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신화 유산으로 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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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그림/삽화
picasso.
작품등록일 :
2024.08.24 20:36
최근연재일 :
2024.09.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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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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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예의 바른 걸로 하자.

DUMMY

 [탑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유한 스탯에 따라 신체 능력이 조정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 1층 퀘스트 : 수사슴 사냥


 미미르(Mimir)의 샘을 먹고 자란 수사슴 다섯 마리를 처치하십시오.


 제한 시간 : 3시간.

 클리어 조건 : 수사슴 (0 / 5)

 실패 조건 : 제한 시간 초과, 퀘스트 포기, 사망. 』


 역시, [후긴과 무닌]으로 확인한 퀘스트가 맞았다.


 “제한 시간도 있고.”


 이건 몰랐다.

 확실히, 모든 정보를 다 주는 건 아닌 거 같다.


 창을 내리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무슨 동굴에 들어온 것처럼, 습하고 서늘했다.


 “···와, 분위기 장난 아니다.”


 퀘스트는 사슴 다섯 마리를 잡는 것.


 만약 현실이었다면 사슴을 잡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1층에 등장하는 사슴은 살상력도 없고, 무엇보다 이동 속도도 빠르지 않다고 했으니까.


 “도망가도 따라잡을 수 있겠지?”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우선 기습으로 한 마리를 줄이고 시작할 생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사이사이로 사슴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흐읍!”


 쐐애애액!

 푹!


 사슴 한 마리가 옆구리에 창이 꽂힌 채 바닥에 쓰러졌다.


 [클리어 조건 : 수사슴 (1 / 5)]


 끼에에엑!


 소름끼치는 비명이 들리며, 남은 사슴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지만.

 나에게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는 사슴들.

 열심히 뛰어가면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였다.


 “···진짜 별거 없네.”


 푹!


 [클리어 조건 : 수사슴 (2 / 5)]


 푹! 푹!


 [클리어 조건 : 수사슴 (3 / 5)]

 [클리어 조건 : 수사슴 (4 / 5)]


 “뭐지? 원래 다 이런 건가?”


 긴장한 게 부끄러워질 정도.

 그냥 손으로 때려잡았어도 충분할 것 같았다.


 푹!


 [클리어 조건 : 수사슴 (5 / 5)]


 [퀘스트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완료 처리하시겠습니까?]


 “네.”


 뭐랄까, 프롤로그를 깬 느낌이랄까.

 그냥 입장 방법이랑 조작법 정도 익힌 느낌이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인벤토리로 클리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이 지급되었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다시금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츠츠츠츠!


 “후아!”


 눈을 떴을 땐 마지막으로 있었던 협회 휴게실 안이었다.

 날 발견한 김진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끝났습니다!”

 “···.”


 뭐지?

 표정이 왜 저래?

 뭐 잘못됐나?


 “왜, 왜요?”

 “아, 아닙니다. 생각보다 클리어 속도가 빨라서 놀랐네요.”

 “어···.”


 ···너무 빨리 깼나?

 아니 근데, 저 정도 난이도면 다 쉽게 깨는 거 아니야?


 “···촬영은 하셨습니까?”

 “네, 여기.”


 김진수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그는 카메라 칩을 꺼내어 컴퓨터에 연결했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촬영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탑에 입장하고, 바위에 몸을 숨기고 사슴을 잡는 과정까지.

 제출한 영상에 모두 담겨 있었다.


 “그, 서류에도 적었는데 제 특성이 간파계라 딱히 티가 나진 않아요.”

 “···확인됐습니다.”

 “에? 벌써요?”

 “네. 조만간 저희가 댁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우리 집을?

 갑자기 왜?


 김진수가 내 표정을 보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보편적인 절차입니다. 내부에서 영상 심사가 끝나면 계약 유형을 정하는데, 보통 저희가 댁으로 찾아뵙습니다. 왔다 갔다 하시기 번거로우니까요.”

 “아하···.”

 “아, 참.”


 김진수가 허겁지겁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명함이었다.


 “깜빡하고 명함을 안 드렸네요. 이 번호로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어, 네네···. 그럼 오늘은 그냥 가면 되나요?”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그렇게 나는 명함 하나 띡 쥐어 들고는, 떠밀리듯 협회를 빠져나왔다.


 ***


 이시현이 떠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김진수는, 영상을 몇번이고 돌려보았다.


 “흐음···.”


 벌컥!


 “팀장님! 점심 드셨슴까?”

 “새꺄, 노크는 엿 바꿔 먹었냐?”

 “헤헤. 커피 한 잔 드립니까?”

 “어. 근데 너 말투 안 고칠래?”

 “흐흐.”


