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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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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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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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DUMMY

▶【서브 퀘스트】(D-5)

200골드(170골드 40실버/85%)


“뭐? 산적?”


산적이란 단어에 마야는 며칠 전에 만났던 얼빵한 덩치들이 생각났다.

그중 한 놈은 한 방에 저 하늘로 날아갔고,

나머지 한 놈은 줄행랑을 쳤었다.


“주제도 모르고 다시 튀어나왔다, 이 말이지?”


그때도 별거 아니었는데 지금은 강화된 분노의 주먹까지 있었다.

이젠 기압만으로도 충분!

마야는 소리치며 달려오는 상대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남은 손은 허리에 두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이것이 히어로 포즈라는 건가?’


정신없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남자는 자신감 넘치는 마야의 모습에 안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오기 무섭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도와주세요! 산적이!”

“걱정 마.”


마야는 히어로 미소를 지었다.

몇 놈이 쫓아오는지 보기 위해 살짝 고개를 눕혔는데 너무나 썰렁했다.


“산적이 나타났다며?”

“네! 저 뒤에 있어요!”

“저 뒤?”


그는 다시 고개를 눕혔다.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언덕에 가려서 그런가?’


마야는 정확히 보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이어 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맞춰나갔다.

그러자 사람무리가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이동한다기보다 되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잠깐! 설마, 저놈들?’


그렇다.

마야의 감은 정확했다.

저 정도의 사람들이 저 길을 나타난 적은 손에 꼽을 수준이 아니라 완전 처음이었다.

손님으로 오다가 산적 때문에 되돌아간 사람들이었다.

산적은 이곳을 털려는 게 아니었다.

이곳에 오는 손님을 털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감히 내 고생에 똥을 싸질러?’


산적이 이곳으로 오는 손님을 공격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야말로 끝!

설상가상 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까지 소대를 꾸려 이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쯤 되면 오늘 장사는 다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런 시바! 새끼들!”


화가 잔뜩 난 마야는 숲을 향해 소리치며 힘이 잔뜩 들어간 주먹을 휘둘렀다.

강력한 돌풍이 손끝을 시작으로 나무를 헤집고 지나가며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손님은 침을 꼴깍 삼켰다.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 이 냄새 나는 요리는 파는 건가요?”


이 와중에도 마야는 정확히 답했다.


“80실버!”


그렇게 산적의 해코지를 피한 유일한 남자는 기쁨의 눈물까지 흘려가며 맛있고 안전하게 칼국수를 먹게 되었다.


“여기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의 감격에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마야는 하늘에 대고 삿대질하며 눈을 부라렸다.

대충 상황 파악이 끝난 크리스와 세라도 정신을 차리고 삼엄한 경계를 유지했다.

티거는···. 음···. 됐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행복을 찾은 유일한 남성도 얼마 뒤 상황 파악을 하게 된다.


“저···.”

“왜요?”


정문을 경계하는 세라 옆으로 다가간 남자가 잔뜩 움츠러든 어깨로 대답했다.


“그게···. 산적이···.”

“아! 잠시만요! 오라버니!”

“왜?”

“손님이 호위를 부탁하는데요?”


세라는 마야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마야는 너무 쉽게 답했다.


“도시 경비가 주변을 수색 중이니, 산적 놈들도 나타나진 않을 거야. 그리고 돈도 여기서 썼는데 뭐가 걱정이야?”

“돈은 없지만, 저 말을 빼앗기면 큰일이라고요.”

“아! 말···.”


마야도 상황을 깨닫고 한숨을 푹 쉬었다.

지금 시대라면 말은 차나 다름없었다.

차라면 집 다음으로 일반인이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자산 중 하나였으니까.


“그럼 어쩔 수 없지. 세라가 수고해 줘.”

“네! 오라버니!”


세라는 아끼는 경비대장의 롱소드를 뽑아 이리저리 확인하고서 남자에게 따라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안도의 한숨을 내보내는 남자는 서둘러 세라에게 다가갔다.

그녀와 함께 문을 나서려는 그때!


-다그닥! 다그닥!


가지런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핏 들어봐도 일반인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산적들도 아니었다.

훈련받은 군마들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

민박집 앞에 멈춰 섰다.


“왕국의 경비대장께서 말한다. 이곳 민박집 주인은 밖으로 나와라!”


상당히 거스름 떠는 말투로 경비대원이 말했다.

안 그래도 짜증이 잔뜩 난 마야였다.

