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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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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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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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시 출장

DUMMY

“뭐야. 이건 또. 분노의 주먹?”


마야는 히든퀘 완료 내용을 상세히 읽어봤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 크리스나 세라의 보상인가 싶어 같이 해보라고 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저 시바 새끼가 날 놀리나?’


보상 자체가 대놓고 엿 먹이는 것 같은 뉘앙스였다.

히든퀘라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었다.

이런 건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다행히 그의 집중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 눈앞에 널려있었다.

사방에 널브러진 무쇠엄니멧돼지의 내장.

구덩이에 처박힌 무쇠엄니멧돼지의 시체.

그리고 박살 난 가축우리와 텃밭.

상황을 스캔한 마야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크리스. 이 녀석 먹을 수 있어?”

“당연하죠. 그런데 지방이 근육에 스며든 상태라 좀 질길 수도 있습니다.”

“오호. 그래? 흠. 일단, 크리스는 도망간 가축을 잡아와 줘.”

“네! 형님!”

“세라는 흩어진 내장을 싹 모아다가 잘 개 다져주고. 티거 밥으로 주게.”

“네! 오라버니!”


명령대로 쏜살같이 움직인 그들을 뒤로하고 마야는 텃밭을 정비하기 위해 구덩이에 처박힌 무쇠엄니멧돼지의 시체에 다가갔다.

녀석의 듬직한 육질에 손을 대자 재료 도감 창이 나타났다.

크리스의 말 그대로였다.


【무쇠엄니멧돼지의 지방이 녹아든 고깃덩어리】★★★★☆

「지방이 근육에 녹아든 상태의 고기는 인간보다 마족에게 큰 인기다. 인간이 먹기엔 다소 질긴 감이 있다.」


하지만 설명을 본 마야는 잠시 얼어붙었다.


“마족?”


게임을 모르는 마야도 마족은 알고 있었다.

마야가 영화에서 본 기억으로는 이들은 인간과 항상 적대적이었고 인간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악마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런 놈들이 실제 이 대륙에 있다면!

어후! 생각도 하기 싫었다.


“주옥같은 세상은 얼어 죽을!‘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신이 만든 세상에 어떻게 마족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신이 아니라 악마 아냐?‘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크리스와 세라, 티거를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저들이 자신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번 일로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마족은 마족!

이놈들 때문에라도 빨리 현실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더 늘어나 버렸다.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자.‘


그는 고기를 넣기 위해 인벤토리를 열지만 의외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인벤토리의 공간이 부족합니다.」


“뭐라고?”


그는 인벤토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인벤토리(4/6) - 24골드

「달걀 2/감자 9/쥐고기 10/밀가루 1(97%)」


아무리 봐도 2칸이나 남아있었다.

그는 다시 고기를 만졌다.


「인벤토리의 공간이 부족합니다.」


“아! 왜! 이런 거로 억까하지마!”


가장 신선할 때 보관해야 하는데 이러면 고기 질이 떨어지면서 품질도 떨어질 것이다.

품질이 떨어지면 당연히 요리 가격도 하락하고 말았다.

그 순간 장사꾼의 인벤토리가 떠올랐다.

그곳엔 소고기 안심과, 돼지 목살 등 특수 부위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야는 빠르게 내장을 다 모으고 이제 칼질을 준비하는 세라를 불렀다.


“세라. 잠깐 이리 와서 이것 좀 해줘!“


하던 일을 멈추고 후다닥 뛰어온 세라는 오랜만에 마음껏 손을 움직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활력이 넘쳐흘렀다.


”뭔데요? 오라버니?“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이렇게 따로따로 도려 내줘.”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요?”

“어. 그렇게.”

“네~!”


마야가 집어준 곳을 점으로 만든 세라.

그 점들이 이어 선이 되는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휙! 휙! 촤악! 착!


너무나 시원스럽게 나부끼는 바람과 함께 마야가 원하는 4개의 부위로 해체됐다.


【무쇠엄니멧돼지의 지방이 녹아든 앞다리】

【무쇠엄니멧돼지의 지방이 녹아든 목심】

【무쇠엄니멧돼지의 지방이 녹아든 등심】

【무쇠엄니멧돼지의 지방이 녹아든 갈비】


전부 각각 4덩이에 등급 모두 별 4개였다.


“좋아! 잘했어. 세라! 이젠 내가 할게.”

“히히! 네!”


마야는 일단 주방에 달걀과 감자 밀가루를 빼고 온 후 저 네 부위를 모두 인벤토리에 옮겼다.


“오라버니! 여기 잘 개 다진 내장이요.”


