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화가 아돌프가 히틀러를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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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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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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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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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야말로 최고의 재료!

DUMMY

9.


신부님께 상담받으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비숍한테 공짜 버프 받던 사람들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뭣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괜한 선심으로 돈 안 받고 메이X스토리에서 홀리 심볼 쩌리 해주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돈만 받았다면 시간 빌 게이츠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을 건데, 아쉽게만 됐지.

내 시간이 ‘정상화’ 당하는 기분.


일단 작금은 그런 걸 제쳐놓고 처리할 문제가 시급하니까.

히틀러를 막아야 했다.


“흠흠흠~”


콧노래를 부르며 작업실 방문에 부적을 덕지덕지 붙였다.

내가 괜히 이런 걸 아는 게 아니다. 웹툰 「하얀 사제들」을 연재할 때 용한 무당이 알려준 부적.

지독한 악귀만 아니라면야 손쉽게 막아낼 수 있을 터.


“이것도 같이 섞어야겠군.”


트로츠키의 즐거운 엽서 그리기 시간 때 잔뜩 ‘빌려온’ 붉은 물감으로 부적 용지를 채워 넣는다.

음, 진득한 빨간색의 향취란. 히틀러가 좋아하겠다.


벌써 효능이 꽤 좋다.

잠가둔 문 너머로 비명이 들렸다.

방금까지 지옥에서 올라온 듯 잡내가 문틈 사이로 올라왔다.


“으아아아아악!”


그야말로 지옥의 괴성.

괴링과 히틀러의 불협화음이 넓게 퍼진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야, 저 목소리를 나만 들을 수 있다는 거고. 불행한 점이 있다면 ‘나’만 듣는다는 거다.


“크아아아악! 아돌프 작가! 어떻게 그런 불경한 짓을 하는 거요?! 당장 문 앞에서 그 종이를 때어버리시오!”


새끼, 투시 능력도 있었군.

눈을 찡그린다.


“야, 크리스트교에서 원래부터 부적을 좀 부정적으로 보긴 하지만······ 악령만 잘 쫓는다면 예수님도 좋아하시지 않겠나? 절대, 절대로 내가 실험하려는 용도로 사용하는 게 아니란 말씀.”

“미, 미친 소리를 어떻게 그리 당연히 하는 것이오!?”


쾅쾅쾅쾅.


“일단 얘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소?! 이대로 가다가는 수많은 독일인이 죽고 말 것이오. 전선에서 수없이 봤잖소. 많은 이들이 희생되겠지.”

“거절하겠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작업을 이어간다.

히틀러가 워낙 악한 영혼이지 않은가?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한 퇴마법도 실패했다.

봉인하려면 이 방법뿐.

이 심신 미약한 나도 놀란 구석이 없잖아 있다고.


“······지평좌표계를 듣고 살아남는 악령이 있다니. 특이하긴 하네.”


지평좌표계는 지박령한테만 통하는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애당초 영체가 어떻게 중력에 붙어있겠냐.


-“모르겠소. 그냥 되던데.”


라는 굉장한 답변을 듣자마자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자아 성찰을 할 수 있었다.


괜히 프로그래머들이 실행 버튼 누르기 전에 초미니 사원 만들고, 기도 메타 조지고 가는 게 아니었다.

역시 히틀러는 일반 악령과는 다르다, 일반 악령과는!


···

···

···


뭐, 마음이 심란하다.

열렬한 크리스트교도로서 이런 괴이한 행위를 하는 것이 치가 떨린다고.


‘나중에 걸리면 뭐라 설명하지.’


20세기. 훗날의 미래와 달리 아직 종교의 권세가 나름 유지되고 있는 시대.

크리스트교 계열 정당이 살아있는 시기.

이런 불경한 물건들을 방에 가지고 다닌다면 어디 으쓱한 곳에 끌려가 ‘신비’해질지도 모르는 일.


“어쩌겠나. 뒤지면 뒤지는 거지. 내 몸도 아닌데.”

“무, 무슨?!”


깊이 고민해봤자 뭐가 달라지겠나?

자애로우신 우리 예수님도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성수(물리) 뿌리고, 금줄(물리)로도 몇 차례 조졌다. 축복받은 십자가?

당근빠따로 시도(물리) 해봤지.


내가 바티칸에서 빼 온 구마서에 따르면 구마라는 개념 자체가 악마를 패서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뭔 수를 써도 못 없애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이렇게라도 막아두면 다행이다. 문틀에 말뚝을 박아 넣고, 튀어나온 말뚝 머리에 성수를 덧바른 금줄을 묶었다.


“완벽하군.”


소리도 원천 차단!

접근조차 불가!

