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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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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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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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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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직원

DUMMY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적힌 창이 뜨자 마야는 장전된 분노를 빼내며 글자를 응시했다.


※축하합니다!※

【히든 퀘스트 완료】

「히든 퀘스트 [추억의 요리로 동료를 대접해라!]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염소와 치즈를 만들 수 있는 레닛(Rennet)이 주어집니다.」


“추억의 요리? 대접?”


마야는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동료를 대접한 기억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이곳에서 만든 요리는 하나였다.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감자채 계란 부침을 말하나? 그게 추억의 요리라고? 이놈이. 또 사기 치려고?”


그때 민박집 뒤쪽, 정확히 텃밭 쪽에서 익숙한 동물의 소리가 들렸다.

마야는 자세히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녀석은 정확히 이렇게 울었다.


-메에~에!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마야는 잠깐 자리에 서서 하늘과 텃밭 쪽을 번갈아 쳐다봤다.

잠깐의 고심 끝에 마지막 법규를 하늘에 날리고 텃밭으로 이동했다.


“염소? 진짜 염소?”


그곳엔 진짜 염소가 있었다.

한 마리도 아닌 암컷과 수컷, 두 마리였다.

녀석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마야의 손길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그가 주인인 것을 알고 있는듯했다.


“참나. 이건 또 신박하네.”


신이라는 녀석은 아무래도 마야에게 이 세계가 자신이 만든 세계인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모양이다.

하지만 이따위에 감탄할 마야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네가 멋대로 요리 가격을 정하냐고! 왜!”


그나저나 일단 이놈들이 지낼 우리가 필요했다.

그는 닭장을 쳐다봤다.

안 그래도 이 허접때기를 어떻게 고칠까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

닭장을 넓혀 염소와 합사시키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확장 공사를 해야겠군.’


그러려면 나무가 필요했다.

그때 크리스와 세라가 나타났다.

주방의 뒷문이 아닌 민박집 정문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나온 것으로 봐선 둘은 마야의 말을 찰떡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거슬리는 게 보였다.


‘뭘 먹었길래 볼이 저렇게 부푼 거야?’


기름이 발린 반짝이는 입술과 은은히 느껴지는 탄수화물의 냄새로 봐선 그 정체가 뭔지 마야는 단번에 알았다.


‘동료를 대접해라? 저게 대접이냐? 훔쳐 먹은 거지!’


현실 같았으면 노발대발할 상황이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고작 25실버 가치의 요리 때문에 화를 내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저 둘을 보니 자기들도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맛있냐?”

“네. 형님. 정말 최고였습니다!”

“정말요! 오라버니!”


마야의 무덤덤한 반응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둘은 방긋 웃는 얼굴로 답했다.

그리곤 마야에게 다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담긴 유리병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저희도 몰라요.”

“갑자기 어디선가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병을 건네받자, 등장하는 재료 도감 창.


【레닛(Rennet)】

「송아지의 위에서 추출한 것으로 치즈를 만들 때 사용된다.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재료는 용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호. 퀘 완료 보상은 지킨다, 이건가?’


이러면 진심으로 접근해도 될 것 같았다.

마야는 신이 준 퀘스트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일단 창을 열어 서브퀘 내용을 살펴봤다.


▶서브 퀘스트

「오늘부터 3일 동안 5골드를 모으세요.

단, 실패 시 페널티가 있습니다.」


서브퀘는 메인퀘와 같은 맥락이었으나, 실패 페널티가 있었다.

보상이 쓰여있지 않은 것을 보니 히든퀘처럼 완료해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예 없을 수도 있고.


‘흠. 페널티도 보상도 결국 해봐야 안다?’


이번에 그는 그 옆에 표시된 메인퀘를 선택해 차분히 읽어봤다.


【Main Quest】

「당신은 계약에 따라 이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1억 골드를 모으세요. 이 돈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마음에 쓰이는 문장이 있었다.


[원하는 것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마야는 크리스에게 물어봤다.


“크리스. 저번에 퀘스트를 안 하면 현실로 못 돌아간다고 했지?”

“네. 형님.”

“그러면 성공한 자도 있어?”


마야의 질문에 크리스는 잠깐 세라와 눈을 마주치고는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설?”

