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시작 전 나홀로 튜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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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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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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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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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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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사망회귀 (1)

DUMMY

반복되는 사망회귀 (1)




“행크, 너무 조용한데?”

“겁먹었냐? 도망가면 네 보수는 내 거인 걸로 하지.”

“닥쳐 행크.”


한참이나 걷다, 일행은 멈춰 섰다.


“대기.”


용병 무리는 갈림길에 섰다.

아직도 더 들어가야 한다니 진짜, 안에 고블린이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고블린 무리가 있다면, 분명 어딘가 영역의 표시가 있을 터인데.


행크가 갈림길을 돌아보다 왼쪽 길로 한 걸음 내디뎠다.


슝 하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행크가 몸을 크게 틀며 숙였다.


따ㅡ악

주먹만 한 돌멩이가 벽에 파편을 튀기며 밑으로 굴렀다. 레이던은 횃불로 바닥을 자세히 비추어보았다.


알 수 없는 언어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피가 아닐지 추측했다.


“괴물 새끼들이 조잡한 짓을 다 하고 아주 깜찍해 죽겠네.”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쪽의 동굴로 향할 때, 민혁은 바닥에 있는 문자를 손으로 쓸었다.


‘ 완전히 굳지 않는 피······.’


행크는 이죽거리며 고개를 몇 번이나 한 곳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가지. 어서 앞장서라고.”


어느새 자리로 돌아온 민혁은 앞의 무리와 합류하여 감각을 늘려갔다.


행크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굳이 숫자를 나누지 않고 한 곳을 빠르게 공략한다.

그게 효율적인 걸 알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그의 결정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교범 같은 진행이긴 하나, 이 결정에 ‘ 뭔가 빠진 거 같은데···’라며 혼잣말하는 레이던이다.


용병 무리의 불길이 동굴 속으로 사그라 질 때, 짙은 어둠과 정적만이 남겨졌다.


바닥 밑에 새겨진 문자의 자국이 길을 따라 점점 짙어졌다.

중앙 동굴로부터 나오는 자국이었다. 붉은 피는 짐승의 것이 아니었다.


거슬리고 기분 나쁜 소리가 동굴을 울리며 점점 커졌다.


키키ㅡ킥

소름 돋는 울음에 호응하듯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하나둘씩 켜졌다.


“음? 뭔가 듣지 못했나?”

레이던의 눈매가 좁혀지며 주위에 공감을 요구했지만, 쉽게 무시되고야 만다.


“큭큭. 이 녀석 완전, 겁쟁이구만. 레이던. 어릴 때 엄마의 젖이 모자랐나 보지?”


행크의 비웃음에 하나둘씩 웃음에 전염되어 동굴을 울렸다.


그때였다.

민혁은 불길함을 느꼈다.


“컥.”

선두에서 앞서가던 노예 용병이 바닥으로 픽 쓰러졌다.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무력화된 그의 상체엔 침이 여러 발 꽂혀 있었다.


사람 발에 치이며 구르는 보릿자루처럼 부르르 떨었는데···


‘ 독인가! 끝이 아니다!’


이 느낌은 얼마 전부터 제법 잘 맞아떨어졌다. 고민하지 않고 몸을 뒤로 내빼자, 다수의 침이 그 자리를 지나쳐 선두를 덮쳤다.


“전투준비!”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공중으로 붕 뜨며 달려드는 고블린이 있었다.

행크는 소리를 지르며 횡으로 크게 베었다.

“캭!”


바닥에 고꾸라진 고블린의 사지가 부르르 떨며 늘어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동굴 안에는 기괴한 울음소리가 공명하듯이 퍼졌다.



횃불로 들춰진 빛 저편에서 붉은 안광이 차례대로 켜지자, 행크는 한 걸음 물러서며 방패를 몸으로 올렸다.


그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맺혀있었다.


“너, 너무 많아. 행크.”

“물, 물러난다.”


끼ㅡ기키키킥!

“일단, 뒤로 도망가! 뛰어!”


‘ 듀터 시발 놈. 호들갑 떨면서 데려와 놓고···’


그에게 주어졌던 건 고작, 녹슨 숏소드에 나무로 되어있는 라운드 쉴드뿐.


용병들이 뒤로 돌아서며 뛰기 시작하자 고블린들이 어둠에서 튀어나오며 독침을 날렸다.


민혁도 뒤돌아 뛰려다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멈춰서야 했다.


“가, 같이 가.”

쓰러져 있던 한 용병이었다. 용케 이지를 갖고 있었다.

‘ 이런, 시발새끼가!’


순간,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한 걸 꾹 참은 그는.


살아남으려면 어찌해야 하나?


민혁의 두뇌가 풀가동 되었다. 어차피 지금 도망갈 타이밍을 놓쳤다.


‘에라이. 시바.’


죽은 척.


독침에 맞은 척,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쓰러진 민혁을 넘어 고블린 무리가 용병들을 죽일 듯이 쫓았다.


실눈을 뜨며 도망간 자들의 수를 확인해 보는 민혁. 불과 네 명 정도였다.


방패에 박힌 중지만 한 침에는 기분 나쁜 액체가 고여 있었다.

