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화가 아돌프가 히틀러를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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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9
작품등록일 :
2024.08.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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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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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의 아편적 빨갱이 그림

DUMMY

5.


카페 센트럴.

2층.


"자, 이쪽이오."


날 끌고 다니던 트로츠키가 멈춰 섰다.


사람이 옹기종기 모인 대형석이었다. 그는 인파에 목례하며 뒷짐 졌다.


“이 머나먼 외지에서 투쟁을 수행 중인 동무들이여, 모두 환영하시오.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올라온 가난한 예술가, 아돌프 히틀러 씨요!”


자연스럽게 고개를 수그린다.


“반갑습니다. 빈에서 하찮은 그림을 그리는 환쟁이입니다.”

“어허, 환쟁이라니!"


흐흐흐. 트로츠키가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예술은 사회주의에서 중요한 요소요. 본인의 일에 자랑스러워하여도 좋소!”


최대한 어색하게 웃어본다.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


짝짝짝짝!


대리석 테이블을 기준으로 젊은 남녀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는다.

가운데 상석 자리에 트로츠키가 떡하니 앉고.


“어서 앉으시오! 히틀러 동무. 혹시나 먹고 싶은 음식이라도 있다면 내 도와드리라.”

“괜찮습니다, 예술가라는 것이 배를 곯고 사는 천직이지 않습니까?”

“모든 직업에는 귀천이 없소. 아무리 하찮은 노동자라도 언젠가 국가와 계급이 없는 평등한 세계에서 살 수 있을 터!”


괜히 레닌에게 “지옥의 풍둔 주둥아리를 가진 동무”라 불리는 게 아니로군. 자칫했다가 저 빨갱이 말에 넘어갈 뻔했다.


트로츠키랑 친하게 지내다가 옆집 스탈린에게 ‘신비’해지긴 싫다고.

구석 자리에 앉는다.


생각하자, 이 빨갱이 놈들의 뜻을 거절했다가는 어떻게 되려나.


-“감히! 망할 부르주아가 우리 동무들을 속이려 해?! 죽어랏!”

-“크아아악!”


아! 무섭다.

원본 역사대로 머리 뚫리기는 정말 싫거든.

아무리 히틀러의 몸이라고 해도, 정신은 나잖는가?


‘등골이 싸한데.’


목젖 코앞에 날붙이가 걸린 기분이다.


일단 제정 러시아가 트로츠키를 쫓는 중이기도 하고, 애초부터 그 풍둔 주둥아리 때문에 적이 많았다.


“왜 그렇게 날 쳐다보시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워낙 인상이 선하셔서.”

"그런 말을 많이 듣긴 하오만."


찌릿. 가늘게 날 째려보는 트로츠키.


"그런 이들은 대체로 명이 짧소."

"터흑."


마른기침을 한다. 갑자기 목이 칼칼해져서 말이다. 어디 코X나 보균자라도 있나?


하는 말마다 살얼음판이다.

어디 North korea의 사례처럼 곡사포로 갈겨서 시체조차 안 남을 것 같단 말이지.

경계하는 눈치가 은연 중에도 계속 걸려있었다.


옆에 있다가 오스트리아-헝가리 부부처럼 아나키스트한테 총 맞아서 더블킬 당하는 거 아니야?!


무엇을 고르던 등뒤로 파멸이 따라올 뻔했다.


“세도바, 프랑스 측 상황은 요즘 어떻소?”

"고것이 말입니다."


얼떨결에 회의가 시작되었음에도 버쩍 사색에 잠기는 건 여전했다.

순순히 “우리 공산당 상징을 그려줘!”라는 의도로 날 데려오지 않았을 터.


분명 틈을 봐서 이상한 폰지사기 계약서 같은 걸 강요할 것이다. 캐캐묵은 사탕발림은 대한민국에서도 많이 겪어 봤거든.


대한민국의 건아로 살면서 본 사회주의란 북쪽 셋째 돼지의 폭정뿐.

