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화가 아돌프가 히틀러를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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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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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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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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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들린 돈이지만 좋았쓰!

DUMMY

3.


1908년 10월 2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Wien) 왕립 미술대학.

중앙 복도.


빈 대학교 순수미술 학장, 막시밀리안 린데만(Maximilian lindemann)은 시린 눈밭을 뚫고 나아갔다.


“으으, 추워!”


이런 개떡같은 날씨 ─ 특히나 한파 ─ 를 싫어하는 린데만 학장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옷장에서 급히 꺼내온 코트 한 겹. 대학으로 달리는 발걸음은 심히 발랄하고 가벼웠다.


그만한 외부 인사가 방문했으니.


대학 입장이든, 린데만 학장 개인의 입장이든.

나름 예우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불이 환히 켜진 복도.

여유로이 세 사람이 움직인다.


“···그래서 요즘 미국 경기는 그런가 보군요!”

“그렇지요. 작년에 터진 대공황 때문에 자금 유동이 얼마나 힘들던지.”

“음.”


린데만 학장의 말에 스타인 남매가 동시에 반응했다.


파리를 시발점으로 온 유럽을 여행 중인 스타인 살롱.


예술계의 샛별이 될 회원들이다.

관목과 개개인의 실력은 웬만한 이들보다 뛰어났다.

상위 1%에 드는 인재들!


그만큼 린데만 학장은 이들을 포섭하고 싶었다.

최근 시국이 시국인지라 인력난이 극심했다.


"원래 계획은 뭐였습니까?"

"무명 예술가를 위해 싼값에 월세를 주려고 했었지요. 문제는 미국 자본이 묶여서··· 끄응."


거트루드 스타인이 식은땀 흐르는 머리를 어영부영 닦았다.


남매의 본래 계획은 파리에서 유망있는 예술가를 육성하려고 했지만, 1907년 미국에서 공황이 터지고 말았다.


자금 유동성은 바닥을 찔렀고.

궁여지책으로 유럽 대장정을 시작한 것.


그렇게 돌고 또 돌았다.


이 머나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도착한 남매는 초췌한 안색이 역력했다.


“그나저나 제가 알아야 할 다른 분들이 있습니까?”


린데만이 이중 턱을 힘겹게 돌리며 물었다.

거트루드 스타인이 손목으로 턱을 짚으며 골똘히 답했다.


“버나드 베런슨 씨, 앙리 마티스 씨와 투덕투덕하는 건 우리 신입 노··· 아니. 파블로 피카소 씨입니다.”

“음. 꽤나 많군요.”

"아버지께서는 항상 마음에 맞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지금도 그렇고."


스타인 남매는 부친의 유산으로 미술 수집상 일을 시작할 정도로 예술에 진심이었다.


그만큼 신생 화가들을 다수 포섭해 둔 상태.


미국발 공황도 한몫 했지만, 프랑스에서 출발한 이번 유럽 탐방도 젊은 살롱 회원(라 쓰고 노예라 읽는다)들의 정신 건강+예술 영감을 위해서였다.


그중 예술의 도시, 빈.

이곳은 스타인 남매에게도 ‘이곳에서 살고 싶다’ 정도의 강한 충동과 동경을 주기도 했다.


“비, 빈에서의 생활은 어떠신지요?”


린데만이 물었다.


“오빠 말로는 새로 납치할 예술가들이 많다더군요.”

“예? 예술가를··· 납치해요?”


뜨끔. 거트루드 스타인이 마른기침을 했다.


“호호호. 작품을 수집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레오 스타인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튼 우리가 빈을 살펴보니 이곳도 타지와 마찬가지야. 유태인 집단을 차별하더군. 물 안이든, 물 밖이든.”


린데만 학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맞는 말입니다만 어쩔 수 있겠습니까. 참아야지요. 언젠가 유대족을 위한 땅이 돌아올 겁니다.”

“예루살렘?”

“예루살렘! 유대인이 뭉친다면야 못 할 것도 없지요."


히죽.


"자, 도착했습니다.”


끼이익. 잘 관리된 실내로 학장을 비롯한 인파가 따라 들어갔다.


르네상스식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전시관. 그 안에는 여러 미술 물품과 재학생, 졸업생들이 만든 작품이 전시된 상태였다.


원래 창고로 쓰던 시설.

몇 차례 개수를 거쳐 미술 대학 내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모두 주목!”


거트루드 스타인이 근처 목제 단상에 올라 어수선한 예술가들을 진정시켰다.


“이 넓은 창고에서 쓸만한 원석을 찾아야 합니다. 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힘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다수의 얼굴에는 땟국물이 끼었다.


원래부터 성격 급한 여행이었으니까.

빈을 방문할 계획 자체가 사전에 없었다.

거의 몇 달째 유럽 온갖 곳을 싸돌아다니니 지칠 대로 지친 게 당연했다.


그저 예술을 음미하려는 강한 식욕 때문에 끌려온 것.

