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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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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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장 결의

DUMMY

이자는 나에게 뭘 보고 나를 밀어주려고 하는 건지 궁금하였다. 물론 이자가 나를 정확히 보기는 했다.

감이 뛰어난 건가?


“나를 잘못 본 거 같소.

난 누구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소. 올라갈 일이 있다면 내 힘만으로 갈 것이고 힘이 부족하면 쉬었다 갈 것이오.

괜한 짓 하지 마시오.”

“각하! 도움받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내가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것이 아니오.

난 내가 알아서 내 갈 길을 찾아가겠다는 것이고 설령 어려운 길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간다면 그게 바로 쉬운 길이라오.

누구의 도움을 받아 올라간다면 나의 그동안 노력의 가치가 사라지고 폄하될 것이오. 당신은 나를 위하고 생각한다면서 나에게 그러고 싶소?”


사식은 삼촌은 저렇게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일단 한발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하의 거룩한 뜻을 미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데 사식이 삼촌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각하! 각하의 길을 가시려면 금전적으로 많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에도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돈이 많습니까?”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족한 편은 아닙니다.”

“그 돈은 떳떳하게 번 겁니까?”


아마도 각하도 자신의 뒷조사를 했을 것이다. 빤히 들통날 거짓말을 하여 신뢰를 잃는 악수를 둘 필요는 없었다.


“돈에는 귀천이 없다고 봅니다. 개같이 벌어서도 정승같이 사용한다면 귀히 쓰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쓰는 돈이 귀하게 쓰인다는 말이오?”

“각하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게 해 줄 거름이 되니 귀하게 쓰이는 것이 맞습니다.”

“내가 충고 하나 하겠소.

돈이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벌었는지도 자세히는 모른다오. 허나 내가 보기에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축적한 것 같소.

이번 419 이후에는 운이 좋아서 빠져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운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오,

그런 돈은 한순간에 훅하고 전부 날아갈 수 있는 법이오. 이쪽 생리를 잘 아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오.

그러니 지금부터는 남들이 보기에도 개과천선했다고 인정할 만큼 좋은 일에 돈을 사용하시오. 그게 본인 일신에 도움이 될 것이오.”


사식이 삼촌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인 강산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때도 꽤 힘들었는데 진민재는 더 힘들었다. 그만큼 거물이니 힘든 것은 당연하겠지.

그렇다고 포기할 자신이 아니었다.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라 생각하면 되니까. 천천히 가는 방식으로 변경해야겠다.

자신도 이번 419를 겪으면서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꼈다.

세상은 영원한 권력 같아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서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도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충고 감사합니다. 각하의 충고를 귀담아 삼아 앞으로는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



사식은 삼촌은 지금 민주당 신파 인사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이 나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의원님! 장문 내각이 우여곡절 끝에 출범됐는데 장관들 인사는 결정된 겁니까?”


수저를 내려놓은 이 의원이 입을 열었다.


“거의 결정됐다고 볼 수 있소.”

“이번 내각에서 신파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거라는 소문에 구파에서는 불만들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불만이 많아도 어쩌겠소? 따르는 수밖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럼 국방부 장관은 누가 되는 겁니까?”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파의 현성호가 유력하다오.”

“의원님! 내각이 새로 결정되면 참모총장도 새로 결정해야 할 텐데 생각하시는 인물은 있습니까?”

“그건 국방부 장관이 결정해야 하지 않겠소?”

“요즘 군에서 정군 운동으로 시끄럽던데 참모총장은 정군에서 자유로운 분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오.”

“제가 알기로 1군 사령관인 진민재 중장은 청렴결백하고 군 생활 동안 문제를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기에 중견 장교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고 또 일본 육사나 만주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광복군 출신이라 민주당에서도 전혀 부담이 없을 겁니다.”

“오 그렇소? 그런 인물이 있다면 당연히 참모총장이 돼야겠죠.”


옆에서 듣고 있던 박 의원이 끼어들었다.


“제가 알기로는 참모총장은 참모차장인 최영록 중장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소.”


사식은 삼촌은 순간 미간이 구겨졌다가 다시 활짝 폈다.


“정말입니까?”

“내가 들었소.”

“새로 출범하는 2공화국인 만큼 초대 참모총장은 흠결이 없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처음부터 자격 시비가 불거지면 정권의 흠이 될 겁니다.”

