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버리신다면, 북부에서 살아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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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코
작품등록일 :
2024.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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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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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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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DUMMY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무사귀환을 환영하는 연회가 시작되었다.




북부의 기사단은 마석을 팔기 위해 남부의 세 지역을 빠짐없이 돌아다녔다. 주요 도시인 라디안시티뿐 아니라, 남부를 가로지르는 에덴강의 좌우에 위치한 솔라리아와 실라스타의 모든 상단을 방문했다.




그림샤텐 숲에 서식하는 마물을 토벌하고 획득한 마석이었다. 50대의 마차에 마석을 가득 싣었고, 이는 남부에서 세공되어 값비싼 장신구로 귀족들에게 팔릴터였다.




귀환길에는 동부 에버리시티에 들러서 북부인들에게 나눠줄 식량을 사 왔다.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성공적인 원정이었다.




연회가 열리는 그레이트 홀은 눈부신 조명과 화려한 장식들로 빛났다. 촛불과 횃불이 타오르며 따뜻한 빛을 발했고, 벽에는 전투 장면을 묘사한 태피스트리가 걸려있었다. 홀로드의 상징인 석조 벽은 그 웅장함을 더했으며 긴 목재 테이블 위에는 고급스러운 식기와 더불어 다양한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로라메리는 자신의 머리색과 비슷한 은은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간단한 장식만을 달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간결하면서도 기품이 넘쳤다. 하늘을 담은 듯 푸른 눈동자는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웠다.




짙은 남색의 벨벳 더블릿을 입은 테오는 연회의 한쪽 구석에서 로라메리를 지켜보며 서 있었다. 그의 소매 끝에는 은색 자수 장식이 섬세하게 놓여 있었다. 몸에 알맞게 맞춰진 옷이 그의 단단하면서도 날렵한 체형을 돋보이게 했다.




로라메리는 그가 서 있는 구석을 보며 의문을 품었다.




‘분명 숲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새 온 거지?’




연회에는 실바니아 지역(북서쪽)의 블랑시엔 백작부부와 페르마니스 지역(북동쪽)의 뇌블랑 후작부부도 참석했다. 징집에 응하여 원정에 참여한 그들 가문의 기사들도 함께였다.




디몬의 친구이자 블랑시엔 가문의 둘째 아들 에디아르 블랑시엔도 디몬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갈색머리와 잘 어울리는 순백색의 비단 더블릿을 입고 있었으며 디몬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로라메리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순간 발레리안이 연회장의 중심에 서자 모든 사람들이 말을 멈추고 그에게 집중했다.




“북부는 북부를 버리지 않는다!”




홀로드 기사단원들이 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술잔을 높게 들고 환호했다.




“살아남은 홀로드의 수호자들과 원정에 참여한 각 영지의 기사들에게 페더페어의 마석과 500 코르다를 하사한다”




몇몇의 홀로드 기사단원들은 일어나 휘파람을 부르며 환호했다. 그중에는 티보도 포함되었다.




500 코르다로 말할 것 같으면, 기사의 하루 임금이 15 코르다였으며 식사를 포함한 여관에서의 하루 숙박비가 10 코르다, 말이 50 코르다 정도였다.




“마음껏 즐기도록. 훈련은 일주일 후 개시하겠다”




들뜬 함성이 성벽을 울렸다. 발레리안이 이내 더 할 말이 있는 듯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성내가 다시금 조용해졌다.




“이 아이를 소개한다. 이름은 테오. 이제 우리 북부에서 함께 지낼 것이니 모두가 그를 환영해 주기를 바란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테오를 환영했다. 테오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환호에 걸맞은 제스처를 취하며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고 디몬과 에디아르는 시선을 교환하며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로라메리는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 했으나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세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그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테오는 은빛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로라메리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리고 발레리안이 앉은 중앙으로 걸어가 그에게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고 귓속말을 했다.




그의 모든 움직임과 동작은 힘 있고 기품이 넘쳤다. 그러나 사내의 몸짓 따위,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기사들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발레리안이 허락을 표하듯 테오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이전에 발레리안 대공이 서서 연설했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이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티보를 포함하여 흥청거리던 홀로드 기사단은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자신들의 검을 뽑아 그를 에워쌌다.




발레리안이 오른손을 들어 그들을 단숨에 제압하자 테오가 검을 양손으로 들고 한쪽 무릎을 굽혀 검을 높게 들었다.




그것을 본 기사단들은 껄껄 거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발레리안은 테오의 앞으로 가 그의 검을 받아 들고 양 어깨를 검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일어나라, 테오. 홀로드의 기사여”




북부의 왕이, 소년을 기사단으로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홀로드 기사단원들은 검집의 칼을 조금 꺼내어 다시 넣는 것을 반복하며 ‘우-우-우-우’ 하는 큰 소리를 냈다. 환영의 인사였다.




테오는 뒤돌아 로라메리를 흘끗 보고는 기사단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받아 들었다.




디몬과 에디아르는 나란히 앉아 테오를 살피며 무언가를 꾸미듯 은밀이 소곤거렸다.




로라메리는 자신의 기사단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가 못마땅했다.








***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로라메리는 테오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으나, 필사적으로 그녀를 쫓아오는 시선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불편했다.




디몬과 에디아르가 계속해서 그의 행동을 관찰하며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녀 역시 테오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커져만 갔다.




‘왜? 모르겠어. 불편하고, 더워.’




로라메리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로라메리는 연회장을 빠져나와 정원이 보이는 테라스로 나갔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녀의 얼굴을 식혔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북부의 전경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녀가 애정하는 모든 것이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은빛으로 온통 물든 대지와 저 멀리 보이는 장엄한 분위기의 블리츠 산맥.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편에서 이질적인 무언가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때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십니까. 전하”




테오의 목소리였다. 요정 파티아드가 마법을 부린 듯 그의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다시 모여 귓가를 간지럽혔다.