아니면 인터넷에서 떠들썩하게 돌아다니는 스탈린+히틀러의 환장할 소련 국가 듀엣 ─ AI ─ 이라던가.


···

···

···


뭔가 이상하긴 해도, 내 머리에 Tree위키가 있지 않으니 넘어가겠다.

아무리 내가 천재적인 미술가요, 원작 소설 완독자이긴 해도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할 순 없는 법이다.


까놓고 말해서 소설 속 히틀러는 자신의 약점 ─ 초현실주의, 퇴폐미술 등의 현대미술 ─ 을 개선한 '히틀러 Mk.2' 같은 놈이다.


내가 기억하기론 이리 트로츠키를 만난 적은 없었다.

뭐, 트로츠키가 이맘때쯤 빈에서 살긴 했다.

카페 하우스에서 지식인과 상호 교류도 하고.


소설에서는 러시아에게 쫓겨서 이맘때쯤 떠나야만 했다. 번듯한 점조직을 운영하기엔 나름의 자본과 구심점이 필요하다.

소설 내용에 따르면 돈줄이 막혔다고.


어디서부터 내용이 뒤틀어진 걸까. 엽서 그림을 하필 이곳에 그려서일까?


-무슨 헛소리를 하시오! 난, 퓨러(Führer, 총통)로서 오로지 독일 국민만을 보았다오!

'갑자기 왜 그러냐.'

-나는 저 망할 볼셰비키들이 아니란 소리요!


히틀러히틀러야.

치매 증세가 '또' 나왔구나!

본인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줄 아는 듯.


‘하아, 그래서 대가리에 구멍이 뚫렸군. 무서워서 말이야.’

-무슨 소리요. 작가!

‘일단 나가 있으렴. 두통 때문에 죽겠거든.’


안주머니에 넣어둔 십자가를 쿡 쥔다. 트로츠키 앞에서 꺼낼 수는 없으니까.


-으으으으그그극.


휴, 히틀러를 또 물리쳤다.


저놈 아까까지만 해도 얌전한 집냥이처럼 있었는데, 원 역사와 관련된 '레프 트로츠키' ─ 츄르 ─ 가 나오니까 갑자기 지랄발광을 시작했다고!


'전설적인 히틀러가 사실 이 세계선에서는 공산주의자?'


그럴 가능성도 농후하다. 무슨 라이트노벨 같은 이야기겠지만, 트럭에 치여서 빙의하는 이야기가 현실화된 마당에 뭐가 안 되겠는가?


가능성은 모두 열어둬야 하는 법이다.


혹시 트로츠키도 어디 빙의자 아닐까?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빠져나갈 타이밍을 찾지 못해 공산 혁명 토론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현대인의 필수 불가결한 카페인 ─ 몬X터, HXT6 ─ 을 마셔야 돌아가는 내 두뇌에도 자잘한 먼지가 꼈다는 의미다.


'흠, 이런 들러리 행세도 나쁘지 않긴 하네.'


거의 5달 동안 달려왔으니까. 좀 쉬는 시간이 있어도 되지 않겠는감?


···

···

···


“히틀러 동지!!”

“예, 예에?! 페로 씨!”

“마침내 때가 왔소."


흐흐흐. 트로츠키가 비릿이 웃는다.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내 앞으로 종이와 미술 도구를 넘겼다.

엽서를 그려달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모양.


일단 도구들 상태는 꽤 좋다.

아니, 완벽하다.

트로츠키의 카더라썰 ─ 주로 러시아에서의 '우당탕탕 혁명기' ─ 을 듣자면 러시아 부층 전문 미술상에서 '슬쩍' 구해온 것이라고.


······혹시 내가 공산주의자가 되면.


'아니지, 극렬 빨갱이는 좀.'


그래, 타협하자. 나름 온건한 사민주의자가 되면 이런 도구들을 막 쓸 수 있지 않을까?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다.


