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화가 아돌프가 히틀러를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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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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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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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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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본업은 상업화가다

DUMMY

10.


1908년 11월 6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Wien).

빈 왕립 미술대학, 갤러리.


내가 2명의 SSS급 전범 귀신 ─ 히틀러랑 괴링 ─ 을 무력화한 직후, 죽을힘을 다하여 미술대학 갤러리까지 뛰어야 했다.


‘늦었다.’


접선 시각은 야간.

내가 1900년대를 몸소 느낀 것 중 가장 긴박한 건 시간이었다.


“쿠비체크, 이 망할 자식이 시간을 맞춰 놨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는다던가.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쿠비체크가 히틀러를 담근다.

꽤 FM대로 살아서 약속 시간 안 지키면 사람 취급 안 하는데, 반대된 입장이니까 참 즐겁다.


내가 히틀러가 됐어도 본질은 백인호요, 아돌프니까.

자아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였다.


뒷부분이 이상하긴 한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뭐, 아돌프인 건 맞잖는가?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함부로 뭐라 하면 무간지옥 간다. 나름대로 세워둔 계획 일부분이기도 하고.


분산투자라고나 할까.


-“이보다 아름다운 그림이 있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빈 미술대학 갤러리로 ‘몰래’ 오시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레프 트로츠키에게도.


-“음.”

-“오빠 말로는······ 그려둔 작품이 있다면야, 당장 거래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물론 적정한 가격으로.”

-“저번에 오셨던 갤러리 기억나십니까? 거기로 오십시오. 시작은 그곳부터입니다.”


스타인 남메에게도.


모두 공정하게 떡밥을 미리 투척했다. 심지어 돈 안 되는 쿠비체크에게도!






후후후.

자유주의·사회주의.


양측 파벌을 세월 낚는 강X공처럼 기다리기만 하면 장땡이다. 어느 쪽 파벌이 붙든 간에 히틀러를 퇴마(물리)하면서 계획도 수립해 두었다.


그런데 환영 인사가 꽤 격렬했다. 양측 다 제안을 수락한 모양.

흠, 그냥 말뿐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다.


“반갑소, 드디어 왔구려!”


트로츠키가 날 인식하자 급히 달려와 머나먼 이국땅서 본 동포처럼, 양손을 부여잡고 흔들었다.


내가 앞에서 한 말은 생각하지 않는 모양.

아니면 농담으로 치부한다던가. 후자에 더 가까운 걸로 보인다.


이건 좀 가슴 아픈데.


“히틀러 동무, 결정했소. 공산당을 위해 작품을 사겠소! 훗날 공산권 국가가 건립된 후, 민중을 위한 예술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소. 그대가 함께했으면 하오.”


하. 그 말을 조용히 경청하던 레오 스타인이 코웃음 쳤다. 비음이 강했다.


“무슨 소리를. 전시회를 여는 건 우리입니다.”


그러고는 트로츠키를 보던 눈을 내 쪽으로 돌린다.

감탄과 의심.

그것이 은은히 빠져나왔다. 레오 스타인이 중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내 얼굴에 가까이 붙였다.


“2배.”

“2배?”

“저 지식인분께서 제한하는 것에 2배를 드리죠.”


그걸 듣던 거트루드 스타인이 놀랐다. 합의되지 않은 모양.


“어머, 이 인간이 미쳤나?!”

“예산은 충분하다.”

“저번에는 끝났다며?”

“살롱의 돈이 아니다. 사비. 사비로 결제하겠다.”


크게 언성이 오가는 남매.

트로츠키가 살의 짙은 눈으로 째려봤다.


원래 트로츠키는 비밀스럽게 작품을 넘겨받는 줄 알았다.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선 거래 후 지불.

훗날 제정 러시아가 민중의 정의로운 손길에 붕괴하면 그 지분도 일부 얹어줄 것이라고.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그의 관점에서 나는 명백한 공산주의 동포이고, 제정 러시아는 결국 무너진다. 원작 소설에서도 그랬고.


“부르주아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소만. 그깟 지폐로 인민의 마음을 살 수 없는 것이오. 알고는 있소?!”


트로츠키가 담담히 말한다.

나름의 무게와 힘이 느껴졌다.


“돈이 많다면 어떻습니까. 성 바실리 대성당을 가득 채운다면?”


흠. 사색에 잠긴 트로츠키가 음울한 침음을 삼켰다.


모스크바의 문화유산을 채울 정도로 돈이 많다니? 아무리 트로츠키가 공산당의 한 거두이긴 해도 그만한 자본을 끌어올 수는 없다.


“······꽤 불리한 싸움이 될 것 같긴 하오.”

“이래서 돈이 좋은 겁니다.”

“부르주아들만 그러하지. 하지만 우리 공산당원들은 하나 된 마음으로 싸울 것이오. 그렇지 않소, 히틀러 동무?”


