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이 몰려오는 치유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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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
작품등록일 :
2024.08.2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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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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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비결을 찾아라 (1)

DUMMY



“······어때요?”


평소와는 다르게 연분홍색의 단정한 옷을 입은 서지향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며 물었다.


“음, 합격. 아저씨 옷은 어때?”

“옷은 멋있어요.”

“옷‘은’ 멋있다는 건, 얼굴은 박살 났단 뜻이니까 나도 합격.”

“그런 소리 아니에요!”

“아저씨도 아저씨 얼굴 상황을 알거든.”


대충 훑어만 봐도 내 얼굴 위에서 서주대효도가 벌어진 것 같잖아.


“진짜 아닌데···.”

“그래, 그래. 아저씨가 장난 좀 쳤다.”


울먹이려는 서지향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래니 그제야 좀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거 보면 애들 다루기 참 까다롭다니까.


그런데 뜬금없이 서로의 옷을 보고 합격이네 박살이네 하는 이유는 뭐냐고?


“오늘 가는 곳이 모올루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이렇게 예쁜 옷을 꼭 입고 가야 하는 거예요? 평소에 입는 녹색 옷도 괜찮은데.”


오늘 입은 옷이 꽤 예쁘다고 생각한 건지, 팔랑거리는 긴 치마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서지향이 물었다.


“모올루 일 층은 그냥 아무나 갈 수 있는데, 이 층부터는 손님을 가려 받거든. 게다가 특정 요리를 먹으려면 예약도 필요하고.”


서지향이 말한 대로, 오늘 가려는 곳은 모올루.


저번에 계획했던 것처럼 모올루에선 과연 어떤 음식을 파는지 궁금해서 혼자 털레털레 갔더니, 소위 말하는 ‘빠꾸’를 먹었다.


이유는 방금 말했던 대로 이 층은 예약제기 때문이었다.


무슨 이런 시골짝 주루에도 예약을 받나 했더니, 현령을 비롯해서 이 주변 지역 유지들이 자주 온다고.


그래서 최대한 가까운 날로 예약 잡아달라고 한 게 오늘이었다.


게다가 거간꾼 양 씨에게 물어보니, 객잔에 일할 때 입는 옷을 입고 가면 무시를 한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마음 굳게 먹고 비싼 옷 좀 샀다. 맨날 동전 열 푼짜리 싸구려 중고 옷 말고, 은자 반 냥씩 하는 비싼 옷으로다가.


얹혀살면서 비싼 옷까지 받는 건 염치가 없는 거라면서 불안해하던 서지향 것도 샀다. 문제는 나보다도 더 작은 서지향의 옷이 더 비쌌는데, 자그마치 은자 한 냥이었다는 것.


덩치가 산 만한 나보다도 옷감도 적게 들어가는데 왜 여자 꼬맹이 옷이 더 비싼 건지 모르겠다. 중원에도 벌써 자본주의의 광풍이 불기 시작한 건가 싶네.


서지향의 손을 꼭 잡고, 신양현의 중심가에 있는 모올루로 향했다.


나야 며칠 만에 다시 복작복작한 대로를 걷는 거지만, 요 몇 주 동안 객잔 근방에만 있었던 서지향은 주변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왜, 뭐 하나 사줄까?”

“아, 아뇨! 괜찮아요!”


물론, 말과는 달리 서지향의 눈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서지향의 시선을 뺏은 곳은 다름 아닌 가판대.


그것도 아주 새빨간 색의 반들반들한 열매가 꼬치에 잔뜩 꽂혀있는 곳이었다.


“당호로 사시오, 당호로! 아주 새콤하고 맛있소이다!”


한때 한국에 있는 모든 선배의 지갑을 탈탈 털어버린 원흉이자, 먹을 때마다 치과의사들의 입꼬리가 슬쩍슬쩍 올라가는 간식인 당호로(糖葫蘆)였다.


탱글탱글하고 새큼한 산사나무 열매에다 뜨겁고 끈적한 설탕물을 잔뜩 바른 뒤 차가운 바람에 식히고 굳혀서 만든 바로 그거.


차라리 떼를 쓰거나 먹고 싶다고 말을 하지, 그냥 침만 꿀꺽꿀꺽 삼키는 서지향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눈칫밥을 고봉밥으로 먹일 수는 없지.


“당호로 두 개만 주십쇼.”


곧장 동전을 내밀면서 당호로 장사꾼에게 다가가자, 서지향이 손사래를 쳤다.


