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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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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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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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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왕과 마탑주

DUMMY

16. 북부의 왕과 마탑주




게라드는 지아와 레오의 방을 찾기 위해, 여러 전투의 흔적이 새겨진 맷돌처럼 두툼한 손을 휘저으며 성 안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그의 넓은 어깨는 복도를 가득 채울 듯했고, 병사들은 몸을 틀어 그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지나가는 기사들이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게라드는 언제나 그렇듯 유쾌하고 친절하게 답 하면서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2m를 넘는 신장의 덩치 큰 몸이 복도를 빠르게 지나가며, 게라드는 병사들에게 오전에 대장과 함께 온 초록 눈의 예쁜 여인과 귀여운 그녀의 아들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묻고 다녔다.




커다란 성을 한 바퀴 돌고, 두 번째 걸음을 뗄 때, 한 경비병이 게라드를 향해 달려왔다.




“부단장님! 동쪽 날개에 머물고 있답니다!”




게라드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의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평소 그의 동선과 맞지 않는 곳이었기에 마주치는 병사들은 그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홀로드 영지는 그림샤텐 숲의 마물을 막아줄 거대하고 두꺼운 성벽으로 둘러싸인 사다리꼴 모양이며, 발레리안 대공은 홀로드 주민들을 자신의 성벽 안에서 보호하고 있었다.




날개는 홀로드 성의 중심부에서 뻗어 나온 증축한 성채의 건물 부분을 일컫었다. 중앙에 위치한 내성의 꼭대기 층에는 프레데릭 일가가 거주하고 있었다.




서쪽에는 기사단의 숙소와 연무장이 위치했으며, 북서쪽에 있는 무기고와 대장간이 연무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동쪽에는 외부인과 방문객을 위한 숙소, 저장고와 마구간이 위치해 있고, 주로 긴 겨울 동안 성의 식량 보관 및 영지인들에게 보급하는 장소로 쓰였다.




내성에는 사방위(四方位)로 탑이 있었고, 성벽의 각 방향마다 망루가 있었다. 남쪽에 위치한 정문에는 경비를 위한 망루가 두 개 더 존재했다.




각 날개는 성의 중심부에서 뻗어 나와 별도의 건물처럼 기능하지만, 내성과 연결되어 있어 방어와 이동이 용이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마침내 그들이 있는 동쪽 날개에 도착한 게라드는 그곳에 서 있는 또 다른 경비병을 보고 확신했다.




“이 안에 그들이 있는가?”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조바심이 묻어났다.




경비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가리켰다.




“예, 부단장님. 이곳에 주군께서 초대하신 여인과 아이가 있습니다!”




그의 갈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게라드 특유의 따뜻하고 푸근한 미소는 여전했지만,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마치 덩치 큰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게라드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심호흡을 하고 넘겨지지 않는 짧은 머리를 계속해서 손으로 쓸어 넘겼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대화 소리 때문이었다.




- “이곳은 안전해. 이곳은 아주 춥지만 추위를 이길 만큼 강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야. 그러니 우리도 강해져야 한단다. 이 성의 주인은 아주 멋지고 선한 분이셔. 레오, 네가 아프지 않게 우리를 도와주신 감사한 분이야.”




문을 타고 들려오는 지아의 목소리는 솜털처럼 부드럽고 간지러웠다.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라드는 마음이 진정되며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 “이제 그 누구도 너를 아프게 하지 못할 거야. 레오는 안전할 거야. 우리는 더 이상 도망 다니지 않아도 돼.”




레오의 작은 목소리가 떨리며 물었다.




- “정말이야, 엄마?”




- “정말이야, 레오, 우리 아가.”




게라드는 그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이곳에서 그들이 평온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연무장으로 돌아갔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이 푸근하고 밝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








아침이 밝아올 무렵, 조안나는 그리핀을 타고 마탑에 도착했다. 밤새 홀로드와 마탑을 오가며 자신의 짐을 옮긴 조안나는 자신했던 것과 달리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마탑의 꼭대기층에 있는 자신의 방, 발코니를 통해 들어온 조안나는 작아진 그리핀의 등에 손을 얹으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이제 잠시 쉬도록 하자. 물론, 나는 못 쉬겠지만······.”




