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버리신다면, 북부에서 살아남겠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새글

무치코
작품등록일 :
2024.08.25 23:49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61
추천수 :
2
글자수 :
102,101

작성
24.09.06 00:00
조회
8
추천
0
글자
12쪽

디몬의 마음 (3)

DUMMY

디몬의 마음 (3)




테오의 방은 발레리안 대공 부부와 디몬, 로라메리, 즉 프레데릭 일가와 같은 맨 꼭대기 층에 있었다. 발레리안의 지시였다.




자신과 같은 층에 테오가 머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로라메리는 애꿎은 곳만 돌아다닌 셈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로라메리의 롱소드를 만지작거리며 흐릿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손가락이 검의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테오는 자신의 검을 밀어내려 애쓰던 푸른 머리 소녀를 떠올리고는 미소 지었다.




복도의 대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점점 더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제 그는 그들의 대화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 “롤리, 아버지가 어떻게···”




그 순간, 테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미간을 심하게 찌푸리니 눈썹이 서로 가까워져 마치 맞닿을 듯 좁아졌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롱소드의 손잡이를 더욱 꽉 쥐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몇 발짝 다가섰다.




테오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공기를 전부 토해내듯 천천히 길게 내쉬었다.




옅은 안개와도 같은 회색빛의 에테르가 테오의 몸을 감싸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테오는 자신의 에테르를 디몬과 에디아르가 있는 방향으로 집중시켰다.




그의 에테르는 파동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복도를 따라 흐르며, 디몬과 에디아르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디몬과 에디아르는 느닷없이 다가오는 강력한 기척에 놀랐다. 디몬은 로라메리의 어깨를 흔들던 손을 곧바로 놓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에디아르 역시 디몬의 반응에 놀라며 주위를 살폈다.




“뭐야 이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버지께 가봐야겠어. 게라드를 부를 테니, 롤리 넌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가.”




테오는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섰다. 그는 복도를 따라 느긋하게 걸어가며 그들이 자신을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








기척이 서서히 자신과 멀어짐을 느끼는 디몬이 에디아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에디아르는 디몬의 표정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연무장에 있는 기사들을 불러줘, 에디. 게라드 경에겐 롤리가 홀로 있으니 서두르라고 전하고. 롤리 뭐 해? 넌 방으로 당장 들어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로라메리의 어깨를 부여잡고 울부짖던 디몬은 간데없고 매우 진지한 모습이었다. 에디아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디몬을 바라보았다.




“알겠어, 디몬. 성안에서 무슨 일이 있기야 하겠냐만은, 조심해.”




로라메리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디몬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집중하여 기척을 쫓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지하실이다!’




디몬은 계단을 내려가며 어둠 속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지하실은 차갑고 습기가 가득했다. 점점 희미해지는 기척이 이곳에서 멈추었다. 디몬은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그 기척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집중했다.




검을 꽉 쥔 디몬은 음습한 지하실을 헤치며 나아갔다. 지하실의 먼지 냄새와 하수구 물이끼의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끝없는 어둠을 가르며 마침내 지하실의 끝에 다다랐을 때, 디몬은 희미한 등불의 빛을 발견했다.




등불은 약한 빛을 뿜어내며 지하실의 벽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테오가 서 있었다. 테오는 한 손에 등불을 들고, 다른 손에는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집중한 채로 지도의 세세한 부분을 살피는 것처럼 보였다.




디몬의 심장은 긴장감으로 빠르게 뛰었고, 그는 손에 든 검을 조금씩 앞으로 뻗어갔다. 테오의 얼굴은 등불의 빛을 받아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그 순간, 테오가 고개를 들어 디몬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며 팽팽한 긴장감이 대립했다.




“아이고, 깜짝이야! 디몬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말과는 달리 조금의 미동도 없는 테오가 디몬에게 인사했다. 디몬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디몬이 느꼈던 기척은 고작 이따위 기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물이라도 침입한 줄 알았더니.’




