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이 몰려오는 치유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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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
작품등록일 :
2024.08.2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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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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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비결을 찾아라 (2)

DUMMY



계정화관(鷄精華串).


이름만 들으면 인터넷 아이디에다가 꽃으로 된 왕관 스킨을 끼운 듯하지만, 한자를 풀어 보면 ‘닭의 정수를 담은 꼬치’라는 뜻이다.


‘닭의 정수’라는 게 닭의 정령을 잡아서 드랍한 아이템은 당연히 아닐 테고, 그게 뭔가 했더니.


“제가 알기로는, 닭의 맛있는 부위로만 꼬치로 만들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어요.”


범동우와 제갈단이 점소이에게 계정화관과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하는 사이, 제갈란이 답했다.


“그러고 보니 신양현 토박이인 사람에게 그 비슷한 이야기는 듣긴 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요?”

“모올루의 일대 주인장이 신양현의 하지 경연에서 처음으로 출품한 음식이 바로 닭꼬치와 소흥주였다고 들었습니다.”

“하지 경연··· 아하.”


제갈단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방긋 웃었다.


“신양현의 하지 경연에서는 음식으로 경연을 펼친다고 들었습니다. 형장께선 그 경연에 참가하실 예정이시군요?”

“아, 그래서 적진을 정찰한다는 소리를 한 거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제 최대 경쟁자가 될 상대인데.”

“경쟁자라, 흐음.”


침음성과 함께 슬쩍 미소를 짓는 범동우. 그 두 글자 단어와 표정에 얼마나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는지는 대략 파악이 됐다.


낮잡아보기, 근거 없는 자신감, 소림의 속가제자라는 우월감 등등.


참고로 이건 내 피해망상이 아니다. 옆에서 범동우의 옆구리를 찌르는 상효비가 증인이니까.


“사형, 그게 무슨 소리예요.”


상효비가 슬쩍 째려보면서 눈치를 주기는 했지만, 그것도 강도가 상당히 약했다.


내가 더 약 오를 정도로 시늉만 하는 수준이었으니까.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도 있잖아.


그래서 나도 좀 발끈했다.


“왜요, 경쟁이 안 될 것 같습니까?”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모올루와 형장의 객잔은 체급 자체가 다르지 않소?”

“진짜 체급으로만 따지면 제가 압승 아니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씩 웃으면서 가슴팍을 퉁퉁 치자, 범동우가 가볍게 웃었다.


“외공을 수련한 사람처럼 보이긴 하외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고, 실력 또한 붙어봐야 아는 법 아니겠습니까?”

“가끔은 시작도 하기 전에 승패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더이다.”

“그렇습니까?”

“그렇소.”


허허허허, 성질을 살살 긁는 재주가 있으시네?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한 번 확 몰아친다. 나랑 무력이 그렇게 많이 차이 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디 한번 들이박아 버려?


“······.”

“······.”


나와 범동우가 서로를 노려보자, 옆에 있던 제갈란이 눈살을 찌푸렸다.


“두 분 다 그만하세요. 즐겁게 식사하려고 모인 자리에서 그러시면 안 되잖아요?”

“······.”


싸움을 중재하려는 제갈란과 달리, 제갈단은 이 상황이 흥미로운지 턱을 매만지면서 나와 범동우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의견이 맞지 않으니 조율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율할 방법··· 말이오?”

“예. 범 소협은 황 형장의 실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그렇소.”

“반대로 황 형장께선 자신의 조리 실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라고 확신하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제갈단이 씩 웃으면서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답은 단 하나 아니겠습니까. 바로 비무를 여는 겁니다.”

“아니, 소협. 지금 대소림의 속가제자인 내가, 객잔 주인장과 칼을 맞대란 말이오?”


진짜 말 뭣같이 하네, 이놈. 지금 당장이라도 탁자를 뒤엎고, 저놈의 머리통에 찻잔을 때려 박아버릴까?


그 생각과 함께 내가 주먹을 꽉 쥐니, 서지향이 내 손등을 꽉 잡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저씨, 얼굴이···.”

“왜, 못생겼나?”

“아니요, 엄청, 엄청 화가 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나 보다. 괜히 미간을 매만지며 표정을 풀었다.


내 앞자리에 앉은 제갈란도 말리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서지향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다.


“······.”


참으라는 눈짓과 함께 제갈단을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괜히 저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갈단은 분명히 내 무공 실력과 조리 실력을 알고 있단 말이지? 무공은 쥐뿔도 없지만, 요리는 기가 막히게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제갈단이 제안하는 건 일반적인 비무가 아니다.


