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작명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날다람0808
작품등록일 :
2024.08.27 12:39
최근연재일 :
2024.09.06 19: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68
추천수 :
0
글자수 :
91,488

작성
24.08.27 15:06
조회
15
추천
0
글자
13쪽

신의 대리자가 된 내 임무는 작명?

DUMMY

"이 세계는 망했어.“


D.C 2900년,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2500년대 초, 로봇들이 세상을 점령했던 대전쟁이 끝난 뒤, 인간들은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끝없는 전쟁 끝에 국가가 무너지고, 종교가 무너지고, 결국 사회 자체가 붕괴해 버렸다.


무정부 상태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무언가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사이비 종교, 점성술, 미신··· 그들이 찾는 건 오로지 자신을 지켜줄 무언가였다.


나는 그 현상을 이용했다. '작명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 이름은 성명신. 나는 단순한 작명가가 아니다. 내가 짓는 이름은 그 사람의 운명과 성격을 결정짓는다. 내가 지은 이름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의 인생을 바꿨다. 그 덕에 이 도시에서 내 이름은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내게 찾아와 이름을 부탁했다.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내 앞에 펼쳐진 그들의 운명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운명에 맞는 이름을 지었다. 이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내가 잘 해내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감사합니다, 성명신 선생님! 이 이름 덕분에 제 인생이 더 잘 풀릴 거라고 확신해요.“


마지막 손님이 떠나며 활짝 웃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직업이 가치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피로감도 밀려온다. 온종일 사람들의 운명과 이름을 맞추다 보면 정신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늘은 정말 피곤했다.


다음 주에 있을 큰 의뢰가 부담으로 다가와서일까. 오늘따라 몸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일단은 퇴근해서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오늘도 수고했어, 성명신.”


스스로를 격려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어두운 거리가 나를 맞았다. 시계는 이미 자정을 넘어섰다. 이 시간에는 거리도 한산하고, 사람들도 거의 없다. 조용히 집까지 걸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은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보통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평소라면 이 거리도 가볍게 걸었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발걸음이 무거웠다. 무엇 때문일까. 한참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내 뒤를 쫓고 있는 것 같은···


‘설마··· 그럴 리가 없지.’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떨쳐냈다. 괜히 스스로를 겁먹게 하는 건 싫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내 뒤를 따르는 것처럼, 발걸음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도대체 뭐야···?’


두려움이 밀려왔다.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분명 아무도 없는 거리인데, 내 발걸음에 맞춰지는 또 다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은 점점 빨리 뛰었다.


‘빨리 집에 가야겠다.’


한 걸음, 두 걸음, 나는 점점 더 빠르게 걸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발걸음 소리도 함께 빨라졌다.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고 싶었지만, 도망칠 곳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그 순간, 누군가가 내 뒤에서 날아들었다. 강한 충격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바닥에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찢어졌다. 고통에 신음이 나왔다.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누군가가 내 위에 올라탔다.


“무슨··· 당신.. 누...”


말을 잇기도 전에 강한 손이 내 목을 움켜쥐었다. 숨이 막혔다. 팔로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힘이 너무 강했다. 점점 숨이 막혀왔다. 눈앞이 어두워졌다. 이대로 죽는 건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죽게 되는 건가?


‘나는··· 이렇게 죽는 건가···’


마지막으로 스친 생각이었다. 내게 복수를 하려는 사람인가? 아니면 단순히 미친 사람의 짓인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자신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책임을 다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눈앞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 나는 잠시 동안 얼굴을 봤다. 하지만 기억 속에 남은 건 그 얼굴의 형체뿐이었다. 마치 기억을 왜곡하는 듯, 그 얼굴은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내 세상도 깜깜해졌다.


의식이 돌아온 건 어딘지 모를 새하얀 공간이었다. 나는 내가 누워 있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게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성명신, 넌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목소리만이 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누구야···?”


나는 힘겹게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목소리는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었다.


“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죽음은 네게 끝이 아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힘이 엄청났다. 마치 모든 것을 지배하는 힘처럼, 거부할 수 없는 권위가 느껴졌다.


“나는 신이다. 그리고 너는 나의 대리자가 될 것이다.”


신이라니. 그 말이 어리둥절했다. 나는 이제 막 죽임을 당했는데, 그 이후에 이렇게 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목소리는 너무나도 확고했다.


“너의 능력을 알고 있다. 그 능력을 통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인간 세상을 지켜보며, 그들의 운명을 바꿀 힘을 주겠다.”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목소리는 진실된 것 같았다.


“이제 너는 나의 대리자로서, 인간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가슴에 새로운 별명을 지어 그들의 운명을 정하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서서히 다시 몸의 감각을 되찾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내 주위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하얗고 무한한 공간 속에서, 나는 새로운 힘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 기계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환영합니다, 성명신 주인님. 저는 AI 보좌관 루미엘입니다. 앞으로 주인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루미엘. 나는 처음 보는 금속체를 발견했다. 인간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고 내 취향이 반영된 듯 몹시 예뻤다.


