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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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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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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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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레오니드

DUMMY

14. 돌아온 레오니드




테오의 거친 호흡이 그녀의 이마에 닿자, 로라메리는 순간적으로 온몸이 얼어붙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허리를 지탱하는 테오의 팔이 무척이나 단단했다.




그의 뜨거운 체온이 튜닉을 지나 그녀의 차가운 피부에 스며들었다. 테오의 붉은 눈동자가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없이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로라메리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마주친 눈을 피하는 순간 테오가 그녀의 귀 가까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지? 보다시피 피곤해서.”




그녀가 테오에게 맡겨놓은 중심을 되찾고 두 발로 제대로 일어서자, 테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그의 손길은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로라메리는 그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 자신의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테오의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로라메리는 이번에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테오 경. 내 검은 어디 있죠? 검을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기품 있고 단호하게 말하려 애쓰는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음을 테오는 느낄 수 있었다.




테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밤에 말입니까?”




“······.”




“대공녀님의 검이었던, 제 검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의 말투는 다소 장난스러워 화를 돋웠지만 입가를 따라 서서히 번지는 미소가 아찔했다.




테오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기울여 눈을 반짝였다. 로라메리는 그의 이상한 행동에 당황하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려고 했지만, 테오는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와의 대련에서 패배하셨으니, 제 것 아닙니까?”




테오는 말을 마치며 손을 뻗어 로라메리의 머리카락 한 올을 가볍게 만졌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아주 작은 먼지 조각을 떼어냈다.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웠지만 거침없었다.




“먼지가 있어서. 다음엔··· 청소를 해두겠습니다.”




‘다음엔···?’




로라메리는 그의 태도에 더욱 당황했지만, 곧 자신의 표정을 가다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검을 걸고 경과 대련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테오 경이, 왜 지금 루카스 오빠 방에 있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그럼 청혼을 하러 온 다른 사내들에게처럼···”




목까지 붉게 달아오른 로라메리가 테오의 말을 끊고 근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테오 경. 루카스 오빠의 방에 왜 들어온 건지 물었네.”




더 이상 놀렸다가는 로라메리가 푹 익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테오는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전하께서 당분간 이 방에서 지내라 하셨습니다. 방의 주인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대공녀님께 알맞은 검을 내일까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난 레이피어는 필요 없어. 경의 말대로 방어를 위해서라면 그 가느다란 검은 더더욱 필요 없을 테지.”




로라메리가 확고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테오는 단지 그녀가 커다란 롱소드를 들고 있는 것이 보기에 거슬렸을 뿐.




“레이피어는 힘을 들이지 않고 상대의 검로(劍路)를 틀어 무게중심을 흩트릴 수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대공녀님의 훈련을 돕겠습니다.”




로라메리는 잠시 뜸을 들이며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 검··· 레오니드가 내게 준 검이야. 설마 기사단장의 안목을 의심하는 건가?”




“단장님이 대공녀님께 롱소드를 건넬 리 없지만, 대공녀님께서 거짓말을 할리도 없으니 무엇이 문제일지 저로썬 알 도리가 없네요”




로라메리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테오의 말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레오니드에게 경의 뜻을 꼭 전하도록 하지.”




테오는 고개를 숙이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시면 제게도 알려주시겠습니까?”




그의 예의 바른 모습이 어쩐지 더 거슬리는 로라메리는 테오를 쏘아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기꺼이.”




테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라메리는 본래 방을 찾아왔던 의도는 새까맣게 잊은 채 급히 몸을 돌렸다. 그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껴서인지 자꾸만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








발레리안은 조안나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했다. 대륙의 그 누구라도 발레리안이 허락하는 한, 홀로드에서 머무르는 것 따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탑주는 아니었다. 마탑의 주인이 무엇인가. 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가 모든 정치적, 군사적 위치에서 벗어나 제한된 마탑에서 머물며 사회적 발전과 마법의 증진에 힘쓰기로 약속한 자 아니던가.




‘이야기가 새어나간다면···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일 것이다.’




늦은 밤, 홀로드 성의 그레이트 홀은 고요함 속에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레이트 홀은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으로 주요 연회나 접대에 이용되는 곳이었다.




큰 공간을 온기로 가득 채우기 위해 마련된 커다란 벽난로에서 부드러운 불빛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연회 때와 달리 평소의 그레이트 홀 벽면에는 단조롭고 두꺼운 벨벳 커튼을 사용하여 외부의 한기를 차단하고 있었다. 중앙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주로 그곳에서 회의를 했다.




커다란 홀의 중앙에 놓인 원형 테이블에 발레리안과 조안나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솔직히 말하겠네, 조안나. 홀로드는 자네의 도움을 기억하겠네. 하지만 마탑주가 홀로드에 머무르는 것을··· 세상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로군.”




발레리안은 깊은 고민에 빠진 듯, 목재 테이블에 드러난 목리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이마에도 나무 무늬와 같은 주름이 잡혔다.