“네. 오라버니. 머나먼 곳에서 온 요리사의 이야기요.”

“머나먼 곳에서 온 요리사라고?”


아무리 봐도 현재 자신과 비슷한 처지임이 분명했다.


“그럼 되돌아갔어?”

“네. 형님. 되돌아갔습니다.”

“그래? 어떻게? 보상으로? 아니면 뭐 서비스로?”


마야는 다음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이야기는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저희도 여기까지만 알아요. 워낙 알려진 게 거의 없거든요.”

“하···. 미치겠군.”


마야는 자동으로 쪼그라든 미간을 부여잡고 다시 생각에 빠졌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모르니 답답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브퀘의 보상이 메인퀘를 해결책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압니다.”

“확실해?”

“네. 신님이 알려주셨어요. 서로 연결되어있다고요.”

“다른 건 또 모르고?”


크리스와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운 결말이었다.

하지만 마야의 의지는 희망이 타올랐다.

얼추 상황을 보니 할아버지의 맛을 알려주겠다는 녀석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퀘스트가 이 게임의 열쇠였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이런 게임을 많이 해보진 않았다.

그러나 요리라면 달랐다.

지금까지 움츠러들어 있던 마야의 열정이 희망의 불씨를 양분 삼아 힘차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졌으니 이젠 행동할 차례다.


“크리스. 달걀과 감자 수확은?”

“달걀은 3~5개. 감자는 3일에 12~15개 정도 나옵니다.”

“3일?”

“네. 형님. 다른 작물 심는다면 3일마다 수확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곳은 게임이었다.

아주 좋은 희소식이었다.


“세라! 저번 주에 손님이 몇 명이 왔지?”

“어···. 7명이요?”

“하루 말고 한 주.”

“네. 7명이요.”


세라는 당당하게 말했다.

너무 당당한 모습에 사고가 정지됐나 싶어질 정도였다.


“7명이면 하루에 한 명꼴이잖아?”

“진짜 그렇게 왔어요.”


마야의 미간이 또다시 일그러졌다.

이번엔 뒤통수가 지끈거렸다.

그는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저 멀리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시 사람들이 아예 안 와?”

“형님. 여긴 민박집이라 이용하는 고객의 대다수가 여행자입니다.”


그때 민박집 위치에 대한 설명을 써놓은 글이 떠올랐다.

그곳엔 이곳을 이렇게 평가했었다.


[오직 여행가를 위해 위치한 이 민박집은 요리를 팔기엔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럼 여긴 여행자밖에 안 오는 거야?”

“그렇죠. 도시에 도착 전에 잠깐 쉬거나 아니면 늦은 밤, 도시 문이 닫혔을 때 잠깐 자고 가는 용도죠.”

“1박에 30실버랬지?”

“네.”


자신이 만든 감자채 계란 부침이 25실버.

이 민박집의 1박이 30실버.

이런 곳에서 3일 동안 5골드를 벌라는 퀘스트를 준 저놈의 생각을 묻고 싶었다.


“그럼, 도시인은 여기서 요리를 파는 건 알아?”

“어···. 알아도 안 올걸요?”


세라의 싸늘한 표현에 차근차근 쌓으려던 마야의 계획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생각해 보세요. 오라버니. 싸구려 민박집 요리가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겠어요.”

“맞습니다. 형님. 2시간이나 걸어서 올 이유가 없죠.”


둘의 당당하고 직설적인 표현에 마야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맞았다.

여행자가 잠깐 쉬고 가는 이곳에서 파는 요리를 과연 누가 먹고 싶어 할까?


“법규!”


마야는 자동으로 욕을 내뱉었다.

이곳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최악의 조건만 갖춘 곳이었다.


‘가격도 마음대로 못 정해. 식자재는 몇 개 없어. 메뉴도 제한적이야. 장소는 또 개떡 같아. 정말 짜증이 절로 나는군.’


폭풍처럼 용솟음치는 스트레스에 이대로는 화병이 나 쓰러질 것 같았다.

마야는 서둘러 유일하게 이곳이 좋은 점을 끊임없이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더럽도록 깨끗한 공기 속에 스며든 피톤치드였다.

양팔을 벌려가며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다스리자, 세라가 신기한 듯 다가와 물었다.


“오라버니. 그런데 법규가 뭐예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법규!”