기분 좋게 웃으며 돌아온 세라의 작품까지 넣으니 또다시 인벤토리가 꽉 차버렸다.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구덩이엔 무쇠엄니 뼈와 녀석을 상징하는 어금니가 여전히 박혀있었다.

마야는 혹시 하는 마음에 뼈를 만져봤다.


【무쇠엄니멧돼지의 뼈】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역시나 재료 도감 창이 떴다.

그런데 별이 없었다.

식자재가 아닌 모양인데 설명을 읽어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때 마야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주방에 들어가 제일 커다란 솥 하나를 가져와 야외 화덕에 올려놨다.

그리고 물을 가득 채워 넣었다.


“세라! 그 뼈. 적당한 크기로 잘라줘.”

“네!”


세라의 기가 막힌 솜씨로 동강 난 뼈를 마야는 솥 안에 집어넣고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비를 대비해 천막을 세워놓았다.


“좋아! 푹 끓이면 아주 끝내주겠어!”

“오! 뭐가 나와요?”

“아주 맛있는 국물이 나오지.”


그의 말에 세라는 눈을 반짝였다.


“오! 궁금해요!”

“궁금하기 전에! 이번엔 우리를 세워야 해.”

“네!”


이번에도 세라는 귀엽게 쪼르르 달려갔다.

마야는 구덩이에 남은 어금니와 인벤토리 상태를 확인 후 어쩔 수 없이 다른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땅의 상태는 대부분 좋았다.


“그럼 난 여기에 텃밭을 만들어볼까?”


그렇게 둘의 노력으로 우리와 감자, 양파, 마늘, 토마토가 자라날 텃밭이 완성됐다.

그 사이 크리스도 도망갔던 닭과 병아리, 그리고 염소를 모두 잡아 우리에 넣었다.

크리스가 오자 세라는 단검을 넘겨줬다.


“참 빨리도 준다. 응?”

“네가 늦게 온거지.”

“네가 늦게 준거지!”


이번에도 투닥투닥 시작됐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조용히 하라고 했을 마야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익숙해진 것인지 위기를 함께 겪어서 그런 것인지 마야는 둘의 스테레오를 들으며 흥겨운 손놀림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자! 그럼, 마지막!”


야외 화로에 구운 내장을 티거에게 준 후 남은 인벤토리에 여전히 구덩이에 어금니를 넣을 차례가 다가왔다.

마야는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대는 순간 깜짝 놀랐다.


【무쇠엄니멧돼지의 어금니】 - 130골드

「강철보다 단단한 어금니. 인간과 마족 모두가 노리는 최고의 무기 재료. 온전한 상태로 이걸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


“뭐? 130골?”

“130골이요?”

“와! 비싼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마야를 비롯해 크리스와 세라도 놀란 모양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서로 나눠보며


“크리스! 도시에 가면 살 사람이 있을까?”

“당연하죠. 아마 그 대장장이라면 살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른 상인에게 팔아도 될 겁니다.”

“그 대장장이 어디서 사는지는 모르지?”

“네. 그것까진 모르죠. 오라버니.”

“흠.”


저걸 팔면 70골만 벌어도 퀘스트 완료였다.

마야는 이걸 서둘러 팔고 싶었다.

이 정도면 잠깐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될 큰 금액!

거기다가 괜히 가지고 있다가 급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하면 말짱 꽝이었다.


“크리스! 잠깐 민박집 좀 지키고 있어! 세라! 나와 같이 도시로 간다!”

“파시려고요?”

“당근!”

“당근?”


갑분싸!


“따봉이라고! 자! 빨리! 아! 티거 주방에 못 들어가게 해! 병아리 단속도 잘하고!”

“네! 형님!”


갑작스러운 도시행 결정이었기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서둘러야 했다.

그 지랄 같은 서브퀘나 방금 같은 무시무시한 놈이 등장하면 아주 곤란했으니까 말이다.


“오! 여기가 도시군!”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도시에 도착했다.

밀집한 건축물과 잘 포장된 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들의 북적임과 동시에 느껴지는 활력.

이곳이 도시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야는 몰랐지만 세라는 알았다.

예전만큼의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야는 달랐다.


‘여기다가 레스토랑을 차려야 하는데.’


뭔가 씁쓸함이 그의 마음에 감돌았지만, 마야는 목적을 잊지 않았다.

마야는 마을 경비병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봐. 이 마을 대장장이는 어딨지?”


그는 상당히 피곤했는지 말하다 말고 하품을 쩍! 하곤 대답했다.


“한 번도 못 본 얼굴인데. 당신 여행자야?”

“여행자? 아니. 난 저 민.”


마야가 민박집을 이야기하려던 그때 세라가 끼어들었다.


“네. 저흰 여행자인데요. 대장장이에게 수리를 부탁할 게 있어서요.”