거트루드 스타인의 지시가 하달되니 회원들이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흩어졌다.


또각또각.

구두굽이 바닥과 부딪혀 소리를 냈다.


'색조가 밝군. 기각.'

'너무 정적이야.'

'영혼이 없어. 쯧쯧, 저딴 물건을 그림이라고 내걸다니.'


예술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그녀, 거트루드 스타인은 학생들의 작품을 보며 냉철한 판단력을 기했다.


그리고 한 작품 앞에서 멈췄다.


“···오?”


돌아다니다가 꽤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았기 때문. 뒤따라오던 레오 스타인이 옆에 나란히 섰다.


“레오 오빠.”

“응.”

“이 그림 어떤 것 같아?”


질문을 받은 레오 스타인이 뒷짐을 졌다.

단어를 고심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설명할 수 없군.”

“욕설을 안 쓰는 걸 보면 좋은 의미겠지.”

“응.”


스타인 남매가 작품을 보드랍고도 여유있게 감상했다.

외부인(주로 후원자)을 위해 나란히 세워둔 것 중 하나.


“흠, 인상적이군(Impressive).”


독설로 악명높은 미술 비평가, 레오 스타인이 담담히 서술했다.


레오 스타인보다 큰 대형 캔버스.

유화와 각종 미술 도구가 덕지덕지 붙은 작품은 한 남자의 자화상으로 보였다.


사각 콧수염과 8:2 가르마를 한 사내.

뼈대 없는 살점처럼 물감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흐물흐물 바닥을 적셨다.

주로 붉은 빛.

그것은 죽음의 한 형태였다.


“스스로를 죽이고 있군!”

"본인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허어. 레오 스타인이 감탄을 뱉었다.


"정말······ 참신해."

"맞는 말이야."


녹아내리는 살거죽 사이에 붉은 실선이 흐른다.


탁한 콘크리트 재질 벙커 내부.

낡은 매트릭스에 걸터 앉아 스스로에게 총을 겨눈 사내였다.


그는 늙고 병들었으매, 마치 다 타버린 재처럼 보이기도 했다.

영혼 자체가 다 닳아버린 기분.


작품명.

〈미대 떨어지고 자살한 사람(중간 생략)〉.


"휘우."


레오 스타인이 휘파람을 내질렀다.

속된말로 '엿같은' 레오 스타인의 비평 세계를 생각한다면야, 진정 의외의 모습이었다.


가벼운 마음에 온 것이지만 레오 스타인의 심장은 열의로 활활 타올랐다.


“미네 씨와 비슷한 화풍이야.”


끄덕이며 화답하는 레오 스타인.


“맞군, 나쁘지 않아(Not bad).”

“되려 훌륭하지!"

"조금 덜 다듬어진 감이 있지만 뛰어난 자질이 있어.”


에두아르 미네.


19세기 화가로 생활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


시대적 화풍이 유행이 극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로 전환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예술인이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극찬.


레오 스타인이 광인처럼 조용히 히죽였다.


"괜찮군."


최근 들불처럼 번지는 모더니즘과 사실주의를 적절히 섞은 작품. 나쁘게 말하면 짬뽕이지만, 좋게 보면 천재적인 기술이었다.


'작가 얼굴을 보고 싶다.'


레오 스타인이 학장을 불렀다.


“학장.”

“예, 예에! 레오 스타인 씨.”

“학생. 이름이 뭡니까?”

“잠시만······ 아,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저희도 눈여겨보는 학생이죠.”

"입시 그림. 가져와 주게."


린데만이 다급히 고개를 수그리며 갤러리 외부로 뛰쳐 나갔다.


“히틀러라.”


레오 스타인이 소가 여물을 곱씹듯이 이름을 재차 속닥거렸다.

어딘가 익숙한 발음인데. 그것도 아주 불결한.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름이었다.


“오빠.”


스윽.


“응?”


사색에 잠긴 레오를 깨운 건 거트루드 스타인의 호기심 어린 부름이었다.


그녀는 액자에 세워진 작품 아래에서 종이 뭉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만화였다.

정확히는 두터운 용지에 그려진 만화.


───

<!!절대 보지 마시오!!>

- 괴링 씨의 이상한 모험(The strange adventures of Mr. Göring)

───


“저 느낌표 새겨진 단어는 뭘까? 혹시 읽지 말라는 거 아니야? 그 아돌프 히틀러라는 사람이 남긴 건가.”

“아닐 거다. 아마 고대 게르만 언어겠지. 아니면 동방이라던가.”

“괴링은 또 누구야?”


스타인 남매는 표지를 젖혔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났다.


···

···

···


K-웹툰식 컷 배분, 스토리 진행, 인물 묘사 등을 본 스타인 남매는 생각했다.

그들은 장막을 들추고 미래를 봤다.


“이런 건 처음이야.”

“음.”

“오빠.”

“응.”

“하는 수 없겠어.”