그렇다면?


“미각으로 비무를 하자는 뜻이군요.”

“역시 황 형장이십니다.”


역시 제갈세가다. 음식으로 생긴 분란이라면, 음식으로 해결하자는 소리 아닌가.


나와 제갈단이 씩 웃으면서 이심전심 그 자체를 즐기는 동안, 눈치가 조금 없는 범동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떻게 미각으로 비무를 한단 말이오?”

“주방에 기별을 넣어 두 개의 닭꼬치를 준비할 테니, 그 닭꼬치에 어떤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써내는 걸로 하는 건 어떨까요?”


제갈란의 제안에 제갈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란이의 말 대로 두 개의 닭꼬치에 똑같은 조미료를 묻혀놓고, 누가 더 많이 맞추는지 물으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그 말에 범동우가 콧방귀를 뀌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수년간 소림에서 수련하면서 식방각에서 만든 수많은 음식을 먹어왔소. 게다가 속가제자들 사이에서 내 별명은 하늘이 내린 혀라 하여, 천설(天舌)이라 불렸을 정도요. 당연히 그 정도쯤이야 가능하지.”

“저도 치유객잔이라는 전장에서 매일 같이 싸우는 사람입니다. 전장에서 뒤로 물러난다는 건 패배를 의미하니,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요.”


그 말과 함께 범동우를 바라보자, 범동우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좋습니다. 두 사람이 받아들였으니, 상 소저와 제가 주방에 들어가서 숙수와 조율해 보겠습니다. 란이 너는 세 사람 곁에 있고.”

“알겠어요.”


새초롬하게 대답한 제갈란은 제갈단과 상효비가 주방 안으로 들어가자, 곧장 나와 범동우를 쏘아 보았다.


“서로 배려만 조금씩 했다면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는데, 꼭 이렇게 싸움을 벌여야겠어요?”

“제갈 소저. 무림 초출이라 잘 모르시나 본데, 이건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오.”

“모올루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배려한 사람을 낮잡아보면서 말이죠?”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됐어요. 그리고 황 형장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무림과 크게 관련 없는 사람이라지만, 그렇게 맞서면 어떻게 해요?”


제갈란의 타박에 백한 가지 변명이 떠올랐지만, 이내 꾹 참았다. 여기서 ‘저놈이 먼저 시비 걸었는데요?’ 하고 대꾸하면 하수거든.


“죄송합니다, 제갈 소저. 지향이 앞에서는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바지가 찢어진 노란색 해면동물의 노래를 떠올리며 납작 엎드리자, 제갈란이 눈을 슬쩍 흘기면서 답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요. 성질 나쁜 무림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연히 그래야죠.”


범동우에게는 퉁명스럽게 대꾸했으면서, 왠지 나에게는 조금 온기가 느껴지는 충고를 건네는 제갈란.


살짝 들뜨는 마음을 숨기는 사이, 서지향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아저씨, 혹시라도 지면 어떻게 해요?”

“걱정하지 마.”


내가 무량공처는 못 쓰지만, 이거 하나는 단언할 수 있다.


이긴다.


지금까지 주방에 서서 열심히 칼질하고 먹어왔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이럴 때 써먹으려고 했던 거지.


곧, 제갈단과 상효비가 자리에 도착하자 점소이가 자그마한 접시 하나를 들고 왔다.


접시 위에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닭꼬치가 딱 두 개 놓여 있었는데, 저 멀리서부터 풍기는 향이 독특했다.


냄새를 맡아 보니, 제갈란의 제안대로 여러 향신료를 복합적으로 쓴 모양.


각자의 접시에 잘 구워진 닭꼬치가 놓이자, 제갈단이 탁자 앞에 깍지 낀 손을 올리며 답했다.


“모올루의 총괄 숙수 말로는,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향신료를 담았다고 합니다. 그 내역을 머릿속에 담아왔으니, 두 분께서는 닭꼬치를 드시고 떠오르는 향신료를 이 종이에 적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두 장의 종이와 세필을 건네는 제갈단.


종이와 세필을 한편에 잘 둔 뒤, 접시에 놓인 닭꼬치를 집어 들려던 그때 범동우가 히죽 웃었다.


“주인장, 감당하실 수 있겠소?”

“감당? 그거야 객잔을 매입했을 때부터 한 거고요.”


