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신화 유산으로 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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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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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작품등록일 :
2024.08.2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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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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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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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꽤 쓸만한 특성인데.

DUMMY

 처음 탑이 생겼을 때.

 참 많은 시도가 있었다.


 물리적으로 공격해보기도 하고, 탑을 이루고 있는 성분을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시도에도 탑을 없앨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점점 불안에 빠졌다.


 [1층 토벌까지 남은 시간 : 249시간 11분 02초···.]


 어떠한 정보도 없다.

 시간이 모두 줄어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지구가 멸망하는 건가?

 아니지. 나라마다 하나씩 있으니까, 나라가 멸망하는 건가?

 아니면 오히려,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미지(未知).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그때.


 미국의 남성 한 명이, 본인이 ‘각성자’라고 밝히며 탑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최초로 탑을 등반한 남성이었다.


 1층을 토벌하고, 미국의 타이머는 다시 초기화되었다.

 탑에서 나온 남성은 자신이 겪은 일을 사람들에게 세세하게 전달했다.


 갑자기 등장한 몬스터, 탑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스킬’들.

 탑에서 얻은 재료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후 전 세계의 수많은 각성자가 홀로, 또는 파티를 구해 탑 등반을 시작했다.


 한 층을 클리어하거나 공략을 포기하고 탑을 빠져나오면, 재입장 쿨타임은 24시간.

 처음 탑 등반을 시작한 이후 10일간 오른 층의 개수는 10층.


 그러니까, 하루에 한 층씩 올라간 셈이다.


 초반 10층의 난이도는 아주 쉬웠다.


 문제는 그다음 날.

 중국에서 11층에 도전한 파티 구성원 한 명이 탑 안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였다.

 몬스터의 상태 이상 스킬에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탑’은 가상 현실 게임 같은 게 아니다. 현실이다.

 탑 안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


 탑에 들어갈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


 “음···.”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각성자와 탑에 대한 정보를 긁어모았다.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나도 협회에 등록 해야 하나?”


 국가에 소속된다는 거에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협회에 대해 직접 찾아보고,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일단 등록하는 게 맞는 거 같았다.


 우선, 협회는 각성자의 신변을 보호해준다.


 이게 무슨 말이냐.

 앞에서도 말했듯, ‘스킬’은 탑에서만 유효하다.

 아무리 강한 각성자라도 탑을 나오는 순간 일반인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각성자를 노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신상이 노출된 각성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거나,

 각성자를 납치, 감금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성자를 보호해 주는 게 협회의 역할.


 그리고 하나 더.


 지금 당장 탑에서 쓸 무기가 없다.


 따지고 보면, 내가 가진 건 전투 스킬이 아니다.

 전투 보조 스킬에 가깝지.


 아무리 온순한 사슴이라고 해도, 손으로 직접 때려잡을 자신이 없다.

 우선 기본 무기를 구매 해야 한다는 건데···.


 협회 소속이 아닌 각성자가 협회에서 무기를 구매하려면 기본적인 무기도 아주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개인에게 구매하자니, 내 신원이 바로 노출된다.


 협회에 등록하면, 기본 전투 장비를 대여해준다.

 빠르게 초반 층을 클리어하고, 파밍한 재료를 팔아 새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다.


 “일단 등록하고 생각할까?”


 고민해서 뭐 해?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데.


 곧바로 짐을 챙기고 협회로 향했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 아닌 대구지만, 탑이 대구 상공에 떠 있는 탓에 각성자 협회 본사도 대구에 위치해 있다.


 집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1층 데스크 직원이 살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신규 각성자 등록하려구요.”

 “아!”


 그다지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신규 각성자가 나온다는 뜻이겠지.


 “여기, 성함이랑 휴대폰 번호, 용무 작성해주시고···.”

 “네.”


 출입 기록 작성을 마치자, 직원이 임시 출입증을 건넸다.


 “3층으로 올라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3층에 있는 건 각성자 관리 사무실.

 옆에 있는 벨을 누르자, 불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남자 한 명이 걸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이시현 씨?”

 “네.”

 “반갑습니다. 인사팀장 김진수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사무실 안에 있는 휴게실로 나를 안내했다.


 “커피나 차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천천히 자리에 앉은 김진수가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았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몰골이었다.


 “우선 각성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여기 저희가 준비한 안내문 간단하게 읽어보시고.”

 “네.”

 “자세한 사항은, 인증 절차가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증 절차?


 의문을 뒤로 하고, 우선 안내문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협회 홈페이지에도 나와있는 내용.

 각성자와 탑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었다.

 그리고, 협회에 들어오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과 혜택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김진수가 작은 기계 하나를 건넸다.


 “여기.”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였다.


 “인증 절차는 간단합니다. 선생님 개인 정보랑 뽑으신 능력 작성해 주시고, 탑에 들어가셔서 1층 클리어 과정을 촬영해 주시면 됩니다. 기본 장비는 저희 측에서 지원해드립니다.”

 “지, 지금 바로요?”

 “네. 아, 그리고 웬만하면 서류에 기재하신 능력이 드러나도록 촬영해 주셔야 합니다.”

