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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코
작품등록일 :
2024.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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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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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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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의 방문

DUMMY

13. 마탑주의 방문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친 로라메리는 침실 옆에 있는 자신의 작은 서재로 향했다. 검도 찾아야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형제, 디몬에게 소리 지른 탓에 오후 내리 마음이 심란했다. 책 속의 글자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책을 덮고 침실로 돌아왔다.




성이라고 하기에는 삭막한 홀로드에서 유일하게 화려한 곳, 로라메리의 침실 천장에는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샹들리에는 수많은 수정 조각이 달려 있어 촛불의 빛을 받아 사방으로 반짝였다.




찬바람을 막아줄 태피스트리에는 귀여운 동물들이 풀숲에서 뛰노는 그림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로라메리의 아버지 발레리안 프레데릭의 솜씨로 로라메리는 자신의 방이 유치하여 썩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웨스트로드에서 직접 사들고 온 아버지의 정성을 감사히 여기기로 했다.




이윽고 로라메리의 전담 하녀 안나벨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하녀는 고개를 숙이며 로라메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로라메리가 갈아입을 옷과 머리를 손질할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대공녀님, 취침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안나벨이 준비를 알리자 로라메리가 그녀의 가까이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아델라가 또 밖에 있어?”




안나벨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로라메리는 안나벨에게 갈아입을 옷을 건네받은 후, 입고 있던 옷을 순식간에 훌렁 벗어 스스로 갈아입었다.




“알지?”




로라메리가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으며 안나벨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네.”




로라메리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안나벨은 귀족이지만 아랫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고 자유분방한 대공녀가 걱정스러우면서도 좋았다.




로라메리가 일부러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안나벨 머리를 먼저 빗도록하자.”




안나벨은 허공에 빗질을 하며 머릿결을 만지는 시늉을 했다.




“네. 대공녀님. 머릿결이 매우 곱습니다!”




베개에 머리를 기댄 로라메리는 몸을 뉘이며 부드러운 이불을 덮었다.




‘디몬은··· 생각하지 말자! 내일은 꼭 테오 경과 단 둘이서 만나야지! 내 검을 돌려달라고 해야겠어!’




안나벨은 간단한 정리를 마친 후 방에서 나갔다. 로라메리의 호흡은 점점 고르게 변해갔다. 그녀는 잠에 빠지고 있었다.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나무가 쪼개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침실을 가득 채웠다. 깜짝 놀란 로라메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잠시 동안 숨을 멈춘 채 귀를 기울였다.




또다시 쿵-쿵-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병사들이 조용한걸 보니 큰일은 아닐 테고, 설마 디몬이 또?”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발이 차가운 바닥에 닿았고, 그 차디찬 감촉이 더욱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검을 집으려 손을 뻗었지만 검이 놓여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 내 검!’








***








로라메리는 숨을 최대한 조용히 몰아 내쉬며 천천히 방을 나섰다. 그녀는 소리가 들렸던 방향을 살펴보았다. 디몬의 방에서 나는 소리가 맞는 것 같았다. 막상 밖으로 나오니 홀로드의 밤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그녀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만이 가장 크게 들렸다.




디몬의 방을 향해 계속해서 걷던 그녀는 루카스가 살아생전 사용하던 방 앞에 도착했다. 그때 쇠꼬챙이처럼 날카로운 것으로 바닥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루카스의 방에서 들려왔다.




“루카스?”




로라메리는 손을 내밀어 루카스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자,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살금살금 방 안으로 들어섰다.




“루카스 오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서재에는 여전히 루카스의 유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그의 검과 방패가 걸려 있었고, 책장에는 그가 읽던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로라메리는 방의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테오를 발견했다. 테오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고, 땀이 그의 굴곡진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순간, 테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눈물 맺힌 붉은 눈이 그녀와 마주쳤다.




테오와 로라메리의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로라메리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로라메리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 멈추었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통증을 느꼈다.




하늘을 닮은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놀라움으로 동그랗게 커졌고, 입은 벌어졌다. 그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낮에 디몬이 테오를 의심하며 화내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나다가 발이 비틀거렸다. 균형을 잃은 로라메리는 허우적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 순간, 테오가 빠르게 반응했다.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온 테오가 팔을 뻗어 로라메리를 붙잡아 당겼다. 그리고 다른 팔로 허리를 감싸며 확실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헝클어진 하늘색 긴 머리카락이 그의 팔을 간지럽혔다.




로라메리는 테오의 팔에 안긴 상태 그대로 몸이 굳었다. 그의 거친 숨결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








어두운 밤하늘에 커다란 황금빛 물체가 반짝였다. 마탑주 조안나가 타고 있는 거대한 그리핀이었다. 그리핀의 커다란 날개가 공기를 가르며 홀로드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날갯짓마다 황금빛 깃털이 달빛을 반사했다. 우아하면서도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조안나는 그리핀의 등에 앉아, 어깨에 걸친 망토를 단단히 여민 채 빠른 속도에도 익숙한 듯 안정적인 모양새였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얼굴을 스쳤다. 그녀의 손은 그리핀의 깃털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멀리서 홀로드성의 성벽과 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핀은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성으로 접근했다. 성의 경비병들이 밤하늘의 그리핀을 올려다보며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그리핀은 부드럽게 방향을 틀며 발레리안의 서재 발코니를 향해 날아갔다. 서재의 발코니는 그리핀의 크기에 비해 매우 협소해 보였다.




