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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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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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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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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파편 (2)

DUMMY

12. 기억의 파편 (2)




두 명의 하녀가 비토리오의 상처를 닦기 위해 서둘러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깨끗한 천과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가 들려 있었다.




피로 얼룩진 비토리오는 침대 위에 눕혀져 있었고,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여전히 멈추기 않고 있었다. 하녀들은 숨소리조차 죽이며 그의 몸을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그들은 상처를 닦아내며 계속해서 피가 흐르는 부위를 압박했다. 따뜻한 물은 금세 피로 붉게 물들었고, 하녀들은 계속해서 물을 갈아가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 순간, 방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문이 열리며 발레리안이 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피로해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인가?”




발레리안은 비토리오를 내려다보며 묻자, 그의 뒤에 있던 게라드가 서서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예, 주군. 교량을 내려 해자를 넘어올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다른 흔적을 확인해 본 결과, 교량을 묶고 있던 사슬이 녹아 있었습니다. 이 자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커다란 늑대가 같이 있었다고 합니다. 경비병 여럿이 함께 목격한 사실입니다.”




게라드는 차분한 목소리로 보고했고 발레리안은 비토리오의 상처에 시선을 고정했다.




“잠깐.”




발레리안이 손을 흔들어 하녀들을 내보내고, 비토리오의 어깨에 난 상처를 직접 살펴보았다. 그 상처는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달랐다. 날카로운 무기나 검으로 찔린 상처는 맞지만, 상처 주위로 흐릿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발레리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문양을 따라갔다. 그의 손끝이 얼룩진 피부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게라드, 이 상처를 보았나?”




발레리안이 느리게 물었다.




“예, 주군.”




게라드는 황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티케르는 오고 있는 겐가? 한시가 급하니 병사를 하나 붙여줘라.”




발레리안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게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움직였다.




“예! 주군!”








***








북부의 유일한 치료사이자 약재상인 티케르가 상자를 한 아름 안고 힘겹게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흥건했고, 호흡이 가쁜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는 키가 작고 배가 나온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로, 둥글고 주름 많은 얼굴에 밝은 갈색 눈을 지녔다. 머리는 희끗하게 세었고 자신의 얼굴만큼이나 동글한 안경을 항상 끼고 있었다.




“북부의 왕을 뵙습니다.”




“티케르, 늘 고생하는군. 마법사인 것 같소. 상태가 매우 안 좋으니 서둘러주시게.”




발레리안이 티케르를 보며 말했다.




티케르는 무겁게 끄덕이며 약재를 방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는 비토리오의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수십 년간 약초를 만지며 물들어버린 두툼한 손끝으로 상처 부위에 약초를 바르고, 깨끗한 붕대로 감쌌다. 그는 상처의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한 처치를 빠르게 해 나갔다.




“심각한 상태입니다, 주군. 상처가 깊고 이미 감염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오래된 상처 같아 보이는데··· 피가 멈추지 않습니다. 혹시···”




티케르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발레리안은 티케르의 말을 끊고 답했다.




“최선을 다해주게. 게라드 잠시 이쪽으로.”




발레리안은 게라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게라드가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로 나오니 시원한 공기가 그들의 피부에 닿았다.




복도의 한적한 곳에 다다르자, 발레리안은 잠시 멈춰 섰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게라드를 바라보았다.




“신성력이 깃든 상흔이네.”




발레리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게라드는 긴장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주군. 흐리지만 상처 주변에 엘림 문양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자가 쓰러져있던 자리에 피로 새긴 십자가와 커다란 짐승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십자가라··· 저 자가 우리에게 전하려던 것이겠지.”




“남부에서 갑자기 대신관이 부탁을 한 것도 그렇고, 그림샤텐의 마물이 급증한 것도··· 좀 이상합니다.”




“그래, 그렇지. 그 때문에 레오니드가 계속 알아보고 있네. 당분간은 우리만 알도록 하지.”




“예, 주군.”




‘커다란 늑대와 신성력이라······.’




“자네는 계속해서 저자를 지켜보고, 이상한 점이 있거든 내게 바로 알려주게. 혹시··· 테오는 잘 적응하고 있는가?”




게라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테오 또한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쯤 방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불러드릴까요?”




“그렇군, 아닐세. 나중에 부르도록 하지.”








***








발레리안은 자신의 서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희미한 달빛이 창을 통해 들어와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방 안을 가득 에워쌌다. 그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창밖에서 갑작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잠시 멈칫하며 소리에 귀 기울였다. 누군가 창틀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그리핀이 발코니 난간에 앉아 있었다. 그리핀은 사자의 몸과 독수리의 날개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핀의 날개는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고, 황금빛 깃털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크고 강력한 발톱이 창틀을 움켜쥐고 있었고, 새카만 두 눈동자가 발레리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몸체와 어울리지 않는 사슴의 눈처럼 동그랗고 말간 눈동자였다. 발레리안은 그 이질감에 그리핀을 처음 본 것 마냥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이내 침착하게 그리핀을 바라보았다.




“마침 잘 왔구나. 우리를 도와주겠니?”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리핀의 황금빛 깃털에 조심스럽게 닿았다. 그리핀은 순간적으로 날개를 퍼덕이며 경계했지만, 발레리안의 차분한 손길에 점차 진정되었다.