솔직히 1900년대는 약간의 복지 정책도 "뭣?! 아동 노동을 하지 말라고?", 하루 23시간 근무하지 말라고?! 너, 빨갱이지!"라고 하는 시대니까.


생각해 보니까. 사민주의자는 종교로 치면 이단 아닌가? 혁명 성공한 이후에, 죄다 숙청당한 걸로 기억하는데.


-정신 차리시오, 작가! 여기서 죽을 수는 없소!

'아, 그래.'


고마워. 사각 콧수염 독재자 아저씨.

덕분에 라인 잘못 타서 총살당하는 일이 없었어요!

그러니 이제 다시 꺼져.


"히틀러 동무! 내 눈을 보시오."


내가 한눈을 판 사이에 트로츠키가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그는 주로 자신의 '지식인 모임'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나열했다.


“그대는 이제 우리 모임의 엽서 편지를 그려주면 되오. 최대한 그리기 쉽게 상징 형태로 디자인해 줬으면 좋겠고, 붉은색을 많이 추가했으면 좋겠소.”


후후후. 트로츠키가 비릿이 웃는다.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투사들을 위해서 말이오!”


참나, 주문이 더럽게 많으시군.

공짜로 해주는데 말이다.

소비에트 심볼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지.


'근데 왜 느낌이 싸하냐.'


빠- 빠- 빨간 맛!

궁금해! 캄라드(Камрад, 동무). 시베리아 직통 열차를 타고 가는 바로 그 맛!

K-아이돌의 노래가 머리에서 곧바로 ‘붉게’ 번역되어 들린다고.


좋아, 백인호.

생각해 보자. 어찌해야 이 빨간 맛 소굴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기도 메타?'


오케이.


'도와줘요, 산신령님!'


제발! 막 산신령동맹 같은 것도 있다면서!

막 레토나로 사람 치고!

감방에서 극독으로 약 맥이고 막 그런담서!

마법의 항아리로 전두엽을 파괴해서 보내준다면서!


나도 한국인이야!

I'm South korean!


···

···

···


'썅.'


젠장할, 늙은이들 같으니라고.

출생 자체를 한국에서 했는데 노란머리 짐승이라 대답이 없구나.

젠장, 아버지처럼 새까만 머리를 타고났어야 했어.


이민자 출신이라고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야?!

아니면 여기서 신성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라서 그럴지도.


기도 메타는 실패.

이제 2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


'사회주의 로동예술가 히틀러, 총통 히틀러 테크트리. 어느 쪽으로 가든 머리에 총알 뚫리는 결과인 건 같은데.'


내가 이 로고를 그리는 순간 나는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다.

그간 교육받았던 내 자아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느낌이랄까.


어디, 날 자연스럽게 빼내 줄 사람이 어디 없으려나?

쿠비체크를 데려올 걸 그랬다.

뭐, 연애 문제는 괜스레 건들면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Mmmm, este pastel es dulce y delicioso. Tendré que dejarlo como dibujo.(흠, 이 케이크는 달짝지근하니 맛있군. 소묘로 남겨야겠어.)”


멀리서 익숙한 육성이 들린다.

내가 앉은 공산 모임 옆에 스키니한 남성이 앉아 있었다. 핏기가 어두워 창백하지만, 눈에는 이채가 서려 있다.


“también. Me siento tan tonto.(역시. 난 너무나 대단한 것 같군.)


파블로 피카소.

미술계의 거물.

그가 여기 있었다.


'에에? 피카소, 여기서 뭘 하는 거야! 거트루드 스타인 초상화 그려야 할 사람이!'


···

···

···


아, 그래! 머리에서 계획이 떠올랐다.


"피카소 씨?"


나 혼자 뒈질 순 없다.

죽어도 같이 죽는다.





* * *




“피카소 씨!”


피카소를 불렀다.

맑은 광인의 눈빛은 소리가 난 방향을 확인했다. 정확히 내가 있는 방향.


초췌한 눈과 판다의 눈가 자국처럼 생긴 새까만 그늘.

붓을 놓았으매, 덜덜 떨리는 저 수전증까지.


