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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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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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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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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레오니드 (2)

DUMMY

15. 돌아온 레오니드 (2)




연무장은 돌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으로, 내성과 연결은 되어있었으나 중간에 격자무늬의 철문이 존재했다. 위험상황 발생 시 대피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훈련 공간의 바닥은 단단하게 다져진 흙으로 덮여 있었고 군데군데 나무로 만든 훈련용 표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무장 중앙에는 연습용 나무검과 나무방패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양쪽 벽에는 활과 화살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발레리안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연무장 내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오니드는 그의 옆에서 진지한 눈빛으로 주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멀리서 보더라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멀리서 이들을 발견한 기사들은 자리에 멈춰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차렸다. 심각한 대화가 오가는 것을 눈치챘기에 그들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다. 기사들은 훈련을 이어가면서도 발레리안과 레오니드의 표정을 의식하는 듯했다.




“멸문입니다. 백작저에 있는 모두가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렇군. 레오니드, 혹시 엘림어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는 곳이 있겠는가?”




“예, 주군. 라디안시티 대도서관 또는 황실 도서관에 기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엘림어는 신전에··· 가보시는 게 가장 정확할 겁니다.”




말을 마친 그는 발레리안의 반응을 살폈다. 발레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성기사단은 전투 시 엘림어를 사용하지.”




“예, 주군. 알아듣는 이가 드물기에 그렇습니다.”




발레리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대에 신력을 가진 자들이 사용했던 언어라고 하니, 지금의 신전에서 사용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겠군”




레오니드가 아까와 달리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




“예, 주군. 맞습니다.”




발레리안은 고개를 돌려 레오니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나, 자네는 그것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나 보군.”




레오니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시 미라빌리스 부인의 마을에 엘림어를 가르쳐주는 여학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학생이 신전의 후원을 받는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합니다.”




발레리안은 놀라움과 의심이 섞인 눈빛으로 물었다.




“자네는 그 학생이 아트람의 왕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습니다, 주군. 마법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었고, 베르시아노의 영지민이었으며 신전과의 연결고리도 있습니다.”




“자네에게 신전에 대한 증오가 남아있다는 것은 알고 있네 하나, 성기사단은 우리와 전장에 함께 있지 않았는가. 아트람의 왕이 엘림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아트람이 신전과 관련 있을 거란 보장은 없네.”




“네, 주군. 명심하겠습니다.”




“베르시아노 일가의 멸문으로 가장 이득을 본 가문이 어디일 것 같나?”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주군께서도 아시다시피 화재 사건 이후로 황실에서 백작의 영지와 학교를 운영 중입니다.”




“황실에서··· 그렇지. 하지만 소유주를 잃은 땅이 제국 소유가 아니라면 더 큰 사달이 났을 걸세. 당분간 계속해서 수고해 주게.”




말을 끝낸 후, 뒤돌아 내성을 향해 걸어가는 발레리안이 갑자기 레오니드를 향해 외쳤다.




“아! 자네가 롤리를 잘 가르친 모양이더군. 우리 롤리가 티보를 이긴 것 같네! 하하하”




“···”








***








레오니드는 돌아선 주군을 향해 경례를 하고 곧바로 연무장 중앙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언제나처럼 품위 있었다. 그는 검을 뽑아 들고 기본 동작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다.




레오니드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의 외형만을 보고, 훈련을 게을리할 것이라 지레 추측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오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검을 쥔 레오니드의 손끝은 언제나 깨끗하고 단정하게 관리되어 있었으며, 그의 손에는 잔혹한 전투와 고된 훈련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레오니드는 쉬지 않고 검을 반복해서 휘둘렀다. 그의 동작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피로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땀방울이 그의 이마에서 떨어져 바닥에 튀었다. 그는 거친 호흡을 바로잡으며,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 순간, 철문을 지나 달려오는 로라메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하늘색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로라메리는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치마를 조금 걷어 올려 잡고 있었다. 빠르게 달려오기 위해서였다.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눈을 번뜩이는 그녀였다. 레오니드는 그녀의 등장에 잠시 멈칫하며 검을 든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로라메리는 숨을 고르며 레오니드 앞에 섰다.




“레오니드 경! 이거 선물.”




로라메리가 바구니 한가득 달달한 간식을 챙겨 왔다. 레오니드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물론 오래간만에 본 대공녀를 향한 반가움이었다.




“어라! 아기 공주님! 어라? 대장?”




숙소에서 갓 일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를 한 게라드가 모습을 내밀며 외쳤다. 레오니드는 게라드에서 로라메리에게로 시선을 바로 돌렸다.




“로라메리 대공녀님, 잘 지내셨습니까? 감사히 받겠습니다.”




로라메리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린아이처럼 미소 지었다.




“응! 레오니드 경! 오랜만이야. 레오니드 경이 없으니까 내 실력을 봐줄 사람도 없고···아! 물론 평소에도 레오니드 경은 바빠서 잘 못 봐주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가르쳐주잖아? 실은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인데.”




게라드는 장난스럽게 끼어들며 말했다.




“아기 공주님! 여기, 저 게라드도 있는데요”




레오니드는 게라드를 흘겨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게라드, 무례하게 아기 공주님이라니. 네 눈에는 공주님께서 지금 아기처럼 보이냐?”




로라메리는 아랫입술을 치아로 잘근거리며 레오니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레오니드··· 일단 하나 먹어봐.”




레오니드는 바구니에서 커스터드 타르트를 집어 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로라메리를 바라보며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주님. 말씀하십시오.”