“안 사주셔도 돼요!”

“내가 먹을 건데?”

“네?”

“아저씨가 너한테 준다고 말한 적 없는데. 왜 설레발을 치는 것이지?”

“어, 어어··· 그, 그러네요?”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멍하니 바라보는 서지향을 뒤로 둔 채, 당호로 장사꾼에게 다가갔다.


“거기 있는 쪼만한 거 말고, 튼실한 걸로 두 개요.”

“아이고, 손님. 다 똑같은데 어찌 큰 거 작은 거를 고르십니까?”

“똑같기는. 콩알만 한 거랑 대추알 만한 거랑 딱 차이가 있구만.”


어딜 객잔 주인 안목을 속이려고. 낭만의 시대 그 자체인 중원은 속거나 속이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단 말이지.


튼실한 녀석 두 개를 냉큼 고르자, 당호로 장사꾼의 표정이 설탕처럼 싹 굳었다.


낄낄거리는 표정으로 곧장 당호로 하나를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어흐으으.”


시다, 셔. 분명히 설탕을 두껍게 입혔을 텐데, 입에 침이 줄줄 새어 나올 정도로 셨다.


턱 뒤쪽이 지끈거릴 정도의 강렬한 신맛은 그래도 곧 사라졌다. 입에 있던 설탕 파편들이 녹으면서 달콤한 맛이 확 감돌았기 때문이다.


중원의 스테디셀러 간식으로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은 폭력적인 단맛 그 자체. 단팥이나 밤 같은 은근한 단맛도 좋지만, 극한의 극한을 짜내는 단맛도 가끔은 경험하면 좋단 말이지.


와작와작 소리를 내며 마지막 남은 산사열매 한 알까지 남김없이 집어먹은 다음에 배를 살살 어루만졌다.


“어, 배부르다.”

“······네?”

“남는 건 지향이 너 먹어라.”


그 말과 함께 당호로 꼬치 한 개를 서지향에게 넘기자, 서지향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배가 불러요? 당호로 하나로?”

“아저씨도 의외로 소식가거든.”

“소? 식이요?”

“싫으면 말고.”


그 말과 함께 손에 쥐고 있는 당호로를 빼앗으려니, 서지향이 손을 휙 뺐다.


“아니요! 잘 먹을게요!”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와삭와삭!


곧이어 들리는 설탕 옷이 부서지는 소리. 거기에, 작게 키득키득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서지향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으니, 곧 모올루의 커다란 누각이 보였다.


이 시대에 보기 힘든, 특히나 이런 자그마한 마을이라면 더더욱 보기 힘든 삼 층짜리 누각의 위용에 서지향이 감탄을 터트렸다.


“엄청 크다! 아저씨는 안 신기하세요?”

“나도 신양현 토박이는 아니라 신기하긴 해. 여기만 삼 층 누각이잖아.”

“그렇죠?”

“그럼, 그럼.”


반짝이는 눈으로 모올루를 쳐다보는 서지향에겐 비밀이지만, 사실 큰 감흥은 없었다.


오동통한 여우 한 마리 몰고 다니는 어린 왕자 같은 서지향과 달리, 난 이미 때가 오지게도 탄 어른이거든.


적어도 ‘모올루의 공시가격은 금자 수백 냥에 달한대요’라든가, ‘무림맹에서 선정한 자수성가 소상공인 100위 안에 든대요’ 정도로 말해야 감탄하지.


그리고 꼬맹이 말에 팩트 찾아서 하나하나 반박하는 쪼잔한 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한 긍정해 주는 게 당연지사고.


그렇게 모올루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입구 쪽이 시끌시끌했다.


“정녕 안 되겠소? 우리 일행은 이 주루 한 번 가보겠다고 숭산에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오.”

“손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자리가 없습니다.”

“하, 알겠소. 혹시 성의가 부족한 거요? 돈은 내가 달라는 대로 다 줄 테니까···.”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멀끔한 남자가 전낭을 뒤지려 하자, 문지기가 당황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공자님, 돈을 받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자리가 없습니다.”

“정말로, 단연코, 단 한 자리라도 없소?”

“없다니까요.”

“그럼 적어도 빈 자리가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쪽에 있는 점소이가 고개를 가로젓고 있잖습니까. 정말로 없습니다, 공자님.”


와, 안 된다는데 억지로 밀어붙이는 모습 좀 보소.


대략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와 모올루의 문지기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문지기가 일방적으로 쩔쩔매고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지만.