 “···.”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바로 탑에 들어가라고?


 “여기서요? 집에서 아니고?”

 “뭐, 집에 가서 촬영한 뒤에 오셔도 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하시는 게 편할 겁니다. 왔다 갔다 하기도 귀찮으실 거예요.”

 “그···.”


 내가 머뭇거리자, 김진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위, 위험할 수도 있지 않나요?”

 “하하.”


 가볍게 웃은 김진수가 고개를 저었다.


 “1층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살상력이 거의 없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하긴.


 성격도 온순하고, 겁 많고.

 가죽까지 연하다고 했으니까···.


 오케이! 뭐 1층쯤이야.

 해보지 뭐.


 “그럼 오늘 끝내고 가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김진수가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개인 정보와 각성한 능력을 기재하는 칸이 있었다.


 “우선 이거부터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음···.”


 뭐라고 적어야 하지?

 곧이곧대로 다 적긴 싫은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김진수가 희미하게 웃었다.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 뽑은 특성이 끝까지 가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다만?”

 “등급은 사실대로 적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특성의 세부적인 효과가 바뀌긴 해도, 등급 자체가 바뀌는 일은 없다.

 각성자의 특성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도 많아지고, 혜택도 더 다양해진다.

 만약 등급을 허위로 작성했다가 들키게 된다면···.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여기까지가, 김진수의 설명이었다.


 “···다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들어가면 되죠?”

 “기본 장비는 옆에 구비해 뒀습니다.”


 휴게실의 벽 쪽에, 검과 창, 방패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갑옷이나 투구 같은 방어구는 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1층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살상력이 없다시피 하니까.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겠지.


 “그냥 들고 입장하면 되나요?”

 “탑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든 거라, 그냥 들고 입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걸로.”


 내가 선택한 건 창이었다.

 방패를 사용할 일은 없을 거 같고.

 창이 사거리도 길고 던지기도 용이하니까.


 “카메라 켜시고. 제가 말씀드린 사항 꼭 기억하시구요.”

 “넵!”


 탑에 입장하고 싶다고 생각하니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RPG 게임에서 던전에 입장할 때 뜨는 창과 유사했다.


 [현재 입장 가능한 층 : 1층]

 [파티에 등록된 인원 : - ]


 [정말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김진수가 준 카메라를 가슴팍에 장착했다.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네. 가시죠.”


 곧바로,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변 배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


 이시현이 탑에 들어가고, 휴게실에 혼자 남은 김진수.

 그는 이시현이 작성한 서류를 찬찬히 읽는 중이었다.


 “···26살, 대졸에 취준생이었고···. 가족 관계 이상 없고···.”


 정말 평범한, 갓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취준생이었다.


 뭐 어떤가.


 잠시 대화를 나눠봤을 뿐이지만, 나름 예의도 바르고 인성도 괜찮은 거 같고.

 조금 찐따같긴 하지만.


 요즘은 모나지 않고 평범한 청년 찾기가 더 어렵다.


 “능력이···.”


 김진수가 돌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 보유 특성 / 등급 : 간파계 특성 / 희귀 』


 “간파계?”


 탑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간파계 각성자.

 전투 계열보다는 버프, 그러니까 전투 보조 계열에 가깝다.


 “호오. 이건 꽤 쓸만한 특성인데.”


 희귀 등급이지만, 지원 계열 특성은 대체로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대우를 받는다.


 희귀면 영웅. 영웅이면 전설.

 그만큼 지원 계열이 희귀하다는 뜻이다.


 완벽한 정보는 아니라도, 몬스터의 특성을 대충 파악하고 전투에 참여하는 것과 그냥 무작정 머리를 박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까.


 “인증 끝나면 조금 더 자세하게 물어봐야겠다.”


 특성으로 알 수 있는 정보와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

 필요에 따라, 탑 공략팀에 스카우트할 수도 있다.


 “어디 보자···.”


 처음 탑에 들어간 사람이 1층을 클리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3-40분 정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아무리 살상력이 없는 몬스터라 해도 일단 어느 정도 패턴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탑의 패턴은 항상 랜덤하게 바뀌기 때문에,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5분 정도 지났나?”


 이시현이 1층을 공략하는 동안, 잠깐 밑에 내려가서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어, 어어···?”


 짐을 챙기던 김진수의 앞에, 서서히 공간이 일그러졌다.


 츠츠츠츠!


 “후아!”


 어느새 탑에서 빠져나온 이시현이, 긴장이 풀린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

 “끝났습니다!”

 “···.”

 “···?”


 이시현이 1층을 공략하는 데 걸린 시간.


 5분.


 단 5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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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떻게든 되겠지. +2 24.09.07 1,437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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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거 완전 날먹 아니야? +2 24.09.05 1,523 33 12쪽
5 누구세요? +2 24.09.04 1,585 32 12쪽
4 예의 바른 걸로 하자. +4 24.09.03 1,656 38 12쪽
» 꽤 쓸만한 특성인데. +1 24.09.02 1,737 39 11쪽
2 인생 역전이다. +1 24.09.02 1,947 41 11쪽
1 프롤로그. +1 24.09.02 2,128 4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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