그리핀은 낮고 조용히 그르렁 울부짖으며 그녀의 말에 응답했다. 조안나는 망토를 여미고 피로에 붉게 젖은 눈을 비비며 긴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조안나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일곱 명의 연구원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조안나 님”




연구원 중 에테르의 원천에 대해 연구하는 다미안이 인사했다. 조안나는 피곤한 목소리로 답했다.




“좋은 아침이군요, 밤새 연구를 하느라 피곤하네요.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포션이 있을까요, 카트리나? ”




카트리나는 신체 강화 마법을 연구하는 마법사로 출중한 몸매를 지닌 붉은 머리의 여인이었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조안나 님.”




카트리나가 풍성하고 굽실한 붉은 머리끝을 매만지며 말했다.




다미안과 카트리나를 포함한 마탑의 대표 연구원들은 총 7명이었다. 고대 마법 복원 전문가인 알렉시우스, 마법과 과학의 융합을 연구하는 소피아. 이 둘은 사이가 좋지 않다. 과거 헤어진 연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 외에 신성력과 마법의 조화를 연구하는 마르쿠스, 남부 플로리안 대초원에 서식하는 마법 애완 생물을 포함한 마법 생명체 연구자인 엘레오노라, 검은 마법 연구를 하는 이사벨라가 있다.




이들은 각각 연구를 도울 조수 마법사들을 한두 명씩 데리고 있었다. 물론 황제의 허가가 필요했다. 유일하게 검은 마법 연구를 하는 이사벨라만이 홀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신속하게 보고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소피아가 현재 제국과 동부의 농업 발전을 돕기 위해 벌레들을 내쫓는 약물을 개발 중임을 알렸다.




서둘러 보고를 받았지만 7가지의 보고를 받고 나니 정오가 지나버렸다. 조안나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고대 마법 복원 전문가인 알렉시우스를 찾아갔다.




알렉시우스의 연구실에는 창문이 없었다. 태양으로 인해 유물들이 훼손되거나 연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의 방 또한 마찬가지로 창문이 없었다. 일부러 창문이 없는 방을 고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스스로 고른 방이었다. 알렉시우스는 자신의 연구실을 자료 창고로 사용했으며 그가 방에서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알렉시우스는 마르쿠스와 함께 있었다. 이들은 몇 년 간 고대 마법과 신성력의 관계에 대해서 공동으로 연구 중이었다.




조안나는 문을 두드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고대 마법에 관한 두꺼운 서책들과 연구 문서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백발과 흰 수염이 덥수룩해 나이가 가늠 가지 않는 알렉시우스가 고개를 들어 조안나를 바라보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의 나이 겨우 23살이었다.




그는 고대 마법을 연구하는 도중 갑작스레 검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고 했다. 그날의 절망감으로 인해 외모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그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




조안나와 눈이 마주친 알렉시우스가 흰 수염을 잡아 뜯으며 말했다. 그는 화가 난 듯한 기색을 보였다.




“이 문서에는 신성력과 고대 마법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신성력은 고대 마법의 한 형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근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흑발의 마르쿠스가 문서를 가리키며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이 그림은 펜타그라프입니다. 다섯 가지 에테르의 힘을 담은 그림이고요. 옆에 이 그림은 엘림문자와 문양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신전에서 볼 수 있죠. 이 각각의 그림이 그려진 수식이 결국은 같은 값을 나타냅니다. 즉 알렉시우스의 말처럼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거나 같다는 뜻입니다.”




조안나는 그들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애써주세요. 그 이해관계와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게 우리의 일이니까요.”




알렉시우스와 조안나의 눈이 또다시 마주쳤다. 그는 연구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뺨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녹음과 바다가 뒤섞인 듯한 아름다운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중요한 일을 하는데, 조안나 님이 밤새 그리핀을 타고 왔다 갔다 하시니까 방해가 된다는 말입니다.”




