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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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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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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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여행자

DUMMY

▶서브 퀘스트(D-1)

「5골드(1골드 40실버/28%)」


“맛있는 아침 메뉴가 있는데 정말 괜찮으세요?”

“미안. 돈이 넉넉지 않아.”

“정말 맛있는데도요~?”


세라는 손을 모아 떠나려는 두 여행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서 꽃가루를 날려댔지만, 그들은 냉정했다.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세라는 민박집에서 밤을 보낸 그들을 안타깝게 떠나보냈다.

미션 실패라는 생각에 문이 닫히기 무섭게 품 안에서 도마와 칼을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마야는 다급히 외쳤다.


“세라! 기다려!”

“네! 오라버니!”


세라는 아쉬워하며 다시 도마와 칼을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냉정히도 가시네.”

“여행자 대부분은 도시에서 돈을 벌거나 받으니까요. 그리고 저번에도 말한 것처럼···.”


그건 마야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늦은 밤 도착한 저 두 여행자는 당연히 아침을 먹고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단호했다.

일단 먹기만 하면 입소문이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첫 수저조차 힘들었다.


“흠. 이러면 참신한 계획이 필요한데.”


그때 세라가 기다리던 크리스가 나타났다.


“형님! 왔습니다!”

“오! 출동!”


장작더미를 패온 크리스가 들어오기 무섭게 세라가 밖으로 쌩하고 나갔다.

그 귀여운 모습에도 마야는 반응이 없었다.

그는 여행자들의 아침에 사용하려 했던 고기에 대해 크리스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크리스. 이 고기는 도대체 뭐야?”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고기】

「????」


재료 도감 창에서 이렇게 쓰여 있어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참고로 이 고기는 어제 사냥을 마치고 들어온 크리스가 준 것이었다.

거칠고 뻣뻣한 갈색 털.

보이지 않는 팔과 다리, 그리고 모가지.

마야는 아침 내내 이걸 꺼내 살펴봤지만, 아무리 봐도 뭔지 몰랐다.

더 황당한 건 크리스의 대답이었다.


“저도 모릅니다.”

“네가 모르면 어떡하냐! 먹을 수는 있어?”

“당연하죠.”

“독 같은 건 없겠지?”


살짝 고개를 좌우로 젖히며 눈을 가냘프게 뜨고는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크리스.


“아마도요?”

“크리스~!”

“그럼 전 휴식을!”


크리스는 그대로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사냥이 고된 걸 알고 있으니 더는 건드리지 않았다.

마야는 고개를 저으며 한참을 살펴보고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칼을 들었다.


“그래. 먹을 수만 있으면 상관없겠지.”


고기가 포함된 요리에는 감자와 버터는 쓰고 싶지 않았기에 달걀을 이용하기로 한다.

먼저 털과 내장을 전부 제거를 하면서 이걸 어떻게 손질할지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다.

작은 몸집에 어울리는 뼈.

지방이 별로 없지만 질기지 않은 육질.


‘얼추 보면 닭고기와 비슷하군.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그는 세계 최고의 셰프였다.

확실하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고기를 가지고 닭고기처럼 요리할 수는 없었다.

그건 책임감 없는 아마추어였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지.’


그는 일단 살에 붙은 뼈를 전부 제거했다.

그리고 손질이 끝난 살코기를 한데 모아 열심히 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두드리기 무섭게 세라가 들어왔다.


“오라버니! 장작은 끝났어요!”


마야가 열심히 내리치는 모습을 본 세라는 멍하니 그의 칼질을 지켜봤다.

무자비한 야만 전사 같은 그녀완 달랐다.

유연하면서도 세련된 칼질이었다.

세라는 그 모습에 빠져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마야는 언제나처럼 요리에 집중한 채 말을 걸었다.


“왜?”

“그냥요.”


마야가 요리를 시작하면 모두가 넋이나가 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세라의 시선은 다른 뭔가가 있었다.

이렇게 뜨거운 시선은 처음이었다.

그때 전에 완료한 히든퀘가 떠올랐다.


‘동료 뭐라고 했었지? 그럼 혹시.’


마야는 칼질을 멈추고 세라를 쳐다봤다.


“해볼래?”

“!!”


순식간에 그녀의 눈빛이 폭발했다.

열정과 기쁨이 뒤섞인 불꽃이었다.

주방엔 발도 못 붙이게 만드는 마야가 무려 자신에게 요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으니 지금 세라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렇게 좋아할 일이야?’


평소에도 신나게 움직이는 짧은 팔과 다리였다.

지금은 온몸에서 연기가 치솟아 오를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방 앞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었다.


“뭐해?”


나름 마야의 오른팔이다.

그의 허락이 없다면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


“주방! 주방!”

“아! 괜찮으니 들어와.”

“우효~~!”