 김진수가 있는 인사 1팀 대리, 최하윤이었다.

 그녀는 손에 든 커피 두 잔 중 하나를 김진수에게 건넸다.


 “뭐 보고 계세요?”

 “이거, 신규 각성자 영상.”

 “오, 또 한 명 들어온 거예요?”


 쪼옵-


 최하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 와, 분위기 장난 아니다.


 푸욱!


 - 흐읍!


 푸욱!


 “에에? 5분? 5분입니까?”

 “그래.”

 “구라 아니에요? 집에서 예습 좀 하고 온 거 같은데.”

 “그런 구라를 왜 쳐?”

 “공략팀 들어가고 싶나 보죠 뭐.”


 턱을 매만지던 김진수가 최하윤에게 물었다.


 “석호윤이 1층 몇 분 만에 깼었지?”

 “호윤 씨가··· 10분 이었나?”

 “그렇지?”


 각성자 협회 공략팀 소속.

 대한민국에 단 둘 뿐인 전설 등급 특성 보유자, 석호윤.

 세계 최상위 각성자인 그가, 1층을 클리어하는 데 10분정도 걸렸다.


 강함이 문제가 아니다.

 1층이니까. 그리고 처음 탑에 입장하는 거니까.

 최소한의 정보를 얻는 과정을 거쳤다는 말이다.


 물론, 간파계 특성 보유자는 저층 솔로 플레이에 이점이 있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특성 간파 스킬이 있다고 해도···.


 “뭔가 이상해.”

 “뭐가요?”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미리 알고 있는 느낌이야.”

 “에,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여기 봐봐.”


 김진수가 영상을 앞으로 되돌렸다.

 화면 속에는, 바위 뒤에 숨어서 투창(投槍)을 준비하는 이시현의 모습이 보였다.


 “뭐가 이상해요? 그냥 바위 뒤에 숨어있는 거 아닌가?”

 “아니, 그거 말고.”


 김진수가 위화감을 느낀 건, 그 장면이 아니었다.


 - 도망가도 따라잡을 수 있겠지?


 “어?”

 “들었어?”


 카메라엔 몬스터가 잡히지도 않았다.

 아직 스킬을 사용하기도 전일 텐데, 이시현은 몬스터가 겁을 먹고 도망갈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치 수사슴이란 몬스터의 특성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만약 탑 내부의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거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에이, 그래도 그건 말 안 되죠.”

 “···말 안 되지.”

 “탑 밖에서 스킬을 쓸 수 있다는 뜻인데. 그게 말이 돼요?”

 “···아예 말이 안 되지.”

 “그냥 말 한마디로 너무 넘겨짚으시는 거 아님까?”

 “하···. 근데 뭔가 찝찝하단 말이야.”


 탑 내부의 정보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아주 간단한 정보라도 말이다.

 협회 소속이 아닌 각성자도, 탑의 정보를 유출하면 국가 차원에서 처벌을 받는다.

 인터넷 검색 따위로는 탑의 정보를 미리 알 수 없다는 뜻.


 “제가 봤을 때 둘 중 하납니다.”

 “뭐?”

 “하나는, 집에서 미리 탑에 들어갔다 나온 거죠. 운 좋게 수사슴이 두 번 떴을 수도 있고.”


 최하윤의 표정을 확인한 김진수가 피식 웃었다.


 “···나머지 하나는?”

 “이미 사슴을 마주쳐서 스킬을 썼는데, 카메라에 안 잡힌 걸수도 있죠. 사각지대에 있었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네.”


 확실히, 최하윤의 말이 더 합리적이다.

 ‘탑의 정보를 미리 알았다’라는 문장에 꽂힌 나머지, 너무 흥분해버렸다.


 김진수가 눈을 질끈 감으며 이마를 짚었다.


 “어우, 요즘 잠을 못 자서 그래. 잠을.”

 “크크. 전 가보겠슴다. 너무 무리하진 마십쇼.”

 “그래. 말투 얼른 고치고.”

 “옙!”


 최하윤이 집무실을 나간 후, 혼자 남은 김진수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의자를 젖혔다.


 아직 뭔가 찝찝하지만, 최하윤의 말에 반박할 게 하나도 없다.

 탑 밖에서 스킬을 써서 내부의 정보를 알아낸다니.


 “말이 안 되긴 하지.”


 만약 그런 게 가능하다면, 그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일이다.

 그리고, 그 정도 효과를 가진 특성이 고작 희귀 등급일 리 없다.


 “요즘 잠을 너무 못 자긴 했어.”


 잠을 못 자서, 잠시 판단이 흐려진 거다.

 그래. 그런 거다.


 “···혹시 구라친 건 아니겠지?”


