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화가 아돌프가 히틀러를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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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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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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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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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 루거 드셔보세요

DUMMY

15.


1909년 3월 16일.


매혹적인 차도녀 겨울이 길고 긴 여름잠에 빠지고, 푸릇한 마망 봄과 화끈한 여름 자매가 다가오고 있었다.


우선 프랑스 파리로 가는 건 나 하나 좋자고 가는 여행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인류의 명운을 건.

모든 미래를 걸고 나서는 대장정!


“포도주 좀 드릴까요, 선생님?”

“오, 고마워요.”

“여깄습니다!”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은밀하고 신속하게.

나는 이 원대한 유럽 대륙을 희롱하는 신대륙 침략자들에게서 저작권 시장을 지켜야 한다.


‘내 저작권을 무참히 침범하고, 동의받지 않은 채로 상품을 판매하다니!’


아, 세상 모든 저작권의 수호자인 이 아돌프 셰퍼가 등장할 때로군.


물론 모든 이 시대의 암살자들 ─ 솔리드 스X이크, 어X신크리드, 뒤X ─ 이 그러하듯 살해 협박 편지를 보내는 건 잊지 않았다고.


아마 교수님에게 잡혔다가 오래간만에 출소한 쿠비체크가 우편을 붙여줄 거니까.


-스타인 남매에게 고한다. 4월의 어느 날. 너희를 척살 ─ 저작권법 심판 ─ 하러 가겠다.


이런 저작권 수호자에게 1900년대 유럽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곳이다.


특히 오스트리아-헝가리 빈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안전하고, 낭만 있고, 편하게 가는 방법은 단 하나뿐!


“선생님, 오리엔탈 급행 만찬 준비해 드릴까요?”

“물론이죠.”

“알겠습니다.”



객차원이 갓 조리한 요리를 차츰 내려놓는다.


정석적인 프랑스 코스 요리. 물어보니까 셰프가 프랑스 출신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거위 간 푸아그라, 함께 곁들여 드실 스테이크 샤토브리앙, 빵. 그리고 새벽 빈에서 공수한 삶은 달걀과 동일한 품종으로 조리한 오믈렛입니다.”

“고맙습니다만······ 거 언제 도착합니까?”

“음, 죄송스럽게도 이번에 폭설이 내려서 꽤 지연되었습니다. 늦어져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하하하.”


음식을 내온 후, 수필로 계산서를 작성하는 객차원. 역시나 콧대 높은 개구리들이라 그런 건지 계산이 깐깐하다.

혹시 해외 출신이라고 값 차별하는 거 아니야?


하기야 대한민국도 국군 장병이면 20% 올려 치는 가게가 종종 있었지. 으으, 생각할 때마다 끔찍했다.


“음?”


객차원이 고개를 틀어 새까만 창문을 응시하더니, 식당칸을 향해 소리쳤다.


“곧 터널이 끝납니다! 굉장히 밝아지니까 다들 미리 준비해 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새까맣던 외부가 밝아졌다.


쏴아아아아아아─! 창문 밖으로 푸르게 자라난 풀잎과 눈들. 봄의 냄새가 통유리 너머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고.


고풍스럽게 꾸며진 식당차 내부.

곧 뒤바뀌는 계절에 맞게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 24 「봄」이 연주하고 있었다.

엘피판이 아니라 객실에 있는 음악가들이 손수 악기를 움직였다.


“좋아, 문제는 없구먼.”


잠시 근방을 두리번거리던 객차원.

머뭇거리다가 그제야 내가 생각난 듯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자칫 고객을 무시할 수 있는 행위.

여러 번 몸을 수그린다.


“아! 선생님. 죄송합니다! 워낙 이 구간이 험해서. 어음··· 지금 제공받으신 포도주에 관해 설명을 원하시나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애초에 내 입맛이 고급은 아닌지라 술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원래부터 미


“아뇨, 혹시 죄송하지만 물 좀?”