이 악마를 세상에 던진다면 그것만큼 혼란한 게 또 없으니까.

더구나 이 녀석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꼽고.


나, 애국청년 아돌프!

이 악마를 막을 사명이 있었다.

근데 오늘 뭐가 있더라?


···

···

···


오늘 그림 팔아야지.

아.





* * *





스타인 남매는 땅거미 내려앉은 밤, 빈 왕립 미술대학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계약서 도장을 찍고 말겠어.’


눈비가 지독하게 내리는 밤.

마부에게 부탁하여 대학로와 최대한 가깝게 내렸음에도, 머리와 어깨 정도가 왈가닥 젖는 건 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권역이었다.


두터운 코트, 드레스로 한껏 꾸민 거트루드 스타인은 물기와 시간마다 내려가는 기온 때문에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아으, 추워.”

“넌 춥지 않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스타인 가문의 장녀니까.”


찌릿.


“오빠는 우산 쓰고 다녔잖아. 신사의 체통이라나 뭐라나. 확 비율 빼버릴라.”

“음.”


뜨끔.


“신사는 언제나 허리를 곧추세운 자세로 다녀야 한다. 그게, 신사의 덕목. 우산은 그것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렇게 째려보지는 말고.”


레오 스타인이 어두운 복도를 랜턴으로 밝혔다.

빛이 그림자를 밀어냈다.

복도에 걸린 재학생들의 온갖 작품이 드러난다.

스타인 남매는 생각했다.

시간만 되었다면 꽤 오랫동안 음미하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까 학장은 뭐라고 해?”

“음.”

“아직도 다 못 잡은 모양이네. 정말 무서운 시대야. 민족적 해방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게.”


근심 가득한 표정의 거트루드 스타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민족적 자립을 요하는 극렬 주의자들의 테러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에 ‘보스니아’라는 지역을 병합해서 극렬한 반발이 있었다고 하니.


하필 이번에 공격당한 게 발전소였다. 도시의 5할 정도는 깜깜한 무저갱 정도의 밝기를 지녔다.


“그래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지.”

“음.”


그래도 스타인 남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프랑스 스타인 살롱에서 온 전보에 따르면 〈미대 떨어지고 자살한 사람(중간 생략)〉가 전시 초반부터 상당한 이목을 끌고 있다고.


괜히 확충된 전철 라인에 프리 패스로 보낸 것이 아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

···

···


가계부에 적힌 0 들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영혼 어딘가가 부서지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알빠?

레오 스타인이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러지?”

“곤충 채집하던, 유년기로 돌아간 기분이야.”

“뭔가를 잡아서 박제하는 게 취미인 건 너뿐일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그런 기분이 드는군.”


후우. 레오 스타인이 촘촘하게 쓴 계약서를 재차 확인했다. 수르르륵. 종이 뭉치가 중력에 의해 우수수 떨어졌다.

계약을 위해 준비한 온갖 서류들.

레오 스타인이 히죽였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뭐가. 고작 며칠만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그린다는 거? 아니면 수상하리만치 우리를 반기는 거?”

“2가지 모두 다.”


으쓱.


“의심은 인간성의 기본이다. 나중에 작업 환경을 점검하든가 해야겠군. 아니면 부동산이라던가.”

“그나저나 말이야.

“응.”

“피카소 씨 상태가 영 젬병이지 않아?”

“피카소는 언제나 그랬다. 자기 예술 세계에만 빠져있지.”


스타인 남매가 뒤따라오는 피카소를 째려봤다.

뒤에는 검은 우비를 뒤집어쓴 피카소가 보였다.

창문에서 날아드는 달빛 덕분에 맨눈으로 보기는 쉬웠지만, 그의 용모는 하루 만에 방구석 폐인으로 돌변해 있었다.


“음. 매번 한결같군. 좋은 거다.”

“이번에는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그런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계약할지 고민하도록.”


어두운 대학교 복도를 소형 랜턴만 들고 전진하는 스타인 남매에게 있어서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걸 톡톡히 느끼게 했다.

등 뒤를 따라오던 피카소는 음울한 콧노래를 불렀다.


“히틀러, 후후후··· 반드시 그대를 뛰어넘고 말겠소.”


피카소는 지금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 * *





레프 트로츠키는 원목 의자를 가져와 다소곳하게 앉았다.

여유로운 자세.

오만하면서도 독선적인 무표정.


러시아 제국, 사회민주노동당(Российская социал-демократическая рабочая партия)의 거성.

레프 트로츠키.

그는 복도에서 들리는 여러 발소리로 인해 촉이 곤두서고 있었다.


“쿠비체크 동지.”

“아, 예?”

