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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코
작품등록일 :
2024.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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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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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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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DUMMY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발레리안과 그의 충직한 기사단은 황제의 밀서를 받고 이른 아침 서둘러 아르카디아 황궁으로 향했다. 남부의 라디안시티에서 출발한 그들은 에덴강을 따라 황궁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에덴강은 남부의 주요 수로로, 남부지역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아르카디아 황궁의 하단까지 이어져있었다.




라디안시티를 에워싼 울타리 모양의 플로리안 대초원은 마법 애완생물의 서식지로, 전서구보다 빠른 그리핀,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날개가 달린 귀여운 픽쿠니와 같은 신비로운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에덴강의 한적한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순간, 물결이 반짝이며 강의 중심이 회오리치고, 그 안에서 물기둥이 솟아났다. 파티아드. 물의 정령이었다. 파티아드는 투명한 물방울처럼 빛을 발하는 날개와 아름다운 여성형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파티아드는 사랑과 보호의 상징이었다. 기사단은 숨을 죽이고 넋 놓고 바라보았다. 발레리안도 놀란 표정으로 생에 처음 마주한 파티아드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물결의 표면을 사뿐히 걸어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길 잃은 여행자들이 아니군요. 당신의 여정에 행운이 함께 하길.”




파티아드의 목소리는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처럼 맑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투명한 손을 들어 강물에서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내며 발레리안에게 건넸다.




“피로 얼룩진 디아만티아의 강을, 그대가 정화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치유의 물방울입니다. 부디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발레리안은 경외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수통을 열어 물방울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파티아드. 당신의 축복에 감사드립니다.”




파티아드는 미소를 지으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물의 정령이 떠난 자리에 무지개가 떴다.








***








발레리안과 그의 기사단은 마침내 아르카디아 황궁에 도착했다. 황궁은 그야말로 장엄하고 웅장한 건축물이었다. 높고 우아한 탑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정교하게 조각된 석조 벽들이 궁전의 위엄을 더했다. 햇빛이 커다란 아치형 창문을 통해 웅장한 궁전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궁전의 입구는 붉은 천과 황금으로 만들어진 늑대 조각상이 위협적으로 꾸며져 있어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구를 지나면 아르카디아 황궁의 상징인 붉은 장미 정원과 흰 장미 정원이 한눈에 보였다.




붉은 장미 정원에는 깊고 진한 붉은색의 장미들이 만발해 있었으며, 그 꽃잎들은 마치 벨벳처럼 부드럽고 촉촉하게 빛났다. 붉은 장미의 향기는 짙고 관능적으로 정원의 전체를 감쌌다.




흰 장미 정원에는 순백의 장미들이 고귀하게 피어 있었다. 그 순수하고 우아한 모습은 마치 겨울의 첫눈을 떠올리게 했다.




정원의 중심에는 커다란 떡갈나무가 우뚝 서 있고, 그 주위에는 대형 분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분수는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뿜어내며, 햇빛을 받아 다채로운 무지개 빛으로 반짝였다.




분수 주위에는 대리석 벤치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떡갈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며 정원의 평온함을 더했다.




궁 내부의 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고 벽에는 금박 장식과 대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정교한 벽화가 작업 중이었다.




황궁의 대형홀을 지나 발레리안과 그의 기사들은 알현실로 들어섰다. 알현실의 중앙에는 금으로 제작된 번화한 왕좌가 놓여 있었고, 금왕좌 뒤로는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




카스퍼 황제는 왕좌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릇 황제가 그렇듯 그의 얼굴 또한 깊은 주름과 피로의 흔적이 역력했다.




발레리안은 붉은색과 금색이 섞인 카펫 위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강인하고도 충성스러운 신하로서 예의 바른 자세를 유지했다.




“발레리안 대공, 오랜만이오.”




황제가 입을 열었다. 느릿한 어투임에도 황제에게서는 근원적인 위엄이 풍겼다.




발레리안은 더 깊게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북부의 발레리안 프레데릭과 홀로드의 기사단이 루나피라의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황제는 손을 가볍게 휘저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인사는 되었소. 잠시 둘만 대화를 나누고 싶군.”