무림인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속가제자는 삼시세끼 밥도 식방각에서 나오고 주먹만 열심히 휘두르면 되지 않나.


하지만 나는 다르다. 망해도 누가 책임져 줄 일은 없는 소상공인 그 자체.


그렇기에 치유객잔을 운영하는 건 사활을 건 행동이고, 치유객잔을 무시하는 건 나를 무시하겠다는 뜻.


그렇기에 딱 잘라 제안했다.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 뭐라도 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기를 하자 이 말이오? 안 봐도 뻔한 승부에 무슨 내기까지···.”


불편한 표정을 짓는 범동우에게 씩 웃으면서 딱 한 마디를 건넸다.


“왜, 쫄리십니까?”

“······뭐요?”

“겁을 잔뜩 집어먹으셨냐는 뜻입니다.”

“그게 무슨··· 대소림의 속가제자를 무엇으로 보고!”


자고로 ‘쫄?’ 한 마디에 안 넘어가는 사람 없다.


범동우가 당황과 분노가 섞인 얼굴로 탁자를 탕 치긴 했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원래 또 짖는 개는 안 무서운 법이거든.


씩씩대는 범동우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승낙한 걸로 알고, 이번 승부에 지게 된다면 깔끔하게 상대방 소원 한 가지 들어주는 건 어떻습니까?”

“덩치는 곰 같은데, 행동은 여우 그 자체 같소.”

“칭찬 감사합니다.”


그건 내가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이란 말이지. 내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며 쳐다보자, 범동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경박하기는. 소원은 인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들어주는 걸로 하는 건 어떻소?”

“좋습니다.”


내기가 성립했다.


이제 닭꼬치를 먹어볼 차례.


“일각의 시간을 드릴 테니 두 분 모두 적으시면 됩니다.”


제갈단의 말에 혹시 몰라서 물로 입을 한 번 헹구는 사이, 제갈란이 내 쪽을 바라보며 중얼댔다.


“무림인과는 싸우지 말라니까, 왜 내기까지···.”


으흠흠. 그치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자존심이 상처받는걸.


제갈란의 눈 흘김을 받으면서 아직 따끈따끈한 닭꼬치를 와앙 깨물었다.


바삭한 겉껍질과 함께 촉촉하면서도 탱글한 속살이 반긴다. 아마도 넓적다리살을 쓴 것 같다. 그 부위가 아니면 이렇게 탱글할 수가 없지.


잡내? 그런 건 단 한 톨도 없다. 오히려 이게 닭고기인가 싶을 정도로 진한 감칠맛이 강하게 느껴질 뿐.


그리고 그 뒤로 향긋하면서도 오묘한 향신료들이 코와 입 사이에서 스쳐 지나갔다.


이건 단순히 미각 승부용 닭꼬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여러 맛과 향이 한데 얽힌 작품 그 자체였다.


“······.”


범동우도 비슷한 감정이었는지, 한 입을 먹고 살짝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범동우는 곧장 종이에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나 또한 질 수 없지. 알아차리기 쉬운 것부터 찬찬히 적었다.


생강, 청화초, 회향, 계피, 팔각···.


그렇게 닭꼬치를 조금씩 뜯어 먹으면서 쭉 내려 적던 중.


······!


“······?”


이거 뭐지?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특이한 향신료가 미약하게나마 존재감을 내뿜었다.


내가 실제로 먹어보지 않은 향신료라 하더라도, 식방각 스님들이 체험했던 것들은 온전히 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마치 수많은 책이 있는 소림의 장경각이 머릿속에 있는 느낌이랄까.


문제가 있다면, 그 수많은 책이 있는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지금 입에서 감도는 이 향신료의 정체는 좀처럼 밝혀낼 수 없었다.


생각하자, 생각. 분명히 알아맞힐 수 있을 거다.


그러던 중.


“······!”


무언가가 떠올랐다. 발상의 전환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없는 걸 찾지 말고, 없는 이유를 반대로 생각하는 거다.


그랬더니 후보군이 확 좁혀진다.


그래, 이거밖에 없지.


마지막으로 그 향신료의 이름을 적으면서 범동우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분명, 분명히 이게···.”


열심히 끙끙대던 범동우 또한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적었을 즈음, 제갈단이 손뼉을 강하게 쳤다.


짜악!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다들 종이를 건네주시죠.”


종이를 회수한 제갈단은 상효비와 함께 종이를 들고 쭈욱 훑어보더니, 이내 웃음을 슬쩍 지었다.