얼마나 기뻐했는지 마야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라는 순식간에 튀어들어 왔다.

그리곤 마야가 모아놓은 살코기를 내려다보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뿜어댔다.


“키으흐흐!”


그리고 이어지는 칼질.


“우호호호호~!”

-타다다다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콜라보였다.

어이없을 정도로 합이 맞는 두 소리에 마야조차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마치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진짜 멈추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짜잔~! 어때요? 오라버니!“


잔뜩 신이 난 세라는 콧방귀를 끼며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됐다.

손으로 만지니 더 실감 났다.

고기가 마치 곱게 빤 밀가루처럼 느껴졌다.


”좋아.“

”오라버니. 따봉?“

”따봉?“

”히히.“


어디서 저런 말을 배운 건지 궁금했지만, 그는 새로운 창이 뜨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흠. 그래. 뭐. 재료 손질은 잘했으니까.’


마야는 화로에 불씨를 키웠다.


-슈아아!


그리고 기름을 바른 팬이 뜨겁게 달아오르길 기다렸다.

그 시간에 잘게 다진 고기에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하고 둥글게 고기를 뭉쳐놓았다.

팬 위로 손을 올려 온도를 확인.


”좋아!.“


달궈진 팬에 고기를 올리고 살짝 눌러주자.


-치이익~!


벌써 맛있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이 시작이다!

고기를 뒤집고 가운데를 살살 눌러준 후.

달걀흰자와 노른자를 분리.

흰자를 고기 주변에 흘려 넣는다.

노른자는 중앙의 홈에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이어 달궈진 기름을 그 위에 뿌린다.


【알을 품은 고기완자】 - 1골드

「잘 게 다진 고기에 계란을 올려 구운 요리.」


‘1골드? 나! 참! 나름 고기 요리였는데.’


완성과 함께 뜨는 도감 속 가격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식자재가 더 있어야 했다.

다음 주에 오는 건방진 할아범에게 더 좋은 거기와 종자를 사서야겠다고 생각한 그때.


”헤헤.“


휴식한다던 크리스가 주방 창에 얼굴을 걸치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칼을 깨끗이 씻고 나온 세라는 그의 머리를 통통 치며 놀려댔다.


”나도 같이 만들었다. 부럽지?“

”재료는 내가 구했다. 부럽지?“

”내가 다진 고기라고.“

”내가 사냥한 거라고.“


갑자기 시작된 유치 짬뽕의 대결은 두 머리통에 내리꽂힌 마야의 주먹에 잠잠해졌다.


”누가 여기서 떠들래.!“


그 순간 의미심장한 폭음이 터졌다.


-쾅!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

그는 일반 여행자들처럼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저번에 찾아온 여행자 같았지만, 다른 점은 허리춤에 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검 때문이었을까?

셋 중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세라였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상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들어오기 무섭게 양어깨를 들썩이며 거친 숨을 내쉬는 것으로 봐선 급하게 뛰어온 것?

아니다!

숨을 내쉬는 게 아니라 들이마시고 있었다!

녀석은 후드를 벗으며 냄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코를 벌렁거렸다.


“손님?”


계속 말해도 반응이 없자 세라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제야 정신 차린 여행자는 입안 가득히 담긴 침을 한 번에 삼키며 말했다.


“이 냄새! 여기서 만든 거요?”

“네. 여행자세요?”

“그렇소. 당신이 만든 거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하는 상대.

어지간히 급한가 보다.


“제가 아니라,”

“네가 만들었지.”


주방에서 보고만 있던 마야가 대답했다.

여행자는 세라를 지나치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


“지금 바로 주시오!”


여행자는 당찬 행동에도 마야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를 향해 손바닥을 폈다.


“1골드.”


마야의 당당함에 당황한 건 오히려 여행자였다.


“뭐?”

“1골드!”

“아니. 음식도 안 나왔는데 돈부터 받는 게 어딨소!”

“1골~!!”


돈을 향한 의지가 담긴 마야의 손바닥이 순간 불끈 움직였다.

곧이어 강한 의지를 담은 주먹이 나타났다.

그 순간 여행자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마야의 주먹에서 정체 모를 빛무리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수십 년을 여행자로 살아왔지만, 저런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여행자였다.

이 세계에서 여행자의 고집은 하늘만큼 무거웠다.


“주인장! 난 여행자요! 언제부터 여행자에게 선불을 받았단 말이요?”

“여행자건 나발이건. 나랑 상관없고.”

“아니. 여행자에 대한 예우가,”

“돈 없으면 당장 꺼져!”


마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으로 빛이 모여들었다.

여행자의 눈빛 또한 흔들림이 없었다.

그 순간!


-타다다다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린 그는 소름 돋을 정도로 균일한 소리의 발생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여행자의 눈에 세라가 들어왔다.


“손님. 죄송한데 돈이 없으면 안 돼요.”


