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신화 유산으로 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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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그림/삽화
picasso.
작품등록일 :
2024.08.24 20:36
최근연재일 :
2024.09.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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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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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78

작성
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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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맞아야 철들어.

DUMMY

 “오늘은 내가 살게.”

 “오? 잘 먹었어 형. 나중에 취직하면 나도 한턱 쏠게.”

 “됐어 인마. 조심히 들어가고. 계좌로 택시비 보냈다.”

 “어···. 안 그래도 되는데. 진짜 고마워 형.”


 허창욱의 집은 대구 외곽에 있다.


 할증까지 붙으면 택시비 많이 나오니까.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


 “몸조심해! 고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어. 또 보자.”

 “응! 나 진짜 비밀로 할게! 걱정하지 마!”


 ···왜 저렇게 못 미덥지?


 허창욱이 탄 택시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도 택시를 잡기 위해 휴대폰을 켰다.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 ···죄송합니다. 』


 김진수였다.

 짧은 문자였지만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느껴졌다.


 “···어휴. 됐다 됐어. 나름 노력 한 거겠지.”


 세상일이 원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뭐 그래도, 덕분에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콧바람 쐬니까 생각 정리도 좀 되고.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대한 거부감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탑 내부의 낯선 환경과 언제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긴장감.

 패배와 실패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게 헤집어놓고 있었다.


 속마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치유가 된다고 했던가.

 자세하게 말하진 못했지만,

 친구에게 어느 정도 고민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 괜찮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


 그래.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나 보다.


 공부할 때는 각성자만 되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부담스럽다고 징징대고 있다.


 얼마나 더 완벽한 직업을 가져야 만족할래?

 돈도 많이 벌고, 한적한 일상도 즐기고, 걱정 근심 없는···.

 그런 이상적인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얻는 게 있으면, 당연히 잃는 게 있는 법.


 그리고 탑 등반은 오롯이 내 선택이었다.

 공략팀에 들어가겠다 한 것까지도.


 언제까지고 패배 의식에 묻혀 살 순 없다.


 바꿔야지.

 내 문제가 뭔지 알았으면, 고쳐야지.


 “···굴린이 배고프겠네.”


 오늘따라 유독, 달이 더 밝아 보였다.


 ***


 “자! 다시 활기차게 가볼까!”

 “···?”


 굴린이가 나를 흘겨보았다.


 “조울증이십니깡?”

 “···닥쳐.”


 [각성자 ‘이시현’이 ‘후긴과 무닌 Lv.4’을 발동하였습니다.]


『 17층 클리어 조건 : 불길한 인형 4개 파괴


 어딘가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인형.

 평범한 공격으론 파괴할 수 없다.

 성(聖) 속성 피해를 주는 아이템이나 스킬이 필요하다.』


 “성 속성?”


 나는 성 속성 스킬이 없는데.

 아, 혹시···.


 인벤토리를 뒤져보았다.


 “···있네.”


 일전에 김진수가 내 인벤토리에 가득 채워놓은 소모 아이템들.

 그중에는, 성 속성 아이템도 있었다.


『 소모 아이템 : 성스러운 부적


 성스러운 기운이 담긴 부적.

 사용 시 일정 시간 동안 저주, 상태 이상 면역 상태가 된다.

 언데드나 어둠 속성 몬스터에게 사용 시, 성(聖) 속성 피해를 준다.』


 성스러운 부적 7개.

 인형은 4개니까 개수는 충분하고.


 “이거면 되겠지?”


 [‘드라우프니르’의 배리어 내구도 : 100%]


 배리어 내구도 빵빵하고.

 바로 가볼까?


 [탑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유한 스탯에 따라 신체 능력이 조정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17층은 내부 구조가 조금 독특했다.

 불이 지펴진 난로와 갖가지 음식이 놓인 식탁.


 치직!


 - 아하하하! 이것 좀 봐!

 - 꽃이다, 꽃!


 TV에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다.

 꽃밭을 뛰어노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

 동화에 나올 법한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뭐가 이렇게 커?”


 평범한 크기가 아니라는 점.


 식탁은 성인 남성 키의 세 배는 되어 보였고,

 난로는 웬만한 상가 건물만 했다.


 굴린이와 저택을 둘러보던 그때.


 쐐애애액!


 갑작스런 파공음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투웅!


 [‘드라우프니르’의 배리어 내구도 : 92%]


 파악!


 “까, 깜짝이야.”


 ···창?


 실제 창이 아닌 어린이용 장난감 창.

 비록 형태는 장난감이지만 그 크기는 실제 창과 다를 바 없었다.


「 꺄하하! 」


 창의 주인은 거대한 벽장에 놓인 장난감 병정들이었다.