“앞으로 인간 세상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주인님께 전달드리겠습니다.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이름을 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로운 공간에서, 그리고 이 새로운 역할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죽음을 맞이한 나에게, 이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복수···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나는 루미엘과 함께 인간 세상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신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며, 그들의 운명을 조종할 수 있는 신의 대리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루미엘이 뭔가 중요한 말을 꺼냈다.


“참고로 주인님, 인간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은 주인님께서 부여하시는 별명에 달려 있습니다. 즉, 주인님이 작명하시는 별명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죠. 아주 중요한 임무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이름으로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게 내게는 익숙한 일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눈앞에 하얗고 끝없는 공간이 펼쳐져 있고,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나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거라니···


이게 진짜라면, 난 갑자기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었다.


“잠깐, 그럼 내가 잘못된 별명을 지으면···?”


루미엘은 차분하게 답했다.


“그럴 경우, 그들의 운명은 아마도··· 매우 좋지 않게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불운아'라는 별명을 부여하면 그 사람은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겁니다. 그러니 주인님, 신중하게 작명해주셔야 합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잘못된 이름 하나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이거 진짜 너무 부담스러운데···”


루미엘은 내가 느끼는 압박감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처음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은 이미 작명가로서 뛰어난 경력을 가지고 계시니, 충분히 해내실 겁니다. 게다가, 저도 옆에서 주인님을 돕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루미엘의 말은 나름 위로가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속엔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다니,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해야 했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루미엘이 내게 다가와 기계적으로 정돈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신의 대리자로서 주인님께서 수행하시는 이 임무에는 보상이 따릅니다.”


“보상?”


나는 잠시 당황했다.


“이게 무슨 보상일 만한 일인지 모르겠는데···”


루미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 이 임무를 수행하시게 되면, 100년 후 신께서 주인님께 소원을 하나 들어드릴 것입니다. 그 소원은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소원? 정말로?”


“네, 정말입니다. 주인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신께서 그 소원을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다시 살아나는 것도 가능합니다.”


나는 루미엘의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되살아난다고? 그러니까, 내가 이 일을 100년 동안 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신의 대리자로서 100년간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시면, 주인님께서 그 무엇이든 바라는 대로 이루실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나는 단순히 신의 대리자로서 이름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 그 끝에 나를 기다리는 보상이 있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다니··· 이 일이 그저 끝없는 임무가 아니란 걸 알게 되니, 묘한 희망이 생겼다.


“100년 후에 말이지···”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이 거대한 임무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나는 이 일을 잘 해내야겠군.”


루미엘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께서 충분히 해내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언제나 주인님을 도와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루미엘의 말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루미엘의 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100년 동안 이 일을 수행하면, 신이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 그 소원이 무엇이든 가능하다면··· 나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왜 죽었을까?“


내 목숨을 빼앗은 자가 누구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은 내가 지은 이름들, 그 속에 담긴 운명을 두려워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루미엘,"


나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나?“


루미엘은 잠시 조용히 있었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인님께서 죽임을 당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의 기억 속에 그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죽기 직전, 나는 분명히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 그 얼굴은 마치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듯 흐릿했다.


왜 그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걸까?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 기억을 뚜렷이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걸까?


'왜··· 왜 나를 죽였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루미엘은 내가 고민에 빠진 것을 눈치챘는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 신의 대리자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주인님께서 잃어버린 기억들이 점차 드러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님이 찾고자 하는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나는 이 일을 해내면서 내가 죽은 이유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그들이 누구든지 간에.


"좋아,“


나는 결심을 다지며 루미엘을 바라봤다. "100년 동안 이 일을 해낼 거야. 그동안 내가 누가, 왜 날 죽였는지 밝혀내고··· 그 후에 신에게 내 소원을 말할 거야. 되살아나서, 모든 걸 바로잡을 거라고.“


루미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주인님의 결심을 존중합니다. 저는 주인님께서 그 목적을 이루실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내 앞에 놓인 길은 험난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길을 가야만 한다. 신의 대리자로서,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한 길을. 나는 새로운 힘을 얻었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나에게 달려 있다.


'기다려. 제대로 된 복수를 보여주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이 된 작명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검은성좌 축하 회의 24.09.06 4 0 14쪽
15 바다가 보고 싶어 24.09.03 4 0 13쪽
14 제미니의 계략 24.09.02 6 0 14쪽
13 새로운 패를 얻었다 스파이 오리온 24.09.01 8 0 13쪽
12 타우루스 사건 대책 회의 24.08.31 8 0 13쪽
11 황소자리 성좌 타우루스 24.08.30 8 0 12쪽
10 첫번째 열두성좌 회의 24.08.30 10 0 12쪽
9 내 이름은 버고, 처녀자리 성좌가 되었다 24.08.29 12 0 12쪽
8 아이들의 운명을 작명하다 24.08.28 13 0 14쪽
7 검은 성좌를 먼저 치다. 24.08.28 12 0 13쪽
6 검은성좌를 추적하다 24.08.27 11 0 14쪽
5 배신자 처단 24.08.27 10 0 14쪽
4 나의 장례식 24.08.27 12 0 14쪽
3 첫번째 작명이자 복수, 발목잡힌 인생 24.08.27 15 0 15쪽
» 신의 대리자가 된 내 임무는 작명? 24.08.27 16 0 13쪽
1 프롤로그 24.08.27 20 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