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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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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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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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여긴 어디 나는 누구

DUMMY

“뭐야. 여기 어디야.”


어느 산 중턱에 있는 허름한 민박집 앞.

한 남자가 실성한 듯 주변을 살폈다.

포장도 안 된 흙길,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숲, 사방에서 들리는 새와 풀벌레 소리, 아주아주 맑은 공기.

아무리 봐도 여긴 그가 있던 현실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이곳은 신이 만든 게임 세계. [주옥같은 세상]의 어느 민박집입니다. 당신은 이 민박집에서 생활하시며 각종 퀘스트를 수행하게 될 겁니다. 그럼 재밌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민박집 위치 : 왕국의 도시에서 성인 발걸음으로 정확히 1만 보만큼 떨어진 곳에 있음. 오직 여행자를 위한 이 민박집은 요리를 팔기엔 그리 좋지 못하다.」


“게임? 야! 이게 뭐야! 말하고 틀리잖아!”


처음 보는 안내창에 바로 반응하는 것을 봐선 정신이 나간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눈에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담겨있었다.

분노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뭔 얼어 죽을 퀘스트냐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미쳐있는 저 캐릭터.

아니, 사람은 5년 연속 미슐랭 최고 스타, 최고의 셰프로 불리는 최마야였다.

그는 이해는커녕 믿을 수 없었다.

신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가 솟아올랐다.


“휴우! 호홋! 휴우! 호홋!”


가슴이 빵빵해질 정도로 깊고 천천히 내쉰 심호흡은 확실한 도움이 됐다.

화가 가라앉으니, 머리가 식기 시작했다.

머리가 식으니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그래. 좋아. 좋다고. 천천히.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마야는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일을 마치고 집에서 크리스마스 전야 풍경을 보고 있을 때, 녀석이 튀어나왔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신이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그런 녀석의 말을 믿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어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까지 올라온 네놈의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직도 도달하지 못했더군. 네 할아버지까진 말이야. 후후.


‘도달하지 못했다고? 영국 여왕도, 미국 대통령도, 교황도, 심지어 김정은도 내 요리 앞에서 줄을 섰다. 난 할아버지를 뛰어넘었어! 내가 아무리 신이라도 더는 못 참아!’


여기서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신이라는 놈이 갑자기 튀어나와 마야의 발작 버튼을 눌렀을 때 의심했어야 했다.

그렇게 완전히 이성을 잃은 마야에게 놈은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마야. 네가 지금까지 찾고 있던 할아버지가 만든 요리의 비밀. 내가 알려주마.


저 말에 마야는 녀석의 손을 잡고 말았다.

너무나 혹하는 말이었다.

주방에 발을 들이면서 지금까지 모든 시간을 요리에 바쳤다.


‘말 그대로 인생을 갈아 넣었다고.’


그렇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넘어섰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어릴 적 기억하는 그 맛을 찾지 못했다.


“생각하니까 열 받네. 신이라는 놈이 나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울화통이 밀려오자, 숨이 거칠어졌다.


“안 돼! 안 돼! 휴우우우!”


다시 빠르게 심호흡을 시작해 다행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에 잠겼다.

녀석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마야.


그러자 다음 대사가 자동 재생됐다.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거야. 인생 배웠다고 생각하라고.’


왜 눈치채지 못한 걸까.

저 말, 마야의 가족을 파멸로 몰아간 사기꾼이 한 말이었다.

그 중심에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역대 가장 늦은 나이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셰프, 최호야.’


할아버지의 재능은 독특했다.

뛰어난 미각도 그렇다고 뛰어난 손재주도 없었지만, 그가 만든 요리는 모두가 좋아했다.

덕분에 좁디좁은 작은 가게에 사람들은 줄 서며 기다렸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재능이 세상에 알려짐과 동시에 불행이 찾아왔다.


-저만 믿으십시오. 최호야님. 당신의 가게를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만들어 드리죠.


손님이 아닌 투자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무도 할아버지의 요리에 관심 없었다.

오직 그의 명성에 집착했다.

할아버지는 돈에 관심이 없었지만, 끊임없는 구애에 한 투자자와 손을 잡았다.

나이 든 할아버지가 고생할 것 같아 어머니는 최선을 다해 말렸다.

하지만 계약은 성사됐다.


“하. 미치겠네. 지금의 나네. 매트릭스 같은 공간 변화에 눈이 돌아가서. 아무리 봐도 속임수였는데! 아아!”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 이후로 마야 가족은 할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았다.

돌아가실 때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에이. 설마. 나도 여기서 평생 사는 건 아니겠지? 그치?’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마야는 확실하게 사기당했다.

그러자 참혹했던 과거의 기억과 함께 분노가 치솟았다.


“빨리 날 여기서 꺼내줘! 사기꾼 녀석아!”


이걸로는 부족했다.

마야는 하늘을 보며 속사포를 쏟아냈다.


“너 솔직히 말해! 신 아니지? 이 악마 같은 녀석아! 넌 진짜 오래 살겠다! 그래서 좋겠다. 좋겠다고! 어? 그래서 좋냐! 좋냐고!”


한참을 외쳐댔다.

얼마나 힘을 써댔는지 서있을 힘도 없었다.

마야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와중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입은 여전히 움직여댔다.


“이, 이 악마 같은 녀석.”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마야에게 너무나 익숙한 소리였다.

확실했다.

너무 익숙해서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다.


-타다다다다!


잘 만들어진 나무 도마에 뛰어난 셰프가 재료를 다듬을 때 나오는 소리였다.


“설마! 설마아! 꿈? 꿈이야?”


영화 인셉션에서 본 적 있다.

저 도마소리는 마야가 잠에서 들었단 확신의 소리였다.