세라의 손이 잔상으로 보일 정도로 놀라운 칼질과 큰 상처 하나 없는 도마.

거기서 느껴지는 무언의 살기.

황당할 정도의 실력에 압도된 여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이 가고 있었다.

결국, 돈을 꺼내 들었다.


“여···. 여기요.”


손바닥 위의 돈을 확인한 마야는 한순간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세라! 안내!”

“네~! 여기 앉으세요!”


삽시간에 변한 건 마야뿐만 아니었다.

세라도 따스하게 그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은 여행자는 목부터 축이기로 했다.


“마실 건 없소?”

“물, 염소젖이 있죠.”

“그것뿐이요? 식당인 줄 알았는데.”

“호호. 여긴 민박집이에요.”

“그럼, 물이나 주시오. 설마 물도 돈을?”

“에이. 설마요.”


말은 했지만 방금 본 게 있으니, 뭔가 껄끄러운 세라였다.

그녀는 조심히 마야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렇죠? 오라버니?”

“물은 드려라!”


이 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칼질의 리듬이 신나게 들려왔다.

상대도 안도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 물이요!”

“세라! 이것도!”

“네~!”


물컵을 넘겨주고는 오도도 뛰어가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는 여행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곳을 유심히 관찰했다.


’오로라를 뿜는 주먹. 말도 안 되는 실력의 칼질. 도대체 이 민박집, 정체가 뭐야?‘


숱한 궁금증이 오가는 사이 그를 이끌었던 향의 진동이 코를 통해 뇌까지 스며들었다.


“짜잔! 알을 품은 고기완자 나왔습니다!”

“우와~!”


후각의 도파민은 그의 눈을 멀게 했다.

처음엔 익숙한 고기의 향이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여행자가 알지 못한 새로운 땅에서 자란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깨가 들썩였다.

더는 입안에서 요동치는 폭풍우를 숨길 수 없었기에 그는 육즙이 뚝뚝 흐르는 완자를 수저로 떴다.


“오! 마이! 딜리셔~쑤~~!”


엄청난 축복이 여행자의 입에서 퍼져나갔다.

하지만 축복의 기척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입을 다물기 무섭게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허무한 감각을 메우기 위해 세라를 불렀다.


“이보시오! 한 그릇 더 주시오!”

“오라버니! 한 그릇 더 있나요?”


세라의 힘찬 대답과 함께 잔뜩 기대한 여행자는 마야의 대답에 절망하고 말았다.


“그게 끝인데.”

“이게 끝이래요. 다른 메뉴는 어때요?”


다행히 희망은 존재했다.


“뭐지?”

“메쉬드 포테이토요.”

“메쉬드? 오호. 그건 얼마지?”

“80실버!”


이 대답은 세라가 아닌 마야가 했다.

그녀를 못 믿는다기보다 혼자 음식점을 운영하던 버릇이 발동해서였다.


“좋소!. 여기 80실버!”


주문과 함께 요리를 시작한 마야는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여기 메쉬드 포테이토요.”


그는 눈을 의심했다.

전의 고기완자도 이 감자 요리도 그렇게 민박집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순백의 감자에 창 볕이 스칠 때마다 황금빛 물결이 출렁거렸다.

일렁이는 노란 볕엔 춤추는 새싹들이 향기를 끌어올리며 세상을 축복하고 있었다.

입안의 감각도 상상을 초월했다.


’뭐야? 왜 이리 부드러워. 감자가 아니라 구름 같잖아?‘


그렇게 두 가지 요리를 순식간에 해치운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음 같아선 이곳에서 파는 모든 메뉴를 먹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아쉬운 그의 마음은 다음 인사말에 잘 녹아있었다.


“이런 환상적인 요리는 처음이오! 조금 있다 내 동료들과 같이 오겠소! 반드시!”


그렇게 그의 요리를 먹은 첫 여행자는 주머니를 탈탈 털리고 사라졌다.

마야는 인벤토리에 새로 들어온 1골드 80실버를 확인하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정말 식은 죽 먹기보다 쉽군.”


▶서브 퀘스트(D-1)

「5골드(3골드 20실버/64%)」

▶인벤토리(4/6)

「달걀 3/감자 8/버터 1(80%)/소고기 안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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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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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조리 24.09.07 3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6 0 12쪽
16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4 0 13쪽
14 첫 도시 출장 24.09.04 4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5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5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6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6 0 13쪽
9 훼방꾼 24.08.29 8 0 14쪽
8 침입자 24.08.28 5 0 12쪽
7 티거 24.08.27 5 0 14쪽
» 여행자 24.08.26 7 0 13쪽
5 첫 손님. 24.08.24 6 0 14쪽
4 정식 직원 24.08.24 8 0 12쪽
3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6 0 12쪽
2 누구냐, 넌 24.08.23 10 0 12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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