“듣기로는 최영록 중장도 후생 주택 하나만 있을 정도로 청빈한 자요. 문제는 없을 것이오.

또 장문 총리와 매우 친밀한 사이라고 들었소.”


장문 총리와 매우 친밀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물 건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민재 장군이 자기 힘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힘을 써 참모총장으로 만들어주고 공치사를 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안 된다는 것을 알면 그간 경험으로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좋았다.


“들어보니 최영록 중장도 참모총장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군에 이런 충직한 군인들이 많아 국가와 군의 장래가 매우 밝은 것 같습니다.”

“당연하오. 진민재 중장하고는 각별한 사이입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우연히 진민재 중장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의 인품에 반해 추천해 본 겁니다.”

“그렇소? 그런 자라면 기억하고는 있겠소.”



***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7시가 되어 저녁 식사를 하려고 일어서 나가려는데 김태승 중령이 들어왔다.


“각하!”

“왜?”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육본에 있는 동기한테 연락이 왔는데 정군 운동 주역들은 지금 잔치 분위기랍니다.

최영록 신임 참모총장이 취임 기자 회견에서 정군 운동을 지지하며 정군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약속했으며 또 박종회 소장이 오늘 육본에 진입했다고 다들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외롭게 고군분투했는데 천군만마를 얻었으니 당연할 겁니다.”


최영록 신임 참모총장도 영어 군사학교 동기이다.

이 몸의 기억으로 보면 영어 군사학교 동기 중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동기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당연히 잔치 분위기겠지. 정군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장성 7할은 물러나야 할 테니까.

그럼 그 빈자리를 밑에서 채워야 하니 육사 8기들은 대령 또는 장성으로 진급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애초부터 정군 운동은 순수한 의도가 아닌 밥그릇 사수로부터 시작한 거라고 말한 거야.”


김태승 중령도 내 말을 인정한다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진입이라고? 어감이 이상하지 않나?”

“네?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난 쳐들어 왔다는 의미로 들려. 무슨 점령군이야 육본을 점령하게? 정확한 표현은 진입이 아니라 전입이지. 안 그래?”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신고식 할 때도 전입이라고 합니다. 동기들이 말을 실수한 것 같습니다.”


고개를 저었다.


“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아.”

“네? 무슨 의도가 있다는 겁니까?”

“자네 동기들이 의도를 가지고 말했다기보다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은연중에 드러난 일이라고 생각해.

평소에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온 거지. 그래서 난 그전부터 그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또 불순한 생각을 하는 위험한 자들이라고 생각해. 자넨 어떻게 생각해? 내가 침소봉대하는 것 같아?”


김태승 중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각하는 동기들의 정군 운동을 순수한 의도보다는 밥그릇 사수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니 당황스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은 말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각하의 말처럼 그들의 생각이 은연중에 말로 표출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순한 생각이 뭘 의미한다는 겁니까?”

“자네도 뭘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지 않나? 애써 모른 척할 필요는 없네. 다만 나의 우려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네.

나가보게.”

“네. 알겠습니다.”


김태승 중령이 나가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박종회가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으로 전입하여 출세 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3개월 뒤에 유엔 사령관 매그루더 장군이 박종회의 과거 남로당 활동 사실을 알게 되어 장문 총리에게 항의하여 다시 2군 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좌천된다.

그럴수록 박종회는 더욱더 혁명의 의지가 굳어져 갔을 거다.



***



김중필을 비롯한 육사 8기 11명은 충무장이라는 요정에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잔을 내려놓은 김형우 중령이 뭔가 큰 결심을 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난 말이야.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해. 현재 우리가 하는 방법으로는 군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야.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혁명 외에는 없어. 안 그런가?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동감일세. 나도 자유당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의 바람대로 정군 운동이 제대로 될 줄 알았는데 말뿐이지 지지부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도 이제는 혁명으로서 우리의 정군 운동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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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146 111 11쪽
27 쿠데타 모의 +14 24.09.14 3,214 111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76 115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506 112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66 114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87 119 12쪽
» 충무장 결의 +13 24.09.09 3,667 103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629 98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707 122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80 110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66 107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54 111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900 111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64 104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82 104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67 106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911 111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61 86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120 96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73 102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4,004 99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113 106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159 96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63 9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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