스스슥. 무어라 메모지에 적는 객차원.


“···알겠습니다, 부디 만족스럽게 즐겨주시길. 오리엔탈에서는 모두가 귀족이랍니다. 호호호.”


180도로 몸을 숙이고는 자리를 벗어난다.

다행스럽게도 여행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지난겨울은 정말 지독하리만치 길었다.


덕분에 관리 부실한 선로가 부서지거나 깨지는 일이 많았다.

기차는 정차와 전진을 연신 반복하여


그간 스타인 남매의 후원금, 엽서 판매금을 긁어모아 오리엔탈 급행(Orient Express)을 결제했다.


그래, 명작〈오리엔탈 특급 살인〉에 나오는 그 동서 유럽 횡단 차량.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작 미스터리-추리 소설.

그 배경이 바로 이 기차다.


“후우. 그래도 좀 괜찮네. 뭐, 어디 코난 도일이라도 나오겠어. 흐흐흐.”


미식과 예술의 도시로 향하는 기차.

샤토브리앙을 나이프로 한 덩이로 크게 도려내 크게 베어 물었다.


오래간만에 먹는 육류다.

히틀러의 방해 공작으로 한동안 채식을 했으니까.


“맛있네.”


기름지지만 보드랍고 깔끔한 맛이 예술.

뒷맛은 생각보다 느글느글해서 속이 퍽 타는 느낌이긴 했다.

유리잔에 든 와인을 한 모금을 드링킹.

축인 목을 풀어낸다.


깔끔하게 기름기가 씻겨나가 만족스러운 시작이었다.


“흠흠, 미안하지만 합석해도 되겠소? 혹여나 일행이라도······.”


좋은 풍채의 노신사가 내게 다가와 머리를 수그려 묵례한다.

훤히 드러난 머리와 단정하게 자른 콧수염.


“아, 일행은 없습니다만.”


원래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웃는 낯짝에 침 뱉을 수 없다는 말처럼 괜히 돌려보내기 꺼려진다.


간단히 주위를 훑는다. 이미 식당차에는 사람들이 팽이버섯 덩어리처럼 빽빽이 들어차 있다.


‘안 내어주면 쫄쫄 굶겠군.’


오리엔탈 급행은 식사 시간이 엄격하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청렴한 유교 Boy인 나에게 웃어른을 내팽개치고 있는 건 취미가 없다. 되려 혐오하기도 하고.


“앉으시지요. 짐은 치워드리겠습니다.”


다급히 근처 의자에 둔 짐가방을 치운다.


“다들 어찌나 째려보던지 말이야. 이 늙은이를 도와줘서 고맙네.”


노신사가 내 반대편에 앉았다.

시간이라도 딱 맞춘 듯 객차원 몇 명이 다가와 조리된 식사를 원탁에 올렸다.


“자네도 좀 들겠나?”

“아뇨. 벌써 배가 부르군요.”

“입이 짧구먼, 짧아. 젊은 친구가 그렇게 먹다가 어디 결혼이라도 하겠나?”


허, 히틀러의 몸으로 결혼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노신사는 K-덕담 같은 걸 묻더니, 깔끔하게 냅킨을 목에 묶었다.


이 나이대 노인들이 늘 그러하듯 적막한 걸 꺼리는 건지.


아니면 그저 외향적 성격인지 알수 없지만 신사는 내게 가벼운 담소 몇 개를 건냈었고, 덕분에 꽤 어색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요즘 국제 정서가 어떠냐, 파리에 흉물스러운 게 생겼는데 궁금하긴 하다, 내가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너도 그렇냐는 둥.


그런 시니컬한 얘기가 오가던 중이었다.


···

···

···


“흠흠. 아, 맞아. 자네가 저번에 그려준 엽서는 참 잘 받았네. 멋진 고성이었지!”


식사를 끝마친 신사. 냅킨으로 툭툭 두드려 입을 닦아낸다. 노신사 曰 단정한 옷매무새는 신사의 생명이라고.