거트루드 스타인이 확 끼어들었다.


“히틀러 씨가······ 빨갱이?!”

“빨갱이라니! 어딜 프롤레타리아 혁명예술가 동포에게 그런 말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 싸움.


두 파벌의 거물들이 나의 그림을 원한다.

그 그림은 1개뿐이라는 점이고.

영역 다툼을 벌이는 들개처럼 서로에게 으르렁거렸다.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만 끝나는 싸움.


“잠깐!”


스으윽. 인파와 거리를 두던 쿠비체크가 손을 번쩍 들었다.


“〈푀슈트링베르크〉를 준다는 게··· 사실이야? 모두에게 똑같이?”


좋아.

다행히 제대로 말을 꺼낼 수 있겠군.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그건 아니야. 믿고는 있지만, 마법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잖아?!”


다시 1번 더 말한다.


푀슈트링베르크.


내가 히틀러로서 그린 2번째 유화 작품.

그것을 모두에게 줄 것이다.

이게 내 투자 방식이다.





* * *




작품명.

〈푀슈트링베르크〉

일명 ‘린츠의 어느 여름’.


물감을 올려 쌓는 임파스토로 작업하여 화풍과 여름 특유의 풍요로운 묘사가 빼어난 명화.


원체 백인호의 기본기가 튼튼한 것도 한몫 크게 작용했지만, 큰맘 먹고 지른 도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프랑스 개선문에 있는 명품 미술품 점.

빙의 이전 히틀러가 사둔 장비였다. 쿠비체크도 알고 있기도 하고.


‘근데 아무리 봐도 이상해.’


빈센트 반 고흐의 주된 기법인 임파스토.

물감을 난잡하게 덧발라 표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그림이 괜히 명화겠는가?

하지만 반 고흐는 지극히 돈에 쪼들리는 삶을 살았다.

유화 임파스토는 그만큼 엄청난 돈이 깨진다. 돈만 많다고 전부가 아니다.

그걸 뒷받침할 공급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쿠비체크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완벽히 같은 걸 주겠다고? 내가 저 자식을 몇 년이나 봐 왔는데 그런 헛소리를.’


당혹감에 휩싸인 얼굴.

아마도 2가지였다.

마법 or 사기.


쿠비체크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갓 완성되어 물감 흐르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최근 히틀러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성장했다고 한들, 짧은 시간 동안 푀슈트링베르크 같은 풍경화를 더 그리는 건 불가능했다.


“······똑같은 작품을 어떻게 다 주겠다는 거요?! 팔지 않는다는 소리 같소만.”


몇 차례 농담으로 치부하던 트로츠키가 반론했다.


“맞습니다. 팔지는 않을 겁니다.”

“말이 다르잖소!”

“내가 지금 돈 주고 파는 게 아닙니다. 공짜로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민중을 위한 예술을 원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히죽.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

···

···


내가 퇴마+저주받은 미다스의 손 소유자지만,

설마 지지율 끌어올린다고 무리수 남발하다가 그만 척결 당한 내 처녀작 속 주인공 ─ 〈미대 떨어지고 자살한 사람(중간 생략)〉 ─ 처럼 개소리만 내뱉는 건 아니다.


“저와 내기라도 하시겠습니까. 레오 스타인 씨, 트로츠키 씨.”

“음.”


레오 스타인이 해보라는 듯 턱짓한다. 일단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건가. 트로츠키도 마찬가지.

오히려 좋다.

놀라 까무러칠 거니까.

머쩍거리는 쿠비체크를 부른다.


“쿠비체크.”

“어, 어?”

“그림 가져 와. 손상되면 안 되니까 장갑 끼고. 안쪽 작품 보관실에 있을 거야.”

“알았어.”


쿠비체크가 뭐라 착잡한 표정으로 작품을 가지러 갔다.

이렇게 든든한 조력자가 있으면 내 몸은 안 상하고, 저놈은 운동도 되고 좋잖은가?


쿠비체크가 이를 사리물며 작품을 가져왔다.


“우으, 더럽게 무겁네!”

“캔버스가 다 그렇지.”

“히틀러 너도 좀 도와!”

“신사는 약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않았나?”

“젠장!”


팔을 쫙쫙 벌리며 작품 〈푀슈트링베르크〉를 들고 오는 쿠비체크.

꽤 무거운 듯 식은 땀을 좔좔 흘린다.


〈푀슈트링베르크〉


히틀러의 심상 속 고향, 린츠(Linz)를 조립하여 만든 풍경화.

서정적인 도시와 흐르는 도나우강.

은은하게 켜진 랜턴 빛이 작품을 비춘다.


“맙소사. 히틀러 동무. 굉장한 실력이긴 하오!”

“오빠, 우리 저기 가보지 않았던가? 린츠였었지. 도나우강이 참 강렬했어.”

