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가 요리하는데 신이 자꾸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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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봉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3 09: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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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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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누구냐, 넌

DUMMY

사람에게 희망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웃음이다.


“푸하하! 그래. 그래. 하하하.”


절망의 웃음인 것이다.

웃음이 멈추기 무섭게 마야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점 없는 눈망울, 굳어버린 입술, 더는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 그리고 멈춘 생각.

지금 마야의 얼굴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얼굴이었다.


-모든 걸 체념한 사람.


그는 두 다리를 끌어안아 그곳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바닥의 형태가 확실히 보였다.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느낌이었다.

나무의 질감, 창문의 커튼을 비추는 빛의 형태는 동화책에서 나오는 그림 같았다.


‘그래. 게임이랬지. 현실이 아니라. 게임.’


그 순간!


-타다다!


확실했다.

마야의 귀에 익숙한 소리였다.

엄청난 속도로 도마를 난타하는 소리다.

그 소리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방, 바로 앞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잠깐! 이 소리는?’


그건 그에게 거짓된 희망을 선사했던 비열하고 잔혹한 녀석이 냈던 소리였다.

동시에 마야는 뭔가를 떠올렸다.

영화나 게임에서 보면 항상 이런 외딴곳에는 살인귀나 식인종이 살았다.

그들은 이런 별장에 사람을 잡아 가둬놓고 천천히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설마. 저 사기꾼! 아니야. 아닐 거야!’


-타다다다!


정신 사나울 정도로 울리는 칼질은 점점 마야의 생각을 옭아맸다.

그럴수록 마야의 머리와 심장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사기꾼, 살인귀, 식인종.

이상할 정도로 찰떡같은 라임 아닌가.


‘에이. 설마. 농담하지 말라고. 진짜 재미없다고.’


마야의 상상력이 자극될수록 칼질 소리는 더 격해졌다.


-타다다다다!


이쯤 되니 하늘에 대고 욕한 게 후회됐다.


‘제발. 아! 제발!’


그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생각지도 못한 소리였다.

상상도 못 할 밝고 기운찬 여성의 목소리가 마야의 편견을 깨며 등장했다.


“오라버니! 일어나셨나요~?”

“오라버니?”


마야의 대답을 들은 상대는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오! 일어나셨군요!”


방금까지 벌벌 떨던 마야는 최대한 강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누, 누구냐!”

“호호! 오라버니. 저예요! 세라요!”

“세라?”


자신을 세라라고 칭한 상대는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와중에 도마 위 칼질 소리는 더 날카롭게 울리는 중이다.


-타다다다다!

“오라버니! 일어나셨으면 들어가도 될까요?”


세라의 질문에 마야는 순간 얼어붙었다.

아까부터 칼질에서 느껴지는 묘한 리듬감이 마야의 심리를 증폭시켰다.


‘그냥 가라고. 왜 들어오려고 하냐고.’


일단 본능에 따라 대답했다.


“안 돼!”

“그래요? 알겠어요. 그런데 머리는 괜찮으세요?”

“머리?”

“네!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겼던데.”


마야는 아픈 부위를 다시 문질러봤다.

약간 튀어나왔지만, 커다랗지는 않았다.

아마 구석에 처박힌 저 축축한 수건의 용도가 이 혹을 위한 것으로 추측됐다.


“괜찮아!”

“네! 아! 그땐 죄송해요. 혹시! 저 때문에 무슨 일이 난 건 아니죠?”


그 말에 마야는 깨달았다.

칼질 소리를 내던 자가 자기 뒤통수를 후려갈긴 자!

세라! 저 녀석이 범인이었다.


“너였냐!”

“죄송해요! 전 미친놈인 줄 알고.”


미친놈이란 단어에 마야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세라의 솔직함이 거슬리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당시 마야의 모습은 미친놈으로 오해할 만했으니까.


“아. 그래. 알았으니 됐어.”

“정말 괜찮은 거죠?”

“괜찮아.”

“아니에요. 오라버니! 확인해 봐야겠어요!”


말과 함께 칼질 소리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싸한 느낌이 마야의 온몸에서 흘러나왔다.


-쿵쾅! 쿵쾅! 쿵쾅!


불안은 넘어 불길함이 엄습했다.

분위기가 마야에게 도망가라 신호를 줬다.

그때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마야는 후다닥 걸어간 후 창문을 열며 크게 소리쳤다.


“아니! 정말 괜찮,”


-쾅!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활짝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여자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뒤로 묶은 붉은 머리에 귀여운 얼굴, 거기에 중세 시대 복장이었다.

한 손엔 도마, 한 손엔 식칼을 쥔 것을 보니 칼질의 주인공이 확실했다.


“세라?”

