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화가 아돌프가 히틀러를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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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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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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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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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 몸에 악마가 있어요!

DUMMY

2.


아돌프 히틀러라는 사람의 한 생애와 죽음은 누구나 알고 있을 터였다.


화백이 되길 꿈꾸다가······ 무려 미술 대학을 '2번' 떨어진 남자!

분노와 독기 그리고 민족 혐오를 기반으로 정계에 입문한 남자!


바이마르 공화국 총리.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의 총수.

나치의 대-총통.


최후까지 열렬한 광신도들과 함께 세상을 지옥 유황불로 끌고 가려고 하였으매, 스스로가 지은 죄가 심히 두려워 자결한 전범.

그런 '상식'이 머리를 채운 나였다.


···

···

···


1908년 5월 2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Wien) 거주지.


“하나님 혹시······ 듣고 계십니까?! 제가 도대체, 왜!”


마른침을 삼키며, 세면 거울을 응시했다.


상세히 알려진 사각 콧수염.

그리고 8:2의 저주받은 가르마는 없었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독기 가득 서린 눈매와 이목구비.

고것이 중장년기의 히틀러를 떠올리기 충분했다고.

애초에 이건 내 얼굴도 아니었다.


“하나님이든, 예수님이든, 지구 작가든 그 밖에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왜 저를 히틀러로 빙의시키시옵니까?! 도대체 왜! 인생 살기도 바쁜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는다.

분명 유창하게 했던 한국어임에도 특유의 어눌함이 섞여 있었다.


대명사로 일명 ‘사각 콧수염'이 되어버린 충격 때문인지 전신을 가누는 게 고역이었다.


머리가 반쯤 작살난 기분.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이자 학살자가 될 남자, 아돌프 히틀러로 빙의해 있었다.


히틀러가 된 건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이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잘 들으시오, 아돌프 작가! 우리는 이 세상을 원대한 아리아인의 영토와 터전으로 만들 것이오! 제3 제국을 다시 여는 것이오!


유황불에서 고문당해도 싼 놈.

그 원본.

OTL 히틀러가 내 영혼에 붙어있었다!


'오, 젤나가 맙소사.'


느껴진다. 내 말랑한 영혼에 흉측한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있는걸.


내가 호흡할 때마다 그 기를 빨아먹어 불쾌한 이물질이 낀 것 같았다.


-이 세계는 오로지 순수혈통 아리아인, 독일인만을 위한 세계를 만들 것이오! 이번에는 다르오. 인종적 오염을 거부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니!


전 세계를 지옥으로 밀고,

온 인종을 말살해야 직성이 풀릴 전성기의 그가.

반인륜적인 광기가 내게 속삭인다.


악이 되라고····.

육신을 내놓고 포기하라고.

우리만을 위한 땅을 세우라고!


···

···

···


내 대답은 한마디면 족했다.


“주님!"


어금니를 사리문다.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안돼.'


이미 정신적으로 한계다.

여기가 내 심상 깊은 곳인지, 지옥 어딘가인지는 차츰 알아봐야 할 참이지만.


"이 어린 양의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악의 종자, 악의 씨, 적그리스도를 제게서 씻으매 구원해 주소서! 아멘!”

-뭐 하는 짓이오?! 처, 천사들이 올 걸세! 당장 멈추시오! 그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요!

"······만화로 배우는 구약성경에서 봤다."


으아아아아!


"굳센 신앙과 뚝심만 있다면야. 그 어떤 악마든! 한강에서 떠다니는 변사체처럼 조져버릴 수 있다고 그분께서 그랬어! 히틀러 까불면 죽는 거야."

-뭣.

"덤벼라, 이 사탄마귀 새끼야! 바티칸의 구마제령을 보여주마!"


물을 가득 채운 세면대에 고개를 박는다.

폐로 물이 들어오니, 숨이 시리다.

알고 있다.

이게 미친 짓이라는 걸.


-이, 이런 무식한 자가 있나?!! 커흐흑. 폐 속으로 물이··· 커흐흐흐흑. 자, 잠깐만 기다려보게에. 보글보글보글.


하지만 악마다운 비명이 들리노니, 고통스러워함에 더욱이 세례에 박차를 가했다.

미쳤어도 상관없다.


-······.

“해치웠다.”


영혼에 기생한 히틀러가 축 늘어진 게 보인다.


-보글보글.


정화의 효과가 있었다.

완전 병 주고 약 주고이긴 해도 약을 주는 게 어디인가?

여유가 생기면 제대로 구마부터 받든가 해야겠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내가 히틀러가 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거울 속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살아야 한다."


언젠가 답을 찾으리라.





* * *





1908년 11월 2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Wien) 중앙 시가지.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뼈까지 시려오는 냉기였다.


“이번에도 성과가 없군··· 없어.”


빌어먹을,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된단 말이지.