‘그래. 난 크리스마스를 늦게까지 준비하고 사무실에서 잔 거였어! 그래! 그 이후 모든 게 꿈이었던 거야!’


마야는 기쁨의 눈물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흐르는 콧물까지 만세를 부르며 울부짖었다.

이제 두 눈을 떠 마야를 기다리는 현실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됐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드아아아!”


-깡!


마야의 외침은 맑고 고운 소리가 되어 경견한 숲속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아쉽지만 마야는 눈을 뜨지도 못했다.

행복한 표정과 함께 잠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것도 뒤통수에 거대한 혹을 단 채로······.


***


“14번 테이블!”

“14번 테이블!”

“3번 테이블 아직 멀었어?”

“지금 나갑니다!”

“8번 테이블은!”

“죄송합니다!”

“정신 안 차려!”


유명 레스토랑의 일상은 전쟁터다.

작은 실수라도 순식간에 퍼져 남들에게까지 긴장과 혼란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 마야는 여유로웠다.


‘멍청한 놈들. 실수할 시간이 어딨어.’


그는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았다.

모든 건 정확했다.


“완성.”


영국 여왕을 위한 특별 메뉴[태양의 종말과 새로운 지배자]가 탄생했다.

백색의 우주에 담긴 새 생명은 언제나 그를 만족시켰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이상함을 느낀 마야가 고개를 돌렸다.

주방이 텅텅 비었다.


“웨이터!”


문으로 가며 외쳐보지만, 반응이 없다.

이상함에 마야는 직접 자신이 만든 요리를 들고 홀로 나갔다.

이곳은 항상 마야의 요리를 탐하는 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썰렁했다.


“이해할 수 없군.”


그는 여왕이 기다리는 룸에 들어갔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냥 나갈까 하다가 마야는 손에 든 요리를 여왕의 자리 앞에 놓았다.

그녀는 없었지만, 요리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였다.


“뭐. 못 먹는 사람이 손해지.”


이 상황이 마야에겐 아무렇지 않았다.

왜인지는 몰랐다.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

도움도 안 되는 놈들과 같이 일할 바엔 혼자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러나 정적은 곧 깨지고 말았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역시 안 올 리가 없지.”


그는 홀로 주방을 향했다.

아무도 없어도 괜찮았다.

혼자서 해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보여주마. 네놈들 없이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곧, 이어 마야의 눈에 믿을 수 없는 모습이 펼쳐졌다.

밀려오는 손님은 인간이 아니었다.

동물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나 인간처럼 생긴 자들도 있었다.

순식간에 만석이 됐다.


“그래. 이래야지.”


녀석들은 만들어놓은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게걸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격식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여왕의 요리를 먹은 녀석은 감동받았는지 침과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야는 흡족해했다.


“모든 종을 초월하는 요리라. 이 정도면 요리의 신이란 칭호를 받을 만 하지 않나?”


자만심 깃든 미소와 함께 다시 주방으로 돌아섰다.

그 순간,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이번 건 아까와 달랐다.

분명 텅텅 비어있었다.

그리고 음산한 기운과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 누구냐!”


섬뜩함에 큰소리쳤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했다.

엄청나게 많은 눈이 사방에서 나타나더니 일제히 마야를 노려보며 질타하기 시작했다.


“결국 재능!”

“할아버지 재능!”

“넌 할아버지 아니었으면 실패했어!”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그림자!”


상상 못 할 중압감에 마야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입은 계속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 아니야. 난. 난.”


하지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새들은 이미 사냥을 시작한 새벽.

빛나는 태양이 선선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어설피 닫혀있는 창문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민박집 방 안의 침대에는 가위에 눌려 괴로워하는 마야가 있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 아니야. 난. 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다행히 빛은 그의 편이었다.

빛줄기가 마야의 눈을 비추자 잔뜩 힘이 들어간 두 눈이 번쩍 띄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아! 아으으.”


어찌나 아픈지 신음이 절로 나왔다.

마야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손을 뻗어 머리를 더듬었다.

조금씩, 천천히, 조심히, 살며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손에 눅눅한 뭔가가 잡혔다.


“으악! 이게 뭐야!”


순간 그는 정신이 확 들며 강시처럼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수건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에잇! 기분 나빠!”


기분 상한 마야는 그대로 던져버렸다.

아직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그는 상황 파악에 나섰다.

나무로 된 창틀, 나무로 된 옷장, 나무로 된 바닥, 나무로 된 문 등등.

그렇다.

이곳은 여전히 그 게임이었다.


“하. 사기꾼 새끼.”


허탈함에 고개가 푹 숙어졌다.

그때 이상한 글이 나타났다.

바닥에 적힌 글인 줄 알았지만, 그건 마야의 시선을 따라다녔다.


【Main Quest】

「당신은 계약에 따라 이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1억 골드를 모으세요. 이 돈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100,000,000 골드(0%)】


“이건 또 뭐야?”


안 그래도 꿈 때문에 짜증 난 상태였다.

그런데 녀석은 그 위에 염장까지 뿌리고 있었다.


“야! 이 자식아! 약 그만 팔고 빨리 날 되돌려놓으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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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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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조리 24.09.07 3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6 0 12쪽
16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5 0 13쪽
14 첫 도시 출장 24.09.04 5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5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5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6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6 0 13쪽
9 훼방꾼 24.08.29 8 0 14쪽
8 침입자 24.08.28 6 0 12쪽
7 티거 24.08.27 6 0 14쪽
6 여행자 24.08.26 7 0 13쪽
5 첫 손님. 24.08.24 7 0 14쪽
4 정식 직원 24.08.24 8 0 12쪽
3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6 0 12쪽
2 누구냐, 넌 24.08.23 10 0 12쪽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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