이런 일이라면 그냥 냉큼 무시하고 우리만 쏙 들어가는 게 맞는 일이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젊은 남자 뒤에 있는 낯익은 남자가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니, 황 형장 아니십니까?”


친밀감 있으면서도 정중한 호칭인 형장(兄長)으로 나를 칭하는 미남자.


그 미남자는 다름 아닌 제갈세가의 장남인 제갈단이었다.


그 뒤로는 여동생인 제갈란과 함께 수수한 외모의 여인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야, 여기서 만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소림에는 무사히 다녀오셨습니까?”


포권과 함께 가볍게 인사하자, 제갈단도 같이 포권으로 답례했다.


“형장께서 잘 대접해 주신 덕택에 그야말로 가뿐한 여로였습니다. 오히려 저희 쪽에서 감사해야 할 판이니까 말입니다.”

“아이고, 감사하실 것까지야. 한데 왜 무림맹으로 안 가시고, 신양현에 오셨는지?”

“소림의 손님들께서 숙부님과 함께 간다기에, 저희는 여기 있는 두 분과 느긋하게 세가에 복귀하려고 했습니다. 무림맹까지 여러 명이 가면 번잡할 테니까요.”


나온 김에 정체 모를 저 두 남녀와 함께 주변을 유람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때 말하기로는 제갈란이 무림 초출이라 했으니, 한 번쯤 경험시키는 거겠지.


제갈단과 하하호호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그때, 제갈란이 제갈단을 쿡 찔렀다.


“오라버니, 대화도 좋은데 다른 분들 소개도 해 드려야지.”

“아아, 그래. 소개가 늦었지만, 이쪽은 소림의 속가제자인···.”

“범동우라 하오.”

“상효비예요.”


아까 문지기와 말다툼하던 멀끔한 젊은 남자가 범동우, 제갈란의 옆에 있는 수수한 여자가 상효비였다.


겉모습만 보자면, 두 사람 모두 이마 한가운데에 ‘저는 정파의 후기지수입니다’를 붙이고 다니는 것 같다. 나랑 같이 다니면 조폭 행동대장을 잡은 경찰대 학생 같겠는데?


“황정이라 합니다. 요 근처에 치유객잔이라는 작은 객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에게 포권을 쥐니, 두 사람의 눈빛이 살짝 이지러졌다.


“치유객잔의··· 주인장이시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속가제자 듀오가 내 몸을 위아래로 쭉 훑는다. 이거 딱히 좋은 시선은 아닌데.


“혹시 못 들어보셨습니까?”

“아, 란이··· 아니, 제갈 소저에게 들었어요.”

“으흠. 작은 객잔이지만 보기와는 달리 맛이 매우 좋다고 들었소.”


각각 범동우와 상효비가 한 대답이었다.


“······.”

“······.”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서로를 슬쩍 본 두 사람은 이내 눈치를 살살 본다.


눈치를 보는 대상은 당연히 나였다. 뭔가 넷이 있을 때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깐 한 모양인데. 내 흉이라도 본 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미심쩍기는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내 이야기 했냐고 물어보면 하수 중의 하수.


나도 나이가 어느 정도는 찼으니, 어떤 이야기는 굳이 안 듣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킹리적 갓심이 들긴 하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돌렸다.


“그래서, 여러분께서는 무슨 일로 문지기와 언쟁을 벌이고 있으셨습니까?”

“이 층으로 올라가려면 예약이 필요하다지 뭡니까? 지금 당장 예약할 수도 없고, 비어있는 자리도 없답니다.”

“신양현의 모올루에서 만드는 닭 음식이 그렇게나 빼어나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속가제자 듀오의 말에 제갈단이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 있는 두 친우는 요 몇 년 동안 소림의 산문 밖으로 나가본 적이 드물어서 말입니다. 본래라면 황 형장의 객잔으로 갔겠지만···.”

“아, 그래서 두 분이 저를 그렇게 본 거군요?”

“제가 이리저리 설득은 해 봤는데, 아시잖습니까.”

“알다마다요.”


살짝 씁쓸한 미소를 보이자, 제갈단이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몇 년 동안 휴가를 제대로 못 나가본 초급 장교 두 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북쪽에 계신 삼대 세습의 악마가 실상황을 몇 번이고 일으켰다거나 해서.


그런 두 사람이 드디어 휴가를 얻었는데 이름도 못 들어본 자그마한 식당에 가겠는가, 아니면 SNS에 올릴 만한 그 지역 최고 맛집에 가겠는가?