“이곳은 위험하다. 뭘 하고 있는 거냐, 테오··· 경?”




테오는 펼쳤던 지도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지하에 숲과 연결된 통로가 있는지 살피는 중이었습니다. 대공자님.”




디몬은 테오의 말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꼴 보기도 싫은 놈이었지만 수행 중이라면 갖다 붙일 죄목도 없었다.




“왜? 하필 지금 이 시간에? 누가 시킨 것이냐?”




테오는 디몬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대공자님. 그리고 위험하니 검을 거두어 주십시오.”




디몬은 그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에디아르의 전달을 받은 게라드는 로라메리가 홀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는 하던 일을 내던지고 즉시 로라메리의 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거대한 몸집이 돌바닥을 힘차게 밟을 때마다, 성 안에는 낮은 진동 소리가 울렸다.




로라메리의 문 앞에 다다른 게라드는 잠시 숨을 참고 방 안의 기척을 살폈다. 그는 거친 호흡을 정리할 새도 없이 곧바로 문을 두드렸다.




“대공녀님! 저 게라드입니다! 괜찮으십니까?”




게라드의 목소리는 절박했고 행동은 조심스러웠다. 그의 두껍고 커다란 손은 문고리를 감싸 쥐고, 언제든지 열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로라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게라드 경.”




게라드는 로라메리의 안색을 살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재빠르게 문틈으로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문제가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성에 침입자가 있다고··· 에디아르님이 대공녀님께서 홀로 계신다고 하여 달려왔습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경비병에겐 아무런 말을 듣지 못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침입자가 있다면 주군께서 모르실 리도 없고··· 아무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공주님.”




“게라드 경··· 아무튼 고마워요. 나는 그저 계속 테오 경을 찾고 있었는데, 디몬이 갑자기 지하실 쪽으로 달려가면서 나를 방에 가둔 거야. 대단한 기척도 아니었어. 그냥 맡아본 적 있는 찝찝한 냄새였어. 나도 이제 그 정도는 알 수 있다고.”




“대공자님께서 우리 공주님을 엄청 아끼시긴 하죠.”




“게라드, 디몬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혹시 모르니 지하실로 같이 가줄래?”




“같이 말입니까? 대공자님의 뜻에 따라 경비병이 확인할 때까지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혹시 모르니 말입니다.”




“별 거 아니라니까. 내 느낌엔 강아지 같은 게 길을 잃고 들어 온 것 같아.”




발레리안을 닮아 각종 무예와 검술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던 디몬이었지만 수년간의 노력이 쌓인 로라메리의 감응력도 그에 덜하지는 않았다. 그녀 또한 프레데릭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습니까? 그럼, 공주님. 가보실까요?”




게라드는 에스코트하는 시늉을 하며 앞장서 걸었다. 로라메리는 게라드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복도의 끝에서 나선형 계단이 시작되었다. 계단은 좁고 가파랐지만, 게라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내려갔다.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 계단 벽에 걸린 횃불이 흔들리며 어둠을 일렁였다.




그들은 지하실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게라드는 로라메리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청한 후 뒤돌아 벽에 걸려있던 횃불을 들고 왔다.




“디몬 대공자님이 여기 계신 것 같기는 한데,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하고, 먼지 때문에 공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 순간, 검이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게라드는 재빨리 커다란 팔로 대공녀를 감쌌다.




“제 뒤에 바짝 붙어계십시오.”




그렇게 말한 게라드는 안쪽으로 조심스레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막다른 길의 끝에 디몬이 보였다.




“디몬!”




로라메리가 소리쳤다. 그녀의 음성에 디몬이 뒤를 돌아봤다. 디몬이 고개를 돌리자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테오의 모습이 보였다.




디몬은 얼굴에 분노를 띠며 소리쳤다.