내가 히틀러에 빙의한 3~4달 정도를 대학, 대도서관, 오컬트 단체.


심지어 사이비 종교까지 들어갈 정도로 사방팔방 정보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한데 아무런 소득이 없는 헛짓거리였다니!


"어찌 이리되는 게 없냐?”


20세기 초는 온갖 유언비어가 판치는 곳이었지만, 그게 진짜 유언비어인지는 까봐야 아는 것.

일단 내가 시험한 걸 기준으로 해봤을 때, 평균적인 성공 확률이 0%에 수렴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성공한다고 해도··· 좋게 넘어갈 가능성만 있지도 않고.

21세기 현대인인 내가 느끼기에도 이런 상황이 영 현실성 있는 일이 아니었다.


'더럽게 춥네! 진짜.'


가뜩이나 추운 날씨.

열을 보존하기 위해 몸을 바짝 말았다.

롱코트와 중절모 차림으로 거리를 나선 나는 자연스럽게 분위기와 동화되어 있었다.

워낙 돈이 궁하여, 코트보다는 천 쪼가리에 가깝긴 했다.


고급스럽게 장식된 짐마차 그리고 대량 생산이 막 시작된 T 모델 자동차가 대로를 달렸다.

나는 역사의 사료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히틀러로.’


빌어먹을.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냉정하게 생각해야지.

기억에 의존하여 히틀러가 자주 방문하던 카페 하우스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늘 먹던 걸로.”

“알겠습니다.”


다급히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머리가 아파졌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술가가 되려던 유년기 ‘히틀러’의 기억.

현대인 이민자 2세대 ‘백인호’의 기억이 뒤섞여 두통이 심했다.


이미 빈 자리가 적었다.

마지못해 창가 구석 자리에 앉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이내 안전한 걸 확인하자 탄식을 휙 뱉었다.


“휴우, 괜찮군.”


원 역사에서 히틀러와 깊게 연관된 인물이 있는가 살피는 과정.


가끔 관련된 인물을 만날 때 ‘진짜 히틀러’가 깨어나기도 했었다.

몸을 조종한다고.

만일 육신의 통제권을 넘겨준다면·········.


"히틀러 씨?"

"아."


생각할 틈 없이 대리석 테이블 위로 음식이 올라왔다.


“여기 주문하신 요리 나왔습니다, 히틀러 씨. 셈멜 그리고 모카커피입니다. 서비스로 나온 소시지도 같이 있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아침 식사로 홀린 듯 주문한 둥그런 셈멜빵과 커피, 소시지가 나왔다.

나는 마치 걸신들린 듯 그걸 일순간에 해치웠다.

오, 맙소사.

1900년대는 도대체 뭐 하는 동네라 밥이 이리도 맛난가!

특히나 소시지의 풍미가 예술적이었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원본 역사랑 판이해서 문제인데.”


식사를 끝마친 나는 냅킨으로 입을 어영부영 닦으며 사색에 잠겼다.


1908년.

아돌프 히틀러로 빙의했다.


그러나 현실과 사뭇 다른 게 있다면, 이 히틀러는 원 역사와 달리 미대에 합격했다는 점이다.


"히틀러 군 맞소?"


건장한 노신사가 내 앞을 서성거렸다.


“여, 엽서 하나만 주겠소? 기차 시간이 늦어서 말이오!”


스윽.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종이와 물감 그리고 펜을 꺼낸다.

일순간에 여백을 채워 넣는다.

괜히 천재라 불리는 건 아니다.

그릇된 관심 때문이지, 그림 그리는 건 좋아했다.


“여기 있습니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고성이구려, 고맙소!”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해야지.

노신사가 사라지며 뒤에 우르르 줄 선 사람들.

작업한 그림을 손님들에게 넘겨준다.


'하아······ 그래, 이런 삶이 가장 좋다니까.'


원래 히틀러는 카페 하우스를 자주 방문했었다.

이 시기, 가난한 화가의 전형적인 일상인 셈이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니 옛 시절로 돌아간 기분.

고등학생 때는 이렇게 그림을 그렸었지, 초상화도 그려주고.


“히틀러, 여기 있나?”


끼이익. 인파를 피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누군가가 히틀러를 불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겠지만.

소리의 근원지를 확인하자 무의식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쿠비체크. 오늘은 연강 있다고 하지 않았나?”

“오늘은 강의가 일찍 끝났거든.”


아우구스트 쿠비체크(August Kubizek)가 작업하고 있는 내 앞자리에 앉았다.

이마를 훤히 드러낸 곱슬머리 그리고 축 처진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유년기 히틀러의 유일한 친우.


빈 음악원의 지휘자 지망생이요, 충성심의 표시로 나치당원이 된 사내.

쿠비체크가 카페 하우스 메뉴판을 살피며 메뉴를 주문했다.