그리핀은 발코니 앞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조심스럽게 위치를 잡았다. 조안나는 그리핀의 등을 밟고 힘겹게 기어올라 발코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난간 틀에 손을 대고 몸의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올렸다.




마침내 조안나는 발코니의 창문을 통해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 서재 바닥에 두 발을 내딛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세웠다.




침실에 있던 발레리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외형이 창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침대 옆에 걸려 있던 검을 단단히 쥐고 서재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자신의 기척을 완전히 숨긴 발레리안이 순식간에 조안나의 목에 칼을 겨눴다.




“으악! 접니다! 조안나, 마탑주입니다! 북부의 왕을 뵙습니다!”




조안나가 허둥대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탑주. 옆방은 나와 아내의 침실이요.”




발레리안은 조안나의 얼굴을 확인하고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검을 든 손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전하. 제가 북부는 처음이라···아!”




조안나는 급히 변명을 늘어놓으며 당황해했다.




발레리안이 주시하는 가운데 그녀는 그리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핀은 여전히 공중에서 날갯짓을 하며 조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며 은은한 푸른빛이 그리핀의 몸에서 빠져나와 조안나의 손끝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핀의 거대한 날개가 수축되면서, 그의 몸도 점차 줄어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그리핀을 타고 온 것인가?”




발레리안은 자신을 등지고 있는 조안나를 향해 물었다. 조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핀 또한 마법생물로써 에테르가 있지만 저의 강력한 에테르를 그리핀에게 주입···”




“조용히. 일단 따라오게”




발레리안은 조안나의 설명을 중단시키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다급해졌다.




“전하, 저는 평소에는 마탑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황실과의 계약이었죠. 하지만 지난번 놀라게 해 드린 것도 있고··· 북부의 일이기도 하고··· 제가 이곳에 온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




그는 조안나를 앞질러 서재를 빠져나갔다. 조안나는 발레리안의 뒤를 쫓으며 계속 말했다.








***








발레리안과 조안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발레리안의 보폭은 아주 넓고 걸음이 빨랐기에 조안나는 달리듯 걸어야만 했다. 복도의 촛불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대신관의 소행입니까?”




조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발레리안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조안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모든 안면 근육이 긴장으로 수축되어 움찔거렸다.




“대신관의 소행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조안나는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것이··· 편지에 쓰인 것이···그런 뜻인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까?”




그녀의 얼굴에 당혹함이 가득했다. 발레리안이 다시 걷기 시작하자 조안나는 그의 뒤에서 계속 속도를 맞춰 걸었다.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으나, 신성 공격을 일컫은 것은 맞네.”




조안나는 그의 말을 듣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이 비토리오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조안나는 비토리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둘렀다.




비토리오의 얼굴은 여전히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티케르가 약초를 발라 놓았으나 흐릿한 문양이 새겨진 그의 상처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상처 주위는 감염으로 인해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방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안나가 오기 전까지 쉴 새 없이 그를 간호한 티케르는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그의 숨소리만이 고요한 침묵을 깨뜨리고 있었다.




“정화를 해야겠습니다.”




조안나가 말했다. 발레리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나 보군, 마탑주. 신성 공격이라 하지 않았나.”




그의 눈에는 의심이 깃들었다. 조안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자생하는 상처가 안 보이십니까? 저주마법입니다. 아직까지는 가설이지만, 고대의 기록을 살펴보면 신력과 마법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정화하지 않으면 이자는 죽습니다.”




그녀는 확신에 가득 찬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발레리안이 한걸음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신을 모시는 자들이 저주라니······.”




조안나는 비토리오의 상처 부위 위로 손을 내밀며,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방 안의 공기가 따뜻해지고, 그녀의 손끝에서 발하는 빛도 점점 더 밝아졌다.




조안나의 손에서 나오는 푸른빛이 비토리오의 상처 부위로 천천히 흘러들어 갔다. 그 빛은 상처를 감싸며, 감염된 부위를 정화하고 있었다.




“됐습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겁니다만, 수식이 복잡하여 완전히 풀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피는 멈출 것입니다.”




“고맙네, 조안나. 이제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군.”




발레리안이 말했다. 조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호기심 가득한 푸른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혹시··· 제가 당분간 이곳에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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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버리신다면, 북부에서 살아남겠습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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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의 기운 NEW 11시간 전 1 0 13쪽
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4 0 12쪽
17 북부의 왕과 마탑주 24.09.16 8 0 13쪽
16 돌아온 레오니드 (2) 24.09.13 9 0 12쪽
15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1 0 12쪽
»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13 기억의 파편 (2) 24.09.10 11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2 1 12쪽
11 디몬의 마음 (3) 24.09.06 8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9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9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3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4 0 12쪽
6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5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3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3 0 12쪽
3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5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1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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