“저······ 선생님. 혹시 제 고객이셨습니까?”


내 반문에 노신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걸 기억 못 하냐는 둥.


실제로 내가 엽서를 그려왔던 건 맞다.


하지만 새삼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그렇지, 그걸 다 기억하면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면 귀신이거나.


“······혹시 카페 센트럴에서 그림을 그리던 환쟁이 아니던가?”


노신사가 인중을 비스듬하게 꺾자, W자 모양 콧수염이 살살 떨렸다.


“내, 면상 하나는 기가 막히게 기억해서 말일세! 흐하하하! 그때 자네에게는 존칭을 썼었고.”

“제 고객이셨으면 아시다시피 카페 센트럴에서 몇 장 그리긴 했습니다만, 죄다 기억하기는 힘들지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기억력이 안 좋아서 탈이야. 작년 초겨울쯤에 자네한테 그림을 받았지. 고성 말이야.”


잠깐, 고성이라. 쿠비체크와 만나기 직전 본 그 신사분이셨군!


“아아. 떠올랐습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아돌프 히틀러라고 합니다.”

“히틀러라······ 그래, 자네 이름을 거 사장에게 물어봤었지. 나는 게오르크 요한 루거라고 하네.”


루거?

내가 아는 루거는 Eat all 사의 베X필드 1 밖에 없거든.


“루거라면?”

“아! 오스트리아의 청년조차 내 총기에 대해 아는구먼. 작년부터 대량 양산되던 모델이네. 총기에 관심이 있나? 사내라면 지당이 총과 힘에 관심을 가지는 법이지!”


게오르크 요한 루거(Georg Johann Luger).

독일 총기 제작자이자 기술자가 내게 묻고 있었다.

총은 어떠냐고.


“······선생님은 이 총이 어디에 쓰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지만 외세의 적과 맞서 싸우고 독일제국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해야겠지! 감히 카이저 님을 위협하려는 자들이 많으니까 말일세.”


음, 왕당파로군.


“선생님.”


근처에 둔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총기를 스케치한다. 루거는 그 광경이 신내림을 받은 무당을 보는 듯, 당황한 눈빛이 역력했다.


연필로 자잘한 스케치를 끝낸다. 철제로 된 소형 총기. 훗날 ‘기관단총’이라 불릴 무기였다.


“이런 총기가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내부 구조는 조금 이야기해 봐야겠지만.”

“음, 꼭 소총과 권총 사이에 있는 것 같군만. 무슨 용도의 무기인가? 내 식견으로는 괴이하게 생겼소만.”


보라는 듯이 그림을 향해 턱짓한다. 내가 국방부 퀘스트를 수행하며 그냥 놀고먹은 게 아니란 말씀.


무기 분해 조립, 역사, 군사 지식도 일부 깨우쳤다.

더구나 『하얀 사제들』을 연재하면서 총기 디자인이나 그런 것도 처리해야 했으니까.


“루거 08의 권총에는 작은 탄환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렇지. DWM사의 파라벨룸 탄일세.”


아, 기억난다.

배X그라운드에 나오는 9mm 탄환이 아마 저거였지?


“그럼, 그 탄환을 엄청난 속도로 연사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마치 옛 장궁병들이 전열을 갖추고 동시에 쏘듯이요!”

“······고것 참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지만, 지금 가진 소총으로도 장거리에서 적을 처치할 수 있다고 믿네.”

“애초에 그딴 쇠 조준경으로 사람 맞출 수 있습니까? ”


루거는 잠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푹 굳었다.


“오.”


그는 다급히 노트를 꺼내더니 무어라 적기 시작했다.

MP40.

내가 스케치한 기관단총이 반짝이고 있었다.


···

···

···


그래도 독일이 이겼으면 좋겠다.

내 부모의 나라잖는가.

빌헬름 2세가 한국 빠돌이기도 했고.

