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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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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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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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법규를 준수하시오.

DUMMY

“하! 이 자식이! 누굴 바보로 아나!”


마야는 콧방귀를 끼며 긴 의자에 누워버리곤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크리스와 세라는 그런 그의 모습에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에요. 오라버니?”


마야는 둘의 반응에 호기심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방해하러 온 건지 아닌지 이걸로 확인해 볼까?’


몸을 일으킨 마야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한다.


“날 여기로 보낸 놈이 아깐 1억 골드 모으라더니. 이번엔 3일 만에 5골드를 모으라고 하네.”


마야의 말에 크리스와 세라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겁니다! 형님!”

“맞아요. 오라버니. 그걸 도와주러 온 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의 둘에게 마야는 모른 척 질문했다.


“그거라니. 뭘 말하는 거지?”

“퀘스트요!”

“메인 퀘스트야? 아니면 서브 퀘스트야?”


둘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둘 다요!”

“그래? 그런데 난 안 할 건데. 사기꾼의 말을 어떻게 믿어? 안 그래?”


마야의 질문에 크리스와 세라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마야는 둘을 믿지 않고 있었다.

크리스와 세라는 신에게 이 마야를 도와주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먼저 마야의 의심을 풀어야 한다.


“형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신의 인도하에, 이곳에 왔습니다.”

“맞아요. 오라버니가 말하는 사기꾼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우린 정말 도와주러 온 거예요”


마야는 지그시 눈을 떠 둘을 흘겨보며 말했다.


“정말? 믿어도 돼?”

“네! 형님!/오라버니!”


마야는 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투자자를 가장한 사기꾼을 만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기에 할아버지의 실책으로 죽다 살아난 마야였다.

그래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거짓을 말하는 자의 눈동자가 어떤 것인지 말이다.


‘할아버지는 속였어도 나는 절대 못 속이지.’


다행히 크리스와 세라는 통과다.

둘에게선 어떤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뭣 좀 물어보자.”

“네!”

“페널티가 뭔지 알아?”


표현은 안 하고 있었지만, 계속 신경 쓰이는 단어였다.

여긴 게임 세상이었다.

마야가 아는 게임에서 미션 실패 페널티는 너무나 다양했다.


‘정보는 힘이다. 무엇인지 대충이라도 알아야 해.’


밑바닥부터 기어 온 마야였다.

조금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최악의 경우는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 할 겁니다.”


왠지 저 최악은 메인퀘 실패 페널티 같았다.


“그게 다야?”

“솔직히 자세히는 모릅니다.”

“우린 퀘스트를 받아 본 적이 없거든요.”


진 빠지는 소리였지만, 최악의 경우라도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했다.


‘뭐.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것도 심심한데 놀이 삼아 한 번 해볼까?’


요리로 20억이 넘는 돈을 갚은 마야였다.

1억은 조금 그랬지만, 5골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러자 마야는 이 세계 돈의 가치가 궁금했다.


“1골드는 얼마지?”


그 질문에 둘은 잠깐 멍해지더니 귀여운 작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마야는 이마를 쳤다.

그는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때 이곳이 민박집인 것이 생각났다.


“이 민박집. 1박에 얼마야?”


그 말을 듣자, 화색이 돋은 크리스와 세라는 웃으며 대답했다.


“30실버입니다.”

“30실버? 그럼 1골이 몇 실버인데.”

“100실버가 1골드에요.”

“그래? 흠.”


답을 듣자, 마야는 눈이 번쩍 뜨였다.

이런 허름한 민박집의 하룻밤이 30실버의 가치를 가진다면 자신이 만든 요리는 기본 3골은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고작 2인분 정도면 해결될 퀘스트라 생각하니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다.

마야는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형님? 찾으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주방! 주방 어딨지?”

“저기요! 오라버니!”


세라의 손끝을 따라가자, 현실에서도 익숙한 작은 미닫이문이 보였다.

물론 형편없는 나무였지만 말이다.

그 문을 밀고 들어가자, 오래된 명화 속 주방이 나타났다.


‘오호. 조리대가 깨끗하네.’


그 위로 가지런히 정렬된 다양한 조리 기구.

바로 불을 붙일 수 있도록 준비된 화덕.

이미 솥에 열을 공급 중인 화로.

상부장에 정리된 여러 그릇.


‘제법인걸?’


