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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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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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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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만석

DUMMY

“형님? 어떻게 하신 겁니까?”

“오라버니. 방금 그거 다시 해보실래요?”

“이거?”


마야는 방금 한 행동을 그대로 했다.

그러자 힘찬 어퍼컷을 탄 공기가 불길처럼 화르르 솟아올랐지만, 이번엔 전과는 달랐다.

분노가 빠져있었다.


‘분노의 주먹!’


마야는 그동안 쌓여있던 울분을 담고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으아~~!!”


-쒸이잉!


마야의 주먹을 타고 만들어진 강한 바람이 저 멀리까지 나아갔다.

마야는 자기 손과 솥을 연이어 바라봤다.

바로 솥뚜껑을 열은 그는 펄펄 솟아오르는 연기와 도시를 앞에 두고 태권도의 두주먹허리준비 자세를 취했다.

기술 수행 전 신체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조절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자세.

하지만 지금 그는 그것과 전혀 다른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분노!’


순식간에 마야의 단전 깊숙이 자리 잡은 화가 온몸에 차올랐다.

그 힘을 오른손에 집중하자 주먹이 아주 단단해졌다.

칼질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에 살짝 두려워지자, 목표인 도시를 바라봤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자연스레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응축됨을 넘어 터지기 직전의 용암이 모인 오른손을 힘껏 내질렀다.


“법!”


마야가 내지른 주먹에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새를 못 참고 왼손이 뻗어 나온다


”규!“


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놀라운 파워에 크리스와 세라, 티거는 깜짝 놀랐다.

마야의 함성에?

그것도 한몫했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그 정체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거대한 회오리였다.

두 주먹이 교차함과 동시에 공기의 순환이 만들어지더니 양쪽의 흐름이 충돌하며 발생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분이 잔뜩 오른 마야의 눈에 그것이 들어올 리 없었다.


“법! 규! 시! 바! 휘! 발!”


그렇게 마야는 연이어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기합이 이어지는 동안, 바람은 끊임없이 동남풍을 유지했다.

그렇게 잔뜩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은 마야는 웬일인지 그대로 자기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렇게 멈춘 게 천만다행이었다.

계속 하늘을 보던 크리스와 세라, 티거는 확신했다.

계속 놔뒀으면 분명 거대한 태풍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이렇게 마야는 자기가 무슨 일을 저를 뻔했는지 알지 못한 채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져 버렸다.


▶【서브 퀘스트】(D-5)

200골드(100골드/50%)


언제부턴가 맑은 새벽 공기와 썰렁함이 강점이 되어버린 민박집.

그래도 이곳을 운영하는 자들은 이 새벽이 가장 바쁜 일과였다.

눈을 뜬 세라는 곧장 우리에 들어갔다.

이 우리 안의 가축마저 없었다면 민박집은 사일런트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장소였다.


-꼭! 꼭! 꼭!

“그래. 알았어. 그건 안 가져갈게.”

-삐익!

“그래. 많이 줄게. 병아리. 아니. 닭들아. 염소야. 우유 좀 가져간다?”

-매~에!


때마침 가축들의 소란 사이로 크리스의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세라. 나무 해왔다.”

“알았어. 크리스.”

“티거! 장난칠 시간 없어. 빨리 이리 와.”


제법 덩치가 커진 티거는 이제 아침마다 크리스를 따라다니기로 했다.

어제 마야가 일찍 쓰러진 후 티거가 자꾸 주방으로 가려는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 배고파서

2. 호기심에

3. 심심해서

4. 맥이려고


대충 이것저것 떠올린 이유에서 선정된 건 바로 호기심이었다.

이렇게 크리스와 세라, 티거의 아침 루틴을 시작될 때 어제 그 난리를 친 마야는?

여전히 주방에서 사골을 삶고 있었다.

어제와 비교하면 좀 멍한 표정이었는데 그래도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아. 어제 너무 무리했나. 어깨가 살짝 뻐근하네.”


요리를 위해 사용했던 어깨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났다.

이래서 요리사는 손과 팔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된다.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과 함께 마야는 어깨를 돌리며 주방의 두 개의 솥을 확인 후,

밖으로 나가 화로의 불씨를 확인하며 내용물을 살펴봤다.


-부글부글!


뚜껑을 열기 무섭게 느껴지는 진한 돼지 곰탕의 향기는 지친 기운도 되살릴 정도였다.

맛은 어제보다 더 깊이가 묻어났고

색은 어제보다 더 진기함을 뽐냈다.

하늘을 바라보니 다행히 까마귀는 없었다.

어지간히 놀란 게 분명했다.

다행이었다.

오늘은 녀석과 놀아줄 몸이 아니었으니까.


“오라버니! 어깨 좀 주물러줘요?”


