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신화 유산으로 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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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그림/삽화
picasso.
작품등록일 :
2024.08.24 20:36
최근연재일 :
2024.09.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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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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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잘 선택한 거겠지?

DUMMY

 “맞죠?”

 “뭐가요?”

 “맞잖아요.”

 “아닌데요.”

 “뭐가 아닌데요?”

 “다 아니에요. 진짜로.”

 “웃기시네.”

 “예?”


 내가 잘못 들었나?

 저 사람 나한테 ‘웃기시네’라고 한 거지, 방금?


 “···이시현 씨. 본인의 능력을 왜 숨기려고만 하십니까? 아까워서 그럽니다, 제가.”

 “이슈 되는 게 싫어요. 그냥 혼자 조용히, 관심받지 않고 일하고 싶습니다. 어디 얽매이는 것도 싫고, 감시당하는 것도 싫어요.”

 “그 말은, 숨기는 건 맞다는 거네요.”

 “···아닌데요.”

 “하아.”


 김진수가 이마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저라고 생각하세요? 찾아보니까 그 엘리트 몬스터라는 거, 솔로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던데요. 심지어 저는 전투 계열도 아닌데.”

 “엘리트 몬스터 이틀 연속 클리어도 불가능한 일인 건 마찬가지니까요. 새로운 전설 각성자의 등장과 동시에, 이틀 연속 보스 몬스터 처치! 우연이라기엔 너무 딱딱 들어맞지 않습니까?”

 “···.”

 “보스 소환 조건 찾아내는 것도 이시현 씨 특성이죠?”


 하하.

 지금까지 다 맞혔지만,

 이번엔 틀리셨네.


 “그건 진짜 아니에요.”

 “그럼 다른 건 맞다는 겁니까?”

 “아 진짜. 자꾸 몰아가지 마세요.”


 왜!

 나한테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건데?


 잠시 멍하니 바닥을 응시하던 김진수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뭘요?”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무슨?”

 “이시현 씨가 최신 층에 도달할 때까지, 가능한 모든 혜택과 지원을 제공하겠습니다. 이시현 씨에 대한 이슈도 협회에서 직접 관리하겠습니다.”

 “저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 대신!”


 ···그냥 내 말은 들을 생각이 없구나?


 “다른 건 다 필요 없습니다. 이시현 씨의 특성만! 특성만 활용하게 주세요.”

 “특성이요?”


 특성만 활용한다는 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야.

 이게 그냥 스카우트하는 거랑 뭐가 달라?


 “공략팀에 들어오되, 모든 작전에서 이시현 씨를 제외하겠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특성 사용을 위해서 탑에 함께 들어가는 건 불가피합니다. 다만, 이시현 씨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공략이 끝났을 때 특성만 사용해 주시는 겁니다.”


 ···어라.


 이건 좀 솔깃할지도.


 “절대 몸 상하는 일 없게. 이시현 씨는 딱! 정보 제공까지만. 어떻습니까?”

 “···특성만?”

 “특성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내 표정을 확인한 김진수가 초조한 듯 말을 덧붙였다.


 “공략팀은 다음 층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이시현 씨는 힘 안 들이고 보상 얻으니까 좋고! 이게 일석이조가 아니면 뭡니까?”


 탑에 함께 들어가지만,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특성만 딸깍하면 된다니.


 확실히, 파격적인 제안이다.


 “···너무 부담스러운데요. 혜택은 혜택대로 다 누리면서, 정작 공략할 때는 그냥 뒤에서 구경만 하라고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능력이니까요.”


 김진수가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바닥이 그런 곳입니다. 한없이 냉정하죠. 형평성? 그딴 거 필요 없습니다. 첫째도 능력, 둘째도 능력!”

 “···아, 네.”

 “왜 이렇게까지 하냐구요? 모르는 말씀. 저희는 당연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다.”


 오케이.

 말도 안 되게 좋은 제안인 건 인정.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근데요···.”

 “편하게 말씀하십쇼.”

 “제가 만약 57층 등반에 실패한다면요?”


 좋아.

 어찌어찌 공략팀에 들어갔다 치자.


 최신 층 공략을 함께하려면,

 내가 직접 57층까지 등반해야 한다.


 지금은 저층이니까 그렇다 치고.

 만약 40층, 50층 넘어가서 내 능력이 먹히지 않으면?

 그땐 어떡할 생각인데?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왜요?”

