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작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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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람0808
작품등록일 :
2024.08.2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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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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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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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고 싶어

DUMMY

제미니에게 당한 뒤, 나는 허탈함에 빠져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제미니는 내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판을 뒤엎었다. 이 교활한 놈이 이렇게까지 내 계획을 무너뜨릴 줄이야.


나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머리가 복잡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제미니의 마지막 웃음이었다. 내가 스티그마를 조작했을 때 그는 그 웃음을 참고 있었던 건가? 그는 내가 스티그마를 바꿀 것을 알고 그에 맞춰 계략을 짠 걸까?


'정말 그렇게 생각한 거야?'


내 자신에게 물었다. 제미니는 나를 손바닥 안에 올려놓고, 내가 뭘 할지 완벽히 예측했던 건가?


나도 모르게 손을 쥐었다.


성명신, 넌 정말 그 정도로 무능했던 거야? 복수를 위해 이렇게 오랫동안 계획하고 움직여왔는데, 결국 이런 허술한 계략에 말려들다니.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화면 속에서는 제미니가 여전히 신도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신도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구원받기를 열망하며 환호하고 있었다.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이, 그가 생각한 단 하나의 계략에 무너졌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복수를 위해 이 스티그마라는 힘을 사용해왔다. 내 가슴속에 깊이 박혀 있던 그 이름, 성명신. 그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의 운명을 내 손으로 바꿔왔다. 그들은 모두 나를 두려워했다. 신의 대리자라는 그 칭호로, 나는 그들에게 스티그마를 부여하며 그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누구도 내 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름을 부여받은 자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살게 되었다. 내가 부여한 이름은 그들의 인생에 깊이 새겨졌고, 그들의 운명을 지배했다. 나는 그것을 보며 복수의 쾌감을 느꼈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내 손으로 되찾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손끝에서 탄생한 이름들, 그 이름들이 얼마나 많은 삶을 바꿔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이름에 의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지켜보며, 나는 신의 대리자라는 그 역할에 만족해왔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이 제미니의 한 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이, 그 하나의 계략에 의해 무의미해진 것만 같았다. 제미니는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부정했다.


'내가 부여한 이름들이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그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 이름들이 정말 그들의 삶을 바꾸었을까, 아니면 그저 하나의 저주로서 그들의 가슴에 남았을 뿐일까?


내가 그들에게 부여한 스티그마는 단지 나의 복수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을 파멸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들이 고통받고, 그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 나는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그 만족감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제미니는 나의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어, 그것을 뒤집었다. 그는 그 스티그마들을 이용해 자신을 구원자로 만들어냈다. 내가 부여한 저주를, 그는 오히려 자신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그의 계략에 넘어간 나는, 내가 신으로서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했던 것인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과연 옳았던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로 만족스러웠던 걸까?


그리고 이제 제미니가 내 앞에서 스스로를 구원자로 선언하며,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부정했다. 나는 그 앞에서 무력하게 서 있었다. 그는 내가 부여한 이름들, 그 스티그마들을 이용해 자신을 높였다.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내 이름들을 무너뜨린 것이다.


나는 속으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복수를 위해 이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나는 나 자신조차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제미니는 나를 완벽하게 이해했고, 나의 약점을 파고들어 나를 무너뜨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었다. 제미니의 계략에 넘어간 지금, 나는 그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그의 계략을 무너뜨리기 위해, 나는 어떤 이름을 만들어야 할까?


루미엘이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나를 향한 믿음이 서려 있었다. 루미엘은 언제나 나를 신뢰했고, 내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왔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제미니의 계략에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루미엘."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내가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나는 결심했다. 제미니가 나를 무너뜨렸다고 해서, 내가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세상을 둘러보기로 했다.


제미니의 방송 이후, 나는 세상을 둘러보며 사람들이 얼마나 혼란에 빠져 있는지를 느꼈다. 스티그마 현상은 이미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제미니의 교활한 방송은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각자의 스티그마에 얽매여,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골목길을 지나며 한 무리를 보았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스티그마를 이야기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자랑스럽게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정직한 상인'이라는 스티그마를 받았어. 이게 나의 진정한 모습이지. 이제 누구도 나를 의심하지 못할 거야."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나 그중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기만자'라는 스티그마를 받았어. 사람들이 나를 경멸해. 아무리 노력해도 신뢰를 얻을 수 없어."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 스티그마를 받은 사람은··· 위험해. 언제든 배신할 수도 있는 거잖아. 우리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혼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스티그마는 단순히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인간관계와 사회적 위치까지도 뒤흔들고 있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한 커다란 건물 앞에 모인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고성과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의 갈등은 이미 물리적인 충돌로 번지기 직전이었다.