그때 열심히 장작을 패던 세라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마야가 자꾸 어깨를 주무르는 것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괜찮아. 그것보다 티거는 조용하네?”

“이제 크리스 따라가요.”

“그래? 고양이는 영역 동물 아냐?”

“아마 크리스를 영역이라 생각하나봐요.”


이어 대답하려던 세라의 행동이 멈췄다.

그 모습에 마야도 덩달아 긴장했다.

하지만 이내 풀어지고 만다.

세라의 시선 끝에서 두 사람이 말을 타고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일찍 온 거 아냐? 새벽부터 팔 리가 없잖아.”

“여긴 민박집이라고 들었어.”

“아무리 민박집이어도 주인이 일어나야지.”

“그런데 밤새, 이 냄새가 끊이지 않았잖아.”

“그렇긴 해···.”


자신감 없는 두 남자는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중 나온 세라를 본 것이다.


“안녕하세요!”

“어! 아가씨. 지금, 장사하나?”

“그럼요!”


그리고 마야를 향해 크게 외쳤다.


“오라버니! 손님 두 분이여.”

“확인!”


말에서 내린 둘은 세라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밖보다 훨씬 진한 사골 향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정신을 못 차리는 둘을 겨우 자리에 앉힌 세라가 메뉴를 보여줬다.

하지만 둘은 답정너였다.


“이 냄새! 이 요리로 주시오!”

“이거요? 이건 돼지 사골 칼국수에요. 괜찮으세요?”

“뭐? 칼?”


칼국수의 칼에서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아주 잠깐뿐이었다.

식욕 앞에서는 그깟 의문은 사소할 뿐이다.


“좋소! 2인분 주시오.”

“각각 80실버요.”

“선불?”

“네!”


둘은 다시 놀란 후에 천천히 돈을 내밀었다.

사기를 칠 거라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몇 분도 안 돼 그들을 인도한 향기를 뿜어대는 요리를 들고 나타난 세라였다.

그들은 엄청 빠른 속도에 감탄하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냄새에 서둘러 수저를 들었다.


-쿠루룩! 푸후룩!


김이 펄펄 오르는 국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먹고는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교신하기 시작했다.


-이거 실화냐?

-이게 고작 80실버?

-실화냐!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교신이 끝난 즉시 이번엔 포크로 면을 공략했다.

처음 보는 면이라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두꺼운 파스타 면으로 생각하니 금방 익숙해졌다.

하지만 익숙함은 곧 놀라움으로 바뀐다.

입 안에 넣고 씹는 순간 둘은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국물을 쭈욱! 빨아들인 탓에 씹을수록 믿을 수 없는 찰기와 풍미가 계속해서 번져 나왔다.


“와! 말했지! 내가 말했지!”

“야! 내가 말했잖아! 내가!”


둘은 각자 자신을 치켜세우며 오길 잘했다고 반복해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마야는 어제의 생고생이 헛고생으로 끝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솥에 든 사골 육수는 아직도 엄청난 양을 자랑하고 있었다.


‘에휴. 95인분 중 고작 2인분···.’


그 순간 경쾌한 인사가 울렸다.


“어서오세요!”


예상치 못한 세라의 목소리와 함께 고민에 빠져있던 마야는 입구를 바라봤다.


“아가씨! 아가씨가 주인이요?”

“여기 아무 자리나 앉으면 됩니까?”

“일단 계산부터 합시다! 빨리!”


분명 도시인으로 보이는 3명의 사람이 허겁지겁 자리를 차지해 앉았다.


“여기 메뉴판이요.”

“일단 지금 냄새나는 요리로 3개 주시오.”

“네. 돼지 사골 칼국수로 각각 80실버요.”

“칼? 칼이라고?”


이쪽도 칼국수의 칼에 놀라 반응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여기! 2골드 40실버.”


엄청난 속도로 계산을 한 3명은 먼저 와서 먹고 있는 두 명을 발견하곤 속삭였다.


“댁들은 언제 왔소?”

“10분 전에요. 우리가 첫 번쨉니다.”

“오! 그렇군.”


얼마나 기뻤는지 세 명은 서로 하이파이브했다.

세라는 그 의미를 지금은 몰랐지만, 나중에 뼈저리게 알게 된다.


“뭐 시킨 거요?”

“그쪽과 똑같은 거요.”

“오! 맛은 어떻소?”


둘은 동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셋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침을 꼴깍꼴깍 삼켜댔다.

다행히 이들의 식용이 폭발하기 전에 요리가 등장했다.

세 명의 입에 육수가 들어가기 무섭게 이들은 혼연일체가 된 듯이 동시에 외쳤다.


“오! 마이! 갓뚜!”


그리곤 그들도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도시 사람이 5명이나 오는 특이한 상황에 마야는 혹시 몰라 정문을 응시했다.

당연히 반응은 있었다.

크리스와 티거였다.