“커피 모차르트(Mozart)랑 조식 세트 그리고 일간신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쿠비체크 씨. 히틀러 씨랑 같이 앉으시죠?”

“그렇죠.”


외투를 의자에 건 쿠비체크가 히죽였다.

쿠비체크는 아침마다 이곳에서 조식을 먹는 게 일상이었다.

담소를 나누거나 혹은 그림 엽서를 그리는 걸 구경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히틀러. 자네 그림 팔렸다면서.”


쿠비체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꼬리를 말았다. 놀리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말투가 진중하고 신사적이었다.


장난기도 일절 없었고.


그나저나 그림이 팔리다니?


“뭐?”


잠시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니까. 원래 미술계에서 그림이 팔리는 과정은 좀 시간이 걸리는데 말이다.


“이번에 자네가 그림 새로 그렸잖나. 5월에 말이야. 뭔 카페 하우스 그리다가 갑자기 엎어버리고 새로 그린 거! 나도 이번에 처음으로 꽤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어······ 친구로서 얘기하자면 그런 셈이지!”


쿠비체크가 어깨를 으쓱하며 여유롭게 호탕 쳤다. 무슨 그림인지는 기억난다. 히틀러의 죽음과 관련된 작품이니까.


“···누가 샀는데?”

“나도 우편부한테 들은 거라서 잘은 몰라.”


덤덤히 쿠비체크가 설명을 이었다.


“미국에서 온 남매야. 기차를 타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닌다고 하더라고? 파리에서 왔다는데 미술 대학을 방문했다가 자네 작품을 봤다는데, 마음에 든다더군?"


아는 인물이 나왔다.

미친, 아무리 봐도 그 사람들인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로 올 예술+미국인 남매가 몇이나 되겠는가?

묵혀둔 커피를 쭉 들이키며 물었다.

씁쓸한 맛이 일품이었다.


“혹시 그 사람들 성씨가 스타인?”

“오, 그랬던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아?”


쿠비체크가 마른기침했다.


“그 미국인 남매가 유명해. 신흥 강자들이지.”

“얼마나 유명한데?”

“모차르트의 음악이 나오도록 보필한 쾨헬 씨 정도의 입지겠군.”


내 얄팍한 음악적 지식으로는 그 정도의 설명밖에 못 했다.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었어?!”


모차르트의 작품명 뒤에는 항상 K가 붙는다.


루트비히 폰 쾨헬.

모차르트 연구가로 모차르트의 음악이 출판되도록 정리하고 도운 인물.

괜스레 쿠비체크가 놀라는 게 무리도 아니었다.


“그 남매는 미술 브로커야.”

“후원자인가?”

“그런 셈이지.”


훗날 1차세계대전 이후, 예술가들의 후원자로 남는 1세대 컬렉터들.


그중 내 눈길을 끈 것은 스타인 남매 중 누나.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었다.


'완전 거물이지.'


무명 시기 피카소를 후원하고,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수집 및 지원한 사람.


또 본업으로 소설가 일도 하기에 그 어거스트 헤밍웨이가 감평받았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미술 수집상!


그런 그녀가 내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니.

삶의 의욕을 조금씩 되찾는 기분이다.


또 프랑스 파리에 있는 스타인 살롱(Salon, 사교계 휴게실)에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훗날 초대받을지도 모르는 일!


"17번 테이블 맞죠?"

"예."


대화를 나누는 우리 사이로 음식을 한가득 들고 온 직원.

맛난 아침 식사가 테이블로 쏟아지듯 배치된다.


“쿠비체크 씨?”

“오, 고마워요!”


쿠비체크가 불붙지 않은 궐련을 보드랍게 올려놓았다.

이내 따끈따끈한 모차르트와 조식 세트 메뉴를 맛나게 음미했다.


“그 두 사람 말이야. 같이 여행 온 사람들도 있다더군.”

“또 누가 왔나?”

“누구더라? 그림이 참신해서 좋았는데 말이지.”

"화가?"

"응."


쿠비체크가 볼을 긁적였다.


···

···

···


“그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캬아. 쿠비체크가 무어라 감탄했다.


"〈아비뇽의 처녀들〉이 그렇게 아름답다는군. 나중에 꼭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라던데."

"피카소?"

"자네 그림을 보더니 꼭 만나고 싶다던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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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광기야말로 최고의 재료! +2 24.09.05 180 6 12쪽
8 애국화가퇴마사 아돌프 히틀러 +1 24.09.03 188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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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때 갑자기 빨갱이가 나타났다. +5 24.08.30 396 13 15쪽
3 사탄 들린 돈이지만 좋았쓰! +6 24.08.29 441 14 13쪽
» 제 몸에 악마가 있어요! +3 24.08.28 519 15 13쪽
1 내 미래에 사탄 마귀는 필요없다 +7 24.08.27 640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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