여행자란 말에 상당히 놀란 눈치인 경비병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오랜만에 온 여행자군. 대장간은 저기 중앙광장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보일 거야. 그것보다 뭐 특별한 소식 들은 게 있나?”

“소식? 무슨 소식요?”

“하~! 오랜만에 와서 뭔가 있을 줄 알았지. 없으면 됐어.”


연신 하품을 해대는 경비병을 뒤로하고 그가 알려준 곳으로 가니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커다란 대장간 마크가 박힌 간판이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한창 일하고 있는 다른 가게와는 달리 대장간은 불이 꺼져있었다.

하지만 문은 열려있다.


“혹시. 누구 계신 가요?”

“미안하지만 오늘 장사는 끝. 어? 당신은?”


열심히 가게를 정리하던 대장장이는 마야와 세라를 보더니 기쁜 얼굴로 다가왔다.


“하하하! 한창 일할 시간에 여긴 웬일이지?”

“당신이야말로 왜 문을 닫는 거야?”

“나라에서 급히 불러 출장을 가야 할 것 같거든. 아쉽게도 한동안 당신 요리는 못 먹겠어.”


마야의 질문에 먼저 답한 대장장이가 이번엔 네 차례라는 눈빛을 보냈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물건이 생겼거든.”

“그게 뭔가?”


마야는 인벤토리에서 번뜩이는 어금니를 꺼내 보여줬다.


“【무쇠엄니멧돼지의 어금니】? 이걸 어떻게 얻었지?”


마야는 사실대로 말할까, 하다가 세라의 눈빛을 받고 바로 방향을 틀었다.


“우.... 우연히?”

“대단하군. 마침 이런 게 필요했는데. 환상적인 타이밍이야.”

“살 건가?”

“당연! 얼마지?”

“130골!”


정가에 불렀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으로 마야는 생각했지만, 대장장이의 표정은 어두웠다.


“나쁘진 않군. 다만, 지금 내 주머니엔 100골드 밖에 없군. 출장 준비에 써버렸거든. 대신 30골드 가치의 원하는 무기를 줄 순 있지.”

“흠.”


마야는 고민에 빠졌다.

100골드도 큰돈, 30골드 또한 큰돈이었다.

퀘스트를 위해 되도록 골드로 받고 싶었다.

하지만 마야는 그가 베푼 선의를 기억하고 있었다.

마야가 아무리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라 불려도 그만큼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거기에 무기라는 말을 들은 세라가 아까부터 옆에 붙어서 진한 안광을 발사하고 있었다.

크리스의 장비가 여간 부러웠던 게 아니었나 보다.


“어떻게 하겠나?”

“좋아. 그렇게 하지.”

“굳. 자. 일단 100골드. 그리고 무기는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돼. 참고로 전부 내가 아끼는 녀석들이다.”

“세라?”

“오라버니! 최고!”


잔뜩 신이 난 세라가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되도록 빨리 골라줬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취향이 확고한 그녀였다.


“이거요!”


【경비대장의 롱소드】 - 30골드

「왕국의 도시를 지키는 자의 무기답게 튼튼하고 날카롭다.」


“허허. 이 아가씨 물건 보는 눈이 있군. 그걸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인 사내가 있었거든. 녀석. 엄청 아쉬워하겠어.”

“주인이 될 운명이 아니었겠지. 명인의 도구는 주인은 정한다는 말이 있으니까.”

“하하하. 당신 말 한번 죽여주는군! 아무튼, 출장 복귀하자마자 들릴 테니 그땐 더 다양한 메뉴가 있길 바라지.”

“기대해도 좋아.”


그렇게 기분 좋은 거래를 끝내고 도시를 나선 마야와 세라.

돌아오는 길 내내 검을 이리저리 살피는 세라의 모습에서 마야는 과거 처음 칼을 잡은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사히 도착한 민박집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마야는 인벤토리에 적힌 숫자와 재료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인벤토리(5/6) - 124골드

「쥐고기 10/무쇠엄니멧돼지의 지방이 녹아든 앞다리 4/목심 4/등심 4/갈비 4」


‘좋아! 9일 동안 100골만 더 모으면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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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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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조리 24.09.07 3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6 0 12쪽
16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4 0 13쪽
» 첫 도시 출장 24.09.04 5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5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5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6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6 0 13쪽
9 훼방꾼 24.08.29 8 0 14쪽
8 침입자 24.08.28 5 0 12쪽
7 티거 24.08.27 5 0 14쪽
6 여행자 24.08.26 7 0 13쪽
5 첫 손님. 24.08.24 6 0 14쪽
4 정식 직원 24.08.24 8 0 12쪽
3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6 0 12쪽
2 누구냐, 넌 24.08.23 10 0 12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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