"너 같은 '거짓말쟁이'가 여기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믿을 수 없어!"


"네가 받았다는 '성실한 일꾼'이란 스티그마가 진짜라고 생각해? 거짓으로 꾸며낸 거 아냐?"


서로에게 던지는 그들의 말 속에는 의심과 증오가 가득했다. 스티그마가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완전히 깨트려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제미니는 그 상황을 이용해 더욱 큰 혼란을 일으켰다.


나는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스티그마에 너무도 얽매여 있었다. 그들이 받았던 이름이 그들의 삶을 규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이게 제미니가 원했던 건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미니는 이런 혼란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바랐던 대로,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회는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었다. 스티그마가 사람들 사이에 깊이 박힌 분열의 씨앗이 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하고 있었다.


나는 혼란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스티그마에 너무도 집착하고 있었고, 그것이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적대하며 더욱 깊은 갈등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제미니가 만들어낸 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내가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했다. 스티그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아직 알 수 없었다. 제미니가 만들어낸 혼란은 너무도 크고, 그 파급력은 이미 나의 예상 범위를 넘어섰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제미니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지, 나는 더 깊이 고민해야 했다.


루미엘이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주인님, 이 상황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네요. 제미니가 얼마나 교묘하게 사람들을 조종했는지··· 이대로 두면 더 큰 혼란이 올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루미엘. 제미니가 만들어낸 이 혼란을 멈추지 않으면 안 돼. 우리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강하게 나서야 해."


루미엘은 내 결심에 힘을 실어주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주인님. 이번엔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이 혼란을 끝내고, 사람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 혼란을 끝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제미니가 만들어낸 이 거대한 혼란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생각에 잠겨 고개를 들어 루미엘에게 말했다.


"루미엘,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를 보여줄 수 있을까?"


루미엘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바다요? 그럼 제가 바로 CCTV를 통해 연결해드릴게요. 어느 쪽 바다가 좋으세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국의 동쪽 바다를 보고 싶어. 그곳이 가장 평화로울 것 같아."


루미엘이 손짓을 하자, 눈앞에 커다란 화면이 나타나며 푸른 바다의 광경이 펼쳐졌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파도,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그리고 그 위로 부서지는 햇빛이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잠시 마음을 놓았다. 바다를 보고 있으니, 지금의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정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저기··· 저게 뭐지?" 나는 루미엘에게 물었다.


루미엘이 화면을 확대하자, 그곳에는 한 소녀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바닷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소녀는 손을 뻗어 무언가를 느끼려는 듯 바다 위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그 소녀의 모습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그녀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듯 보였고, 그 표정 속에는 깊은 슬픔과 고독이 엿보였다.


"저 소녀는··· 누구지?"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루미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정보가 없어요, 주인님. 하지만 그녀가 저곳에서 혼자 있는 걸 보니,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 소녀가 왜 저곳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녀의 고독한 모습은 나에게 어떤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나 역시도 그녀와 같은 고독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루미엘, 저 소녀에 대해 더 알아봐 줄 수 있을까?"


나는 다시 한번 부탁했다.


루미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네, 주인님. 제가 그녀에 대해 알아볼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며, 그 소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녀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외로움이 마음에 남아, 그 소녀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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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고 싶어 24.09.03 4 0 13쪽
14 제미니의 계략 24.09.02 6 0 14쪽
13 새로운 패를 얻었다 스파이 오리온 24.09.01 8 0 13쪽
12 타우루스 사건 대책 회의 24.08.31 8 0 13쪽
11 황소자리 성좌 타우루스 24.08.30 8 0 12쪽
10 첫번째 열두성좌 회의 24.08.30 10 0 12쪽
9 내 이름은 버고, 처녀자리 성좌가 되었다 24.08.29 12 0 12쪽
8 아이들의 운명을 작명하다 24.08.28 13 0 14쪽
7 검은 성좌를 먼저 치다. 24.08.28 12 0 13쪽
6 검은성좌를 추적하다 24.08.27 11 0 14쪽
5 배신자 처단 24.08.27 10 0 14쪽
4 나의 장례식 24.08.27 12 0 14쪽
3 첫번째 작명이자 복수, 발목잡힌 인생 24.08.27 15 0 15쪽
2 신의 대리자가 된 내 임무는 작명? 24.08.27 15 0 13쪽
1 프롤로그 24.08.27 20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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