 김진수는 자신의 앞에서 뚝딱거리던 이시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피식.


 그 찐따가?


 에이, 설마.


 ***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시 생각에 잠겼다.


 1층 클리어 보상은 ‘탑의 파편’이라는 재료.

 탑에서 나오니 인벤토리에 들어와 있었다.

 아마 이걸 협회에 팔아서 돈을 버는 거겠지.


 “진짜 탑을 깼네.”


 아직도 꿈만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화관에서 팝콘이나 튀기고 있었는데.

 각성자가 돼서 탑에 입장하고, 내 손으로 몬스터를 잡았다.


 “···들키진 않겠지?”


 일부러 특성 등급을 숨겼다.

 괜한 이슈를 만들기 싫어서였다.


 “내가 희귀 등급 하겠다는데! 지들이 어쩔 거야.”


 등급을 높여서 적는 거면 몰라도, 낮춰서 적는다고 문제 될 게 뭐가 있겠어?


 [각성자 ‘이시현’이 ‘후긴과 무닌 Lv.1’을 발동하였습니다.]


 [현재 입장 가능한 층 : 2층]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 2층 클리어 조건 : 돼지 5마리 처치


 성격이 포악하고 힘이 세다.

 다만 지구력이 부족한 탓에 오래 달리지 못한다.』


 다시 봐도 사기적인 능력.

 2층에 등장하는 몬스터도 그다지 위협적이진 않은 듯했다.


 근데···.


 “나 말고 또 있으려나. 신화 특성.”


 문득, 이미 신화 등급 보유자가 있지만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과 각성자에 관한 정보는 외부, 조금 더 정확히는 다른 나라에 알려지지 않을수록 이득이니까.


 “뭐,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자.”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나에게 중요한 건, 내 생활이니까.


 “알바는 그만둔다고 연락 해놨고.”


 아무리 그래도 신화 급 특성인데.

 이제 취직 준비는 안 해도 되겠지?


 아, 그리고···.


 계약 유형을 정한다고 했는데.

 설마 공략팀에 오라고 하진 않겠지?


 “에이, 그럴리가.”


 영웅이나 전설도 아니고, 고작 희귀 등급 특성인데.

 설마 공략팀에 스카우트하겠어?


 “하···. 각성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민할 게 많네.”


 [탑 입장 가능까지 남은 시간 : 22시간 27분 31초···.]


 2층을 공략하려면 2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아. 그거 안 물어봤다.”


 탑에서 얻은 재료를 어디에 판매할 수 있는지.

 김진수에게 물어보는 걸 깜빡했다.


 조만간 다시 연락한다고 했으니까.

 그때 물어보면 되려나.


 ···아니지.


『 카카호뱅크 이시현 님의 통장 잔액 : 23,500원』


 곧바로 김진수의 번호를 입력했다.


『 안녕하세요.

 오늘 찾아뵀던 이시현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탑에서 얻은 재료를 판매하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혹시 어디로 문의를 드리면 될까요?』


 “···전송.”


 월말이라 생활비가 빠듯하다.

 대충 재료 시세 정도는 알고 가야지.


 이 정도는 물어볼 수 있잖아?

 나도 이제 엄연한 각성잔데.


 “나 말투가 너무 찐따 같나?”


 ···아니. 아니지.


 예의 바른 걸로 하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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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진짜 환장하겠네. 24.09.17 471 17 12쪽
17 맞아야 철들어. 24.09.16 615 19 12쪽
16 그냥 웃자! +2 24.09.15 742 24 11쪽
15 내 이야긴데? +2 24.09.14 829 21 11쪽
14 마침 잘 됐다. +2 24.09.13 885 22 11쪽
13 잘 선택한 거겠지? +1 24.09.12 985 20 11쪽
12 또 깼어요. +2 24.09.11 1,055 25 11쪽
11 이게 진짜 1인 군단이지. +2 24.09.10 1,152 23 11쪽
10 엘리트 몬스터? +5 24.09.09 1,263 24 12쪽
9 말투 바뀐 거 봐라. +2 24.09.08 1,378 27 11쪽
8 어떻게든 되겠지. +2 24.09.07 1,438 30 11쪽
7 오늘은 내가 직접 간다. +2 24.09.06 1,484 31 12쪽
6 이거 완전 날먹 아니야? +2 24.09.05 1,523 33 12쪽
5 누구세요? +2 24.09.04 1,585 32 12쪽
» 예의 바른 걸로 하자. +4 24.09.03 1,657 38 12쪽
3 꽤 쓸만한 특성인데. +1 24.09.02 1,737 39 11쪽
2 인생 역전이다. +1 24.09.02 1,947 41 11쪽
1 프롤로그. +1 24.09.02 2,128 4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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