“나는 발레리안 프레데릭.”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리핀에게 속삭였다. 그의 손길은 부드럽고 안정감이 있었다. 그는 깃털의 결을 따라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발레리안은 그리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발레리안 프레데릭.”




발레리안은 속삭임을 이어갔다. 그는 그리핀의 부리 가까이에 손을 가져가 천천히 만져보았다. 그리핀은 다시 한번 경계했지만, 그의 손길이 싫지 않은 듯 부리를 살짝 열었다.




“좋아, 잠시만.”




그리핀이 발코니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을 확인한 발레리안이 재빠르게 책상에 앉았다. 그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잉크병의 뚜껑을 열고 깃펜을 집어 들었다. 종이를 펼치고, 그는 그를 닮은 단호하고 분명한 필체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조안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편지가 거짓이라면 <신께서 내리시는 저주> 까지도 달게 받겠습니다. 홀로드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발레리안은 중간중간 펜촉을 잉크에 적시며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짧은 편지를 다 쓴 발레리안은 마지막으로 오른쪽 하단에 서명을 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입으로 바람을 불어 잉크를 말리고, 조심스럽게 편지를 접었다. 발레리안은 차분하게 그리핀의 다리를 잡고, 편지를 단단하게 묶었다. 그는 매듭이 풀리지 않게 여러 번 확인했다.




“잘 부탁한다. 서둘러줘.”




발레리안은 이질적이지만 귀엽고 동그란 그리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핀은 힘찬 날갯짓으로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발레리안은 멀리 사라져 가는 그리핀을 바라보며, 그의 손에 묻은 잉크를 닦아냈다.








***








테오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열어둔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왔다. 창문을 닫을 새도 없이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근육이 수축되고, 순식간에 뼈가 재정렬되었다.




바람이 창문을 통해 몰아치면서 차가운 눈송이들이 방 안으로 흩날렸다. 열어둔 창문 덕에 바닥에는 이미 눈이 살짝 쌓여 있었고, 방 안은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찼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의 손가락은 극한의 고통으로 인해 덜덜 떨리고 있었고,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그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격렬하게 떨렸다.




“으···!”




테오는 고통을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참을 수 없는 신음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머리통을 마치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고통을 완화하려 애썼다. 바닥을 긁어대는 손톱이 짧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숨소리는 거칠고 불규칙하게 이어졌다.




눈앞이 아른거리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 “저 녀석 또 혼자야.”




기억 속에서 테오는 낯선 학교 복도를 걷고 있었다. 주변에는 많은 학생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테오를 무시하거나 냉담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쟤랑 어울리면 우리도··· 당할 거야.”




그들의 시선은 차가웠고, 중얼거리는 소리는 마치 귀를 찌르는 듯했다. 테오는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으려 했지만,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 “이봐,?$^@!! 어디 가려고?”




고급스럽고 단정한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테오의 가방을 툭툭 쳤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테오는 낡고 해진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복의 소매와 밑단은 닳아 있었고, 신발은 몇 군데가 터져 있었다. 남학생의 손가락 끝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 “나··· 그냥 지나가게 해 줘···”




- “우리 학교 최고의 마법사가, 이런 걸 입고 다니면 우리까지 창피하잖아. 좋은 걸 사 입으라니까?”




황금빛 시계를 찬 다른 학생이 끼어들어 테오의 교복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는 테오를 끌어당기며 웃음을 터뜨렸다.




- “그래, 부모님께 좀 더 좋은 옷을 사달라고 해봐. 아 맞다! 너희 부모님은 돈이 없지?”




그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테오는 몸을 움츠렸다. 또 다른 학생 하나가 날카로운 웃음을 지으며 테오의 가방을 낚아채 바닥에 던졌다.




- “?$^@!!. 넌 우리랑 같은 학교에 다닐 자격도 없잖아.”




그 학생은 손가락을 휘둘러 테오의 얼굴 가까이로 불꽃을 가져갔다. 그러자 처음에 나타났던 단정하고 말끔한 남학생이 말했다.




- “그러지 마.”




그는 테오의 등을 발로 차고 넘어뜨려 복부를 지그시 밟았다.




- “본분에 맞는 취급을 해줘야지. 이렇게.”




그들의 조롱과 폭행이 계속되었다.




- “그만··· 제발··· 제발!”








“제발···!”




테오가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몸에 전해졌다. 끔찍한 꿈에서 깨어난 테오는 꿈속의 모습처럼 복부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꿈속의 자신은, 그러니까 자신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의 시선은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




창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테오는 잠시 숨을 고르며 차가운 바람을 들이마셨다. 두통이 한결 가시는 듯했지만, 아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테오가 고개를 돌려 방 안을 살피려는 순간, 침실 입구 쪽에서 미묘한 기척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로라메리가 서 있었다.




자신의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로라메리는 테오와 눈이 마주치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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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의 기운 NEW 11시간 전 1 0 13쪽
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4 0 12쪽
17 북부의 왕과 마탑주 24.09.16 8 0 13쪽
16 돌아온 레오니드 (2) 24.09.13 9 0 12쪽
15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2 0 12쪽
14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 기억의 파편 (2) 24.09.10 11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2 1 12쪽
11 디몬의 마음 (3) 24.09.06 9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9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9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4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4 0 12쪽
6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5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3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4 0 12쪽
3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5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2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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