 츠츠츠···.


 [각성자 ‘이시현’이 ‘비천창 Lv.1’을 발동하였습니다.]


 “···니가 먼저 던졌다?”


「 꺄하···아? 」


 쐐애액!


 츠팡!


 있는 힘껏 던진 창이 병정의 입을 꿰뚫었다.

 나는 스킬을 재사용해 창을 회수한 뒤 곧바로 안장에 올라탔다.


 “언데드 때랑 비슷한 거 같아. 인형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병정이 계속 소환···.”

 “이 새끼강···.”

 “어? 뭐라고?”


 갑자기.

 발을 구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굴린이.


 “···이건 또 뭐야.”


 다리 쪽에 무언가 축축한 게 느껴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피였다.

 튕겨 나온 창에 긁힌 굴린이의 피.


 그르르릉-


 ···잠깐만.

 돼지한테서 왜 엔진 소리가···.


 “어, 어 어어!”


 [소환수 ‘굴린이’가 ‘냉기의 돌진 Lv.2’을 발동하였습니다.]


 어느덧 2레벨이 된 ‘냉기의 돌진.’


 두두두두두!


 “잠깐, 굴린아 진정···.”

 “뒤졍! 뒤졍!”


 뻐억! 뻐억!


 “나 어깨가 빠질 거 같···.”

 “어쭈? 쳤엉? 쳤엉?”


 콰직! 빠악!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처음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목줄을 놓치면, 죽는다.


 간간이 날아오는 공격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야 [드라우프니르]의 배리어로 어찌어찌 버틴다 쳐도.

 굴린이는 창을 맞아가며 싸웠다.


 덕분에 피투성이가 된 굴린이의 몸.

 [튼튼함] 특성이 무적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굴린이가 소환 해제될지도 모른다.


 “···쉬익! 쉬익!”

 “허억, 허억. 일단 진정 좀 해 봐.”

 “저 싸가지 없는 놈이 선빵 쳤습니당!”


 ···[다혈질] 특성이 이런 효과였나.

 특성 삭제는 안 되나 이거?


 [‘드라우프니르’의 배리어 내구도 : 45%]


 어느덧 배리어 내구도가 45%.

 굴린이의 체력도 그만큼 많이 빠졌을 것이다.


 그래도, 굴린이가 한차례 미쳐 날뛴 덕분에 대부분의 병정이 정리되었다.


 “어우 어지러워. 토할 거 같네.”

 “쉬익···.”


 우선 체력 포션을 꺼내 굴린이에게 먹였다.

 자잘한 상처들이 아물며 빨개졌던 굴린이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달그락!


 “음?”


 옆에서 들리는 병정 소리.

 마지막 남은 병정 한 마리가 잔뜩 겁을 먹은 채 몸을 떨고 있었다.

 몬스터도 겁에 질리게 만드는 굴린이의 압도적인 광기.


 “···왜 쟤가 불쌍하냐.”


 ···불쌍해도 어쩔 수 없지.

 살려둘 순 없잖아?


 콰직!


 마지막 병정도 처리했고.

 이제 인형만 찾···.


 “···으러 갈 필요가 없겠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인형들.

 굴린이가 하찮은 황금빛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저것들도 겁먹고 포기한 거 아닙니깡?”


 그럴 리가.

 이런 돌발 상황은 백이면 백.


 [인형을 파괴하지 않고 모든 병정을 처치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엘리트 몬스터지.


 번쩍-


 [특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병정의 주인이 미소 짓습니다.]

 [엘리트 몬스터, ‘저주받은 마리오네트’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 히힛! 재밌다, 재밌어! 」


 저릿!


 분명 해맑은 아이의 웃음소리인데.

 그 안에서 깊은 살기가 느껴진다.


 “···일단 이것부터 붙여 봐.”

 “이게 뭡니깡?”

 “부적이야. 좋은 거.”


 저주 면역 효과가 있는 ‘성스러운 부적.’

 하나는 내 몸에. 다른 하나는 굴린이 등짝에.

 혹시 모를 상태 이상 스킬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텁!


 [드라우프니르]가 있긴 하지만.

 방어 계열 물약도 마셔주고.


 꼴꼴꼴···.


 자. 이제 약점을 찾아야 하는데···.

 퀘스트 조건 그대로 인형을 파괴하기만 하면 되나?


 ···아니지.

 자기 약점을 1선에 세우는 멍청한 짓을 할 리는 없잖아.

 뭐가 다른 게 있단 소린데···.


 그때.


 까드득! 끼익-


 인형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저택 안에 울려 퍼졌다.


「 나, 나랑 놀자아! 」


 화아악!


 [엘리트 몬스터 ‘저주받은 마리오네트’가 ‘광역 공포’를 발동하였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스탯이 감소합니다.]