카스퍼 황제가 말하자 검을 허리춤에 찬 황실 기사단들이 일제히 줄지어 알현실 밖으로 나갔다. 발레리안 또한 기사단을 물리라는 의미로 레오니드를 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레오니드는 묵묵히 명을 따르며 기사단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알현실에는 카스퍼 황제와 발레리안 대공 둘만 남았다. 두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황제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프레데릭 대공, 그대는 나의 충성스러운 동맹이자 유일한 벗이오. 알다시피 그렇기에 나는, 선왕께서 그리하셨듯 그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소.”




황제는 발레리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한 말과 다르게 그의 눈빛은 공허하고 무심했다.




“과분한 영광입니다. 폐하. 홀로드와 북부는 언제나 폐하와 황실에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발레리안은 충직했다.




“발레리안. 내 벗으로써 말하리다. 부디 너그러이 들어주시길 바라오. 내 아들, 테오도르에 관한 이야기요.”




“폐하의 존귀하신 말씀을 기다리옵니다.”




발레리안은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황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먼저, 원정 도중 이리 부른 것은 미안하게 되었소. 하나 올해로 테오도르가 열여섯이 되었소.”




황제는 마른세수를 하며 말을 이었다. 그의 푸석한 피부와 거친 손길이 고민의 무게를 드러냈다.




“나를 도와주게, 발레리안. 루나피라는 언제나 찾아가 은혜를 갚지 않는가? 그것이 겨울의 한가운데 있어도 말일세······. 자네가, 북부가 나의 아들을 데려가주지 않겠는가?”




발레리안의 눈썹이 움찔했다.




“폐하, 외람된 말이옵지만, 황자께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입니까?”




“자네 또한 나를 무정한 아비라 생각하겠지. 나는 내 자식보다 제국의 안위가 더 중요하오. 그 아이가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오.”




“당치도 않습니다. 황자께선 몸이 아프시지 않습니까. 아픈 자식을 보호하려는 것은 아버지로서 당연한 도의입니다.”




“그 아이는 아트람의 저주 한가운데에서 태어났지. 일찍이 그 아이에겐 아트람 왕의 혼령이 깃들었소. 대신관조차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지. 그래서 가두었소. 하나, 그 아이 또한 루나피라가 아니겠소.”




“각성하신 겁니까?”




“그런 것 같소. 밤마다 창가에 커다란 늑대의 그림자가 비치더군. 내 심장을 노리고 있는 것 같소. 그건 내 아들이 아니라 아트람 왕의 영이겠지.”




“폐하께서 직접 아트람 왕의 목을 베었습니다. 하늘이 거둬 가신 영이 어찌 이 땅에 다시 발을 디딜 수 있단 말입니까. 설령 그들의 잔당이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한들, 그때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황자께서는··· 폐하의 유일한 자식이지 않습니까.”




발레리안은 신중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말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트람 또한 과거 왕국의 국민이었소. 그들의 분열을 방치한 대가를, 이제야 내가 치르려 하는지도 모르오.”




“아트람은 마법사로서의 본분을 버리고 금기의 영역을 탐했습니다. 것도 모자라 그들의 왕을 선출하고 숭배했습니다. 그것은 엄연한 반역입니다. 썩은 뿌리가 분열을 초래한 것이지요.”




발레리안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대의 말이 맞소. 하나, 그 아이의 눈 속엔 아버지와 형제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아트람이 살아 숨 쉬는 것이오.”




간악한 황제는 선왕에 대한 발레리안의 죄의식을 들추며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폐하, 황자께서 아트람과 어떤 연관성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황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 ‘네 아들로 환생할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죽기 전 내게 남긴 말이라네. 발레리안 자네가 테오도르를 데려가주게. 아트람의 왕이 환생했다 한들, 몸뚱이는 여전히 내 자식이지 않는가.”




발레리안은 머릿속으로 대화의 조각을 통해 황제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지만, 마치 복잡한 퍼즐을 맞추듯 혼란스러웠다. 그의 말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그 틈에서 불안과 의심이 피어올랐다.