둘의 표정을 보니 이번에도 빈손이었다.

‘역시.’란 표정을 짓는 마야는 다시 사골에 시선을 돌렸다.

그때 크리스가 다급히 그를 찾기 시작했다.


“형님! 큰일이 났습니다!”

“왜?”

“도시에 엄청난 행렬이 이쪽으로 길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행렬이? 설마 군대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사실 좀 찔리긴 했다.

이곳이 신이 만든 게임이니 마야의 어제 행동에 신이 화났다면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뇨. 형님. 군대가 아니라 일반 시민입니다.”

“휴! 그런데 시민이 왜···.”


마야는 말하다 말고 다시 귀를 세웠다.

분명 방금 귀를 자극하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크리스와 세라, 티거도 같았다.

마야는 칼국수를 먹고 있는 자들을 힐끗 바라봤다.

5명은 승리한 자들처럼 이제 여유를 가지며 그릇의 바닥을 긁고 있었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생긴 소리라면 마야의 귀를 자극할 리 없었다.

그는 다시 귀를 집중했다.


-그긁! 그르륽!


순간 소리가 조금, 아니 빠르게 커졌다.

그리고 모두의 눈앞에 소리의 정체가 한번에 몰려 등장했다.


“주인장~!”

“자리!”

“주인장 내가 먼저요!”

“내가 먼저 왔다고!”

“밀지 마!”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며칠간 움직일 생각 없었던 그 문이 훌라춤을 추듯이 사방팔방 나부끼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혼돈이었다.

이런 경험이 없던 크리스와 세라는 정신없이 밀려오는 사람의 파도에 정신이 나가버렸다.

마야에게도 이걸 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혼돈이라고 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는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마야는 이리저리 눈만 굴리는 세라를 붙잡고 외쳤다.


“세라! 아무 생각하지 말고! 오는 순서대로 안쪽부터 차례대로 자리에 앉혀!”

“네? 네! 오라버니!”


이번엔 그림자로 숨으려 하는 크리스를 붙잡아 명령을 내렸다.


“크리스! 넌 밖에 나가서 사람들 줄 세워! 말 안 들으면 쫓아내!”

“네? 그래도 됩니까?”

“어! 그냥 쫓아내!”

“알겠습니다! 형님!”


그때 티거도 뭔가를 원하는 눈빛을 쏘며 마야를 지켜보자, 마야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를 부여했다.


“티거! 넌 여기에 앉아서 이 주방으로 들어오는 놈들을 조져버려! 알았지?”

-냐아앙!

“좋아! 자! 다들 나만 믿고! 정신 차려! 별거 아니니까!”

“네!”

-으앙!


그리고 만들어진 만석!

마야가 그렇게 원하던 모습이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단원들은 이러한 격동의 순간을 경험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지휘자는 마야였다.

주방에서 환하게 웃는 마야의 모습은 모두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제야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같군!’


하지만 마야가 한 행동이 도시 사람들만 움직이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내질렀던 함성은 도시가 아닌 산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한 놈들에게까지 들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법! 규! 시! 바! 휘! 발!”


순간 산속 전체를 울리는 괴상한 남성의 소리에 산적 두목은 귀를 의심했다.


“저거 욕이냐?”

“그런 것 같은데요. 두목.”


얼마 전에 큰 건을 하고 복귀한 이놈은 조용히 산속에 몸을 숨겨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때아닌 욕이 들려왔다.

그 욕은 매우 날카롭고 살의가 담겨있었다.

엔간한 사람들은 담아내기 힘든 감정이었다.

그 때문에 그게 마치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긁힌 거다.


“야. 저 새끼 누군지 알아 와봐.”


그때 두목 앞에서 근질거리는 입을 부여잡고 있던 두 녀석이 손을 번쩍 들며 답했다.


“두목! 우리가 말한 게 저놈입니다!”

“저놈이 그 민박집 주인입니다! 두목!”


저놈들이 멍청하긴 해도 거짓을 말하는 놈들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복수하는 게 인지상!.

두목은 짙고 거칠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는 척했다.

사실 답은 나와 있었다.

그는 흉악한 미소를 드러내며 옆에 세워놓은 거대한 철퇴를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군. 그럼. 잠깐 산책이나 갔다 올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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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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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조리 24.09.07 2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5 0 12쪽
»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4 0 13쪽
14 첫 도시 출장 24.09.04 4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4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4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5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5 0 13쪽
9 훼방꾼 24.08.29 7 0 14쪽
8 침입자 24.08.28 5 0 12쪽
7 티거 24.08.27 5 0 14쪽
6 여행자 24.08.26 6 0 13쪽
5 첫 손님. 24.08.24 6 0 14쪽
4 정식 직원 24.08.24 7 0 12쪽
3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5 0 12쪽
2 누구냐, 넌 24.08.23 9 0 12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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