조안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뭘 어떻게 압니까! 그리핀을 확대해서 타고 다니는 금발 여자가 마탑주님 말고 여기 어딨겠습니까!”




조안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그것이··· 개인적인 연구가 있어서··· 말입니다.”




알렉시우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리 마탑의 주인이라고 하시지만, 마탑에서 개인의 연구가 가능합니까? 마탑은 제국에서 유일하게 허가한 공동의 마법 연구 기관입니다. 근데 그것도 밤에, 혼자, 몰래?”




마르쿠스가 조심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두 분이서 얘기 나누시면··· 저는 잠시······.”




이들의 눈치를 살피던 마르쿠스가 기침을 하며 자리를 비웠다. 조안나는 알렉시우스의 새삼스런 반응에 당황했다.




“말 못 할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은 못 합니다. 알렉시우스, 왜 화를 내세요?”




알렉시우스는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언제 마탑주님한테 화를 냈습니까?”




“지금 화내고 계시잖아요.”




알렉시우스는 조안나의 말을 잠시 되새기다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연구에 방해가 된다고요. 어디를 가는지 모르겠지만 여섯 번을 오갔습니다. 오가는 거리를 계산하면 장소는 어딘지 나오겠지만, 그 장소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에 따른 변수가 있겠지요.”




조안나는 알렉시우스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조안나는 그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알렉시우스 님께 잘못한 게 있나요?”




알렉시우스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방해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면, 잘못한 건 없습니다만.”




조안나는 화가 나면서도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하네요. 그렇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고, 이런 말을 하면 민망하지만 마탑의 주인은 저 조안나입니다. 마탑의 연구도 빠짐없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와서 확인하고 있고요.”




신비로운 눈동자를 가진 알렉시우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러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카트리나에게 포션을 받느니 다미안에게 응축된 연구용 에테르를 나눠달라고 하십시오. 그게 더 나을 테니까요. 일반인도 아니고 포션은 무슨······.”




그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 나갔다. 그의 어두운 방 안에는 조안나만이 홀로 남았다.




조안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온갖 문서와 서책에 둘러싸여 쉴 곳이라고는 한 몸 뉘일 공간이 전부인 그의 방을 보며 조안나는 알렉시우스를 큰 방으로 옮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이 작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홀로드 성의 주인은 주군이고, 북부의 왕인데··· 탑의 주인은··· 주인은 개뿔.’




조안나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대 마법과 신성력 연구를 하는 이 둘에게 자신의 가설을 고백할까 했지만,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기에 입을 다물기로 했다.




오전 보고를 받고 마탑을 순회하며 연구 상황을 상세히 확인하고 나니 해질녘이 되었다. 그녀는 다미안을 찾아가 마석에서 추출한 에테르를 흡수하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긴 계단을 올라 꼭대기 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 돌아온 조안나는 홀로드 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조안나는 자신의 아래층에 방을 둔 알렉시우스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방의 발코니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그녀는 망토 안쪽에 그리핀을 품고 발소리를 줄이며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갔다. 탑의 밖으로 나온 조안나가 그리핀에게 에테르를 주입시키고 그 위에 올라탔다.




한숨소리와 함께 알렉시우스 방의 불이 꺼졌다.


작가의말

편안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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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버리신다면, 북부에서 살아남겠습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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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봄의 그림자 속에서 NEW 18시간 전 3 0 13쪽
19 봄의 기운 24.09.18 7 0 13쪽
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10 0 12쪽
» 북부의 왕과 마탑주 24.09.16 10 0 13쪽
16 돌아온 레오니드 (2) 24.09.13 11 0 12쪽
15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3 0 12쪽
14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13 기억의 파편 (2) 24.09.10 14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5 1 12쪽
11 디몬의 마음 (3) 24.09.06 10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10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10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4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6 0 12쪽
6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6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5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4 0 12쪽
3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7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6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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