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신화 유산으로 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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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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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작품등록일 :
2024.08.24 20:36
최근연재일 :
2024.09.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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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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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어떻게든 되겠지.

DUMMY

 “···진짜예요?”

 “제가 지금 거짓말하는 걸로 보이십니까?”

 “아뇨, 전혀요.”


 사면초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타, 탑 밖에서는 스킬 사용 못하지 않나요?”

 “탑 안에서 확인해야지요.”

 “···.”


 맞네.

 그냥 탑 안에서 보면 되는구나.


 “이, 이거 함정수사 아닙니까? 그런 게 있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일부러 숨긴 거 아니에요?”

 “저희가 이시현 씨를 함정 수사해서 뭐합니까?”


 ···그것도 맞네.

 나한테 뭐 뽑아먹을 게 있어야지.

 모아놓은 돈도 없는 평범한 취준생인데.


 “사실 상태창 간파 스킬을 가진 각성자는 극소수여서, 고용하려면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웬만해서는 이용하지 않는 방법이에요.”


 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각은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남의 상태창을 엿볼 수 있다니.


 “···속인 건 맞는데요. 그러니까 이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제가 뭐 사익을 취하거나 나쁜 짓 하려고 속인 게 아니라, 이게 좀···.”

 “무슨 마음인지 이해합니다.”

 “이해한다고요?”


 김진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걸 문제 삼으려고 온 게 아닙니다. 이시현 씨 말대로 등급을 속이고 부당한 혜택을 받거나 협회에 손해를 끼친 게 아니니까요.”

 “···문제 삼을 생각이 없다고요?”

 “혹시 제 태도가 협박처럼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직접 찾아뵙게 된 이유는, 이시현 씨의 능력에 대해 듣고 싶어서입니다.”


 내가 등급을 속인 게 들통나서 처벌하러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제 나름대로 추측을 해봤는데, 도저히 납득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시현 씨에게 직접 듣고 싶습니다.”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곤란한 상황이네.

 저렇게 정중하게 나오는 데 또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어떻게 추측하셨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시현 씨는 탑에 들어가기 전 미리 내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김진수가 피식 웃었다.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억측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죠. 탑 밖에서 스킬을 사용한다니.”


 ···딸꾹!


 “하, 하하! 그건 진짜, 딸꾹! 말이 안 되죠.”

 “또한, 간파계열 스킬 말고도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특성을 보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소환 스킬이라든가, 무기 생성 스킬이라든가.”


 와.

 이 사람 정체가 대체 뭐야?


 “아무튼.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론이 나오더군요.”

 “···음.”


 아무리 그래도, 백 퍼센트 다 말을 해주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내가 탑 밖에서 스킬을 쓴다는 사실은 전 인류에게 위협이 될 만한 사안이니까.


 우선은···.

 그래. 일단 저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답변을 해주자.


 “등급을 속인 건 사실입니다. 제 특성의 등급은 희귀가 아니에요.”

 “···역시. 그럼 정확한 등급이 어떻게 되죠?”

 “전설 등급입니다.”

 “아아! 드디어 대한민국에 세 번째 전설 등급 각성자가···.”


 김진수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렇다고 탑 밖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호!”

 “제가 알 수 있는 건, ‘다음번 탑에 입장했을 때 나오는 퀘스트의 정보’입니다.”

 “아!”


 그 까탈스럽던 남자가 말끝마다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너무 부담스럽다.

 이래서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만약 탑을 클리어하면 다음 층의 정보를 알려주고, 공략에 실패하거나 포기하면 재입장 시에 뜨는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이죠.”

 “···아, 그런 방식!”


 김진수가 질문이 있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1층은 어떻게 된 겁니까?”

 “1층이요?”

 “그때 영상을 보니, 사슴들이 도망 다닐 걸 알고 계신 거 같던데요!”

 “···아.”


 예리한 질문이다.

 조금 당황스럽긴 해도 답변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지, 집에서 미리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아아!”