“해야겠군.”


씨이익.

거트루드 스타인이 먼 미래, 21세기 천재가 그린 K-웹툰을 보며 비릿이 웃었다.


“당장 히틀러를 살롱에 합류시켜야 해. 이걸 우리만 볼 수 없어.”


살롱에 들어가다.

다른 말로는


"납치."


라고 부르는 행위였다.






* * *





1908년 11월 3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Wien) 중앙 시가지.


대학에서 나를 불렀다.

편지를 우편부에게 전달받자 재빠르게 미술대학에 직행했다.


자취방과 거리가 멀어 꽤 힘을 썼지만,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만큼은 되었다. 계획도 수립하고.


거트루드 스타인.


훗날 미술계의 1세대 후원자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으니까!


가슴 뛰는 이 상황.

얼굴이 절로 환해졌다.

구시대의 전설을 다시 만나다니. 질문할 거리가 많다.


“안에, 안에 계시려나?”

“히틀러!”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린데만 학장님?!”


후우.


“거기서 뭐 하십니까! 추워 죽을 것 같은 날씨에 말입니다!”


정문을 빠져나온 린데만 학장이 그 커다란 뱃살을 휘날리며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저 남자, 원 역사에서는 전설적인 ‘님 그림도, 수학도 못 하는데 그냥 나가세요’를 히틀러 앞에서 시전한 인간이었다.


이 인간도 참고로 유대인이라고.

그래서 히틀러가 그렇게 유대인을 싫어했다는 말도 있었다.


-교오수우! 감히 네 녀석 날 떨어트리다니!! 위대한 도이칠란트의 정수, MG34의 힘을!!


오, 제발.

십자가를 쥔다.


-크아아악!


악의 히틀러를 조용히 처리한 다음. 린데만 학장을 따라 빠르게 대학 건물로 들어갔다.

학생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있었다.


못 보던 얼굴, 익숙한 얼굴도 여럿 있었고.


“혹시 아돌프 히틀러 씨 맞습니까?”


적당한 풍채의 중년인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거트루드 스타인. 깔끔하게 차려입은 복장과 롱코트에서는 묘한 기품이 느껴졌다.

가벼운 목례와 함께 악수를 받아들였다.


“네, 네! 제가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작품, 작품이 마음에 드셨다고 들었는데. 편지까지 쓰셨다고.”


반갑게 맞이한 거트루드가 히죽거렸다.


“긴장할 필요 없지요. 이미 내가 누군지 아는 눈치인데 말이죠. 엽서 그림 때문에 온 줄 알겠지만, 사실 말입니다···”


불쑥. 160cm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이 나와 거트루드 사이를 갈랐다. 이건 또 누구더라. 얼굴이 익숙한데.


“거트루드 씨. 잠시만 자리 만들어 주실 수 있소?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그렇소.”


주먹만큼 커다란 코와 동그랗게 뜬 눈.

탁월한 패션 스타일을 지닌 사내였다.

볼살이 빼쪽 들어가기도 했고.


“오, 피카소. 신동과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 하더니 이러는 겁니까?”

“조금만 기다리시오. 금방 끝날 터이니.”

“알겠습니다.”


거트루드가 일소하며 잠시 바람을 쐬러 간다며 나갔다.

린데만 학장도 같이.

갤러리에는 나와 피카소 뿐이었다.


아, 이 남자가 피카소라니!

입가가 저절로 올라갔다.


소설에서도 히틀러의 라이벌로 나왔던 인물이었지.

팔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파블로 피카소 씨 맞으시나요? 저는 아돌프 히틀러라고 합니다. 하, 하하하. 〈아비뇽의 처녀들〉. 정말 인상적이더군요.”

“···게.”

“네?”

“튀시게.”


휘리릭. 거트루드 스타인이 무언가를 가득 챙겨서 다시 갤러리로 돌아왔다. 피카소의 혈색이 푸르딩딩하게 굳었다.


“도망치라고 했잖소!”

“예, 예에?!”

“자유를 찾아 도망가시오!! 어서!! 튀시오!!”


거트루드 스타인이 문 너머에서 비릿이 웃는다.


“이런, 이런. 히틀러 씨, 혹시 무슨 음식 좋아하십니까?"

"예?"

"저희가 훗날 준비할 미국식 아침 식사나 그런 건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군요. 아마 마음에 드실 겁니다. 후후후.”


스윽. 레오 스타인이 나란히 선다. 그는 손에 '종신 계약서'를 들고 있었다.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다.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해줬다.


“오빠.”

“응.”


스타인 남매가 눈으로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잡아.”


나는 악마를 보았다.

타락시키려는 예술의 악마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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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탄 들린 돈이지만 좋았쓰! +6 24.08.29 442 14 13쪽
2 제 몸에 악마가 있어요! +3 24.08.28 519 15 13쪽
1 내 미래에 사탄 마귀는 필요없다 +7 24.08.27 640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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