당연히 자그마한 식당이 우리 객잔이고, SNS 핫플레이스가 모올루다.


작은 객잔의 비애긴 하지만, 뭐 어떻게 해? 나 같아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올루 가려고 노력하지.


“하지만 예약하지 않으셔서 되돌아갈 위기에 처하셨고요.”


그 말과 함께 싱긋 웃으니, 속가제자 듀오가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놀리기라도 할 거냐는 그 시선에 가볍게 웃으면서 제안했다.


“마침 제가 모올루 이 층에 예약을 잡아놨는데 말입니다.”

“예? 황 형장께서 말입니까?”

“그럼요. 오늘 여기 온 이유가 적진을 정찰하기 위해서니까요.”

“적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그건 위로 올라가서 설명드리죠.”


눈치가 조금 없는 범동우에게 답변하며 문지기에게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황정으로 예약했는데, 제 뒤에 있는 분들도 합석이 가능합니까?”

“아, 예. 가능합니다. 들어가시지요.”


문지기의 공손한 어투에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바라보았다.


“그럼, 같이 올라가실까요.”


모올루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자, 한 사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이 기분 좋게 방긋 웃었다.


안 웃은 한 사람은 누구냐고? 당연히 나 빼고 죄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서지향이었다.


“······.”


초조하고 낯을 가리는 표정으로 내 손을 꽉 잡고 정파의 후기지수 네 명을 바라보는 서지향.


그리고 그런 서지향에게 미소 섞인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제갈란이었다.


“이 아이는 누구예요? 혹시 따님이에요?”

“에이, 하나도 안 닮았잖습니까. 우리집에서 숙식하는 꼬맹입니다. 이름은 서지향이라 하고요.”

“어쩐지. 너무 귀엽더라.”


이게 욕인지, 칭찬인지 고민하다가 금방 칭찬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뭐 여자애가 나 안 닮았으면 예쁜 거라는 소리잖아?


역시 안목은 제갈세가라는 걸 깨달으며 계단을 오르는 사이, 제갈란이 서지향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지향이는 몇 살이야?”

“저, 열 살이요···.”

“지향아, 언니 손 잡고 갈까?”

“네에······.”


서지향이 수줍게 제갈란의 손을 잡자, 제갈란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나랑 있을 땐 사채업자가 빚 대신 아이를 받은 모습처럼 보였는데, 둘이 있으니까 나이 차가 꽤 나는 자매처럼 보이네. 역시 미남미녀들은 사는 차원이 달라요, 달라.


그렇게 이층으로 올라가자, 탁 트인 창문 밖으로 신양현의 전경이 보였다.


산과 강을 끼고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휴양지의 전망대에 온 느낌이다. 도시와는 많이 다른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고나 할까.


내가 풍광에 매료되어 멍하니 있을 그때, 드디어 모올루에 입성하게 된 속가제자 듀오가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뭘 먹어야 할까요?”

“여기에 왔으면 반드시 먹어야 할 그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소?”

“음?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게 있습니까?”

“음? 아니, 그것도 모르고 예약을 하셨소?”

“점소이에게 안내받으려고 했지요.”


원래 이런 곳은 내가 섣불리 주문하기 보다는, 점소이 추천 믿고 가는 게 국룰이다. 괜히 힙스터 병 걸려서 이상한 거 고르다가 이도 저도 아닌 맛에 실망할 때가 많거든.


하지만 범동우는 턱을 치켜들더니,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부정했다.


“객잔 주인이라면서 모르는 소리만 읊고 있구려. 우리가 아는 음식 대부분은 어딜 가나 먹을 수 있지만, 모올루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건 단 하나요.”


그걸 알고 있는 놈이 예약도 안 하고 소림 언급하면서 갑질하려 했냐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대인배니까 웃음과 함께 물었다.


“그게 뭡니까?”

“바로 계정화관(鷄精華串)이라오.”


그 말에 제갈가의 남매와 상효비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체 계정화관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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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맛의 비결을 찾아라 (2) 24.09.17 62 1 16쪽
» 맛의 비결을 찾아라 (1) 24.09.16 65 1 16쪽
15 내공과 요리의 상관관계 (2) 24.09.15 81 3 13쪽
14 내공과 요리의 상관관계 (1) 24.09.14 90 3 14쪽
13 우리 마을의 권 선생님 24.09.13 86 3 15쪽
12 제포적 사고 24.09.12 9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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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심하세요, 현실입니다 (1) 24.09.03 17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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