“네! 오라버니! 그런데 정말 괜찮죠?”


마야를 본 세라의 밝은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마야는 창문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하하. 괜찮다니까!”


호탕하게 웃으며 마야는 발을 내렸다.

그런 마야의 눈에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이제야 깨달았다.


“아니! 그런데 머리가?”

“호호. 제 머리가 왜요?”

“아니. 좀 큰데? 몸도 좀 이상하고.”


세라는 게임 속에서 보던 3등신의 몸을 하고 있었다.

상상을 해보라!

저렇게 귀여운 캐릭터가 어떻게 살인귀일 수 있단 말인가?


‘쟤가 살인귀면 여길 만든 신은 악마가 분명해.’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대답은 더 황당했다.


“오라버니도 저랑 똑같아요.”

“뭐?”


세라는 칼질을 멈추고는 조용히 뒷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 마야에게 건넸다.


“이건 또 뭐야!”


그 안에는 확실히 마야가 있었다.

세라와 똑같이 3등신으로 변형된 얼굴이다.

현실 속 미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귀여운 남캐 하나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출렁이는 검정 머릿결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었다.


“히히. 맞죠?”


마야는 지금 모습에 자동으로 화가 났다.


‘으으. 이 사기꾼!‘


거기에 계속해서 쌔근쌔근 웃으며 대답하는 세라가 얄미워 보였다.

아무리 봐도 사기꾼의 동료 같았다.

마야의 표정을 읽은 세라는 일단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솔직히 방금 할아버지 같았어요. 그 있잖아요. 혼자 이렇게 몸푸시는. 히히.”


긴장을 풀기 위해 던진 세라의 농담은 효과가 있었다.

물론 전혀 다른 쪽으로 말이다.


“뭐!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듣기 무섭게 마야는 버럭 화를 냈다.

아무리 처음 만난 사이여도 이건 참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의 발작 버튼이었으니까.

깜짝 놀란 세라는 순식간에 울상이다.

그러자 그 소리가 다시 나왔다.


-타다다!


세라의 칼질에 마야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놀라울 정도로 경이로운 솜씨였다.

전 세계의 실력자들을 만나 본 그였지만, 이 정도의 칼솜씨를 가진 요리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순간 마야는 메인퀘의 내용이 떠올랐다.


“너! 날 방해하러 왔군. 그렇지?”


마야가 1억 골드를 벌 방법은 단, 하나.

요리였다.

세라는 분명 마야를 방해하러 온 최고의 실력가 셰프가 분명했다.

하지만 세라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더 커질 정도로 말이다.


“전혀요! 전 오라버니의 오른팔이잖아요!”

“오른팔?”


의문을 품은 마야는 혹시나 하며 질문했다.


“그럼, 왼팔도 있어?”

“헐! 오라버니! 아무리 그래도 그를 잊으면 안 되죠!”

“그?”


세라의 말에 마야의 심장은 불안에 다시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잊고 있던 살인귀가 떠올랐다.

이 생각이 들기 무섭게 마야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굴러갔다.

오만가지 생존 시나리오를 굴리는 마야를 두고 세라는 방을 나서며 말했다.


“지금 올 때가 됐는데.”

“뭐?”


세라의 말과 함께 아래층에서 쿵! 하고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살벌하게 들렸는지 마야의 온몸에 닭살이 돋아났다.

이어진 불안감에 말도 잘 안 나왔다.


“소, 손님인가?”

“그럴 리가요. 크리스겠죠.

“크리스?”


크리스라는 이름에 세라는 처음 봤던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크리스! 오라버니 일어나써어어!”


마야가 반응할 새도 없이 갑자기 세라는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일단 마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과 문을 번갈아 쳐다보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크리스. 크리스라.’


마야는 천천히 창문틀에 발을 올렸다.

그때 밑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신 거 맞아?”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왜 확인도 안 하고 뒤통수를 때린 거야?”

“정말 그땐 미친놈 같았다니까.”


마야는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둘의 티격태격하는 내용이 재밌었다.

세계 최고의 셰프를 유지하기 위해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았던 마야였다.

그 때문에 타인에게 신경 쓸 시간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


‘아직 그 맛을 찾지 못했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마야는 잊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감자채 계란 부침에서 느낀 그 맛을 말이다.

그때 받은 감동이 지금의 마야를 만들어줬지만, 동시에 옥쇄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만들려 해도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 맛에 할아버지의 비밀이 있어. 빨리 그 맛을 찾아야 하는데.’


마야는 평소처럼 나 홀로 아무런 방해 없이 요리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네가 가서 빨리 데리고 와!”

“어디서 명령이야! 네가 가!”

“내가 가도 돼?”

“괜찮다니까!”