 “경험 삼아 한 번 들어가 봤는데, 퀘스트 포기를 하니 다음에 등장할 몬스터 특성을 알려주더라구요.”

 “오오!”


 ···휴!


 “아무튼, 지금 제가 가진 특성은 이것뿐입니다.”

 “그럼 퀘스트 클리어 시간이 말도 안 되게 빨랐던 이유도···.”

 “미리 정보를 알고 들어가서, 몬스터를 빠르게 처치할 수 있었던 거죠.”


 대화하면 할수록 김진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 정말. 꿈만 같습니다.”

 “예?”

 “지금 공략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능력이,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올 게 왔다.

 이게 오늘의 마지막 고비다.

 현명하게 잘 넘겨야 한다.


 우선 내 의견을 명확하게 밝힌다.


 “근데, 저는 아직 공략팀에 들어갈 생각이···.”

 “하지만!”


 아 씨, 깜짝이야.


 “공략팀 스카우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1원칙.”

 “1원칙?”

 “저희 협회장님께서도 늘 강조하시는 사안입니다. 각성자의 선택에 있어서 그 어떠한 형태의 압박도 있어선 안 된다.”


 입술을 꽉 깨문 김진수가 말을 이었다.


 “마음 같아선 무릎이라도 꿇고 싶습니다. 아니, 이시현 씨를 묶어놓고 협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보기보다 애국심이 대단한 사람 같네.


 “그럼에도, 저는 이시현 씨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공략팀에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얼마나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진수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협회와 이시현 씨의 관계는 변함없을 겁니다. 혹시라도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 연락해주십시오. 아직 이시현 씨가 최신 층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저도 다시 한번 고려해보겠습니다.”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니, 되려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싸우라고?

 아직 나에게는 그 정도의 사명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료는 바로 수거해 가겠습니다. 혹시 뭐 더 필요하신 거 있으십니까?”

 “딱히···. 아! 하나 있어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11층에 도달했겠다, 퀘스트 유형도 바뀌었겠다.

 돈이 어느 정도 모였으니, 각성자 상점을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혹시 각성자 전용 상점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오늘 바로 이용하시는 겁니까?”

 “음···.”


 혹시 모르니까, 오늘 판매한 재룟값 받으면 갈까?


 “내일은 안 되나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오후 6시 전에, 협회로 오시면 됩니다.”

 “그냥 가기만 하면 되나요?”

 “네. 제가 저희 직원에게 일러두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김진수가 재료를 넘겨받고 곧바로 짐을 챙겼다.


 “바로 가시나요?”

 “예. 아직 업무시간이라.”


 막상 거절하고 나니 기분이 좀 찝찝하다.

 괜히 나쁜 사람 된 거 같고.


 “이시현 씨.”

 “예?”

 “너무 부담 갖지 마십시오. 각성자라고 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시현 씨의 생명도, 우리 협회가 지켜야 하는 수많은 생명 중 하나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탑 등반하시는 동안, 필요하신 거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내 생각이라도 읽은 거야 뭐야.


 까칠하고 유도리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꽤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


 “다녀오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김진수가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들이켰다.


 “크으! 인턴, 내가 일 뺏어서 어째? 오늘 장 못 봐도 괜찮아?”

 “아, 괜찮습니다! 내일 가도 됩니다!”

 “왜 그렇게 군기가 들어 있어? 여기가 군대야?”

 “···아닙니다!”


 팀장실로 들어가는 김진수의 뒤를 최하윤이 졸졸 따라갔다.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왜 이래. 가서 너 할 거 해.”

 “아, 궁금합니다! 저도 알려주십쇼.”

 “알아서 뭐 하게?”

 “하! 그렇게 난리를 피우시더니. 이제 와서.”


 털썩.


 쓰러지듯 의자에 앉은 김진수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등급 속인 거 맞대. 전설 등급이란다.”

 “에엑? 진짭니까?”

 “드디어 세 번째 전설 등급이야. 몇 년 만이지?”