갑자기 크리스가 외쳤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니 아마 마야의 외침이 매력적이었나보다.

3등신 귀요미들이 자기 행동을 따라 한다면 얼마나 귀엽게 보일까?

그렇기에 더욱 확실하게 교육해야 했다.


“크리스. 하고 싶으면 저 하늘 보고해. 날 보고하진 말고.”

“악! 네! 알겠습, 하지마! 알겠습니다!”


크리스는 그의 장난을 질책하는 세라의 공격을 방어하며 대답했다.

마야는 그런 천진난만한 둘에게 다가가 각 어깨에 팔을 올렸다.


“정신 사나우니 그만하자?‘


장난을 멈춘 크리스와 세라는 마야의 눈에서 처음으로 그의 진지한 마음을 느꼈다.

그때 마야가 엄숙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그럼, 다시 묻자. 너희들은 왜 여기 있어?”

“당연히 형님/오라버니를 도와주려고요.”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둘의 표정을 본 마야는 자신이 질문을 잘못했나 싶었다.

크리스와 세라가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서 있는 거죠. 이 민박집을 음식점으로 바꾸기 위해서요.”

“음식점은 혼자서 못하지 않습니까. 형님.”


둘의 대답에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건방진 신은 모든 퀘를 마야 혼자서 해결할 수 없게 만든 게 분명했다.

그러자 히든퀘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놀랍도록 날 잘 알고 있네. 날 엿을 먹이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누군가와 함께하는 마야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놈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마야는 셰프였다.

그것도 레스토랑의 지하부터 밑바닥을 거쳐 최정상까지 올라온 세계 최고의 셰프였다.


‘주방, 서비스, 경영. 레스토랑의 모든 걸 경험했다. 똑똑히 보여주지. 대신 공짜로 봤다간 가만 안 두겠어.’


마야는 모든 경험을 토대로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눈동자에서 불꽃이 튀어나왔다.

그를 보던 크리스와 세라는 마야에게서 느껴지는 투지에 환호했다.

그리고 마야는 곧 그들의 환호에 답했다.


“오늘부로 둘을 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직원으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겠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네!”

“세라! 넌 앞으로 아침에 달걀, 감자 그리고 염소젖을 짜 이 음료통에 넣고 장작을 팬다.”

“네~! 오라버니!”

“크리스! 넌! 나가서 아무거나 잡아 와!”

“아무거나요?”

“어! 아무거나! 나무는 누가 담당했지?”


마야의 질문을 이해 못 한 세라가 머리를 움직이며 물어봤다.


“나무요? 무슨 나무요?”

“장작으로 쓸 나무!”

“아! 형님! 그건 제가 했습니다.”

“그럼, 다시! 크리스는 아침에 나무를. 그 후에 사냥한다. 둘 다 이해했지?”

“네!”


명령을 하달받은 크리스와 세라의 눈에서도 마야와 같은 불꽃이 일렁였다.


“형님. 오늘 장작까지 다 했으니 그럼 사냥 가도 되는 겁니까?”

“당연! 출동!”

“출동!”


순간 크리스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더니 쏜살같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마야는 속으로 자신에게 시련을 내린 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불타오른 승부욕은 이제 아무도 멈출 수 없었다.


‘그래. 시작은 상당히 더럽고 기분 나빴지만, 네놈의 세계에서 잠시 놀아주마. 하지만 잠깐일 거다. 1억 골드? 빛의 속도로 모아주겠어. 넌 내가 원하는 걸 준비해둬야 할 거야.’


▶서브 퀘스트(D-2)

「5골(0골/0%)」

▶인벤토리(2/6)

「달걀 1/감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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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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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조리 24.09.07 3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5 0 12쪽
16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4 0 13쪽
14 첫 도시 출장 24.09.04 4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4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4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5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5 0 13쪽
9 훼방꾼 24.08.29 7 0 14쪽
8 침입자 24.08.28 5 0 12쪽
7 티거 24.08.27 5 0 14쪽
6 여행자 24.08.26 6 0 13쪽
5 첫 손님. 24.08.24 6 0 14쪽
» 정식 직원 24.08.24 8 0 12쪽
3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5 0 12쪽
2 누구냐, 넌 24.08.23 9 0 12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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