 [‘성스러운 부적’의 효과로 상태 이상 스킬에 면역이 됩니다.]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 무기를 집어 든 인형들이 매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쿠구구구구!


 [각성자 ‘이시현’이 ‘메긴교르드 Lv.4’를 발동하였습니다.]

 [유산의 효과로, 힘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번쩍!


 “···응?”


 인형들의 머리 위 무언가가 ‘메긴교르드’의 빛을 받고 희끗거렸다.


 저게 뭐지?


 “···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아주 얇고 가는 실.

 누군가 실을 연결해 인형을 조작하고 있었다.


 다른 보스와 다르게 ‘저주받은 마리오네트’는 우리를 직접 상대하지 않았다.

 그 말인 즉슨.


 저택 안 어딘가에 본체가 몸을 숨기고 있고,

 그 자체가 하나의 약점이라는 뜻이겠지.


 “굴린아, 가서 일단 좀 맞고 있어 봐.”

 “···아닝, 그게 무슨···.”

 “야.”


 자꾸 또박또박 말대답하네?


 “요즘 부쩍 말대꾸가 늘었다? 어떻게. 한 일주일 치 식단 채소로 통일할까?”

 “추, 충! 지금 바로 갑니당!”


 그래.

 그래야지.


 두두두두!

 뻐억! 뻐억!


 “악! 아악!”


 인형들이 굴린이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몸을 최대한 낮추고 인형에 이어진 실을 따라 걸어갔다.


 주방.

 거실.

 화장실을 지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놓인 작은 방.


 방문 틈에 헝클어진 실이 한 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찾았다.”


 끼이익-


 바닥에 널브러진 다양한 인형과 장난감들.

 방구석에 서 있는 건···.


 “···마네킹?”


「 히, 히이이익! 」


 “아오! 놀래라!”


 얼굴 없는 마네킹.

 키가 나보다 두 배는 컸지만 명백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심장 멎을 뻔했네.

 이거 공포 테마였냐?


「 오, 오지 마! 」


 마네킹이 비명을 지르자 바닥에 널브러진 장난감들이 일제히 마네킹을 감싸 안았다.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드는 인형들.


 “나쁜 새···. 아니, 주인님! 그쪽으로 갑니당!”


 달그락! 달그락!


「 히, 히히! 이, 이건 못 부수겠지? 끼, 끼히힛! 너, 너도 이제! 내 이, 인형이야! 나랑 같이 놀자!」


 까드드득!


 같이 놀자고?

 좋지. 나도 노는 거 좋아해.


 “···너 몇살이냐?”


「 ···? 」


 “내가 5학년짜리 동생이 있는데 말이야. 부모님이 키우시는 걸 옆에서 직접 봤거든. 보면서 느낀 점이 뭐게?”


 츠츠츠츠···.


 “버릇없는 어린이는 매가 약이다.”


 [힘 Lv.4 > 힘 Lv.8]

 [메긴교르드 지속 시간 : 12분]


 [각성자 ‘이시현’이 ‘비천창 Lv.1’을 발동하였습니다.]


 무려 두 배나 뻥튀기된 힘 스탯과 ‘방어 무시’ 효과를 가진 창.


 “새끼가,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어른한테 싸가지없이.”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마네킹이 뒷걸음질을 쳤다.


「 자, 잠깐! 잠깐만! 」


 “요즘 애들은 이래서 안 돼. 좀 맞아야 돼. 맞아야 철들어. 나도 그랬어.”


 「 안 돼! 잠···. 」


 아, 이건 매가 아니라 흉기인가?


 에이, 뭐 어때.

 쟤도 흉기 들었잖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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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야 철들어. 24.09.16 73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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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또 깼어요. +2 24.09.11 1,159 28 11쪽
11 이게 진짜 1인 군단이지. +2 24.09.10 1,256 26 11쪽
10 엘리트 몬스터? +5 24.09.09 1,371 28 12쪽
9 말투 바뀐 거 봐라. +2 24.09.08 1,483 30 11쪽
8 어떻게든 되겠지. +2 24.09.07 1,543 33 11쪽
7 오늘은 내가 직접 간다. +2 24.09.06 1,592 34 12쪽
6 이거 완전 날먹 아니야? +2 24.09.05 1,630 36 12쪽
5 누구세요? +2 24.09.04 1,699 35 12쪽
4 예의 바른 걸로 하자. +4 24.09.03 1,781 41 12쪽
3 꽤 쓸만한 특성인데. +1 24.09.02 1,866 43 11쪽
2 인생 역전이다. +1 24.09.02 2,090 44 11쪽
1 프롤로그. +1 24.09.02 2,288 4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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