야하고 부정 선거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치인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사라졌지만, 군에서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송유찬 장군은 과거의 정치적 중립 위반 및 각종 부조리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으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그때 누가 송유찬 장군에게 돌을 던졌습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수 많은 장교들과 장병들이 용기 있는 송유찬 장군의 행동에 찬사와 존경심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송 장군을 비판하던 사람들까지 송 장군의 결단에 찬 선택에 박수 칠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자신이 부정 선거나 부조리 등 잘못을 저질렀던 분들은 송유찬 장군의 거룩한 뜻을 본받아 스스로 물러났으면 하는 바입니다.”


박종회가 앉자 이번에는 2군단장인 김영일이 일어났다.


“박 장군의 진심 어린 충언 잘 들었습니다.

아마도 장관님과 총장님, 선후배 장성들도 박 장군 말에 공감할 겁니다.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419을 겪은 지 얼마 안 되고 곧 2공화국이 수립될 예정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장군 말처럼 군에서 한꺼번에 대규모로 정군 운동을 하다 보면 중심을 잡아야 할 군이 분열되고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정군 운동을 대규모로 일시에 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봐가면서 천천히 선택적으로 진행했으면 하는 바입니다.”


2군단장인 김영일 중장은 군사 영어 학교 동기이며 박종회를 좌익 성향이라고 매우 싫어했으며 정군 운동 문제로 대립하던 인물이었다.

후일 신민당 의원이 되어 박종회와 군인 시절부터 계속 대척점에 있었던 자다.

그 시작이 여기서부터였다니? 둘 사이는 처음부터 물과 기름처럼 합쳐지지 못하는 운명이었나 보네.

긴 시간 동안 양쪽으로 나뉘어 논쟁이 있었지만 박종회를 지지하는 장성들은 극히 소수였으며 대부분의 장성들이 찔리는 것이 있어 김영일 중장의 의견에 전폭적으로 찬성하였다.

결론적으로 장관은 양쪽 의견을 충분히 들어 선처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로 회의를 끝냈다.

나는 내년까지 두각을 내지 않을 생각에, 없는 사람처럼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하였다.


회의를 끝내고 나왔다.


“각하! 오늘 회의는 다 끝난 겁니까?”

“응.”

“어디로 가실 겁니까?”

“종로에 있는 전원 찻집으로 가.”

“알겠습니다.”


지프를 타고 찻집으로 가는데 김태승 중령이 내 눈치를 자꾸 보고 있었다.


“나한테 할 말이 있어?”

“네. 그게.....”

“있으면 해.”

“사실 각하께서 회의하시는 동안 육사 동기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동기들이 하는 말이........ 그래서 각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나보고 육사 8기들의 방패막이가 되라고? 박종회가 아니라 날? 아니면 박종회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나를 끌어들이려는 건가?

하긴 자신들을 지지하는 장성들이 많을수록 운신의 폭이 클 수밖에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난 남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부각할수록 나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심해질 수도 있어서 내년까지 죽은 듯이 지낼 생각이었다.

또한, 그들의 의도가 불순하여 함께할 생각은 없었다.

나중에 다 쳐낼 놈들인데. 가뜩이나 진급 적체가 심하니 그놈들을 쳐내면 어느 정도는 해소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자네는 내가 그들과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의 각하가 좋습니다.

각하께 도움도 안 되는데 이유 없이 시궁창에 들어가 몸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확실히 김태승 중령은 동기들하고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그래야지. 내가 김 중령을 믿을 수 있지.


“자네 동기들 일인데?”

“각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군 인사에 관여하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군의 조직을 부정하는 것이고 군의 기강을 흔드는 아주 중차대한 일입니다.

군을 위하고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정군 운동만을 주장했어야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데 스스로 차버린 겁니다.”

“그런 생각이면서 나한테 동기들의 말은 왜 전한 건가?”

“결정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니고 각하께서 하시는 겁니다. 저는 다만 있었던 일을 전부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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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147 111 11쪽
27 쿠데타 모의 +14 24.09.14 3,215 111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76 115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508 112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67 114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88 119 12쪽
22 충무장 결의 +13 24.09.09 3,668 103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629 98 11쪽
»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709 122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81 110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67 107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54 111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901 111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66 104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84 104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69 106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915 111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64 86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122 96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76 102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4,005 99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113 106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159 96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64 9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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