조안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전하, 제게 탑을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발레리안을 바라보았다. 발레리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탑이라···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네만, 자네의 행방이 드러날 경우를 말하는 걸세.”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걱정이 담겨 있었다. 조안나는 열정적인 눈빛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핀을 타고 마탑을 오가며 낮에는 마탑에서의 연구를 하고, 밤에는 홀로드로 돌아와 다친 마법사를 살펴보겠습니다. 그가 깨어나고 자세한 경위를 들을 때까지만 말입니다.”




흥분한 듯,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있었다. 발레리안은 조용히 그녀의 말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저자가 언제 회복할지 알 수 없고, 자네 또한 수일이 지나면 지칠 걸세.”




그의 목소리에서 염려가 묻어났다. 조안나는 흔들리지 않는 결심을 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발레리안은 잠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자네의 성의가, 진정 죄책감에서 파생된 것이라 믿어도 되겠는가?”




그의 눈빛은 온화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졌다. 조안나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금은···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신을 모시며 신의 힘을 빌렸다는 이들이, 저주 마법을 사용하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홀로드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빠짐없이 내게 보고될 걸세. 북쪽의 탑을 비워두라 하겠네. 부디 조심히··· 다니시게.”




그들의 대화는 촛불의 깜빡이는 빛 아래에서 길게 이어졌고, 그레이트 홀의 차가운 공기는 벽난로와 이들의 열기로 인해 조금씩 데워지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프레데릭 일가와 테오는 따뜻한 스튜와 빵을 나누며 단출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로라메리는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고, 테오는 자연스러운 식사를 이어갔다.




디몬은 스튜를 한 입 떠먹을 때마다 주위의 미묘한 기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전령이 급히 들어왔다. 그는 서둘러 발레리안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속삭였다. 발레리안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대공비, 아르디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불러오라.”




발레리안의 명령에 전령은 빠르게 물러났다. 어제의 소음을 떠올린 로라메리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포크를 든 손이 잠시 멈췄고, 테오는 그런 그녀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리고 레오니드 경이 지아와 레오를 데리고 들어왔다. 지아의 얼굴은 고단함으로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녀의 아들 레오 역시 형편없는 몰골로, 야위고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갈색 곱슬머리에 녹색 눈동자를 지닌 레오는 겁에 질린 듯 지아의 뒤에 숨었다.




로라메리는 테이블 끝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테오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상황을 주의 깊게 살폈다. 디몬은 무슨 상황인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리로, 몸을 녹이게.”




아르디스가 손짓하며 난로 옆으로 그들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품격이 느껴졌다.




지아는 고개를 숙이며 레오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다가왔다. 레오는 여전히 자신의 어머니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




로라메리는 지아와 레오의 초췌한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의 손은 포크를 잡고 있었지만, 음식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테오는 차분히 레오니드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 레오니드.”




발레리안이 물었다.




“추격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따돌리는 도중, 이 여인과 아이가 공격당했습니다.”




“다친 곳은? 자네는?”




발레리안이 염려하며 말했다. 레오니드는 잠시 지아와 레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지아는 발레리안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나, 오랜 시간 굶주려 영양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주군.”




발레리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프레드, 이들이 머무를 방을 정리해 주고 회복할 때까지 영양 있는 식사를 따로 챙겨 주게. 아이가 먹을 만한 것들도 함께.”




“예, 전하. 준비하겠습니다.”




지아는 눈물을 머금으며 발레리안과 아르디스를 향해 번갈아 고개를 숙였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지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레오니드, 자네는 괜찮은 건가.”




발레리안이 다시 한번 물었다.




“예, 주군. 저는 괜찮습니다.”




레오니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럼 잠시 나와 함께 가도록 하지.”








***








발레리안과 레오니드는 홀로드 성의 어둑한 복도를 따라 연무장으로 향했다. 발레리안은 고개를 살짝 돌려 레오니드를 바라보았다.




“내가 부른 이들이네. 남부에서 도망친 자들이고, 성기사가··· 제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네.”




레오니드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주군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예, 주군.”




발레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복도를 걷다 물었다.




“어제는 신성공격을 당한 마법사 하나가 홀로드에 잠입을 시도했네. 저주 마법으로 인해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네.”




“송구합니다. 사건을 파악한 후, 감시와 경비를 강화하겠습니다.”




“레오니드. 내가 부탁한 것은 어떻게 되었는가.”




레오니드는 발레리안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군. 혹시 과거, 베르시아노 백작가 화재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발레리안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작가의 하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던가······.”




레오니드는 말을 이어갔다.




“화재 이후 백작저가 아트람의 본거지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상한 것은 백작저는 현재 분명 폐성인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미라빌리스 부인도 화재가 일어난 날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발레리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아 말인가? 지아의 부모가 화재를 일으킨 범인이라는 겐가?”




레오니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불을 붙인 범인은 엘림어의 명령일 뿐이라며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고 합니다.”




발레리안은 걸음을 멈추고 레오니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혼란이 서려있었다.




“엘림어라···고대의 언어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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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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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2 0 12쪽
14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13 기억의 파편 (2) 24.09.10 11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2 1 12쪽
11 디몬의 마음 (3) 24.09.06 9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9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9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4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4 0 12쪽
6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5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3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4 0 12쪽
3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5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2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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