“여기를··· 왜 온 거야, 롤리? 게라드 경. 내가 분명 롤리를 방에서 보호하라 명하지 않았던가?”




디몬의 목소리는 지하실의 매캐하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의 눈빛이 매몰차게 날카로웠다.




게라드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




로라메리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게라드의 말을 끊고 대신 답했다. 그녀는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를 찾아가자고 했어.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로라메리는 디몬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디몬은 분노했다. 테오가 든 등불이 디몬의 얼굴을 붉게 비추었다.




“이러고 있다니?”




디몬은 로라메리를 향해 한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로라메리는 깊은숨을 내쉬며 테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테오는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테오 경. 상황을 설명해 주겠어? 오빠와 테오 경이 왜 같이 있는지 말이야.”




“이러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인데 롤리!”




디몬이 로라메리를 향해 소리 질렀다. 테오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개인임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대공녀님.”




디몬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게라드를 향해 외쳤다.




“저것 봐. 게라드 경. 게라드 경이 모르는 임무도 있어? 게라드 경도 알고 있냐고!”




게라드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차분하게 대답했다.




“주군께서 테오 경에게 개인적으로 내리신 임무라면, 저도 알 도리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디몬은 이를 악물며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는 테오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뻗어 가리키며 말했다.




“하! 참나.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테오가, 테오 경이 아니라 우리의 형제가 되는 것은? 저 놈이 자네가 가르쳤던 루카스 형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거, 그것도 몰랐나?”




로라메리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디몬을 막아섰다.




“무슨 소리야. 그만해, 디몬.”




디몬은 로라메리를 무시하고 다시 테오를 향해 소리쳤다.




“테오 형. 그래 우리의 형이 말해보면 되겠네. 언제부터였어? 혹시 루카스 형이 죽은 것도 저 자식이 사주한 거 아니야?”




로라메리는 하늘색 눈동자를 번쩍이며 디몬을 향해 외쳤다.




“디몬 프레데릭!”




게라드는 디몬과 로라메리 사이에 끼어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대공자님, 일단 밖으로 나가시죠. 지하실의 공기가 매우 좋지 않아 염려가 됩니다.”




디몬은 분노에 차서 붉어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저 자식이 우리 홀로드 성에서 무엇을 하던 아무도 상관이 없는 거야? 아님, 벌써 이미 다 저 자식 편인가?”




로라메리는 게라드에게 고개를 돌려 단호하게 말했다.




“게라드 경. 밖으로 나가자. 테오 경도. 모두들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게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라메리를 따라 지하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디몬이 게라드를 향해 소리쳤다.




“게라드. 정신 차려, 프레데릭의 대공자는 나야.”




지하실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미··· 안, 미안하다 롤리. 네게 소리 지르는 게 아니었어.”




그 순간, 테오도르가 갑작스레 말을 꺼냈다.




“몰랐어. 나도.”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장난스러웠다. 디몬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테오를 노려보았고, 그의 정체를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로라메리는 생각에 잠긴 듯 테오의 발치를 보았다.




게라드는 얼굴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엄격하게 말했다.




“테오 경. 예를 갖추어 말하게.”




테오는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내가 형이 아닐 텐데?”




그의 태도는 여유로웠고, 디몬은 성에 차지 않은 듯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로라메리는 여전히 테오를 지켜보며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황가의 먼 친척이 자신과 가족이 되는 연유가 무엇인지 이해하려 애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두가 버리신다면, 북부에서 살아남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봄의 기운 NEW 11시간 전 1 0 13쪽
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4 0 12쪽
17 북부의 왕과 마탑주 24.09.16 8 0 13쪽
16 돌아온 레오니드 (2) 24.09.13 9 0 12쪽
15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1 0 12쪽
14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13 기억의 파편 (2) 24.09.10 11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2 1 12쪽
» 디몬의 마음 (3) 24.09.06 9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9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9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3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4 0 12쪽
6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5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3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4 0 12쪽
3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5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2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1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