 “와···.”


 최하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대한민국에 둘 뿐인 전설 등급 특성 보유자, 석호윤과 장효민.

 1인 군단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가졌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두 사람의 특성 케미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전설 등급 특성은 너무 공격 쪽에 치우쳐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전투 보조 계열 각성자.


 “그래서, 공략팀에 들어온대요?”

 “아니.”

 “에에? 왜요? 호, 혹시 저 때문에?”


 김진수가 최하윤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뭐? 딱 잘라 말해?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진짜 저 때문입니까? 공략팀 안 들어오는 거?”


 최하윤이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전설 등급 각성자의 심기를 거스르다니.

 그것도 인사팀 대리라는 사람이!


 “그런 건 아니고.”

 “아니에요?”

 “그냥 마음의 준비가 덜 됐대.”

 “···휴.”


 최하윤이 어두워진 김진수의 낯빛을 살폈다.


 “아쉬우신가 봐요?”

 “아쉬울 뿐이겠냐? 걱정이 태산이다.”

 “그냥 두시려구요?”


 사실 공략팀에 들어온다는 건, 매일같이 전장에 나가는 군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본인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제안을 수락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그 누구도 이시현을 욕할 자격은 없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시간을 갖고 기다려봐야지.”


 그의 마음이 바뀌길 기도하는 수밖에.


 “지금 협회장님 계시냐?”

 “어···. 잠시만요.”


 최하윤이 자기 자리로 뛰어가 메신저를 확인했다.


 “계시네요! 메신저 접속 중이세요.”

 “그래.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보고할 건 해야지.”


 짐을 챙긴 김진수가 자리로 돌아가던 최하윤을 불러세웠다.


 “맞다. 최하윤.”

 “네?”

 “이시현 씨 내일 샵 이용하러 온대. 준비 좀 잘 해둬.”

 “무슨 준비요?”

 “···그냥 뭐. 필요하다는 거 있으면 이것저것 챙겨주고. 서비스 같은 것도 좀 챙겨주고···.”

 “여기가 무슨 마트에요? 사은품 챙겨주게?”


 김진수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손짓했다.


 “아, 꺼져. 가서 너 할 일 해.”

 “넵! 고생하십쇼!”


 쾅!


 최하윤이 나가니, 팀장실이 고요해졌다.

 턱을 괸 김진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하긴 했지만.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다.


 ‘···과하게 챙겨주면 또 부담스러워하려나.’


 홱!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고개를 휙휙 저은 김진수가, 챙긴 짐을 들고 협회장실로 향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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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진짜 환장하겠네. 24.09.17 471 17 12쪽
17 맞아야 철들어. 24.09.16 615 19 12쪽
16 그냥 웃자! +2 24.09.15 742 24 11쪽
15 내 이야긴데? +2 24.09.14 829 21 11쪽
14 마침 잘 됐다. +2 24.09.13 885 22 11쪽
13 잘 선택한 거겠지? +1 24.09.12 986 20 11쪽
12 또 깼어요. +2 24.09.11 1,056 25 11쪽
11 이게 진짜 1인 군단이지. +2 24.09.10 1,152 23 11쪽
10 엘리트 몬스터? +5 24.09.09 1,263 24 12쪽
9 말투 바뀐 거 봐라. +2 24.09.08 1,379 27 11쪽
» 어떻게든 되겠지. +2 24.09.07 1,439 30 11쪽
7 오늘은 내가 직접 간다. +2 24.09.06 1,485 31 12쪽
6 이거 완전 날먹 아니야? +2 24.09.05 1,523 33 12쪽
5 누구세요? +2 24.09.04 1,586 32 12쪽
4 예의 바른 걸로 하자. +4 24.09.03 1,657 38 12쪽
3 꽤 쓸만한 특성인데. +1 24.09.02 1,737 39 11쪽
2 인생 역전이다. +1 24.09.02 1,949 41 11쪽
1 프롤로그. +1 24.09.02 2,128 4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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