혹시······ 독일이 나아지면 한국도 평화로이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 * *





오리엔탈 급행에서의 스치는 인연을 뒤로하고 프랑스 파리에 당도했다.


“젠장, 어디야?!”


제기랄,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가.

프랑스 거리이긴 한데, 죄다 프랑스어뿐이다.

영어, 독일어로 말하려고 해도 못 알아먹은 인간들투성이고.


독일인이라고 이렇게 차별하다니.

올림픽도 말아먹은 주제.

역시 그 공화국에 그 나라다.


“저 뼈대만 있는 탑은 아직도 있군! 솔직히 밤에 보면 저만큼 끔찍한 게 또 없단 말이야.”

“구스타브 그놈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저걸 지었는지 몰라! 만국 박람회 기념은 무슨.”


레스토랑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


린데만 학장한테 특별 교육을 받아 귀가 뜨이긴 했지만, 파리 북역에 도착하자마자 머리가 하얗게 질리지 뭐던가.


나는 지금 파리 복역 앞 광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전에 만난 루거 때문이었다.


1909년, 한국사 시간에서는 안중근 의사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고, 남한 대토벌 작전이 9~10월쯤 한반도에서 벌어지던 시기인 걸로 기억한다.


바로 다음 연도에는 경술국치로 대한제국 자체가 붕괴한다.


‘젠장, 생각해 보니까 너무 놀고 있었잖아.’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로 왔지만, 되려 생각이 많아진다.


“아, 이 광장. 파리를 차지할 때가 오르는구려. 우리 판터 제군들이 얼마나 영광스럽게 작전했었는지! 그 개구리 녀석들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었소.”


유리병에 가둔 히틀러가 허심탄회하듯 말을 이었다.


흐, 슈테판 대성당의 신부님을 통해 얻은 성수. 그걸 한가득 묻힌 금줄 덕분에 녀석을 봉인할 수 있었다.


불행스럽게도 내가 없으면 영 효과가 떨어지고······ 더구나 이 자식도 차츰 진화하고 있어서 다른 제거 방법이 필요하기도 했으니까.


아, 전범 귀신들과 함께하는 『엘랑(élan)』 여정!


압도적인 공격 정신!

압도적인 파괴력!

지휘부의 판단성만 있다면야, 적들을 분쇄하고도 남는다는 프랑스의 정신이라.


“음, 그러니까······ 프랑스 사람들은 달팽이를 먹는 거요? 우웩.”

“피카소! 달팽이가 얼마나 맛있는데!”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피카소.

나의 노예가 저기 있다!


“피카소!”


소리가 들린 방향을 본 피카소의 안색이 섬짓 굳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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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엔탈 루거 드셔보세요 +2 24.09.13 71 4 13쪽
14 르노야, 나는 범부라고 +1 24.09.12 77 2 14쪽
13 옆집의 네크로노미콘을 봄 +3 24.09.10 117 4 12쪽
12 도둑이 긴빠이한 만화가 잘?됨 +2 24.09.09 124 6 13쪽
11 악! 그림을너무잘그리는아돌프님! +1 24.09.07 133 5 13쪽
10 원래 본업은 상업화가다 +4 24.09.06 148 4 12쪽
9 광기야말로 최고의 재료! +2 24.09.05 179 6 12쪽
8 애국화가퇴마사 아돌프 히틀러 +1 24.09.03 187 8 13쪽
7 나는, 교황청을 턴 남자다 +4 24.09.02 226 5 12쪽
6 괴링을 내 만화에 봉인했도다 +5 24.09.01 323 10 13쪽
5 인민의 아편적 빨갱이 그림 +7 24.08.31 386 14 12쪽
4 그때 갑자기 빨갱이가 나타났다. +5 24.08.30 395 13 15쪽
3 사탄 들린 돈이지만 좋았쓰! +6 24.08.29 441 14 13쪽
2 제 몸에 악마가 있어요! +3 24.08.28 518 15 13쪽
1 내 미래에 사탄 마귀는 필요없다 +7 24.08.27 640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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