“이 갤러리. 누가 더 올 사람이 있소?”

“아마······ 없을 겁니다.”


생각해 보자.

미리 언질을 준 린데만 학장, 히틀러 그리고 여기 있는 작은 음악가 청년을 제외하고는 여기 온다고 입 뻥끗한 적 없다.

심지어 와이프까지 속이고 여기 나왔다.


‘미행이 붙은 건가. 적? 아님 아군? 내무부겠지. 부르주아의 사냥개들.’


처음 트로츠키는 자신을 죽이려는 제국 내무부 요원들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극렬주의자 분탕의 암살 시도라던가.

정치가 그랬다.

한 자리 얻으면 그만한 위협이 동반된다고.


원래 정당 내에서 중립을 추구하는 트로츠키였다.


하지만 원래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으면 끌어내리려 하고,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으면 시기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 법.

워낙 입이 험한 능변가라서 그를 시기하는 자들이 많았다.


“누구······.”


끼이이익.

중년인 2명.

별로 위험하지는 않아 보인다.


“···음, 비밀 거래인 줄 알았소만, 객성들이 꽤 많구려.”

“그건 오히려 저희가 할 말 같습니다.”

“말이 거친 걸 보아하니, 여장부인가 보오.”

“그런 말 많이 듣죠.”


트로츠키의 동공이 차분해졌다.

말끔히 차려입은 중년인 2명.

먼발치서 연필로 격렬히 스케치하는 흑발 코카서스 청년. 전날 본 피카소였다.


모쪼록 위협이 될 것 같진 않다. 경계를 거둔 트로츠키가 스타인 남매와 짧은 악수를 취했다.


“본인은 페로. 시인이자 작가, 여행가로서 현재는 빈 중앙가 카페에 소규모 지식인 모임을 이끌고 있소.”


한껏 입씨름하려던 거트루드 스타인의 앞으로, 레오 스타인이 나섰다.


“레오 스타인. 스타인 살롱의 주인이자 비평가. 이쪽은 제 동생 거트루드. 미술 브로커입니다.”

“···스타인 살롱?”


몇 차례 단어를 곱씹던 트로츠키가 콧김을 확 뱉었다.


“아, 그래. 프랑스에서 들어온 적 있소. 예술가들을 밤낮없이 혹독하게 굴린다지. 예술의 납치범들 말이야···어찌 이리 오셨소? 사랑을 강요할 수 없는 법인데.”

“···합법적 계약 관계로써의 투자입니다. 그리고 사회인이자 지식인이니, 그런 낭설을 믿지는 않으시겠죠.”


대답을 들은 트로츠키가 염소수염을 간사하게 주무른다.


“한껏 달아오른 부르주아들이 살 오른 돼지 피만 뽑아내면서 잘 만도 지껄이는군?”

“그만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돼지우리만도 못한 똥촌에서 말이오”


2명의 신경전이 유지되던 참.


“다들 오셨습니까?”


인파의 뒤로 누군가 불쑥 들어온다. 후줄근한 정복을 차려입은 히틀러.


“히틀러 동지? 기다리고 있었소. 새로운 작품을 우리 모임에서 꼭 사고 싶소.”


트로츠키가 말했다.


“히틀러 씨, 돈은 준비해 뒀습니다. 계약 관련해서도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스타인 남매가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었다.


“우히히히.”


······피카소는 그냥 웃었다.


“히틀러, 이 사람들 무서워. 살려줘.”


쿠비체크는 기갑한 표정으로 인파와 거리를 벌렸다.


"여러분, 다들 진정하십시오."


히죽.


"모두에게 저 그림을 드리겠습니다. 완벽히 동일한 그림을 말입니다."


말이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남자.

백인호가 건치를 드러내 웃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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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원래 본업은 상업화가다 +4 24.09.06 149 4 12쪽
» 광기야말로 최고의 재료! +2 24.09.05 180 6 12쪽
8 애국화가퇴마사 아돌프 히틀러 +1 24.09.03 188 8 13쪽
7 나는, 교황청을 턴 남자다 +4 24.09.02 226 5 12쪽
6 괴링을 내 만화에 봉인했도다 +5 24.09.01 323 10 13쪽
5 인민의 아편적 빨갱이 그림 +7 24.08.31 386 14 12쪽
4 그때 갑자기 빨갱이가 나타났다. +5 24.08.30 396 13 15쪽
3 사탄 들린 돈이지만 좋았쓰! +6 24.08.29 441 14 13쪽
2 제 몸에 악마가 있어요! +3 24.08.28 518 15 13쪽
1 내 미래에 사탄 마귀는 필요없다 +7 24.08.27 640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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