“그때 거기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나. 1907년, 주식이 종이 쪼가리가 됐지.”

“조용히 있어, 오빠.”


여러 반응이 오간다.

좋은 일이다.


“여러분. 제가 이것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히틀러 동무, 장난이 지나치시오. 이런 보기 힘든 명화를 돋보기처럼 똑같이 그리는 건 불가능하오!”


식겁한 트로츠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맞는 말이다.

일반인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백인호. 애국화가 아돌프!’


돌잔치 때 황금 붓을 잡았고.

어린 시절부터 화백 ‘미우라 켄타로’의 화풍 ─ 베르세르크 ─ 을 이상향 삼아, 만화 원고지에 『하얀 사제들』을 그려서 투고 넣은 청년이었다.


심지어 초회차 때 노버(NOVER) 정식 웹툰 계약까지 맺고,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보법 자체가 달랐다.


[그러니까 그냥 했는데 됐다는 거네?]

└백작가님, 괜히 귀족인 게 아니네.

└진짜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듯.

└좀 대단하긴 함.


게임으로 치면 페-이커(大-相赫)의 플레이 스타일을 분석 및 응용.

T1 최연소 영입.

1선급 멤버가 된 정도.


······젠장, 히틀러가 되었어도 결국 대상혁이 나와버리잖아? 나는 숭배할 수밖에 없어!


절정급 고수.

하늘을 거스르는, 역천의 존재.

그게 바로 나다.


“모두 여길 봐주십시오!”


정장 재킷 안주머니서 짱짱한 용지를 꺼낸다.


문방사우(文房四友, 미술에 필요한 종이, 붓, 먹, 벼루를 가리킴)라는 사자성어가 검붉은 잉크로 새겨진 부적.


동남아시아에서 가져온 코팅제를 발라 은은한 광을 띠었다.

깨나 구하기 힘들어 애를 먹었지.

사실 히틀러를 저지하기 위해 만든 장비였지만, 이상하리만치 작동을 안 해서 말이다.


“자, 여기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이 ‘티켓’을 드리겠습니다.”


뽀드득뽀드득.

모두에게 1개씩 나눠준다.


“극동서 온 광택제 같군. 지팡구 말이다.”

“맞는 말이야!”


흐흐흐. 반응이 역시 좋다. 이런 동방예의지국의 물품들은 처음 보겠지.


“먼 극동에서는 요청받아 그림을 그리는 ‘커미션(commission, 의뢰)’ 문화가 유행했습니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상업 예술가는 의뢰받고 그린다.

화가라고 해서 어디 뭐 다르겠나. 손을 풀고 빈 캔버스 몇 개를 끌고 와 이젤에 놓았다. 찌뿌둥한 몸을 풀어낸다.


“그 티켓을 사용하면 언제든 그림을 그려드리겠습니다. 영원히.”


트로츠키가 손에 든 티켓을 요리조리 굴린다. 아마 이런 건 처음 보겠지.


“그, 그렇다면. 히틀러 동무, 어느 정도의 값을 지급해야 하오?”

“어디 봅시다.”


···

···

···


“회당 400달러 정도로 시작할까요?”

“무, 무슨?!”

“······2배 올려서 800달러.”


어떻습니까, 트로츠키.

이게 자본주의의 힘입니다!

하하, 농담도 지나치지. 지금 1900년대 물가를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1달러를 한화 가치로 환산하면 50만원.

이야, 세상이 미쳐돌아간다. 1달러면 명품 신발은 가볍게 사겠다.


저 정도를 결제하는 게 있다면 내 장을 지지겠다. 다시 정정을······.


“히틀러 군. 그 티켓. 2,000달러로 사겠소!”


피카소가 핏대 선 눈으로 말했다.

스읍.

이거 구미가 당기는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수정) 실수로 현재 달러 물가로 설정되어 있어서 1900년대 달러 환율로 교체했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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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본업은 상업화가다 +4 24.09.06 149 4 12쪽
9 광기야말로 최고의 재료! +2 24.09.05 179 6 12쪽
8 애국화가퇴마사 아돌프 히틀러 +1 24.09.03 188 8 13쪽
7 나는, 교황청을 턴 남자다 +4 24.09.02 226 5 12쪽
6 괴링을 내 만화에 봉인했도다 +5 24.09.01 323 10 13쪽
5 인민의 아편적 빨갱이 그림 +7 24.08.31 386 14 12쪽
4 그때 갑자기 빨갱이가 나타났다. +5 24.08.30 396 13 15쪽
3 사탄 들린 돈이지만 좋았쓰! +6 24.08.29 441 14 13쪽
2 제 몸에 악마가 있어요! +3 24.08.28 518 15 13쪽
1 내 미래에 사탄 마귀는 필요없다 +7 24.08.27 640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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