 “제가 장담하던데, 이시현 씨 정도의 능력이면 최소 40층까지는 막힘 없을 겁니다. 공략에 필요한 아이템은 저희가 다 제공해 드릴 테니까요. 만약 막힌다고 해도, 저층에는 주차 파티가 많아서 괜찮습니다.”

 “···주차 파티요?”

 “아직 파티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으셔서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파티로 입장한 후에 그냥 이시현 씨만 클리어 보상을 받으시면 됩니다.”


 나는 완료 버튼 눌러서 클리어 보상받고, 다음 층 넘어가고.

 파티원들은 완료 처리를 안 누르고 그 층에 남고.

 그게 된다는 말인가?


 RPG에서의 ‘쩔’같은 느낌이네.


 “···그런 게 가능한 줄은 몰랐네요.”

 “그럴 수 있죠.”

 “40층 이후는요?”


 김진수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짓했다.


 “그것도 다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말씀드리기엔 너무 복잡해서요. 그때 되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57층까지 올라가는 덴 문제가 없다는 거네요?”

 “원래라면 절대 쉽지 않겠지만, 이시현 씨의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흐으으음···.”


 반짝반짝.


 김진수의 눈이 저렇게 초롱초롱했던 적이 있었던가.


 “···좋아요.”

 “좋, 좋다는 건?”

 “공략팀에 들어갈게요. 대신, 저도 조건이 있어요.”


 김진수가 침을 튀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뭡니까?”

 “···별 건 아니구요.”

 “뭐든 말만 하십쇼.”

 “일단 저에 대한 모든 정보는 비밀로 해주세요. 인사팀이랑 공략팀은 뭐 어쩔 수 없다고 치고, 나머지 각성자들한테도. 전부 다요.”

 “물론입니다.”

 “엘리트 몬스터 관련 이슈도 정리해 주신다고 하셨죠?”

 “최대한.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것도 있지.


 “개인 경호는 필요 없습니다. 만약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제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는 한에서만.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근데, 전에는 개인 경호를 원하셨다 들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굴린이 때문이다.

 내가 탑 밖에서 굴린이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하죠. 더 있으십니까?”

 “제가 원할 때, 언제든지 공략팀을 탈퇴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공략팀에서 활동하기 전까지는, 공략팀 연봉이나 혜택 같은 건 받지 않겠습니다.”

 “···혜택을 안 받으신다구요?”

 “네.”

 “여, 연봉도?”

 “연봉도.”


 김진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피스텔은?”

 “부담스러워요.”

 “차! 협회 왔다 갔다 하시려면 아무래도 자가용이···.”

 “저는 대중교통이 편합니다.”


 ···물론, 앞으로 받을 혜택을 다 거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


 아직 탑 등반을 시작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10층 대에 진입했는데.

 공략팀 혜택은 무슨.


 혜택은 최신 층에 도달하고,

 정식으로 공략팀에서 활동한 후에 받으면 된다.


 그리고.


 꼭 양심 때문만은 아니다.

 57층에 도착할 때쯤 특성이 더 강화돼서,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도 내 능력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탑에도 더 익숙해진 뒤에,

 그때 계약해도 절대 늦지 않다.


 성급해지지 말자.


 “···알겠습니다. 그럼 세부적인 사항은 이시현 씨가 50층 대에 도달하고 난 뒤. 그때 다시 조정하는 걸로 하죠.”

 “감사합니다. 그, 혹시···. 진짜 마지막인데···.”

 “얼마든지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요.” 


 김진수가 우리 집까지 찾아오겠다는 걸 내가 말렸다.

 오늘 상점을 한 번 더 둘러볼 생각이었기 때문.


 “그···. 사은···. 품···.”

 “예?”

 “저, 저번처럼 사은품 좀 챙겨 주시나요?”

 “아, 바로 가시죠! 오늘은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흠흠! 감사합니다.”

 “···근데···.”


 무언가 생각하던 김진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럴 거면 왜 혜택이 부담스럽다고 하시는···?”

 “이건 혜택이라기보단 뭐랄까. 그냥 소소한···.”

 “···하하하! 그냥 모른 척하겠습니다! 가시죠!”


 ···잘 선택한 거겠지?


 아, 나도 모르겠다.


 ***


 사무실로 복귀한 김진수가 탄성을 내질렀다.


 “됐다!”


 그러자, 탕비실에서 담소를 나누던 천혜영과 장효민이 화들짝 놀랐다.