저 말을 들으니 더 화딱지가 났다.

그는 주방 창문을 열고 목만 까딱 내밀며 답했다.


“내가 주인이다. 왜?”


마야의 행동에 그를 찾던 경비대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들은 경비대장 정찰대.

즉, 경비대장이 직접 이끄는 부대라는 이야기다.

거기에 왕국의 경비대장이면 상당히 높은 지위였다.

그에 반해 저 별것도 아닌 민박집 주인의 태도가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행동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건방진 녀석! 당장 밖으로 나오지 못할까?”

“네가 뭔데 얻다 대고 이래라 저래라야!”

“저 자식이!”

“이 자식이!”


화가 잔뜩 난 마야는 주먹까지 불끈 쥐어가며 상대를 위협했다.

그 순간 푸른 깃의 투구를 쓴 경비대장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의 주먹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대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마야의 위협적인 행동에 바로 칼과 창을 뽑아대기 시작했다.


“멈춰라!”


절도 있는 말과 함께 모두의 행동이 얼어붙었다.

대원들을 정리한 그는 마야를 노려봤다.

그의 주먹은 여전히 위협적인 힘을 담고 있었다.


“난 왕국의 경비대장이다. 당신이 이 민박집의 주인인가?”

“그렇다면?”

“잠깐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왜? 할 말 있으면 거기서 해도 되잖아?”


계속해서 까칠한 마야 어투에 경비대장의 인내심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는 이 건방진 자에게 자신의 직위를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경비대장이란 직위는 뛰어난 무력을 가진 자를 뜻했기에 강한 힘을 의미했다.

하지만 진짜 힘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공권력(公權力)!


“그럼, 여기서 말하지. 민박집 운영 허가서를 확인하고 싶은데.”

“민박집 운영 허가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마야는 어리둥절하며 크리스와 세라를 번갈아 바라봤다.


“왕국에서 내려주는 서류 말이다.”


경비대장의 말에 크리스가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웬 서류 뭉치를 잔뜩 들고 왔다.


“형님. 이게 그 허가서입니다.”

“뭐가 이리 많아?”

“해마다 갱신해서 그렇습니다.”

“이런 건 평소에 정리를 해야지!”


허둥지둥 대는 꼴에 경비대장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때아닌 산적 소동의 원인으로 사람들이 가려던 이곳 상황을 보러 잠깐 들렸다.

경비병력이 부족한 지금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으나, 그의 권위에 도전한 자를 이대로 둘 순 없었다.

이참에 이곳을 문 닫게 해버릴 생각까지 한 그였다.


“찾았다!. 자! 여기!”


마야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창에 손을 길게 빼 직접 받아 가라며 흔들댔다.

화가 난 한 경비대원이 창대를 움직이자, 경비대장은 여유롭게 그것을 막아서며 말에서 내렸다.

그는 콧방귀를 끼며 펄럭이는 허가서를 낚아채더니 차분히 읽어나갔다.


“흠. 허가서는 있군.”

“맞지? 그런데 너흰 여기 왜 온 거야? 산적 잡으러 온 거 아니었어?”

“그래서 온 거다. 갑자기 요리를 파는 이유가 뭐지?”

“민박집에서 요리 파는 게 이상해?”

“이상할 건 없지. 그런데. 왜 지금이냐는 거지.”


경비대장의 말에 마야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녀석의 딴지는 전형적인 공무원 과였다.

공무원에게 꼬투리를 잡힌 자영업자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같았다.


‘큰일이군. 이거 잘못 개긴 것 같은데.’


“다시 물어보지. 지금껏 조용히 있던 민박집에서 왜 지금 요리를 만들어 파는 거지?”


‘돈이 필요하니까.’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씨알도 안 먹힐 게 뻔했다.


“최근 여행자가 오질 않아서 도시민에게 팔 요리를 만들게 됐지.”

“흠. 일리는 있군.”


다행히 말이 통하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마야의 착각이었다.

경비대장의 공격은 생각보다 깊었다.

“하지만 네놈이 산적과 내통하고 시민을 유혹한 것이라면?”

“하하. 미치겠네.”


마야는 확신했다.

저놈은 이곳을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증인을 확보하고 있었다.

바로 문 앞에서 시종일관 집에 가고 싶어 발만 동동 구르는 저 남자를 말이다.


“그건 저 손님에게 물어보지? 이곳에서 내가 어떻게 해줬는지 말이야.”