로라메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예전에 레오니드 경이 나한테 선물해 준 롱소드 기억나?”




레오니드는 오물거리며 입안에 든 것을 다 삼키고 난 후 대답했다.




“예, 물론입니다.”




로라메리는 팔짱을 끼고, 코를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나한테 그 검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레오니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공주님과 어울리십니다.”




로라메리의 눈이 가늘어지며 어린아이를 겁주는 듯이 재차 물었다.




“그 말이 거짓이라면 평생 이것들을 못 먹을 텐데?”




레오니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검이 불편하십니까?”




로라메리는 조금 화가 난 듯이 말했다.




“음···그런 건 아닌데, 디몬이 그랬어. 검이 너무 커서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




“대공자님께서, 그렇군요. 저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제 말도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레오니드! 디몬 얘기만 나오면 왜 그러는 거야? 나랑 디몬이랑 위험해지면 누굴 구할 거야?”




“주군의 목숨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도 나는 레오니드의 제자잖아”




“두 분 모두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게라드는 감동받은 듯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역시 우리 대장···! 저도 당연히 그럴 겁니다, 공주님!”




레오니드는 다시 한번 로라메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검이 무거우십니까?”




레오니드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검지 손가락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검을 휘두르는 반경이 커지면, 더 무겁게 느낄 수 있습니다.”




로라메리는 입을 쭈뼛거리다가 이내 결심한 듯 물었다.




“레오니드 경, 혹시 내가 롱소드 대신 레이피어 같은 걸 쓰면 더 강해질까?”




그녀의 눈빛에는 순수한 기대감이 맴돌았다. 그때 게라드가 재빠르게 끼어들며 말했다.




“그럼요! 공주님은 레이피어가 훨씬 낫죠! 가볍고! 빠르고!”




그의 목소리는 약간 흥분되어 격양되어 있었다. 로라메리는 약간 놀란 눈빛으로 게라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레오니드는 고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강해진다는 것이 물리적인 힘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대공녀님께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활용할 가장 적합한 무기를 찾으신다면, 저도 레이피어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로라메리는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레오니드를 보며 물었다.




“그럼, 레오니드 경은 왜 나한테 롱소드를 선물한 거야?”




레오니드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것은··· 공주님께서 주군의 검과 가장 비슷한 검을 원하셔서······.”




그는 당황한 듯 귀를 두어 번 만졌다. 어찌나 세게 만졌는지 손을 뗀 자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로라메리는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인 양,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레오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옆에선 게라드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처음부터, 항상 그러셨습니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줄기 희망의 질문을 했다.




“그럼, 나는 레이피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거야?”




레오니드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게라드는 로라메리와 레오니드의 표정을 번갈아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 하지만 원하신다면 체력을 늘려서···”




확신에 찬 레오니드의 말을 게라드가 웃으며 끊어냈다.




“대장, 공주님은 지금도 충분히 강하잖아요. 그렇죠?”




눈치 없는 미남자 레오니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강하다는 것이 단순히 힘이 세다는 것을 말하는 거라면······.”




레오니드가 말 끝을 흐리자, 기회를 잡은 게라드가 레오니드의 허리춤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그러자 게라드가 원하는 대답이 레오니드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대륙의 영애들 중에는 가장 강할 것입니다.”




로라메리는 그의 말을 듣고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레오니드 경이 함께 온 그 여인에 비해서는 어때? 추격자들이 있었다며.”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레오니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진실만을 말했다.




“미라빌리스 부인은 아주 강한 마법사입니다.”




그 순간 게라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놀라운 사실에 목소리가 떨리는 그였다.




“미라빌리스 부인이 누굽니까? 대장··· 설마··· 혼인할 여인이 생기신 겁니까? 그런데··· 부인?”




게라드의 말을 무시한 채로 로라메리와 레오니드는 대화를 이어갔다. 로라메리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사는 무기로 싸우는 게 아니라 에테르를 사용하잖아.”




게라드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우리 대장이 유부녀를 데려오다니···”




레오니드는 자분자분하게 로라메리에게 설명했다.




“자신의 에테르가 마법사에게는 가장 적합한 무기인 셈이지요. 게라드 조용히 좀 하게. 지아와 레오라고, 주군께서 초대하신 모자가 있네.”




게라드가 자신의 갈색 더벅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지아 양이 홀로드성에 도착했습니까?”




그 누구도 게라드의 말에 답하지는 않았다. 로라메리는 코끝을 찡그리며 조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의문스럽게 물었다.




“마법사가 아니면 에테르를 사용할 순 없는 건가?”




레오니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간혹 있다고는 하지만, 불가능에 가깝지요.”




게라드는 급히 자리를 떠나며 말했다.




“공주님, 대장! 저는 주군께서 내리신 임무가 있어서 갑니다!”




달려가는 게라드를 보며 한숨을 쉬는 레오니드가 로라메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게라드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공주님이 항상 잘해주시니 제 주제를 모르고··· 제가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괜찮아. 레오니드 경과 게라드 경은 내 선생님이기도 하잖아.”




로라메리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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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의 기운 NEW 11시간 전 1 0 13쪽
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4 0 12쪽
17 북부의 왕과 마탑주 24.09.16 8 0 13쪽
» 돌아온 레오니드 (2) 24.09.13 10 0 12쪽
15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2 0 12쪽
14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13 기억의 파편 (2) 24.09.10 12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3 1 12쪽
11 디몬의 마음 (3) 24.09.06 9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10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10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4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5 0 12쪽
6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6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4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4 0 12쪽
3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6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2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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