다시 들리는 둘의 귀여운 말싸움에 정신을 차린 마야는 창틀에서 발을 내렸다.

요리사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크리스라고 했던가? 위험할 것 같지 않아.’


마야는 단단한 결심을 안고 방을 나섰다.

그의 발이 계단에 닿자, 나무 바닥 특유의 소리가 진동했다.

순간 연신 떠들어대던 둘이 조용해졌다.


‘이런. 들켰나?’


1층에 도착하자 홀이 나타났다.

나름 그 시대 치곤 정리가 깔끔했다.

그곳엔 생글생글 웃는 세라와 한 남자가 있었다.

그자가 크리스 같았다.

크리스는 마야를 보자마자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형님. 정말 괜찮습니까?”


붉은 머리, 귀여운 얼굴, 그리고 3등신은 세라와 같았다.

하지만 눈매는 예리했다.

거기에 등에 멘 활과 화살통이 눈길을 끌었다.


‘사냥꾼 같은데?’


여전히 의심 중인 마야는 크리스를 빠르게 스캔했다.

그가 가진 무기가 조금은 거슬렸지만, 다행히 살기는 보이지 않았다.


“어. 그런데 여긴 중세 시대야?”

“네??? 뭐라고 하시는······.”


뭔가 달라짐을 눈치챈 크리스는 옆에 있는 세라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그러자 세라는 어깨를 들썩였다.

깜짝 놀란 눈으로 마야를 바라보는 크리스는 그를 가리키고는 검지를 뻗어 자기 머리에 대고 빙빙 돌렸다.

마야는 그 의미를 단번에 이해했다.


“나 안 미쳤거든?”


마야의 대답에 세라가 찔렸는지 다급히 소리쳤다.


“괜찮다고!”


크리스는 [네 탓이잖아.]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왜 네가 난리야. 그것보다 정말 다행입니다. 형님. 살아있는 게 신, 읍!”

“조용히 하라고!”


붉은 머리가 이리저리 엉키기 시작했다.

겉으로만 과격하지, 속을 보면 강아지 몸싸움 수준이다.


“둘이 사이가 좋네. 남매?”


남매라는 말에 열심히 다투던 둘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오라버니.”

“대륙에서 붉은 머리는 우리 둘뿐입니다.”

“그래?”


좋은 정보였다.

하지만 지금 마야에겐 들리지 않았다.

마야는 확신에 찬 의문을 말했다.


“그것보다 너희 둘. 정체가 뭐야?”

“정체요?”


크리스와 세라는 이해를 못 한 듯 커다란 눈망울을 깜박였다.


“그래. 솔직히 말해. 저기 누구처럼 날 방해하려고 여기 있는 거 아냐?”


그 말을 들은 둘은 매우 토라진 표정으로 변했다.


“형님! 방해라뇨! 섭섭합니다!”

“그래요! 오라버니! 섭섭해요!”

“하지만 저놈이 날 속이고 이곳에 처박아놨는데. 내가 너희 둘을 살, 아니. 뭐라고 생각하겠어. 안 그래?”


순간 살인귀인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마야는 용케 잘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의 의심은 어쩔 수 없었다.

벌을 내리겠다는 메시지와 심지어 이 주옥같은 곳에서 현실로 가고 싶으면 1억 골드를 벌라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야를 도와주라며 짜리몽땅 귀요미 3등신 캐릭터를 두 명씩이나 보낼 리는 없지 않은가?

그때 마야의 눈앞에 창 하나가 나타난다.


▶서브 퀘스트

「오늘부터 3일 동안 5골드를 모으세요.

단, 실패 시 페널티가 있습니다.」


“하! 아주 혼자 신나셨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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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조리 24.09.07 3 0 12쪽
17 하드 캐리 24.09.06 5 0 12쪽
16 만석 24.09.05 5 0 13쪽
15 동남풍 24.09.04 4 0 13쪽
14 첫 도시 출장 24.09.04 4 0 13쪽
13 소문의 주인공 24.09.03 4 0 14쪽
12 업그레이드 24.09.02 5 0 14쪽
11 도시에서 온 손님 24.08.31 5 0 13쪽
10 수상한 여행자 24.08.30 6 0 13쪽
9 훼방꾼 24.08.29 8 0 14쪽
8 침입자 24.08.28 5 0 12쪽
7 티거 24.08.27 5 0 14쪽
6 여행자 24.08.26 6 0 13쪽
5 첫 손님. 24.08.24 6 0 14쪽
4 정식 직원 24.08.24 8 0 12쪽
3 법규를 준수하시오. 24.08.23 6 0 12쪽
» 누구냐, 넌 24.08.23 10 0 12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4.08.23 2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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