말과 함께 문이 열리며 세라와 남자가 경비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비대원이 소리쳤다.


“저자가 너에게 뭘 해줬는지 말해라!”


강한 명령조에도 빨리 복귀하고 싶은 그자는 단숨에 말을 이어나갔다.


“네! 요리를 먹고 집에 복귀하는 저에게 호위를 붙여준다고 했습니다!”

“누가 호위를 한다는 거지?”


경비대장의 질문에 세라가 허리춤의 검집 통째로 뽑아 들며 외쳤다.


“저요!”


그 당당한 모습은 산적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경비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야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수 없게도 그녀가 들고 있던 검이 녀석의 심정을 건드리고 말았다.


“이봐. 아가씨. 그 검. 어디서 났지?”

“도시 대장장이요.”

“흠. 잠깐 구경해도 될까?”

“네.”


그는 확인을 위해 세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멋지게 장식된 검집과 화려한 빛을 내뿜는 검날을 본 경비대장은 갑자기 빵! 터졌다.


“하하하! 너였군! 내가 찜해놓은 검을 산 겁대가리 상실한 녀석이!”


그 말에 마야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치며 마음속으로 격한 소리를 내뱉었다.


‘망했다!’


저놈이 하필 그놈이라니.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마야는 예전에 공무원에게 찍혀 힘들게 오픈한 레스토랑이 허무하게 문을 닫은 경험이 떠올랐다.

그렇기에 녀석이 권력을 남용하는 천하의 쓰레기가 아니길 간절히 기도했다.

아니. 기도는 무슨!

만약 그런 놈이라면 분노의 주먹으로 저 하늘을 여행시켜 줄 생각이었다.

그건 세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검을 뺏어가거나 이걸로 트집 잡는 순간 가만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뭐. 그래. 이건 내가 가질 운명이 아니었나 보군.”


다행히 상대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경비대장은 자기 말에 올라타며 문 앞의 남자에게 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자는 화색과 함께 후다닥! 말에 올라탔다.

경비대장 정찰대라면 이보다 더 확실한 호위는 없었으니까.


“가자!”


경비대장의 군기에 모두가 칼같이 도시를 향해 방향을 바꿨다.

마야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경비대장의 갈고 가른 칼날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왕국의 경비대장으로 명령한다. 도시 시민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장사를 금하겠다.”

“뭐?”

“뭐, 장사를 한다고 해도 이쪽에서 시민을 통제할 테니 상관없으려나?”

“언제까지?”


녀석은 마야를 보지도 않고 행군을 시작하며 답했다.


“안전이 확인된 순간까지.”

“그게 언젠데!”

“당연히 산적 소탕이 완료된 순간이겠지.”


계속된 두리뭉실 대답에 답답했던 마야는 결국 밖으로 나와 소리쳤다.


“그러니까 그걸 언제 하냐고~!”


경비대장은 대답 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정찰대원이 손님이었던 남자를 중심으로 원형진을 만들었다.

그리곤 그렇게 도시로 가버렸다.


“야! 이! 휘밤바야! 말은 하고 가!”


코앞에 있을 때도 안 한 대답을 저 멀리 가버린 녀석이 할 리 없었다.

이 정도면 녀석의 의도는 뻔했다.


“우리가 문 닫을 때까지 손 놓고 있겠다?”


이건 억까가 아니었다.

부조리다!

생각할수록 어이를 넘어 화만 쌓였다.

거지 같은 불합리한 상황에 치를 떨던 마야는 한동안 하지 않았던 쌍 법규를 시전했다.

대상은 경비대장?

그럴 리가.

아무리 싸가지를 말아 먹어도 쟨 아니었다.

당연히 저 하늘이었다.


“으아~!”


마야의 절규를 끝으로 민박집은 공허의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당연히 산적 소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4일이 순식간에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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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조리 24.09.07 3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5 0 12쪽
16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4 0 13쪽
14 첫 도시 출장 24.09.04 4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4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4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5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5 0 13쪽
9 훼방꾼 24.08.29 7 0 14쪽
8 침입자 24.08.28 5 0 12쪽
7 티거 24.08.27 5 0 14쪽
6 여행자 24.08.26 6 0 13쪽
5 첫 손님. 24.08.24 6 0 14쪽
4 정식 직원 24.08.24 7 0 12쪽
3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5 0 12쪽
2 누구냐, 넌 24.08.23 9 0 12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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