세련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주방이었다.

마야의 천직은 요리사였다.

주방에 들어오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조리대 위에 놓은 앞치마를 메자, 뒤에서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둘러보니 크리스와 세라가 홀과 주방의 연결을 위해 뚫어놓은 창에 머리를 들이밀고 헤벌레 웃고 있었다.


“왜?”

“아뇨. 그냥요.”

“너희 둘. 진짜 날 방해할 생각 아니지?”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저희는 형님/오라버니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그 정도까지의 다짐을 물어본 건 아니었는데 예상외의 굳건한 표정과 행동에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둘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돕는다는 거지?”

“전 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타다다다!


“그만! 그만! 알았어.”

“네!”


얼핏 봐도 세라는 주방보조,

크리스는 식자재 유통으로 보였다.

둘 다 식당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업무였지만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여긴 그, 싸가지가 만든 게임이었으니까.

그때 크리스가 들고 있던 바구니를 성큼 내밀었다.


“형님! 이거 받으시죠.”

“음? 뭐야 이건?”


그 안에는 익숙한 재료가 들어있었다.

달걀 3개와 감자 3개.

누가 요리사 아니랄까 봐 마야는 바로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자 재료 도감 창이 나타났다.


【달걀】★☆☆☆☆

「구하기 쉬운 흔한 식자재」

【감자】★☆☆☆☆

「구하기 쉬운 흔한 식자재」


‘별 한 개? 신선도를 말하는 건가?’


상태를 보면 두 식자재는 별 한 개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신선했다.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마야는 몇 번을 다시 확인해 봤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인벤토리에 보관하시겠습니까?]

[Y/N]


‘인벤토리? 창고?’


뭔지 몰랐지만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예스를 누르자 눈앞에서 사라진 재료는 텅 빈 6칸의 인벤토리의 빈칸에 자리 잡았다.

이번엔 인벤토리에 있는 재료를 손가락으로 누르자 다시 바구니로 돌아왔다.


‘신기하군. 이러면 보관은 문제없겠어.’


마야는 이런 창고의 원리보다 이 재료를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했다.


“어디서 난 거야?”

“당연히 텃밭이죠!”

“거기에 닭도 있어?”

“그럼요! 오라버니!”


마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크리스와 세라도 같이 움직였다.

기척을 느낀 마야는 살짝 고개를 틀며 잔뜩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오늘부터 주방 출입 금지야.”


마야의 말에 둘은 얼음이 돼버렸다.

그 모습에 만족한 마야는 본격적인 주방을 확인했다.

조리대 아래 서랍을 열어보자, 예상대로 다양한 크기의 팬과 솥, 냄비가 있었다.

이번엔 굳게 닫힌 상부 장을 열어봤다.

각종 조미료를 비롯해 기름이 가득 담긴 유리병이 있었다.


‘생각보다 준비는 잘 되어있군.’


마야의 표정을 보며 크리스와 세라는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둘과 눈이 마주친 마야는 한걸음에 다가와 따지듯 물었다.


“텃밭이 어딨지?”

“저 뒷문으로 나가시면,”


세라의 말과 함께 마야는 뒷문으로 향했다.

그때 요란스러운 발소리가 따라 들리자, 마야는 곧장 신경질 섞인 말투로 말했다.


“따라오지 마! 너흰 여기 있어!”


그리곤 빠른 걸음으로 뒷문을 열어젖히곤 주변을 둘러봤다.

한쪽에 닭장이라 보이는 판자때기와 그 옆에 솟아있는 감자 줄기가 있었다.

하지만 텃밭의 상태는 형편없었다.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마야는 손을 걷어붙이곤 잡초를 하나하나 제거했다.

크리스와 세라를 부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게 지금까지 마야가 살아온 삶이었고 그의 가장 중요한 성공 방식이었다.


-꼬르륵.


한참을 움직이니 배가 고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아침 겸 퀘스트 겸 요리나 해야겠다.’


문 앞에서 깨끗이 발을 털어낸 마야는 주방에 들어와 화로에 장작을 넣었다.

그러나 화력을 높이기 위해 한 행동이 반대로 불씨를 죽여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세라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오라버니! 그건 저에게 맡기세요.”

“노! 노! 절대 들어오지 마. 절대!”


마야가 이것도 해결 못 할 리 없었다.