‘불안의 씨앗을 제거하라는 것인가.’




황제의 말속에 감춰진 진의를 파악하려 할수록 더욱 불투명해지는 진실의 실체가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그러나 그가 찾으려는 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발레리안은 알현실에서 나오자마자 그가 신임하는 기사단장 레오니드를 찾았다. 레오니드는 대공의 표정이 평소보다 더욱 굳어있는 것을 보고 긴장했다.




“레오니드, 미안하지만 너는 남부로 돌아가야 할 것 같구나.”




발레리안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그의 호흡에는 긴박함이 스며있었다. 레오니드는 눈썹을 위로 올리며 물었다.




“주군, 무슨 일이십니까?”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는 염려가 섞여 있었다.




“자네, 아트람 왕의 저주에 대해서 들어보았는가?”




발레리안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레오니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레오니드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아트람 왕의··· 저주가 있었습니까?”




“그렇다고 하더군. 나도 처음 들었네.”




레오니드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주군,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겁니까?”




발레리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그의 음성에는 결의가 가득했다.




“아트람 왕에 대한, 아니, 전후의 모든 아트람에 대한 기록을 준비해 주게. 그것이 책이든 사람이든.”




레오니드는 주군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기 위해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예. 주군께서는 북부로 가시는 겁니까?”




발레리안이 레오니드의 팔 상완을 세게 움켜쥐며 말했다.




“그래. 조용히 그리고 조심히 다녀오게.”




그의 말은 명령이 아닌 간절한 부탁처럼 들렸다.








***








북부로 떠나기로 한 밤.




준비를 마친 기사단을 향해 발레리안이 말했다.




“황제의 추천을 받은 아이가 있다. 홀로드로 데려가 함께 지낼 것이다. 몸이 약하고 아직 어린 아이니, 잘 대해주도록.”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로브를 입은 커다란 체격의 사내가 발레리안의 마차를 향해 걸어왔다.




몇몇의 기사는 ‘아이라고?’ 말하며 수군거렸다.




검은 로브 사이로 삐져나온 은빛의 머리카락이 빛났다. 테오도르의 눈을 보는 순간, 발레리안에게 본능적인 경계심이 깃들었다. 황제의 말마따나 테오도르의 붉은 눈동자에는 어딘가 불길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발레리안은 마차 옆에서 그를 맞이했다. 들뜬 숨의 테오도르는 그의 차분한 시선을 마주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대공··· 전하.”




그의 목소리에는 날 선 호기심과 흥분이 가득했다.




“북부의 자연은 거칠고 혹독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강인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경계심이 배어 있었다.




“그렇군요. 기대가 됩니다. 서둘러 출발하시지요. 아버지께서 대공께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돌아온다라······.’




속내를 알 수 없는 루나피라의 늑대들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짙어졌다. 지금 테오도르의 모습은 황자로서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는 단순한 황자가 아니지 않은가.




그가 들뜬 것이 단순히 세상밖으로 나와서일까? 혹여 황제의 심장을 노리는 아트람이 루나피라의 권능까지 가졌다면······.




발레리안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카스퍼 황제와 그의 아들 테오도르, 이들의 진정한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림샤텐 숲의 마물은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아트람 왕의 저주라니··· 환생이라니······.




마차가 덜컹이며 움직일 때마다, 과거의 기억들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라인홀트 왕의 죽음, 아트람의 멸망, 그리고 모든 것을 끝낸 결단력 있는 칼날.




그 모든 것이 눈앞에 흩어져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중앙에는 언제나 어두운 구멍이 있었다.




북부의 왕이라 불리는 발레리안 프레데릭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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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의 기운 NEW 11시간 전 1 0 13쪽
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4 0 12쪽
17 북부의 왕과 마탑주 24.09.16 8 0 13쪽
16 돌아온 레오니드 (2) 24.09.13 9 0 12쪽
15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2 0 12쪽
14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13 기억의 파편 (2) 24.09.10 12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2 1 12쪽
11 디몬의 마음 (3) 24.09.06 9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10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10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4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5 0 12쪽
»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6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4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4 0 12쪽
3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6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2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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