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국가가 무너지고, 종교가 무너지고, 도덕마저 무너진 세상. 사람들은 점성술, 사이비 종교, 미신들에 빠져들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난 '작명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잘 나갔다. 금방 세상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명가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한이 나를 죽였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깨어나 보니, 신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신은 내게 말했다.
"너에게 다시 기회를 주겠다. 이번엔 단순히 이름을 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힘을 주겠다."
그렇게 나는 신의 대리자가 되었다.
내가 지은 별명이 사람들의 가슴에 낙인처럼 새겨지고,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 것이다. 내가 '빛나는 영웅'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그 사람은 영웅의 길을 걷게 될 확률이 높고, 내가 '비루한 쓰레기'라고 이름을 지으면, 그 인생은 망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제 내 목표는 분명하다.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자들, 그 중에서도 죽음의 배후인 검은성좌라는 집단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그들은 나를 이용하려 했고, 나는 그들에게 이 능력으로 복수할 것이다. 그들의 가슴에 내가 지은 이름을 낙인처럼 새겨줄 것이다. 이 게임은 이제 내가 주도한다.
나는 성명신. 이름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그리고 이제, 그들의 운명을 바꿀 차례다. 그런데, 이 자들··· 역으로 내가 쓴 별명들을 이용하려 한다. 한번 해보자는 거지? 너희들을 파멸시켜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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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버고, 검은성좌의 은혜로 '처녀자리'라는 이명을 받아 어린 나이에 열두성좌의 자리에 올랐다. 내 종교, 검은성좌는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그들이 내게 준 이 기회를 절대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기대에 부푼 채 첫 회의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날,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내 종교, 검은성좌는 알 수 없는 자의 공격을 받았다. 조직원들의 가슴에 '배신자', '쓰레기', '타락한 자'라는 저주받은 낙인이 새겨졌다. 그것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었다. 그 낙인은 그들의 운명을 뒤틀어 버리려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짓을 저지른 자는 신인가, 아니면 초능력을 지닌 인간인가. 그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 검은성좌는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
"재밌겠는걸, 오히려 이용해보자,"
어떤 성좌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다른 이들도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짓을 벌인 자를 찾아내 죽여주겠어,"
또 다른 성좌가 결의를 다지며 말했다.
새로 만난 열두성좌 동료들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단단히 각오하고 있다. 그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고, 우리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각오해라, 절대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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