 “아, 깜짝이야!”

 “되긴 뭐가 돼요?”

 “하···. 이게 다 천 팀장님 덕분입니다! 먹혔어요!”

 “먹혔다면 설마···.”


 김진수가 곱게 포장된 파일 하나를 건넸다.

 이시현이 쓰고 간 계약서였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 김진수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들어온답니다. 공략팀!”

 “에? 진짜요?”

 “언제부터?”


 김진수가 두 사람에게 목소리 낮추라고 손짓했다.


 “쉿. 두 분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아, 죄송 죄송.”

 “당장은 아니고, 일단 최신 층까지는 올라와야죠.”


 장효민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전투 보조계 각성자면···. 57층까지 돈이랑 시간, 많이 깨지겠는데요?”

 “쯧! 모르는 소리.”


 김진수가 미간을 좁히며 혀를 찼다.


 “공략팀에만 말씀드리는 건데, 이번 2연속 엘리트 몬스터 클리어. 그 주인공이 바로 이시현 각성자님입니다.”

 “진짜예요?”

 “네. 제가 볼 때, 최신 층 등반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 김진수는, 입꼬리가 귀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당장은 임시 계약. 나중에 57층 올라오고 정식으로 다시 계약서 쓸 예정입니다. 40층쯤에는 직접 찍은 탑 공략 영상도 받기로 했구요.”

 “전투 보조 계열인데, 어떻게 솔로 플레이로 엘리트 몬스터를 잡아요?”


 두 사람은 엘리트 보스 유경험자니 더더욱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오늘 얼핏 듣기로는 소환 계열 스킬을 보유 중이라고 하시던데, 정확한 건 저도 공략 영상 받아봐야 알 거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말도 안 돼.”


 김진수가 뿌듯한 듯 가슴을 쫙 폈다.


 “나중에 협회장님이 따로 지시하시겠지만, 절대 외부로 이야기 새어 나가지 않게 해주세요. 내일 커뮤니티에 이시현 씨 관련 글도 다 내려갈 거예요.”

 “···그렇게 할게요.”

 “혹시라도 협회에서 마주치면, 친절하게 대해주시고요. 나중에 같이 활동하게 될 팀원이니까.”

 “···아, 네네.”


 싱글벙글.

 김진수의 입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되게 신나 보이시네요.”

 “당연히 신나죠. 세 번째 전설 각성자가, 공략팀에 온다는데! 천 팀장님은 안 기쁘세요?”

 “···아, 네. 저도 기쁘죠. 하하.”


 김진수의 애국심(?)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다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태눈깔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공략팀 이야기만 꺼내면 나오는 저 소년 같은 반응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방방 뛰는 김진수를 보며, 장효민과 천혜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인사팀에 들어가는 줄 알겠어요.”

 “그러게요. 나보다 더 좋아하네.”


 뭐 어쨌든, 희소식은 맞으니까.


 “어어, 저러다 넘어지겠는데?”


 펄쩍! 펄쩍!

 쾅!


 “아악!”

 “···어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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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맞아야 철들어. 24.09.16 615 19 12쪽
16 그냥 웃자! +2 24.09.15 742 24 11쪽
15 내 이야긴데? +2 24.09.14 829 21 11쪽
14 마침 잘 됐다. +2 24.09.13 885 22 11쪽
» 잘 선택한 거겠지? +1 24.09.12 986 20 11쪽
12 또 깼어요. +2 24.09.11 1,056 25 11쪽
11 이게 진짜 1인 군단이지. +2 24.09.10 1,152 23 11쪽
10 엘리트 몬스터? +5 24.09.09 1,263 24 12쪽
9 말투 바뀐 거 봐라. +2 24.09.08 1,379 27 11쪽
8 어떻게든 되겠지. +2 24.09.07 1,438 30 11쪽
7 오늘은 내가 직접 간다. +2 24.09.06 1,485 31 12쪽
6 이거 완전 날먹 아니야? +2 24.09.05 1,523 33 12쪽
5 누구세요? +2 24.09.04 1,586 32 12쪽
4 예의 바른 걸로 하자. +4 24.09.03 1,657 38 12쪽
3 꽤 쓸만한 특성인데. +1 24.09.02 1,737 39 11쪽
2 인생 역전이다. +1 24.09.02 1,949 41 11쪽
1 프롤로그. +1 24.09.02 2,128 4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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