침을 잔뜩 맞고 쓰러진 자들은 하나같이 발작과 경련을 일으켰다.


민혁도 부르르 떨었다.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키킥. 인간. 인간은 맛있다. 암컷, 암컷이 더 맛있다. 수컷, 수컷은 맛이 없다. 수컷은 제물 바치고 남는 걸 먹는다··· 혀, 혓바닥 별미다. 제일 맛있다. 바···로 먹는다.”


민혁을 내려다보며 침이 고인 고블린은 식탐을 참지 못하고 뺨에 침을 떨궜다.


지저분한 고블린의 손이 마약 중독자처럼 흔들린다. 민혁의 양 볼을 강제로 누르자 하얀 이와 혀가 드러났다. 고블린은 입맛을 다셨다.


“컥!”

“으억.”


여기저기서 죽어가는 용병들.

도축되는 돼지와 다름없는 단말마의 비명이 동굴에 끈적하게 눌어붙었다.


마비되어 있는 자를 처리하기 위해 남아있는 고블린은 여섯.


용병들의 목숨이 하나둘씩 꺼져갔다.


민혁의 손이 움직였다.


“키ㅡ엑!”

숏소드가 정확히 고블린의 눈을 꿰뚫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2 격.


또 다른 용병에 정신이 팔린 고블린의 배를 찔렀다.


또 이어지는 제3 격.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블린의 목을 갈랐다.


‘ 할 수 있다.’


고블린의 몸통에서 걸린 무딘 검을 회수를 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이.


그때였다.

관자놀이가 따끔해지는 민혁이다.


‘ 어?’


옆으로 그대로 쓰러지며 눈을 깜빡였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력한 민혁의 시야를 덮어오는 건 엉성하게 금속이 박힌 몽둥이였다.


퍽ㅡ



[당신은 죽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YES】 , NO


할 만했다.

이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한 민혁이다.


두 번째 리셋

세 번째 리셋

:

:

:


몇 번이나 반복되는 리셋을 하고 나서야 민혁은 고블린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거친 숨을 들이쉬며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둠이 깔린 동굴 저편에서 요란스러운 고블린의 울음이 들려왔다.

용병들을 다 처리하고 돌아오는 것인가?


‘ 시발···’


민혁은 겨우 몸을 일으켜, 용병들이 던지고 간 장비 중 제일, 상태가 좋은 것만 골라 반대쪽으로 달렸다.


“헉ㅡ. 헉.”

한참이나 뛰고 겨우 걸었다.

깊숙이 들어선 곳엔 사지가 잘린 덩어리 아니,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고기가 제단 이곳저곳에 뒹굴고 있었다.


상상도 못 한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튀어나왔다.

민혁은 바닥에 그대로 속을 게워 내고 겨우, 정신을 가다듬었다.


눈을 데굴데굴 굴렸으나 마음이 쉬이 진정이 가지 않았다. 머리가 둔해지고 심장만 크게 뛰었다.


굴로 진입하기 위한 통로 옆으로 바짝, 붙은 민혁은 기다렸다. 고블린들의 발소리가 점차 커지자 무기와 방패를 든 손의 힘이 꽉 들어갔다.


ㅡ꿀꺽


선두에서 튀어나온 고블린의 옆구리를 찌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ㅡ키에엑!


시작은 좋았지만, 몇 마리 처치도 못하고 금세 고블린들한테 에워싸였다. 고블린은 민첩했다.


한 마리의 야수를 사냥하려는 집단 원주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하나의 놀이.

영악한 이 괴물들의 눈매와 입가가 씩 올라갔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고블린을 정의할 때 여러 가지 지칭되는 단어가 있었는데 거기서 제일 적합한 단어가 있었다.


‘ 소악마.’


민혁은 있는 힘껏 저항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단검에 눈이 꿰뚫렸다.

고블린들은 기분이 좋은지 눈알을 가지고 놀았다.


수십의 돌창이 복부를 관통했다.

고블린들이 배를 가르곤, 내용물을 들고 서로 다퉜다.


단검이 온몸을 찌르자, 피가 전신을 낭자했다. 고블린들이 즐거워하며 그 자리에서 춤을 췄다.


목이 그어졌고 바닥을 굴렀다.

이 짐승들은 그것을 가지고 놀았고 그것 또한, 하나의 놀이였다.


혀가 떨어져 나가고 입안엔 피가 가득 찼다. 짐승들에겐 그것이 별미였다.


너무 괴로웠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YES , 【NO】


‘ 시발 도저히 못 해 먹겠다.’


열 번 정도 고통을 느끼며 죽어갈 때쯤 분명히 그때부터 ‘ NO.'를 처음으로 눌렀건만, 여전히 다음 회귀로 강제 진행됐다.


몇 번이나 ' NO.'를 눌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게임도 아닌, 좆같은 세상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모른다.


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싹 가셨다. 반복되는 이 꿈속? 멸망, 특혜? 뭔데 그게?


모른다.


민혁은 혼자 갇혀있는 공간에서 절규했다. 숨이 가빠졌다.