당황스럽기는 테오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시선이 연회 내내 그녀를 향해 있었음은 물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가 홀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달려 나온 모양새라니.




로라메리는 그를 향해 돌아서지 않고 대답했다. 그녀의 노력이 무용하게 눈앞의 모든 것들이 그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 그의 은발 같았고, 어둠을 밝히는 정원의 등불이 그의 붉은 눈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테오는 그녀 옆으로 나란히 다가와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의 도를 넘은 무례한 태도에 순간적으로 온몸의 근육이 굳었다.




그의 존재는 그녀에게 있어 마치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추위를 타지 않으시나 봅니다. 저는 이렇게나 추운데요.”




그는 몸을 살짝 떠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러운 톤으로 말했다.




로라메리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그녀의 눈에 달라붙다시피 얽혀 들었다.




그녀는 속으로 ‘저 시선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정도 날씨에 추위를 느낀다면 북부에서 생활할 자격이 없는 것이겠지요. 체질적으로.”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뜨거운 맥박이 뛰는 목은 감출 수 없었다.




테오는 로라메리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더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순간적인 당황을 읽었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몸을 돌린 테오의 시선을 따라 로라메리가 고개를 돌리자 정원에 에디아르가 서 있었다. 그는 꽃다발을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블랑시엔 백작가의 에디아르.”




테오는 가늘게 길어진 눈으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쯧 하고 혀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테오 경.”




“인정해 주시니 그저 황공합니다. 저 친구가 꽃을 든 이유, 대공녀 전하께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에디아르요? 글쎄, 꽃을 좋아해서 들고 있는 것 아닐까요.”




테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면, 대공녀님을 위해 준비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내기를 하셔도 좋습니다만”




로라메리는 적개에 가까운 그의 화법에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굳이 내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테오 경과는”




그때 에디아르가 테라스로 걸어왔다. 그는 로라메리와 테오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 마치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오래전 홀로드에서 디몬과 함께 교육을 받던 시절이었다. 에디아르는 어린 시절부터 로라메리를 짝사랑해 왔다. 교만한 디몬과 친우사이를 유지한 것도 오직, 그녀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로라메리를 본 것은 칠흑 같은 밤하늘 아래서 그녀가, 시리도록 빛나는 달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춤추던 때였다.




수업을 마치고 디몬과 놀다 지쳐 잠에 들었던 에디아르는 백작가의 마차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잠에서 깨어 정원을 가로질러 나왔다.




가족들 앞에서 춤추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청량하고, 찬란하여 그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녀의 하늘빛 눈동자는 별빛을 담은 듯 반짝였고, 그 순간 에디아르는 마치 요정을 본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날부터 에디아르는 그녀에게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그녀의 격의 없는 웃음소리, 강인한 의지, 그리고 북부를 위한 따뜻한 마음씨까지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 그를 매료시켰다.




에디아르는 로라메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언제나 닿지 못했다. 로라메리는 그를 디몬의 친구로만 생각했고, 그가 명확히 전한 적 없는 진심을, 그녀가 알 리 없었다.




“로라메리 전하, 여기 있었군요.”




에디아르가 다가온 것도 모자라 말을 걸자 로라메리는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둘만 있을 때는 서로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곤 했던 그들은, 테오가 함께 있는 탓에 평소와는 다른 어투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에디아르··· 님, 무슨 일이죠?”




에디아르는 미소를 지으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꽃다발을 건네는 그의 손끝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긴장한 탓에 땀이 밴 목덜미가 눈에 띄었다.




“오늘은 이것을 전하기 위해 홀로드에 방문한 것입니다. 북부의 빛나는 별을 닮은··· 음 그러니까, 꽃입니다!”




로라메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고마워요, 에디아르. 정말··· 정말 아름다워요.”




로라메리는 꽃다발을 받는 순간 무심코 테오의 반응을 살폈다. 테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라메리는 짜증이 났다. 디몬이 어떤 수를 쓴 지 모르겠으나, 갑작스러운 에디아르의 변화도, 왠지 모를 손 끝의 간지러움도 모두 불편하고 불필요했다.




에디아르는 부끄러운지 그녀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테오는 로라메리의 시선이 에디아르에게 오래 머무르지 않음을 알아챘다. 그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어 자신의 곁에서 풍기는 바다 내음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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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의 기운 NEW 11시간 전 1 0 13쪽
18 지나간 시간과 마음 24.09.17 4 0 12쪽
17 북부의 왕과 마탑주 24.09.16 8 0 13쪽
16 돌아온 레오니드 (2) 24.09.13 9 0 12쪽
15 돌아온 레오니드 24.09.12 12 0 12쪽
14 마탑주의 방문 24.09.11 12 0 12쪽
13 기억의 파편 (2) 24.09.10 12 0 12쪽
12 기억의 파편 (1) 24.09.09 12 1 12쪽
11 디몬의 마음 (3) 24.09.06 9 0 12쪽
10 디몬의 마음 (2) 24.09.05 9 0 12쪽
9 디몬의 마음 (1) 24.09.04 10 0 12쪽
8 오늘부터 24.09.03 14 0 12쪽
7 마탑에서 생긴 일 24.09.02 14 0 12쪽
6 북부는 어떤 곳입니까? 24.08.30 15 0 13쪽
5 원정에서 생긴 일 24.08.29 13 0 12쪽
4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24.08.28 14 0 12쪽
» 북부의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08.27 26 0 12쪽
2 북부에서의 첫만남 24.08.26 32 0 12쪽
1 프롤로그 24.08.26 4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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