“이거 참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제갈 소협,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소?”


제갈단은 가타부타할 것 없이 양손에 종이 한 장씩을 들고 보여주었다.


[생강, 청화초, 회향, 계피, 팔각, 정향···.]

[팔각, 회향, 생강, 정향, 청화초, 계피.]


“이건, 거의 똑같은데···.”

“아뇨, 황 형장께서 두 개를 더 적으셨습니다.”


[흥거, 우유.]


‘흥거’라는 단어를 제갈단이 가리키자마자 범동우가 당황한 얼굴로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흐, 흥거라니? 그게 실존하는 향신료였단 말이오?”


식방각 스님들과 제포 스승님이 모를 만한 향신료는 오로지 하나.


바로 흥거였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에 방해되는 다섯 가지 채소가 바로 오신채(五辛菜)다.


그중 마늘, 파, 부추, 달래까지는 익히 알려진 채소라서 식방각 스님들도 잘 알고 있지만, 흥거는 솔직히 상당히 마이너한 향신료거든.


“흥거는 신강에서 유래된 향신료이니, 범 소협께서 모를 법도 합니다. 특히 오신채이다 보니 숭산 주변의 식당에선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테고요.”

“그럴 수가···!”


어떠냐, 내가 이겼지? 범동우가 눈을 질끈 감으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희희낙락한 승자의 미소를 지으려던 그때.


종이를 뚫어지게 보던 상효비가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흥거는 맞았지만, 이 닭꼬치에는 우유는 들어가 있지 않잖아요?”

“예, 숙수가 말한 향신료 목록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틀린 답을 껴 놓았으니, 주인장이 흥거를 맞췄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한 개는 맞고, 한 개는 틀렸으니, 동률과 다름없지 않나요?”

“아니, 무슨 개떡··· 으흐흠. 무슨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십니까?”

“맞춘 향신료를 일 점이라고 본다면, 두 분 다 여섯 개를 맞췄으니 육 점인 건 동일한 거잖아요. 아닌가요?”


상효비의 논리는 틀린 건 아니지만, 전제 조건 자체가 틀렸다.


애초에 닭고기에서 우유의 향이 감도는데 이게 왜 틀린 거라고 하는 건데?


“그러니까 무승부인 거죠.”

“잠시만요. 우유가 안 들어갔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저랑 제갈 소협이 숙수가 직접 조리하는 것까지 봤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우유는 닭꼬치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아닙니다. 우유는 들어갔습니다. 우유 특유의 향이 닭고기에 남아 있었으니 말입니다.”

“안 들어갔다니까요? 제갈 소협이랑 제가 똑똑히 보고 들었다구요. 일곱 개의 향신료 모두 기억을 못 하는 것도 아니구요.”


아니, 내가 진상이 된 것 같네?


우유 맛이 나서 우유라고 적었는데, 왜 우유가 없냐고 하면 당연히 우유 맛이 나서 우유라고 적었다고 할 수밖에 없잖아.


상효비가 쌍심지를 켜고 나를 노려보고, 그 시선에 내가 답답해서 가슴팍을 퉁퉁 두드리려던 그때.


“저기, 손님들. 죄송하지만 잠시 이 화제에 껴도 괜찮겠습니까요?”


멀찍이 있던 점소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등장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가?”

“사실 이 덩치··· 아니, 풍채가 좋으신 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요.”

“우유가 들어가 있었다고요? 하지만 분명히 우유 같은 건 닭꼬치에 뿌리지 않았는데요?”

“그, 닭꼬치의 밑준비를 할 때 잡내를 지우기 위해 닭고기를 잠깐 소의 젖에 재워놓습니다요. 고작 이 각 정도의 시간이긴 하지만···.”


점소이의 말에 상효비와 범동우는 물론, 나머지 세 사람도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 이 각이요? 그렇게 짧은 시간만 재우는 건데, 어떻게 그걸···?”


마치 규격 외의 인물을 보는 듯한 네 사람의 시선에 곧장 승자의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답했다.


“말했잖습니까. 닭고기에서 우유 특유의 향이 난다고요.”


내가 이길 거라고 했잖아.






작가의말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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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내공과 요리의 상관관계 (2) 24.09.15 81 3 13쪽
14 내공과 요리의 상관관계 (1) 24.09.14 91 3 14쪽
13 우리 마을의 권 선생님 24.09.13 86 3 15쪽
12 제포적 사고 24.09.12 9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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