“피카소!”

"히틀러 군?"


먹다 만 케이크를 연필로 스케치하던 피카소.

그가 섬짓 놀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꽤 의문스러운 표정.


“······히틀러 군. 여기 있었군. 전날 본 그림이 워낙 인상적이라서 기억이 퍽 떠올랐소. 영감이 되었지.”

"그거 고맙군요.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빈의 카페 하우스는 원체 유명하지 않소?"


좌중의 시선이 조용히 피카소에게 쏠린다.

트로츠키가 내게 속닥거린다.


“아는 사람이요?”

“물론입니다.”


흠흠. 조용히 숨을 돌린다.


“아는 화가죠. 이분과의 개인적인 약속이 있었거든요. 하하하하!”

"약속?"


나는 눈으로 “피카소 형, 얘네들 빨갱이예요! 날 탈출시켜 줘!”라 말했다.


"아, 그렇지."


피카소가 의미를 알았는지(어떻게 했는지는 모름) 내 옆으로 붙었다. 좋아, 이제 날 끌고 탈출하기면 하면 된─


“반갑소.”

"음?"


히죽.


“편하게 피카소라 불러주시오.”


피카소가 트로츠키에게 팔을 뻗는다.

악수를 청하려는 듯.

그렇게 인사하니까 느낌이 싸해지는데.


“스페인 출신이오?”

“그렇소. 프롤레타리아 예술에 퍽 흥미가 있소만."

"아!"

"잠시 앉아 가도 되겠소?”


트로츠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마치 먹잇감을 찾은 듯 비릿이 웃는 표정.


“아! 동무, 어서 앉으시오!”

"고맙구려."


피카소가 합석하며 살짝 당황한 눈치로 말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깨달은 듯한 얼굴.


“히틀러, 그대도 역시 공산당 소속이었구려. 잘된 일이지. 세상만사 평화로워지면 어디 덧나겠소?”

“뭣.”

“눈빛으로 날 부르지 않았소? 사회주의 낙원을 이루자고. 그저 동참했을 뿐.”


트로츠키의 눈이 환해진다.


“히틀러 동무! 그게 정말이요?! 아, 예술의 힘을 전파하려고 우리에게 온 것이군.”


···

···

···


“아.”


맞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히틀러 군. 어떻소? 나의 이 엄청난 무브먼트 말이요. 대단하지 않소?”


이 인간.

빨갱이였다.

그래, 차라리 다르게 써먹자.


-무, 무엇을 그리는 것이오?

'북한 그림체 아냐?'

-흠, 올림픽 때 손 선수가 왔다던 그 조그마한 땅덩어리 말이오?

'전문 용어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북한 선전용 그림체에 많이 사용되지.'


히죽.


"페로 동무. 앞으로 세상 사람들은 린민의 위대한 이론을 믿게 될 겁니다."


내래 인민의 락을 보여주갔어!

세계 최고 적화통일 환쟁이로 기억되도록 말이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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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악! 그림을너무잘그리는아돌프님! +1 24.09.07 133 5 13쪽
10 원래 본업은 상업화가다 +4 24.09.06 148 4 12쪽
9 광기야말로 최고의 재료! +2 24.09.05 179 6 12쪽
8 애국화가퇴마사 아돌프 히틀러 +1 24.09.03 187 8 13쪽
7 나는, 교황청을 턴 남자다 +4 24.09.02 226 5 12쪽
6 괴링을 내 만화에 봉인했도다 +5 24.09.01 322 10 13쪽
» 인민의 아편적 빨갱이 그림 +7 24.08.31 386 14 12쪽
4 그때 갑자기 빨갱이가 나타났다. +5 24.08.30 395 13 15쪽
3 사탄 들린 돈이지만 좋았쓰! +6 24.08.29 441 14 13쪽
2 제 몸에 악마가 있어요! +3 24.08.28 518 15 13쪽
1 내 미래에 사탄 마귀는 필요없다 +7 24.08.27 639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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