‘ 헉, 헉 이 좆같은 새끼들아! 멸망이고 나발이고 나가게 해달라고 니미 시발!’


어지러웠다.

이 무한 지옥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민혁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 시발...’


민혁은 어두컴컴한 공간에 힘없이 쓰러졌다. 다리를 지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여긴 아무도 ‘ 민혁’을 봐주지 않았다. 방금 딱 하나 깨달은 건 있다.


이대로 계속되면 미쳐버린다는 사실 말이다. 무협 소설에 나오는 광인같이.



▶▶



민혁은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느꼈다.


어지러움.

곧 올라올 구역질.

심장이 죄어오는 압박감.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민혁은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고함을 내질렀다.

손에 잡히는 대로 전부 내던졌다.

책상 위로 올려진 물건들이 그의 손짓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 손에 잡힌 핸드폰.

액정으로 비추는 오전 8시.

헛구역질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민혁의 손이 움직였다.

폰으로 병원 검색이 우선이었다.

몇 군데 전화를 해보았으나 당일 진료가 힘들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미래 물산에서 제공하는 협력업체 기업 병원 서비스 쪽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예약이 마침 비어, 괜찮다고 한다.


“헉, 헉.”


‘ 나는 프로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톡을 킨 민혁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박 부장한테 보내는 메시지였다.


손가락이 떨려 오타가 많이 났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제가, 지금 응급실 실려갈ㅈ도로

상태가 안조ㅎ아 지금 병원갑니다

어제 퇴그ㄴ전에 업무일지로

미팅 내용ㅇ ㅣ랑 제안 샘플

미리 챙겨놓아ㅆ습니다.

제 자리위에 다 있습니다

그거만 챙겨서 미팅 나가시며ㄴ

됩니다. 한 번만 꼭 부탁드립니다

병원은 미래서울병원입니다.

진단서 끈ㅎ어가겠습니다.』


‘ 내가 죽겠는데 회사고 나발이고.’


민혁은 119 부를까 하다 지갑만 챙기곤 바로 나가서 택시를 잡았다.


“손님, 어디로 갈까요?”

“미래 서울병원이요.”


거칠게 숨을 내쉬는 민혁이 신경 쓰였는지 기사는 걱정 반, 우려 반인 눈빛으로 백미러를 쳐다봤다.


그런 기사의 시선을 무시한 채, 민혁은 창을 끝까지 내렸다.


하루 바삐 살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일터로 가는 차량들. 평소 같으면 본인도 이런 일상을 반복했을 터인데.


일상이 무너졌다.


뜨거워진 머리를 바람이 식혔다.

조여오는 답답함도 완화됐다.


민혁은 꿈에서 깨어나는 조건에 대해 고민했다.

자신의 의지가 개입되면 꿈에서 깨는 건가? 이게 제일 그럴듯한 고민이었는데······


적어도 튜토리얼이란 시스템은 누군가의 의도로 작동된다는 것이고.


자신은 이용당했다.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민혁은 받으면 뭐든지 돌려주는 사람이었다.


미래서울병원

심장센터


계열사 예약이 몇 개가 취소돼서 몇 분 되지 않아 진료를 받게 됐다.


의사는 갸웃거렸다.


분명히 민혁은 죽을 거 같은데, 이리저리 살피며 진단하는 의사의 표정은 미묘했다.


결국, CT부터 시작해 초음파 등 각종 검사 몇 종을 받았는데 결과가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환자분. 굉장히 건강하십니다. 20대 초반보다 더요.”


‘ 뭣?’


믿기지 않는 민혁의 표정에 의사는 잠시, 고민하다 다시 번복했다.


“너무 건강하신데요.”


담당 의사는 오히려 비결이 궁금할 정도의 표정이다. 자신의 견해와 결과를 말해주다 정신건강 의학 쪽, 당일 검진도 받을 수 있게 연결해 줬다. 담당 의사는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정밀 검사를 받자고 제안했고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그의 서비스에 감동했다. 반드시, 집에 돌아가면 칭찬 게시판에 칭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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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튜토리얼 End (1) +1 24.09.12 57 2 17쪽
13 반복되는 사망회귀 (8) 24.09.11 58 2 15쪽
12 반복되는 사망회귀 (7) 24.09.10 59 2 14쪽
11 반복되는 사망회귀 (6) 24.09.09 65 2 15쪽
10 반복되는 사망회귀 (5) 24.09.07 73 2 15쪽
9 반복되는 사망회귀 (4) 24.09.06 77 2 15쪽
8 반복되는 사망회귀 (3) 24.09.05 83 1 15쪽
7 반복되는 사망회귀 (2) 24.09.04 85 1 13쪽
» 반복되는 사망회귀 (1) 24.09.04 98 2 13쪽
5 이건 꿈이 아니다. (5) 24.09.03 114 2 14쪽
4 이건 꿈이 아니다. (4) 24.09.03 130 1 12쪽
3 이건 꿈이 아니다. (3) 24.09.02 132 1 14쪽
2 이건 꿈이 아니다. (2) 24.09.02 165 2 14쪽
1 이건 꿈이 아니다. (1) +3 24.09.02 24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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