마야는 구석에 있던 부싯돌과 칼을 들고는 여유롭게 불씨를 만들어냈다.


‘할아버지께 처음 배운 게 이거였지.’


순식간에 화로가 타올랐다.

마야는 그 자리에 팬을 올렸다.

이어 능숙히 감자를 채썰기로 썰었다.

그릇에 옮긴 감자채에 소금으로 밑간 후,

달아오른 팬에 기름을 두르자, 사람을 즐겁게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촤르르!


고소한 냄새가 사방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준비해 둔 감자채를 넓게 펼쳤다.

순식간에 기름을 머금은 탄수화물이 온 곳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향기가 얼마나 끝내줬는지 구경하는 크리스와 세라의 코가 끊임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글! 지글!


매력적인 소리와 함께 감자가 익어갔다.

그 사이에 풀은 계란물을 그 위에 붓는다.


-취이익!


단백질이 익어가는 참된 소리가 났다.

이제 소금을 뿌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됐다.

익어가는 요리에 크리스와 세라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 끝!”


팬에서 접시에 옮겨 담은 그 순간 나타난 요리 도감 창에 방금 만든 요리가 등록됐다.


【감자채 계란 부침】 - 25실버

「가늘게 채 썬 감자에 계란물을 부어 만든 간단한 요리.」


‘25실버? 꺼져라. 네가 요리를 알아?’


가격을 본 마야는 화가 잔뜩 났다.

이 요리는 할아버지가 마야에게 만들어 준 마지막 요리였다.

이 맛을 되살리기 위해 수도 없는 노력을 했기에 이 정도의 가격이 될 수 없었다.


“와~~!”


반대로 크리스와 세라는 잔뜩 신이 났다.

요리를 시작할 때부터 느껴지던 뜨거운 둘의 시선이었다.

완성된 요리 앞에선 별빛이 흘러내릴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자. 아침.”


완성된 요리가 테이블에 놓이기 무섭게 크리스와 세라가 말했다.


“먹어도 됩니까?”

“먹어도 돼요?”


마야는 절도있게 끄덕였다.


“와~~!”


둘은 각자 접시를 잡고 앞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요리에 코를 대고서 동시에 킁킁거리더니 두 손을 모아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이런 거에? 정말 웃긴 놈들이군.’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포크를 든 크리스와 세라는 동시에 대답했다.


“잘 먹겠습니다~!”


포크가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찰나!

마야는 접시를 잡아당기며 둘을 노려봤다.


“잠깐!”


갑작스러운 마야의 행동에 얼어버린 둘은 멍하니 흐르는 침만 꼴깍 삼켰다.


“돈!”

“네?”


크리스와 세라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분명 잘못 말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마야의 이글거리는 두 눈을 마주하자, 그가 진심이란 것을 깨닫는다.


“돈!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정말입니까? 형님?”

“어! 1골드!”

“너무해요! 오라버니!”


세라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았지만, 마야는 얄짤없었다.

돈을 받기 전까진 절대 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뜻은 한방에 무산됐다.


※경고!※

【동료는 서로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그렇기에 동료의 돈은 퀘스트 달성 목표액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한, 요리는 오직 정해진 가격 외에는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경고에 마야는 울화통이 터져 하마터면 접시를 엎을 뻔했다.


‘사기꾼인 네놈이 요리의 가치를 정한다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마야는 바로 민박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양손을 높이 치켜들고 중지에 모든 힘을 쏟으며 하늘을 향해 외쳤다.


“법규! 법규! 법규를 준수해라! 이 자식아~!”


주변 숲이 떠들썩할 정도의 파괴적 외침은 한참이나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도 식지 않는 분노를 한 발 장전한 마야의 눈앞을 떡하니 막는 창이 나타난다.


※축하합니다!※

【히든 퀘스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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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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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조리 24.09.07 3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5 0 12쪽
16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4 0 13쪽
14 첫 도시 출장 24.09.04 4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4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4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5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5 0 13쪽
9 훼방꾼 24.08.29 7 0 14쪽
8 침입자 24.08.28 5 0 12쪽
7 티거 24.08.27 5 0 14쪽
6 여행자 24.08.26 6 0 13쪽
5 첫 손님. 24.08.24 6 0 14쪽
4 정식 직원 24.08.24 8 0 12쪽
»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6 0 12쪽
2 누구냐, 넌 24.08.23 9 0 12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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